2018년 8월 19일 일요일

변하지 않은 벤쿠버, 그리고 변한 나

안녕하세요. 지난 10일동안 벤쿠버와 로키산맥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04년 8월. 날짜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캐나다라는 나라에 첫 발을 내딛었던 때 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한차례 터지며 홍역을 겪은 후이기는 하지만, IT는 향후 수십년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먹거리로 여겨지며 IT 산업과 교육에 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였고, 정보통신부라는 IT산업 전반에 대해 관장하는 별도의 정부 부처가 있었으며 장관역시 관료나 정치 출신 인물이 아닌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주역 중 한 명인 진대제 장관이였습니다. 저는 시기를 잘 타고난 덕분에 IT 꿈나무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정통부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에 편승하여 벤쿠버의 UBC로 교환학생을 나온 것이 바로 2004년 8월 입니다.

벤쿠버에 도착하여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미리 예약해 둔 AirBnB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벤쿠버 다운타운 데이비 스트리트에 있는 사무라이라는 일식닥 입니다. 이 집이 맛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벤쿠버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갈 식당이였죠.



그 당시 학교 학비는 정통부에서 내줬지만, 생활비는 직접 마련해서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학생들을 보내놨는데, 생활비 문제로 행여나 공부는 안하고 알바만 뛰고 다닐까봐인지 정부에서 한 달 생활비를 정해놓고, 총 체류기간만큼 곱하여 해당 금액을 먼저 정통부에 송금을 해 두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죠. 생활비 문제는 부모님의 도움과 그간 극강의 꿀알바인 과외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해결을 했지만, 살면서 체감 해 보니 정부에서 정한 생활비는 기초생계유지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였습니다.

첫 달에는 생활비를 잘 알지 못해 흥청망청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보고자 돈을 썼습니다. 먼저 UBC 학생회관에 가보니 세계 최고의 스키장인 휘슬러 스키장의 시즌패스가 UBC 학생에게는 단돈 $99에 판매되기에 스키 광이였던 저는 시즌패스부터 구입 했습니다. 벤쿠버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이지만, 2시간 정도는 문제가 아니였죠. 그리고 그 시즌패스를 이용하기 위해 중고 스키와 스키 부츠를 샀습니다.(돈을 아끼려고 폴은 사지 않았죠 ㅎㅎ) 또한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음식들도 몇 번 사먹었습니다. 예를들어 그리스 식당 (지금도 영업중이며 다른 지점까지 낸 스테포라는 식당입니다)이나 케이준 스타일, 동남아 식당 등에 가서 식사를 해 보기도 했고, 집 주변에 산책로를 따라가면 너무나도 멋진 스탠리 파크가 있다는 것에 반하여 중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구매 했습니다. 또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에 맞추어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사전에 항공권과 자동차 렌트, 모텔 예약까지 해 두었죠.
하지만 첫 달 살이를 마치고나자 생활비의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 했습니다. 4명이서 2베드룸 아파트를 렌트하고, 식료품비와 전기, 수도, 인터넷 같은 유틸리티비를 내고나며 남는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미 휘슬러 시즌패스를 사 둔지라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스키장에 왕복을 해야 했는데, 이러다가는 돈이 부족하여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시즌패스를 그냥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래서 첫 달에 3-4번 정도 외식을 한 후로는 외식이라고 해봐야 가끔 정말로 밥을 해먹기 귀찮은 날, 같이사는 친구들과 돈을 모아 중국음식 테이크아웃 식당에 가서 반찬 3-4개 세트를 사와 집에서 밥만 하여 먹거나, 버거킹이나 서브웨이에서 반값 이벤트를 요일에 도시락 대용으로 와퍼나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먹는 정도였습니다. 또, 스키장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비용 마련을 위해 벤쿠버 translink 먼슬리 패스를 구매하지 않고, 주 2-3회 다운타운 랍슨 스퀘어에서 강의가 있을 때에는 도보로 통학을하고, UBC 본 캠퍼스 강의가 있는 날에는 러닝이나 인라인 스케이트로 통학을 하고, 날이 너무 궂은 경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만 버스를 타고 다니며 최대한 고정 지출비용을 줄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당시 저는 인라인을 타는 것이나 러닝을 참 좋아했습니다. 통학을 하지 않는 주말에도 휘슬러에 가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매 번 러닝이나 인라인 스케이팅으로 스탠리 파크를 돌았으니까요. 또 식사 역시 제가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먹은 대부분의 한식 요리들은 대략의 눈대중으로 흉내를 내서 꽤 먹을만한 정도의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요리의 한계가 찾아오는 분야가 있었으니, 제가 평소에 즐겨먹지 않는 음식인 튀김이나 부침요리 분야였습니다. 평소에 자주 먹어본 경험이 없다보니 요리를 해 보려 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부터 전혀 몰랐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튀김을 좋아하는 친구 중 한 명이 어디서 들었는지 데이비에 있는 사무라이라는 식당에 가면 모듬튀김이 있는데, 양이 푸짐하게 나와 4명이 먹을만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두들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국에 나와 살면서 한 번쯤은 패스트푸드 외에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사무라이라는 곳에 한 번 가보게 됩니다.

지금에서 들게 된 생각인데, 모듬 튀김을 메인 요리로 시켜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4명이 먹기에 충분하게 푸짐한 양이라는 말은 4명이 각자 자기 dish를 먹으면서 튀김 한 접시를 시켜 같이 share하여 먹기에 충분하다는 말이였을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방문한 사무라이에서 저희는 온갖 빛깔의 화려한 롤과 스시, 사시미와 우동, 라멘 등 각종 일식 요리들을 테이블 너머로 구경만 하고 튀김 몇 조각 씩 맛만 본 후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밥을 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캐나다에 이민을 오면서 어느 순간엔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사무라이에 가서 먹고싶은 메뉴들을 다 시켜먹고 싶다는 것이였고, 이번 여행에서 그 버킷 리스트를 실현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단 튀김은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넷이서 왔던 식당에 이제는 가족들과 넷이서 다시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와는 달리 먹고싶은 것은 무엇이든 주문 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지금의 모습에 괜시리 감수성이 폭발할까봐 다른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아이가 커리카츠와 연어 데리야키 둘다 먹고싶은데 그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을때, 다른 날 같으면 기회비용 선택도 훈련이 필요하니 직접 선택하라고 할텐데, 그 날 만큼은 둘 다 시키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동, 가라아게, 롤, 스시, 커리카츠, 연어구이, 치라시 등등 어른 둘, 아이 둘 총 네명이서 먹기에 버거울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배를 채운 후에는 소화도 시킬겸 데이비 스트리트에서 좀 더 서쪽으로 나와 비치 에비뉴로 향했습니다. 해변가 길을 따라 산책을 하기 위해서요. 제가 살던 집 주변이기에 길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죠.

14년만에 다시 찾은 벤쿠버는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해변가 산책로에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 워킹을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제 아이들도 14년 전 제가 그랬듯 뻘로 나가 조개껍질도 줍고 파도에 발을 담그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비치 에비뉴를 따라 걷다가 다시 만난 제가 살았던 아파트 역시 제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 서 있었고요.

그 길을따라 스탠리 파크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 예전에 보았던 돌탑들 역시 아직도 많이 보였습니다. 다만, 그 때 거의 매일 봤던 돌탑을 쌓던 할아버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할아버지였는데... 14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숙소로 돌아오기위해 다시 다운타운 쪽을 향해 가다보니 데이비 스트리트는 여전히 무지개 빛깔로 곳곳이 물들어있었고, 길가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랜빌 아일랜드에 들러보니 여전히 여름철 주말을 즐기기 위해 나온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나들이객들을 위한 많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숙소로 다시 돌아가며 그랜빌 스트리트를 지나는데, 예나지금이나 거리 곳곳에 지린내가 진동하며 비바람 피하기 좋은 목에는 홈리스들이 여지없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랍슨 스트리트는 14년 전에도 벤쿠버가 아닌 이태원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 했는데, 당시엔 제가 한식당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다시찾은 랍슨 스트리트에는 전보다 더 많은 한식당들이 있었고, 식사 시간에는 심지어 손님들이 몰려와 1-2시간씩 기다려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벤쿠버는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변한 것이라면 제가 재력이 좀 생겼다는 점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먹고싶은 음식이 있다면 돈 걱정없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또, 그 때엔 저 혼자였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있으며, 또 그 뒤로는 아들 둘이 있고, 그 때에 저에게 캐나다란 그냥 외국 중 하나였을 뿐이며 교환학생을 위해 잠시 머무는 나라일 뿐이였지만 지금 저에게는 내가 살고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라라는 것이 달라졌넨요.

처음 며칠간 벤쿠버에 지내며 14년 전 제가 그랬던 것 처럼 걸어서 다운타운 곳곳을 둘러보았는데, 예전보다 차이나타운 쪽에 고층 건물들이 더 많이 들어선 것 외에는 크게 변한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변해버린 저로 인해 다른 점들이 여러가지 있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주택가 보다는 벤쿠버 다운타운이 좋았습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담배연기, 대마초 냄새와 언제 어디서나 보이는 수많은 홈리스들, 항상 풍겨오는 지린내들과 취객들과 자동차의 소음이 있지만, 3면 어디를 가도 가까운 해변가 산책로와 너무나도 멋진 스탠리 파크, 그리고 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랍슨 스퀘어와 도보로 통학이 가능했고, 스키장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정거장도 가까웠기에 다운타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이민을 오면서 벤쿠버로 가지 않은 이유에는 그러한 저의 기억과 경험이 큰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버스패스 없이 생활했기에 UBC외에 벤쿠버 다운타운을 벗어난 적이 없어 실제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택가의 모습이 제 기억에는 없었고, 제가 기억하는 그러한 벤쿠버의 모습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부적절한 곳이였습니다.

다시 찾은 벤쿠버 다운타운에서 저는 제 생각이 옳았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을 벗어나 주변에 다른 동네들을 둘러보니 벤쿠버에 살았어도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벤쿠버의 스카이트레인이 부러웠습니다. 토론토에서 총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지만, 토론토 내에서만 연결이되지, 쏜힐이나, 리치몬드 힐, 마컴, 미시사가, 본, 옥빌, 벌링턴 등 주변 도시들과는 전혀 연결이되지 않습니다. 버스 또한 각 도시별로 각기 다른 회사에서 운영되기에 환승연결 등이 되지 않아 비용도 두배가 들어가죠. 반면 벤쿠버는 모두 translink였고, 하나의 day pass로도 모두 방문이 가능했기에 정말 편리했습니다.

또 벤쿠버의 식당 세금이 부러웠습니다. 기본 가격은 토론토보다 아주 조금 비싼 편이였지만, 식당 음식에 주정부 세금이 부과되지 않다보니 총 가격은 토론토보다 조금 저렴하거나 비슷했습니다. 또한, 토론토보다는 보다 관광지의 성격이 짖어서인지 몰라도 음식과 서비스의 퀄리티가 훌륭했죠. 특히나 해산물에 있어서는 내륙에 위치한 토론토와 해안가에 위치한 벤쿠버는 에 퀄리티와 가격 모두 전혀 비교대상이 아니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버나비에 있는 Sushi Garden이라는 한인 스시 가게입니다. 총 3개의 지점이 있는 식당인데, 가면 우선 이름을 말하고 기다려야 하고, 순서가 되어도 한 명이라도 부재중이면 자리 배석을 안해주고 순서가 밀릴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였죠. 연어 스시에 저 꼬리 내려오는 것 보이시나요? 토론토에서는 고급 일식당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 가게의 음식 가격은 일반 중급 일식당 가격임에도 이러합니다. 사시미 역시 토론토에서는 깍두기 크기로 나온다면, 벤쿠버에서는 석박지 크기로 나왔습니다. 중급 스시 가격에 고급진 맛과 퀄리티에 많은 양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벤쿠버였습니다.




식당 뿐 아니라 상권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영향이 큰 벤쿠버의 상권이 부러웠습니다. 농담으로 UBC를 University of Billion Chineses라고 할 정도로 벤쿠버와 그 인근에는 다수의 아시안이 거주합니다. 그렇다보니 식당 뿐 아니라 제과점, 의류, 화장품, 생필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한 상점들이 토론토보다 훨씬 많이 보였습니다. 이게 별 것 아닌것 같아도 실제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세세하게 불편한 점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한국인 사이에서도 덩치가 작은 분이라면 아시아인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는 옷이나 신발 하나를 사려고 해도 몸에 맞는 사이즈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로 힘이 들기도 한데, 벤쿠버의 상점은 아시아인을 배려하는 제품들이 더 많았으며, 아시아권의 유명 생필품/의류/화장품 브랜드들이 토론토에 비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한식 식당들도 토론토에 비하면 부러웠습니다.
제가 맛집들만 찾아 돌아다닌 것도 있지만, 확실히 토론토 주변의 한식 맛집들과 비교를 하여도 벤쿠버의 한식당들은 토론토의 그것들에 비해 손님이 더 많았으며 (수십분에서 1시간 대기는 일상이였습니다), 한국인과 중국인을 제외한 다른 민족의 손님 비율이 훨씬 높았고, 테이블 수에 맞는 적절한 서버가 있어 서비스의 퀄리티도 좋았습니다.

토론토와 그 인근의 한식당을 가보면 항상 아쉬운 점들이 몇가지가 있는데, 서비스와 가격대가 그 중 하나입니다. 보통 한식당에는 다른 식당에 비해 서버의 수가 테이블 수에 비해 적습니다. 식사 하나를 하더라도 최소 대여섯 가지의 반찬이 같이 나오는 한식은 서버가 할 일이 다른 음식에 비해 오히려 더 많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종류의 음식인 스테이크와 갈비를 비교하더라도 스테이크는 접시 하나가 나오면 되지만 Korean BBQ는 고기를 구우면서 중간중간 숯불을 갈아주거나 불판을 갈아야 하는 등 손이 더 많이 갑니다. 하지만 보통의 한식당들을 보면 테이블 수 대비 서버의 수가 부족합니다. 다른 식당들에서는 서버가 어느 한 구석에 서서 자신이 담당하는 테이블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지만, 한식당의 경우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손님이 능동적으로 벨을 누르거나 불러서 서버를 찾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벤쿠버의 한식당들은 대부분 다른 식당들 만큼이나 서버의 수가 충분했고, 그래서 토론토에 비해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음식 자체도 제가 요리를 해보면 한식의 경우 반찬들 때문에 다른 음식에 비해 손이 조금 더 많이 갑니다. 식재료 역시 캐나다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것은 아닌지라 재료비 역시 조금 더 비싸고요. 하지만 한식당의 식사 가격은 쌀국수 같이 저렴한 몇몇 음식을 제외하면 다른 음식들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재료비는 더 비싼데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하다면 결국 직원 임금을 줄이거나, 퀄리티가 낮은 재료를 쓰거나, 점주의 마진을 최소화 시켜야만 한다는 이야기인데, 어느 쪽이건 내가 먹는 음식과 내가 받는 서비스가 나빠지거나, 한인사회 전반에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나빠진다는 이야기인지라 좋은 것은 아니죠.

다만 식당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점은 토론토에서는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대기시간 이였습니다. 토론토의 한식당은 맛집이라 해도 보통 한국인과 중국인 정도만 이용을 하기에 테이블에 앉을때 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10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벤쿠버의 한식당에서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을 해서인지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까지 대기를 해야만 먹을 수 있었네요.

또한 바다와 산을 끼고 있는 지형이 부러웠습니다.
온타리오에 없는 것이 두가지 있다면 바로 바다와 산 입니다. 벤쿠버는 바다와 산을 모두 끼고있기에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으며, 산악 트래킹과 해양 스포츠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지린내와 대마초 냄새, 담배연기가 넘쳐나긴 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넘쳐나는 다운타운이 부러웠습니다. 이것은 토론토에 이민와서 처음 느낀 것인데, 토론토의 다운타운은 조금 차갑고 메마른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토론토는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인지라 다운타운에 가더라도 고층 빌딩들만 즐비해 있으며, 그 고층빌딩에는 온갖 회사와 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벤쿠버의 다운타운에는 단층이나 저층 건물들이 있으며 그 건물의 1층에는 다양한 식당들과 상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맞이합니다.

이민 목적은 아니였지만, 캐나다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땅이였기에 지금은 제가 살지 않는 낯선 땅임에도 왠지 모르게 고향같은 친숙함이 있던 벤쿠버. 이번 방문을 계기로 친숙함에 친근감까지 더해진 것 같네요. 이번 여행 전만 하여도 설령 벤쿠버에서 저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job offer를 준다 하여도 이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내와 상의를 해 볼 만큼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찾은 벤쿠버에서 원없이 이것 저것을 먹고 즐기다보니 저 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허리둘레가 눈에띄게 증가했네요. 다음 주 부터 일상으로 복귀가 시작되면, 다이어트도 같이 병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