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벤쿠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벤쿠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8년 8월 19일 일요일

변하지 않은 벤쿠버, 그리고 변한 나

안녕하세요. 지난 10일동안 벤쿠버와 로키산맥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04년 8월. 날짜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캐나다라는 나라에 첫 발을 내딛었던 때 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한차례 터지며 홍역을 겪은 후이기는 하지만, IT는 향후 수십년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먹거리로 여겨지며 IT 산업과 교육에 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였고, 정보통신부라는 IT산업 전반에 대해 관장하는 별도의 정부 부처가 있었으며 장관역시 관료나 정치 출신 인물이 아닌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주역 중 한 명인 진대제 장관이였습니다. 저는 시기를 잘 타고난 덕분에 IT 꿈나무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정통부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에 편승하여 벤쿠버의 UBC로 교환학생을 나온 것이 바로 2004년 8월 입니다.

벤쿠버에 도착하여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미리 예약해 둔 AirBnB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벤쿠버 다운타운 데이비 스트리트에 있는 사무라이라는 일식닥 입니다. 이 집이 맛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벤쿠버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갈 식당이였죠.



그 당시 학교 학비는 정통부에서 내줬지만, 생활비는 직접 마련해서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학생들을 보내놨는데, 생활비 문제로 행여나 공부는 안하고 알바만 뛰고 다닐까봐인지 정부에서 한 달 생활비를 정해놓고, 총 체류기간만큼 곱하여 해당 금액을 먼저 정통부에 송금을 해 두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죠. 생활비 문제는 부모님의 도움과 그간 극강의 꿀알바인 과외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해결을 했지만, 살면서 체감 해 보니 정부에서 정한 생활비는 기초생계유지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였습니다.

첫 달에는 생활비를 잘 알지 못해 흥청망청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보고자 돈을 썼습니다. 먼저 UBC 학생회관에 가보니 세계 최고의 스키장인 휘슬러 스키장의 시즌패스가 UBC 학생에게는 단돈 $99에 판매되기에 스키 광이였던 저는 시즌패스부터 구입 했습니다. 벤쿠버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이지만, 2시간 정도는 문제가 아니였죠. 그리고 그 시즌패스를 이용하기 위해 중고 스키와 스키 부츠를 샀습니다.(돈을 아끼려고 폴은 사지 않았죠 ㅎㅎ) 또한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음식들도 몇 번 사먹었습니다. 예를들어 그리스 식당 (지금도 영업중이며 다른 지점까지 낸 스테포라는 식당입니다)이나 케이준 스타일, 동남아 식당 등에 가서 식사를 해 보기도 했고, 집 주변에 산책로를 따라가면 너무나도 멋진 스탠리 파크가 있다는 것에 반하여 중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구매 했습니다. 또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에 맞추어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사전에 항공권과 자동차 렌트, 모텔 예약까지 해 두었죠.
하지만 첫 달 살이를 마치고나자 생활비의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 했습니다. 4명이서 2베드룸 아파트를 렌트하고, 식료품비와 전기, 수도, 인터넷 같은 유틸리티비를 내고나며 남는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미 휘슬러 시즌패스를 사 둔지라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스키장에 왕복을 해야 했는데, 이러다가는 돈이 부족하여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시즌패스를 그냥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래서 첫 달에 3-4번 정도 외식을 한 후로는 외식이라고 해봐야 가끔 정말로 밥을 해먹기 귀찮은 날, 같이사는 친구들과 돈을 모아 중국음식 테이크아웃 식당에 가서 반찬 3-4개 세트를 사와 집에서 밥만 하여 먹거나, 버거킹이나 서브웨이에서 반값 이벤트를 요일에 도시락 대용으로 와퍼나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먹는 정도였습니다. 또, 스키장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비용 마련을 위해 벤쿠버 translink 먼슬리 패스를 구매하지 않고, 주 2-3회 다운타운 랍슨 스퀘어에서 강의가 있을 때에는 도보로 통학을하고, UBC 본 캠퍼스 강의가 있는 날에는 러닝이나 인라인 스케이트로 통학을 하고, 날이 너무 궂은 경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만 버스를 타고 다니며 최대한 고정 지출비용을 줄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당시 저는 인라인을 타는 것이나 러닝을 참 좋아했습니다. 통학을 하지 않는 주말에도 휘슬러에 가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매 번 러닝이나 인라인 스케이팅으로 스탠리 파크를 돌았으니까요. 또 식사 역시 제가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먹은 대부분의 한식 요리들은 대략의 눈대중으로 흉내를 내서 꽤 먹을만한 정도의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요리의 한계가 찾아오는 분야가 있었으니, 제가 평소에 즐겨먹지 않는 음식인 튀김이나 부침요리 분야였습니다. 평소에 자주 먹어본 경험이 없다보니 요리를 해 보려 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부터 전혀 몰랐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튀김을 좋아하는 친구 중 한 명이 어디서 들었는지 데이비에 있는 사무라이라는 식당에 가면 모듬튀김이 있는데, 양이 푸짐하게 나와 4명이 먹을만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두들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국에 나와 살면서 한 번쯤은 패스트푸드 외에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사무라이라는 곳에 한 번 가보게 됩니다.

지금에서 들게 된 생각인데, 모듬 튀김을 메인 요리로 시켜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4명이 먹기에 충분하게 푸짐한 양이라는 말은 4명이 각자 자기 dish를 먹으면서 튀김 한 접시를 시켜 같이 share하여 먹기에 충분하다는 말이였을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방문한 사무라이에서 저희는 온갖 빛깔의 화려한 롤과 스시, 사시미와 우동, 라멘 등 각종 일식 요리들을 테이블 너머로 구경만 하고 튀김 몇 조각 씩 맛만 본 후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밥을 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캐나다에 이민을 오면서 어느 순간엔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사무라이에 가서 먹고싶은 메뉴들을 다 시켜먹고 싶다는 것이였고, 이번 여행에서 그 버킷 리스트를 실현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단 튀김은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넷이서 왔던 식당에 이제는 가족들과 넷이서 다시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와는 달리 먹고싶은 것은 무엇이든 주문 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지금의 모습에 괜시리 감수성이 폭발할까봐 다른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아이가 커리카츠와 연어 데리야키 둘다 먹고싶은데 그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을때, 다른 날 같으면 기회비용 선택도 훈련이 필요하니 직접 선택하라고 할텐데, 그 날 만큼은 둘 다 시키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동, 가라아게, 롤, 스시, 커리카츠, 연어구이, 치라시 등등 어른 둘, 아이 둘 총 네명이서 먹기에 버거울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배를 채운 후에는 소화도 시킬겸 데이비 스트리트에서 좀 더 서쪽으로 나와 비치 에비뉴로 향했습니다. 해변가 길을 따라 산책을 하기 위해서요. 제가 살던 집 주변이기에 길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죠.

14년만에 다시 찾은 벤쿠버는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해변가 산책로에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 워킹을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제 아이들도 14년 전 제가 그랬듯 뻘로 나가 조개껍질도 줍고 파도에 발을 담그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비치 에비뉴를 따라 걷다가 다시 만난 제가 살았던 아파트 역시 제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 서 있었고요.

그 길을따라 스탠리 파크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 예전에 보았던 돌탑들 역시 아직도 많이 보였습니다. 다만, 그 때 거의 매일 봤던 돌탑을 쌓던 할아버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할아버지였는데... 14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숙소로 돌아오기위해 다시 다운타운 쪽을 향해 가다보니 데이비 스트리트는 여전히 무지개 빛깔로 곳곳이 물들어있었고, 길가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랜빌 아일랜드에 들러보니 여전히 여름철 주말을 즐기기 위해 나온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나들이객들을 위한 많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숙소로 다시 돌아가며 그랜빌 스트리트를 지나는데, 예나지금이나 거리 곳곳에 지린내가 진동하며 비바람 피하기 좋은 목에는 홈리스들이 여지없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랍슨 스트리트는 14년 전에도 벤쿠버가 아닌 이태원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 했는데, 당시엔 제가 한식당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다시찾은 랍슨 스트리트에는 전보다 더 많은 한식당들이 있었고, 식사 시간에는 심지어 손님들이 몰려와 1-2시간씩 기다려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벤쿠버는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변한 것이라면 제가 재력이 좀 생겼다는 점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먹고싶은 음식이 있다면 돈 걱정없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또, 그 때엔 저 혼자였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있으며, 또 그 뒤로는 아들 둘이 있고, 그 때에 저에게 캐나다란 그냥 외국 중 하나였을 뿐이며 교환학생을 위해 잠시 머무는 나라일 뿐이였지만 지금 저에게는 내가 살고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라라는 것이 달라졌넨요.

처음 며칠간 벤쿠버에 지내며 14년 전 제가 그랬던 것 처럼 걸어서 다운타운 곳곳을 둘러보았는데, 예전보다 차이나타운 쪽에 고층 건물들이 더 많이 들어선 것 외에는 크게 변한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변해버린 저로 인해 다른 점들이 여러가지 있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주택가 보다는 벤쿠버 다운타운이 좋았습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담배연기, 대마초 냄새와 언제 어디서나 보이는 수많은 홈리스들, 항상 풍겨오는 지린내들과 취객들과 자동차의 소음이 있지만, 3면 어디를 가도 가까운 해변가 산책로와 너무나도 멋진 스탠리 파크, 그리고 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랍슨 스퀘어와 도보로 통학이 가능했고, 스키장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정거장도 가까웠기에 다운타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이민을 오면서 벤쿠버로 가지 않은 이유에는 그러한 저의 기억과 경험이 큰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버스패스 없이 생활했기에 UBC외에 벤쿠버 다운타운을 벗어난 적이 없어 실제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택가의 모습이 제 기억에는 없었고, 제가 기억하는 그러한 벤쿠버의 모습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부적절한 곳이였습니다.

다시 찾은 벤쿠버 다운타운에서 저는 제 생각이 옳았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을 벗어나 주변에 다른 동네들을 둘러보니 벤쿠버에 살았어도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벤쿠버의 스카이트레인이 부러웠습니다. 토론토에서 총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지만, 토론토 내에서만 연결이되지, 쏜힐이나, 리치몬드 힐, 마컴, 미시사가, 본, 옥빌, 벌링턴 등 주변 도시들과는 전혀 연결이되지 않습니다. 버스 또한 각 도시별로 각기 다른 회사에서 운영되기에 환승연결 등이 되지 않아 비용도 두배가 들어가죠. 반면 벤쿠버는 모두 translink였고, 하나의 day pass로도 모두 방문이 가능했기에 정말 편리했습니다.

또 벤쿠버의 식당 세금이 부러웠습니다. 기본 가격은 토론토보다 아주 조금 비싼 편이였지만, 식당 음식에 주정부 세금이 부과되지 않다보니 총 가격은 토론토보다 조금 저렴하거나 비슷했습니다. 또한, 토론토보다는 보다 관광지의 성격이 짖어서인지 몰라도 음식과 서비스의 퀄리티가 훌륭했죠. 특히나 해산물에 있어서는 내륙에 위치한 토론토와 해안가에 위치한 벤쿠버는 에 퀄리티와 가격 모두 전혀 비교대상이 아니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버나비에 있는 Sushi Garden이라는 한인 스시 가게입니다. 총 3개의 지점이 있는 식당인데, 가면 우선 이름을 말하고 기다려야 하고, 순서가 되어도 한 명이라도 부재중이면 자리 배석을 안해주고 순서가 밀릴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였죠. 연어 스시에 저 꼬리 내려오는 것 보이시나요? 토론토에서는 고급 일식당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 가게의 음식 가격은 일반 중급 일식당 가격임에도 이러합니다. 사시미 역시 토론토에서는 깍두기 크기로 나온다면, 벤쿠버에서는 석박지 크기로 나왔습니다. 중급 스시 가격에 고급진 맛과 퀄리티에 많은 양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벤쿠버였습니다.




식당 뿐 아니라 상권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영향이 큰 벤쿠버의 상권이 부러웠습니다. 농담으로 UBC를 University of Billion Chineses라고 할 정도로 벤쿠버와 그 인근에는 다수의 아시안이 거주합니다. 그렇다보니 식당 뿐 아니라 제과점, 의류, 화장품, 생필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한 상점들이 토론토보다 훨씬 많이 보였습니다. 이게 별 것 아닌것 같아도 실제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세세하게 불편한 점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한국인 사이에서도 덩치가 작은 분이라면 아시아인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는 옷이나 신발 하나를 사려고 해도 몸에 맞는 사이즈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로 힘이 들기도 한데, 벤쿠버의 상점은 아시아인을 배려하는 제품들이 더 많았으며, 아시아권의 유명 생필품/의류/화장품 브랜드들이 토론토에 비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한식 식당들도 토론토에 비하면 부러웠습니다.
제가 맛집들만 찾아 돌아다닌 것도 있지만, 확실히 토론토 주변의 한식 맛집들과 비교를 하여도 벤쿠버의 한식당들은 토론토의 그것들에 비해 손님이 더 많았으며 (수십분에서 1시간 대기는 일상이였습니다), 한국인과 중국인을 제외한 다른 민족의 손님 비율이 훨씬 높았고, 테이블 수에 맞는 적절한 서버가 있어 서비스의 퀄리티도 좋았습니다.

토론토와 그 인근의 한식당을 가보면 항상 아쉬운 점들이 몇가지가 있는데, 서비스와 가격대가 그 중 하나입니다. 보통 한식당에는 다른 식당에 비해 서버의 수가 테이블 수에 비해 적습니다. 식사 하나를 하더라도 최소 대여섯 가지의 반찬이 같이 나오는 한식은 서버가 할 일이 다른 음식에 비해 오히려 더 많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종류의 음식인 스테이크와 갈비를 비교하더라도 스테이크는 접시 하나가 나오면 되지만 Korean BBQ는 고기를 구우면서 중간중간 숯불을 갈아주거나 불판을 갈아야 하는 등 손이 더 많이 갑니다. 하지만 보통의 한식당들을 보면 테이블 수 대비 서버의 수가 부족합니다. 다른 식당들에서는 서버가 어느 한 구석에 서서 자신이 담당하는 테이블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지만, 한식당의 경우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손님이 능동적으로 벨을 누르거나 불러서 서버를 찾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벤쿠버의 한식당들은 대부분 다른 식당들 만큼이나 서버의 수가 충분했고, 그래서 토론토에 비해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음식 자체도 제가 요리를 해보면 한식의 경우 반찬들 때문에 다른 음식에 비해 손이 조금 더 많이 갑니다. 식재료 역시 캐나다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것은 아닌지라 재료비 역시 조금 더 비싸고요. 하지만 한식당의 식사 가격은 쌀국수 같이 저렴한 몇몇 음식을 제외하면 다른 음식들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재료비는 더 비싼데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하다면 결국 직원 임금을 줄이거나, 퀄리티가 낮은 재료를 쓰거나, 점주의 마진을 최소화 시켜야만 한다는 이야기인데, 어느 쪽이건 내가 먹는 음식과 내가 받는 서비스가 나빠지거나, 한인사회 전반에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나빠진다는 이야기인지라 좋은 것은 아니죠.

다만 식당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점은 토론토에서는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대기시간 이였습니다. 토론토의 한식당은 맛집이라 해도 보통 한국인과 중국인 정도만 이용을 하기에 테이블에 앉을때 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10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벤쿠버의 한식당에서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을 해서인지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까지 대기를 해야만 먹을 수 있었네요.

또한 바다와 산을 끼고 있는 지형이 부러웠습니다.
온타리오에 없는 것이 두가지 있다면 바로 바다와 산 입니다. 벤쿠버는 바다와 산을 모두 끼고있기에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으며, 산악 트래킹과 해양 스포츠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지린내와 대마초 냄새, 담배연기가 넘쳐나긴 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넘쳐나는 다운타운이 부러웠습니다. 이것은 토론토에 이민와서 처음 느낀 것인데, 토론토의 다운타운은 조금 차갑고 메마른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토론토는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인지라 다운타운에 가더라도 고층 빌딩들만 즐비해 있으며, 그 고층빌딩에는 온갖 회사와 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벤쿠버의 다운타운에는 단층이나 저층 건물들이 있으며 그 건물의 1층에는 다양한 식당들과 상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맞이합니다.

이민 목적은 아니였지만, 캐나다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땅이였기에 지금은 제가 살지 않는 낯선 땅임에도 왠지 모르게 고향같은 친숙함이 있던 벤쿠버. 이번 방문을 계기로 친숙함에 친근감까지 더해진 것 같네요. 이번 여행 전만 하여도 설령 벤쿠버에서 저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job offer를 준다 하여도 이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내와 상의를 해 볼 만큼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찾은 벤쿠버에서 원없이 이것 저것을 먹고 즐기다보니 저 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허리둘레가 눈에띄게 증가했네요. 다음 주 부터 일상으로 복귀가 시작되면, 다이어트도 같이 병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2017년 1월 7일 토요일

Christmas and New year vacation

어느덧 2017년이 되어 블로그를 시작한지 벌써 2년이 꼬박 지나갔군요. 아직 많이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몇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2달 정도 블로그가 뜸했는데요, 2017년 업무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능한 연말 휴가 전까지 끝내고 싶은 마음에 연말에 회사 일에 조금 집중을 했었고, 크리스마스 전부터 어제까지는 오래간만에 부모님을 뵈러 New Zealand에 여행을 다녀오느라 포스팅이 없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딱히 주제는 없고 그냥 여행중에 들은 생각들에 대해 잠깐 적어볼까 합니다.

이번 여행은 본의아니게 이민 복기 여행이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뉴질랜드는 최초 이민 목표 국가였고, 중간 경유지였던 벤쿠버는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 후 잠시 고민했던 랜딩 지역이죠.

중간 경유지인 벤쿠버에서 경유 대기시간이 8시간이 조금 넘었기에, 벤쿠버 다운타운으로 나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도 가보고, 학생 시절에 돈이 없어서 혹은 아까워서 잘 가지 못했던 식당에도 다시 한 번 가보고, 매일 걷던 Davie street와 Robson street, 그리고 제가 다녔던 학교 캠퍼스 앞에도 잠시 가봤습니다. 1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벤쿠버 다운타운 쪽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기에 다행히 도보로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서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습니다. 변한 것이라면 아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 벤쿠버의 주택 가격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하긴 그 때에도 벤쿠버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라고들 했으니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은 그대로겠죠.

하지만 벤쿠버를 바라보는 저의 마음, 그리고 제 아내의 마음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민을 오기 전, 정착지를 정할 때 저는 벤쿠버 인근과 토론토 인근, 두 지역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일자리 시장은 벤쿠버에 비해 토론토가 더 크다지만, 시장이 큰 만큼 더 많은 인력이 있을 것이고, 시장이 작은만큼 더 적은 인력이 있을테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잠시나마 정을 붙였던 곳이기에 벤쿠버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더 컸죠. 사실 토론토 쪽에 온 이후에도 주택문제만 어떻게 해결 되고, 벤쿠버쪽 회사에서 오퍼만 온다면, 벤쿠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간히 하기도 했고요. 학생 시절에는 차가 크게 필요도 없었고, 차를 탈 만한 여유도 없었기에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편리한 다운타운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렌트를 하며 살았습니다. 당시에는 다운타운에서 삶이 참 좋았죠. 아파트 바로 앞에는 해변이 있고, 해변을 따라 조금 뛰면 벤쿠버가 자랑하는 Stanley Park가 있고, 조금만 걸어가도 Safe way 같은 마트와 커뮤니티 센터같은 편의 시설들이 있기에 학교 통학하고, 장보고, 운동하고 놀기에 최적의 조건이였습니다. 또 스키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차로 30분만 가도 스키장들이 있고, 2시간만 가면 세계 최고의 스키장인 Whistler Blackcomb 스키장이 있었기에 겨울철 주말만 되면 Greyhound버스를 타고 스키장으로 향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다시 벤쿠버를 가보니 벤쿠버로 가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운타운에 제가 살던 곳을 다시 가보니 아이 교육을 위한 환경은 아니였습니다. 우선 주택 밀집지역이 아니기에, 도보로 통학 가능한 학교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도보 통학이 어렵다면 차량이 필요한데, 벤쿠버의 오래된 아파트에는 주차장이 그다지 여유가 없고, 있다해도 주차장 렌트비가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주차장을 구했더라도, 오래전 형성된 도시이기에 길이 좁고 막힙니다.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려해도 골목마다 홈리스들이 한명씩은 있습니다. 예전에도 홈리스들을 많이 봐왔지만, 최근 신종 마약의 과복용으로 인해 하루에 벤쿠버에서만 열댓명씩 사망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봐서인지 무언가 더 불안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벤쿠버는 겨울철 내내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내려봐야 부슬비 수준이라 강수량을 높지 않겠지만, 하루 종일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죠. 제 아들이 벤쿠버 길을 거닐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옥빌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서 밖에 나가 눈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노는데, 벤쿠버엔 비만 내리고, 비싸움이나 비사람이나 비썰매는 없으니 여기서 살면 놀게 없어서 심심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 뿐 아니라 저와 제 아내 역시 이런 비오는 날씨가 달갑지 않았습니다. 10여년 전 피끓던 20대 시절에는 문제없던 날씨였지만, 영상 1~10도 언저리의 기온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다보니, 영하 10~20도의 토론토 겨울철에도 느끼지 못했던 뼛속이 시린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토론토는 그래도 상점들과 건물들의 난방이 잘 되어있다보니, 카페나 상점에 들어가 몸을 녹이면 됐는데, 벤쿠버는 본격적인 난방을 하기에는 또 애매한 날씨라 간간히 카페에 들러 커피와 핫쵸코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데도 추운 기운을 느끼게 되더군요.

다운타운을 벗어나거나, North Vancouver, Richmond, Burnaby, Coquitlam, Surrey 등지의 residence area로 가면 학교도 많고, 환경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하루종일 해가 뜨지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피하기 힘들고,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벤쿠버 인근지역 주택가격은 제가 감당 할 수준이 아니였습니다. 집을 구했다 해도, 지금 살고있는 집보다 더 좁고, 낡고, 더 외곽에 위치한 안좋은 집이였을 것이고요.

그렇게 벤쿠버와 8시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뉴질랜드로 갔습니다.

뉴질랜드에서 2주간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뭐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뉴질랜드에서 지내며 느낀 몇가지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1. 해산물. 우왕굳!
바다가 없는 온타리오 주에서 살다가 섬나라 뉴질랜드, 그 중에도 동서로 해안을 끼고있는 Auckland로 가보니 마트마다 해산물이 넘쳐나고, 식당에서 서빙되는 해산물들의 맛이 아주 일품이더군요
2. 운전하기 불편해
그 전에도 부모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느꼈지만, 우측 운전선과 좌측통행 차선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네요. 차선과 운전 감은 그래도 조금 지나면 그럭저럭 괜찮은데, 여행 마지막 날 까지 계속 헷갈린 것은 깜빡이와 와이퍼입니다. 보통 깜빡이는 핸들 좌측, 와이퍼는 핸들 우측인데, 뉴질랜드 차들은 차종에 따라 그 위치가 제각각 입니다. 어머니 차와 아버지 차가 그 방향이 서로 반대인데, 깜빡이를 켜려다 와이퍼를 켜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심지어 캐나다에 돌아와 제 차를 운전하는데 다시 또 헷갈리네요.
3. 물가, 집값 더 비싸, 너무 비싸!!!
캐나다에서는 해외 투자자(특히 중국 투자자)들로 인해 Vancouver의 주택 가격에 너무나도 심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Auckland에 비하면 세발의 피 입니다. 이민 행선지 고민을 할 때만 해도, 피부에 와닿는 것이 아닌 단순한 숫자이기에 그저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정말 Auckland의 주택 가격은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였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아파트/콘도 렌트비를 보통 월 단위로 계산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2주 단위로 지불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크기/조건의 토론토와 Auckland 아파트 렌트비를 비교해 보자면, 토론토의 월 렌트비가 Auckland의 2주 렌트비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제가 토론토에 도착해 가족들과 함께 살 아파트 렌트 계약을 마치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말씀드린 렌트비가 2주치 렌트비인 것으로 생각을 하셨었죠.
집값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 역시 캐나다에 비해 많이 높았습니다. 이 역시도 이전에 부모님 집을 방문 할 때 마다 느꼈던 것이지만, 원화와 달러화의 차이로 인한 착시도 있거니와, 당장 제 피부로 느끼는 것이 아니기에 지나쳤던 것이지만 이번에 다시 돌아보니 물가가 참 비쌌습니다. 식당 메뉴판 가격에서 세금과 팁을 추가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높고, 마트에서 파는 빵/우유/그로서리 등등 생필품 가격 역시 캐나다의 그것 보다 많이 비쌌습니다. 가장 가격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은 공산품이였는데, 제가 도착한 다음 날이 Boxing day라 부모님께서 필요하신 몇몇 전자제품들을 사러 나갔는데, Boxing day 세일을 해도 가격이 캐나다의 그것 보다 작게는 30~40%, 많게는 두 배 이상 비쌌습니다. 어머니께서 몇 달 전에 신차를 뽑으셔서 차량 가격 역시 이것 저것 알아봤는데, 차 가격 역시 50% 정도는 캐나다보다 더 비쌌고요.
4. 멋지다, 예쁘다, 그림같다!
캐나다도 자연환경이 참 좋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온타리오주 지도에서 등고선을 보자면, 마치 다리미로 잘 다려놓은 손수건 마냥, 죄다 평지입니다. 아주 낮은 언덕? 몇개 정도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호수들 만 있죠. 그렇다보니 깨끗하고 맑은 자연은 있지만, 언덕과 굽이치는 계곡이 만들어내는 멋진 자연 경관은 조금 부족합니다. 그에 비하면 Auckland는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서 양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어 곳곳에 아름다운 해변들이 즐비하고, 가는 길 마다 굽이굽이 언덕과 산, 초원과 계곡이 있어 정말 그림같은 전경이 펼쳐집니다. 덤으로 제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건너뛰었기에따스한 햇살과 푸른 하늘을 제공해 준 날씨는 뉴질랜드의 자연을 더욱 더 포근하게 만들었습니다.
5. 영어 어렵다...
영어 원어민이라면 뉴질랜드 영어는 정통 영국 영어와는 다르게 들리겠지만, 그저 서바이벌 영어 수준인 저로서는 뉴질랜드 영어나 영국 영어나 그 발음과 억양이 똑같다고 느껴집니다. 지난 3년간 캐나다 영어만 접하며 (아니 사실은... 러시아/인도/이란/중동/중국 이민자 영어) 살아오다가 뉴질랜드에서 영국식에 가까운 영어를 들으니 정말 어렵네요. 억양과 발음도 그렇고, 몇몇 서로다른 어휘들 또한 익숙하지 않아 잘 들리지 않고요. 가이드 투어를 하면서 어머니께서 동시 통역을 부탁하신 적이 있는데, 도저히 제가 감당 할 수가 없었습니다.
6. 캐나다보다 더 여유있는 삶?
뉴질랜드에서 가장 번화한 Auckland라고 하지만, 생활양식은 캐나다 중소도시와 비슷합니다.
식당들은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의 점심시간, 오후 5시~8시 저녁 시간에만 영업을 하며, 7시 30분쯤 되면 주문 마감을 받습니다. 대부분 상점들 역시 빠르면 오후 5시, 늦어도 8시면 문을 닫았고요. 그렇다보니 오클랜드 인근에 관광/여행을 갔다가 식사시간대를 놓치면, 식사를 하기 위해 갈 수 있는 식당들이 햄버거, 핏자, 케밥과 같은 종류로 제한되었고, 집으로 너무 늦게 돌아오면 마트들이 문을 닫아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한 장을 보지못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식당들은 크리스마스 때 부터 1월 중순까지 3주 정도 휴가로 문을 닫기도 해서 몇몇 부모님 동네의 맛집들은 저희가 가볼 수도 없었습니다.

7. 캐나다로 오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벤쿠버와 오클랜드를 다니며 저와 제 아내는 본의 아니게 날씨, 주거환경, 물가 등등 모든 면에서 의도치 않게 지금 살고있는 지역과 비교를 하게 되었고, 몇번씩 토론토 쪽으로 이민오기를 잘했다고 서로 이야기 했습니다.

날씨는 분명히 개인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원래 추위를 타는 체질이 아니였지만, 아이들과 제 아내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처음에 토론토 쪽으로 오는 것을 조금 망설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1년 정도 지난 후, 아내와 아이들 체질이 많이 바뀌어서 오히려 저보다 추위를 안타기에, 덜 추워도 비오는 날씨는 저희에게는 이제 큰 메리트가 아닙니다. 덜 춥기에 난방과 방한이 덜 되는 주택 때문에 오히려 여름철인 오클랜드의 새벽/저녁과 비오는 벤쿠버가 토론토보다 더 추웠습니다.

주거환경은 뉴질랜드도 집이 비싼 것 빼면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집 자체를 놓고 보자면, 이미 방 수는 적어도 넓은 캐나다식 집에 익숙해서인지, 좁아도 방이 많은 뉴질랜드의 집이 조금 답답해 보였고, 이미 지하실 전체를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꾸며 놓아서인지, 지하와 2층이 없는 뉴질랜드의 단층집은 무언가 실내 공간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방한/난방 설비가 부족해 여름이라도 새벽에는 찬공기가 느껴지는 뉴질랜드 집 보다는, 창이 좀 좁아도 방한이 잘 되어 따뜻한 캐나다 집이 더 좋았습니다.

물가와 생활비는 어찌보면 이민을 결정함에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제용어를 잘 모르지만 구매력 지수라고 하던가요? 물가가 2배 높다고 해도 임금을 2배 이상 받는다면 실질적인 구매력은 오히려 더 높을 수 있고, 체감 물가는 낮게 느껴질 것입니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minimum wage는 시간당 $15.25로 캐나다 온타리오의 $10.70 대비 40% 이상 높습니다. 그러니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면 이곳보다 물가가 비싼만큼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기에, 현지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생활한다면 양국간 실질 구매지수 차이는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국민이 아닌 이민자에게는 임금 수준과 무관하게 절대적인 물가 수준의 중요성이 결고 낮지만도 않습니다. 이민 초기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전까지 좋건 싫건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자금을 냐금냐금 까먹으면서 소비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주권을 받아 이민을 간 경우라면, 그나마 서빙이나 일용직 같은 서바이벌 쟙을 통해 생활비의 일정부분 충당을 할 수라도 하며 버틸 수 있지만, 영주권을 받기위해 스터디 퍼밋 등으로 먼저 이주를 한 경우라면, 학교졸업 + 구직까지 최대 수년간 only 소비 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수록 줄어드는 잔고를 보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고, 마음이 약해지면 향수병이나 진짜 질병이 생겨 안정적인 정착에 방해가 되겠죠. 심리적인 문제를 떠나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민을 위한 정착, 혹은 이민 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입(직장)을 찾을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거나, 혹은 수입원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소득/지출의 불균형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합니다. 소득 only가 가능한 기간이 충분히 길다면, 사실 이민을 간 후에 놀고먹어도 될 것이고, 적당히 길다면 이민 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재투자 (2nd career를 위한 교육 등)를 할 여유가 있을테니 보다 성공적인 정착의 가능성이 높을 수 있고, 너무 짧다면 영주권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엔 충분한 소득원 확보를 하지 못하여 이민 후에 오히려 더 어려운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소비에 걸맞는 소득을 올리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초기 이민자에게 물가라는 요소는 결코 사소한 문제만은 아니기도 하죠. 그래서 저도 이민 대상 국가를 결정하기 전에 각 국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나 대형 마트 웹 사이트와 전단지/쿠폰 서비스 사이트 등을 통해 물가 수준을 확인 하여 예상 생활비 내역을 뽑아 제가 가진 자본으로 버틸 수 있는 예상 기간을 확인 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전에도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뉴질랜드나 호주로 선택하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물가-연봉 상관관계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으로 비교하자면 물가-임금에 문제가 없지만, SW Developer만 놓고 보자면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생활 물가는 캐나다 대비 월등히 비싼데, SW Developer라는 직업군의 임금으로 보자면 뉴질랜드는 오히려 캐나다보다 조금 낮았고, 호주는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벤쿠버와 토론토로 비교 해 보아도, 주거비로 인해 벤쿠버에서 생활비가 더 필요할텐데, 벤쿠버-토론토 간 SW Developer의 임금 격차는 거의 없었고요. 모르긴 몰라도 제가 워낙 두부멘탈인지라, 만약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Auckland에 정착 했더라면 아마도 직장을 구하기 전에 줄어드는 잔고에 조급한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그 조급함에 SW Developer를 다시 하기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기 보다는 당장 생계를 위한 일자리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여행 기간 중 찍은 사진 몇 장 간단하게 올려봅니다.
12월/1월의 여름을 감상 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