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5일 목요일

직장 생활 중 가장 즐거운 이벤트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Covid19 덕분에 저는 평소보다 조금은 텐션이 내려간 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루틴에서 오는 안정감을 즐기면서도 그 루틴을 빠르게 이어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지금의 생활이 이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 문제죠.

Covid19이 터지고 처음 2주 정도는 아주 좋았습니다. 사스 때 처럼 길어야 한 두 달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재택근무라는 형태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에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또, 그 때만 해도 gym이 문을 열었기에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온전히 운동 시간으로 옮겨서 하루에 1-2시간 정도 하던 운동을 아침 저녁으로 각 2시간 씩 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더욱이 확정까지는 아니지만 3월 말이면 진급이 될 예정이였기에, 집에서 어떻게 파티를 할 까 즐거운 상상을 했었죠.
작은 문제가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다보니 non-verbal communication에 의존도가 남모르게 높았던 편인데, 각종 커뮤니케이션들이 화상으로 이루어지면서 전보다 더 앞에 나서기 힘들었고 주변에 진행상황들을 이전보다 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gym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레이오프 계획 발표가 나면서 모든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 했습니다. 레이오프가 되는 마당에 진급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리 만무했고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만족을 누리던 운동이 모두 중단되었는데, 내가 당장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불안감까지 생겼으니까요.

다행히 레이오프의 규모가 처음 예상보다 작았고, 그 비수가 저와 저희 팀을 비껴나가기는 했지만 한 번 떨어진 텐션은 좀처럼 올라올 줄 몰랐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며 Covid19은 이전 전염병들보다 더 광범위하고 장기간 진행될 것이 확실해지며, 어쩔 수 없이 6월에 계획한 여행도 취소를 하고나니 정신적으로 오히려 더 힘들어졌습니다. 더욱이 초반에는 작은 문제였던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죠. 초반 몇 주 정도는 이미 제가 잘 알고있는 context를 기반으로 회의가 진행되어 그 이후의 업데이트들에 대해 조금씩 놓치는 정도였는데, 몇 달이 지나고나니 새로운 일들이 진행되면서 팀을 기술적으로 리드해야하는 입장임에도 팀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누가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기까지 하는 깜깜이가 되어버린 것이죠.
결과적으로 제 스스로 판단하기에 저의 생산력은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일을 하는 시간 중에 집중력 자체도 많이 떨어졌고, 저희 팀의 진행상황과 주변 팀의 근황에 대해 깜깜이가 되면서 쓸모없는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제대로 된 일을 하는데 그 요구사항을 잘못 이해하여 엉뚱한 짓을 하곤 했죠.

5월이 되어 캐나다 내에서 확진자 증가추세가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는 다시 출퇴근 모드로 전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 했고,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당장이라도 가능하면 출퇴근을 하고싶고 재택근무는 주 1-2회 정도 제한적으로 하고 싶다고 답변을 했죠. 하지만 회사에서 생각하는 계획은 최소 연말까지는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내년 즈음부터 선택적이고 제한적으로 순환 출근을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더군요. 예를들어서 A 팀은 매 주 월요일날 오전에 출근을 하여 다 같이 모여 회의와 업무를 보고, B 팀은 매 주 월요일 오후, C 팀은 화요일 오전...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런 식으로 계속 생활을 하다가는 심신이 피폐해질 것 같아 아침마다 아이들과 러닝을 시작했고, 낮에는 같이 줄넘기, 오후에는 자전거 타기나 산책을 하면서 돌파를 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무거울대로 무거워진 저의 몸을 이끌고 유산소를 하기에는 버겁고 힘들어서 잘 맞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제 몸 보다 더 무거운 쇳덩이를 들고 내리는 것이 저와는 잘 맞는 운동인 것 같아요.

자전거를 타거나 뛰거나 걸으며 동네를 돌다보면 요즘 실내외 공사는 초극 성수기인 것 같습니다. 다들 어디 여행이나 캠핑을 갈 수 없어 집에서 지내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집 공사를 정말 많이 벌이고 있더군요. 손재주가 있으신 분들은 나무나 돌로 뒷마당 데크 공사를 직접 하시기도 하고, 저처럼 손재주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업체를 불러 가드닝, 인테리어, 데크, 팬스 공사를 정말 많이 합니다. 공사중인 업체 사람에게 물어보니 요즘 주문이 밀려서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올 해에는 예약이 빈 틈 없이 꽉 차있다고 하네요. 저도 기분전환을 위해 무언가 하나 하고싶은 맘이 있지만 아무래도 자금의 압박이 있다보니 작은 것 부터 하나씩 직접 해 보려고 하고 있죠.

근황 내용이 좀 길었는데, 저는 이렇게 슬기롭지 못한 social distancing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제 업무시간이 다 끝나가는 오후 4시 30분경, 매니져가 quick call을 할 수 있는지 묻는 메시지가 날라왔습니다. 바로 그 전날 밤 늦게 저희 팀이 관리하는 infrastructure 중 하나가 말썽의 소지가 있어서 제가 손을 봤는데, 행여나 그 쪽에 문제가 터진 것이 아닐까 싶어 잔뜩 긴장한 채 화상전화를 시작 했습니다.


"3월달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내가 얘기했던 진급도 회사 차원에서 전부 취소되서 참 미안하다. 그런데! 그런데,"


매니져가 먼저 3월달에 covid19이 터진 것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행여 레이오프 규모가 충분치 못해 2차 레이오프를 한다는 말이 아닐까 바짝 긴장을 했죠.


"내가 회사에서 하반기에 진급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하면 그 때 너를 진급시키겠다고 했자나. But I am liar."


왓!!! 하반기에도 진급 프로세스가 없는 것일까? 아님 정말 최악의 메시지인 레이오프인 것인가?


"아무래도 네 진급을 다음 진급 프로세스 기간까지 미루는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이를 에스컬레이션 했고, 위에서도 다 okay해서 넌 오늘부로 진급이야."


"진짜? 나 진급을 위한 문서 작성한거 없는데?"


"지난번에 네가 쓴 draft 기반으로 내가 따로 준비하고 있었어. 어차피 그 동안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았기에 리뷰하면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정식 프로세스가 아니라 될지 안될지 확실하지 않아서 너에게 따로 뭘 요구하지 않은거야. 지난번처럼 또 취소되면 괜히 안좋을 것 같아서 나 혼자 했지. 축하해. 정말 축하해."


"와... 고맙다. 요즘 들은 소식중 제일 기쁜 소식이네."


"HR에서 따로 갱신 계약서 보낼꺼야. 네가 거기에 사인을 거부하지 않는한 넌 오늘부터 진급이다. 그리고 사인을 해서 보낸다면 다음 달 부터 갱신된 연봉을 받을텐데, 진급 시점을 6월 1일부터 진급으로 소급 적용하는거라 다음 월급에 돈이 좀 더 많이 들어올꺼야. 계속 그 금액이라고 착각하면 안되."


"오케이"


"아, 그런데 회사 진급 프로세스가 취소된 상태라 네 진급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을꺼야. 하반기에 진급 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되고 진급자들이 나오면 그들하고 다 같이 발표될꺼야. 괜찮지?"


"괜찮지. 그러면 진급 사실을 숨겨야 하는건가?"


"아니 그건 아닌데, 구지 숨길 필요는 없어. 축하하고, 너만 괜찮다면 팀 내에는 내가 알릴께."


"당연히 완전히 당근 괜찮아."


"축하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회사생활을 하면서 자잘하게 발생하는 즐거운 일들은 목표한 계획을 완수하고 끝냈을 때가 될 것이고,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발생하는 즐거움은 아무래도 임금인상과 진급이 되겠죠.

진급을 하면 할 수록 늘어가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지만, 이미 제가 하고있는 일과 그 스트레스 레벨이 다음 직급 수준이라면 구지 타이틀을 바꾸고 임금을 올리는데 주저 할 필요는 없는 것이겠죠. 직책이나 직급상 리드 타이틀은 분명 아닌데, 제가 이직을 하면서 팀을 셋업했고 팀원들 중 가장 seniority가 높다보니 알게모르게 리드롤을 맡고있었거든요.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 최대한 외면을 하고 생활을 하고 있는데, 재택근무 시스템에서 저의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고, 좀 더 넓고 많은 일을 해야한다는 기대가 생겼을테니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도 다음 주 휴가기간 까지는 지금의 즐거움을 충분히 즐기면서 잠시 relax 할 것입니다.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레이오프 폭풍 탈출 후

안넝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작년 9월, 하반기 고과평가 기간 직전에 제 매니져가 1 on 1 미팅을 하며 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넌 왜 승진 요청을 안하니?"



'승진을 요청한다고??? 승진은 그냥 실력 되고 성과 증명해서 때가되면 하는거 아닌가?'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조금 당황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포지션에 대한 제 생각을 말 했습니다.

"내가 매니져를 하고 싶어한다거나 그런 것 처럼 다른 롤이 하고싶다면 몰라도, 난 포지션 자체는 별로 관심 없어."

"그래? 하지만 자신의 롤에 맞는 정당한 포지션을 받아야지"

"포지션이 뭐가 되었건, 내가 하고있는 롤이 있고, 난 그 롤이 좋아. 타이틀이 롤에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별로 상관 없어"

"하지만 너의 타이틀이 네 공헌도를 충분히 반영해 주어야 하고 걸맞는 타이틀을 줌으로 해서 너의 실력과 성과를 respect 해야 해."

"I don't care my title is respecting my contribution or not, if my salary respects me, I don't care whatever it is."

"I'm not sure do you want promotion or not, but I will put you on promotion program next April. I insist it unless you seriously against it."



당시에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프로모션을 요청해야 된다는 것이였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참 눈치도 느린 저는 승진은 때가 되면 주어지는 선물이라고만 생각했었죠.

전 직장에서 매니져와 이것저것 현재 회사 운영/관리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우연치않게 제 직급이 이야기가 나와서 왜 난 아직도 타이틀이 그대로인지 살짝 짜증섞인 항의투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곧바로 다음 평가에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답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두어달 만에 이직을 했기에 실제 승진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승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것저것 관리/운영을 두고 논쟁을 하다보니 심각하진 않았지만 살짝 서운했던 것이 어쩌다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것이죠.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던 이유는 타이틀 변경이 없어도 제 연봉은 꼬박꼬박 원하는 수준 이상 잘 오르고 있었고, 타이틀과 무관하게 제가 하는 롤이 있었고 그 롤에 맞게 사내에서 대우를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직 후 새 직장의 새 매니져가 왜 승진요청을 안하는지 저에게 먼저 반문을 하자 캐나다 직장문화에서는 승진도 스스로 찾아먹어야 하는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네요.

매니져와 1:1이 끝난 후에는 매니져가 반년 뒤에는 그 이야기를 잊길 바라는 마음도 한켠에 있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일종의 훈장같은 것이라 승진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괜한 완장의 무게라고나 할까요? 특히나 커뮤니케이션에 단점이 크기에 타이틀 상으로 다른 동료들을 이끌고 가이드 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매니져에게 말 한 것과 같이 'if my salary respects me, I don't care'라고 생각했기에, 평생 지금 타이틀에 머물며 지금처럼 필요에 따라서만 앞에 나서서 돌격대, 선봉장, 행동대장 정도의 역할을 하고 평상시에는 뒤에 물러나 조용히 제 일만 하면서 제 기여도에 맞춰 임금이나 보너스, 베네핏 등의 인상을 하면서 타이틀에 따른 의무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살고자 했었죠.

하지만 작년 10월 평가가 끝난 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현 직장은 job title이 바뀌지 않으면 임금 변화가 없었습니다. 진급이 되지않으면서 임금이 변하기 위해서는 인사팀에서 매해 조사하는 시장 평균과 우리 회사 연봉수준과 차이가 있을 경우에 일괄적으로 올리는 예외적인 경우 뿐이였습니다. 아... 고용 계약서에도 있는 내용인데, 이 중요한 것을 그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됐죠.

타이틀이 뭐건 임금만 쭉쭉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였는데, 임금을 올리려면 결국 진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더 벌기위한 진급을 할 것인지에 대해 몇 달을 고민하다가 올 2월에 매니져가 제 진급 이야기를 다시 꺼냈을 때에는 'thank you'라고 애둘러 승낙 의사를 표시 했습니다.

자리의 무게에 대한 고민은 오래 했지만, 막상 결정을 하고나니 바뀌는 타이틀에 대한 괜한 기대감과 흥분이 찾아왔고, 무엇보다 더 오를 연봉에 즐거웠어요.


그리고 한창 진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모으고 작성하려고 하는데, Covid-19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자가격리 기간인 2주, 길어야 한 달 정도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약 한 달 후에 다시 출근을 했을 때엔 진급 심사 절차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훈장을 받아 더욱 더 즐겁게 일 할 것이라고 예상 했었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며 캐나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동향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우리는 재택근무를 하며 지속적으로 비지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IT 회사이지만 우리의 고객들은 그렇지 못해 대다수가 개점휴업 상태가 되어버리니 우리의 매출과 소득이 줄게되었고, 전세계 시장이 얼어버리니 IT 캐피탈 시장 역시 모두 동결이 되어버려 우리 역시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향후 2년 정도는 캐피탈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투자자들의 의견이였죠.

결국 약 2주 전에 향후 시장이 다시 풀리게 될 24개월 후 까지 회사를 유지시키기 위한 당장 비용절감을 해야만 하며 향후 2주간 모든 분야에서 비용절감 계획을 세우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IT 회사에서 비용절감이라는 것이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 외에는 머릿수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임금 삭감도 방법일 수 있지만 이는 유능한 인재를 빼앗기는 결과를 불러오기에 선택지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했기에 결국 그 발표는 레이오프를 하겠다는 발표일 수 밖에 없었죠.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해 대외비를 조건으로 전 직원에게 미리 알린 것 자체는 칭찬받을 일이기는 했지만, 그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저 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퍼포먼스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메트릭 상으로는 분명 퍼포먼스가 떨어졌음에도 새벽중에도 한밤중에도 일 하는 사람이 있다는 흔적들 역시 보였습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장의 비용절감 필요성 발표 직전에 사나흘이면 끝날 것이라고 계획했던 업무가 거의 2주간 붙잡고 있었으면서도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놀고있는 것도 아니고 새벽녘에 일찍 일을 시작해서 저녁식사 후 잠시 휴식을 가지고 자정 넘어서까지 일을 했음에도 전혀 진전이 없었죠.

발표 이후 이렇게 저 뿐 아니라 회사 전반적으로 적지않은 동요가 일어났고, 이후 개발팀 전체 미팅을 하면서 저희 팀 내에 더 큰 동요가 있었습니다. 개발팀장이 레이오프 기준이 될 만한 몇가지 데이터 중 하나로 seniority를 예로 들어서 말했는데, 저희 팀 팀원들 중 절반은 경력 3년 미만의 신입들이였기 때문입니다. 24개월 후를 기약하며 그간 비지니스 성장은 못하더라도 충분히 내실을 다지고 향후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개발자가 더욱 더 중요하고, 시장이 다시 성장 추세로 변했을 때에는 seniority가 높은 개발자들을 구하는 것이 더욱 더 힘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였는데, 하필 그 많은 기준들 중 이 한가지만 언급을 하여 팀원들 중 절반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사실 내색을 안해서 그렇지 그들 뿐 아니라 모든 개개인이 그러했습니다. 한 팀원은 캐나다에 온지 갓 2년정도 되었고 아직 신분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도 아닌데다 아내는 아직도 인도에서 건너오지 못해 2년째 홀아비 생활 중인데, 이제 아내의 가족동반 비자문제가 거의 해결되어 올 2월달에 콘도 렌트와 차량 구매를 시작했고, 올 해 5월에 입국 예정인 아내를 맞기 위해 하나씩 가구들을 들여놓으며 준비중이였죠.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아내의 입국은 기약없이 연기 된 상황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레이오프가 된다면, 신분도 문제고 이제 갓 시작한 차량 할부금에 콘도렌트 2년 계약 등 머리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사실 남 걱정 할 것이 아니고 저도 제 나름대로 머리가 아팠습니다. 제가 이 회사로 이직한 이유도 제가 할 일이 회사의 성장에 따라 필요한 일이였기 때문인데, 회사의 규모가 오히려 뒷걸음질 칠 마당에 제가 과연 필요할까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이 없었죠. 차라리 당장 제품 기능 개발팀으로 들어가도 자신의 연봉만큼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신입들이 저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도 생각 했습니다. 또, 기준 중 하나로 Seniority가 언급된 것에 대해서도 '아... 작년에 그냥 진급 했으면, 좀 더 안전했을텐데...' 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있었죠.

이렇게 하루하루 팀원들 걱정과 제 자신 걱정에 불안해 하다가도, 남은 2주간 나를 더 잘 드러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진전시키지 못하며 패닉에 빠져있어 나와 내 팀원들을 더 사지로 몰고있다는 죄책감까지 겪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살떨리는 2주의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레이오프 발표가 났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팀원들은 실직의 비수에서 벗어났지만, 제 팀 상위의 팀 조직 전체로는 20%가 조금 넘는 레이오프가 발생 했습니다. 레이오프 대상자들에게는 그 날 아침 개별 통보 및 면담이 이뤄졌다고 하고, 오후에 남은 직원들을 모아 따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레이오프가 되더라도 팀원들과 인사할 수 있게 메일을 보내거나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이전에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것 같네요.

저희 팀에 살수가 미치지 못 한 이유 중 하나가 현재보다 더 폭넓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레이오프 공포에 빠지기 직전에 저희 팀의 업무 영역은 아니지만 심각성과 중요성, 긴급성이 높다고 보였으며 우리 팀에서 이에대한 솔루션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가 하기로 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주간 제가 패닉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와중에 저희 팀 신입 중 한 명이 이 일을 멋지게 해내며 저희 팀의 가치와 가능성에 마지막 방점을 찍어 준 것입니다. 덕분에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앞으로 저희 팀에서 몇몇 업무들을 더 가져오며 업무 영역도 더 넓어지며 거 많은 성장의 기회를 가져 올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제가 했어야 하는 일인데, 오히려 그 친구가 해 주어서 참 고맙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꼭 큰 사고를 하나씩 터트려 주는 우리 팀원들. 빈 말이 아니라 정말 지금까지 일 한 팀들 중 가장 최고의 팀입니다. (비용절감 예정 발표 직후에도 이 말을 팀원들에게 했었죠. 어느 날 갑자기 서로 인사를 못 할 수도 있으니까요)


레이오프 공식 통보 및 발표 이후에 지난 2주간 모든 직원들이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니 잠시 심신을 추스리라며 지난 금요일 1일간 전체 무급휴가가 주어졌습니다.

주말 내에 지난 2주간 제가 진척시키지 못한 일들을 맑은 정신으로 다시 한 번 둘러보며 심기일전 해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블랙베리처럼 여러 차례 레이오프를 하며 모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이 바닥을 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이번 한번으로 끝날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해지거나 너무 장기화되어 앞으로 2년이 아닌 더욱 더 긴 기간동안 불황이 지속된다면 다시 한 번 레이오프 바람이 불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다시 정신차려서 잘 이겨나가야하고, 다음에 이런 위기가 다시 닥치게 된다면 이번처럼 혼자 패닉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아야 하니까요.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IT] SW 개발자 되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한 달 전 즈음에 녹화했던 아리랑 TV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행사의 인터넷 방송본이 나왔네요. 본방은 28일 OMNI2를 통해 한다고 하는데, 어릴 적 불렀던 노래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ㅎㅎㅎ





아주 잠깐 TV에 얼굴을 비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제가 떠든 것은 처음입니다. 제 실수로 휴가일과 녹화일이 겹치는 바람에 휴가까지 하루 미루고 참여를 했는데, 지금 유투브로 다시 보니 적지않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 해 주셔서 더 힘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녹화가 종료된 후에도 많은 분들이 남아 질문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뭐라고...

영상에 잠시잠시 슬라이드를 보여줄 때 해상도를 원래 템플릿에 맞지 않게 해서인지 글씨들이 깨져서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쉬운데, 본방 전 까지 수정을 해줄지는 모르겠네요.

작년부터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블로그 활동을 뜨문뜨문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무료 강연이나 강좌, 혹은 세미나나 멘토링 등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 강연을 하면서 느꼈는데, 비록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으며 제 스스로의 커리어도 힘겹게 버텨나가는 사람이지만, 그러한 저의 의견이나 이야기와 지식이라도 다른분들과 함께 나누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실 올 해에도 몇 번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 제가 힘들기도 했고 기존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참여하시는 분들의 열정이 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해 저는 저대로 의욕이 빠지고, 학생 분들도 따라오기 버거운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어 같은 직업인들 사이의 세미나나 스터디 외에는 잘 하지 않았는데, 저와 비슷한 뜻이나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하면 조금은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모임에서 간간히 진행하는 세미나나 스터디, 단발적 강의 등을 좀 더 홍보하여 외부에서도 찾아오실 수 있게 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제 일이 전년에 비해 올 해 더 바빴고, 올 해에 비해 내년이 더 바쁠 예정이지만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다보니 돈 받고하는 강연은 '일'이라 강사가 힘들지만, 스님은 일체 대가를 받지 않고 강연을 하시기에 '놀이'가 되어 몇시간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저에게 수익이나 매출이 잡히는 일이 아니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 봉사활동으로 한다면, 저 역시도 제가가진 지식과 기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강연/강의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취미활동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며칠 전 한 지인이 오래간만에 연락을 하셔서 한두시간 가량 수다를 떨었는데, 조만간 무료 부트캠프를 열고자 백방으로 노력중이라고 하시더군요. 무료 강의인데, 강의를 할 장소 섭외가 마땅치않아 고민이 많으시더군요. 그 분이 하시고자 하는 부트캠프의 컨텐츠가 너무 좋아서 정말로 열심히 할 수 있는 학생들만 모은다면 아주 값진 프로그램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안그래도 모임에서 추진중인 공개 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연동하면 어떤지 이야기를 하고 왔답니다.

유료 교육/강연의 경우 학생들이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최소한 출석이라도 제때하고, 과제도 최소한 손이라도 한 번 대보는데, 무료 프로그램의 경우 제 경험상 동 분야 전문 직업인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학생들의 낮은 의욕과 참여도가 뜨겁게 불타오르던 강사의 열정에 찬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것이 무료 교육의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또, 무료로 하다보니 회의실/강의실 등 장소 섭외게 쉽지 않으며 충분하고 적절한 홍보 역시 어려워 운영/관리가 힘든 것이 그 다음이고요.

그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모여서 다 같이 고민하다보면 무언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이야기를 던진 지 1주일이 채 안되어 몇몇 큰 그림의 아이디어들만 있고 구체적인 검토가 부족하지만, 혹시나 첫 강의/교육/강연 스케쥴이 잡히면 블로그 글을 통해 홍보 좀 하겠습니다. ㅎㅎㅎ

토론토에 한인 개발자 10만명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아자!

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컬리지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활동 (Program Advisory Committee)

안녕하세요 둥이아빠입니다.

보통 컬리지에서 오는 이메일들은 동문들에게 기금모금을 하는 연락이거나, 동문파티 등등 별로 관심이 없는 내용들이라 읽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도 센테니얼 컬리지에서 이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Invitation for PAC member'


메일 제목도 뭔지 알 수 없는 단어인 PAC이라는 말이 적혀있어서 바로 삭제를 했었죠.

그 사실을 잊고 며칠이 지난 후 얼마 전 주문한 TV가 아직 배송이 되고있지 않아서 혹시나 스팸함이나 휴지통에 메일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 스팸함과 휴지통을 뒤져보는데, 의도치않게 그 메일의 본문이 열렸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열린김에 잠시 읽어보는데 메일의 시작이 제가 아는 교수의 이름으로 시작하더군요.

 'XXX 가 추천을 해주어서 너를 Mobile Applications Development 학과의 PAC 멤버로 초대하고싶다.'

PAC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학교다닐 때 만났던 교수의 이름이 들어있기에 구글에서 PAC이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 Program Advisory Committee의 약자로 학과 프로그램 구성 및 설계, 방향성에 대해 자문을 하는 외부 자문위원 활동이더군요.

발신인도 찾아보니 그 학과의 full-time faculty 중 한 명인데, 교수를 하고있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면서 아무도 알지 못 할 PAC이라는 약어를 제목으로 쓰고, 메일 본문에 PAC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쓰지 않아서 이 교수가 이상한 것인지, 저를 초대 할 의욕이 전혀 없는건지, 제가 상식이 부족한 것인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네요

여하튼, 구글링을 통해 PAC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고, 참석을 여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쪽을 하긴 했지만 이미 손을 놓은지 거진 3년이 다 되었고, 제가 했던 모바일은 일반적인 시장에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모바일 분야를 떠난지 약 3년가까이 되었고, 지금은 DevOps관련 일을 주로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되는 것인지 소개를 해 달라고 답장을 보냈죠.

메일을 보내고 잠시 후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한 번 시작하면 3년간 임기이며, 일년에 2회 정기회의 외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하는 별도의 활동은 없는 일종의 봉사활동이라는 답이 왔습니다.

일단 안그래도 바쁜 상황인데 저를 더 힘들게 만들만큼 일이 큰 것은 아니라는 점에 마음이 놓였지만, 반대로 학과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하는데 연간 2회 미팅만으로 무엇이 가능할까 싶어 형식상 존재하는 위원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제가 충분한 실력과 자질을 쌓은 후에는 컬리지 강사를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기에 일단 한 번 참석을 해 보기로 결정을 하였고, 이번 주 월요일에 첫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을 했습니다. 졸업 후 4년간 단 한 번도 학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지난달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행사에 스피커 참석 건으로 가고 다시 한 달 만에 학교에 오니 왠지 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아 이상하더군요. 제 신분이나 일자리 등등 모든 것이 불명확하던 시절이라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아니였고, 자주오니 많이 바뀐 캠퍼스가 다시 눈에 익기 시작하더라고요.


지난번 행사는 학교 행사라기보다는 아리랑 TV의 행사에 학교와 같이 주관을 한 것이고, 학교 전체라기 보다는 국제학생 학부에서 주관한 행사라 딱히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컬리지 학부에서 하는 행사인지라 오래간만에 몇몇 반가운 교수들과 학과장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저를 추천해 준 교수 사무실에서 1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눈 후, 회의실로 들어가니 저에게 메일을 보냈던 교수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더군요.


이번 회의 아젠다, 위원회 활동에 대한 가이드 문서 등을 읽어 볼 때만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난 회의록을 읽어보니 그래도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행간의 내용은 제가 알 수 없지만, 현재 학과의 커리큘럼을 읽어보면 지난 회의록에서 제안한 몇몇 사항들을과 연관된 키워드들이 보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신입 위원 3인과 기존 위원들간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회의인지 몰라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위원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들을 가감없이 내던지고 있고, 학교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포착되어 저도 제 생각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거나 이야기 전환할 만큼의 영어실력은 안되기에 제 생각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 기회를 봐서 하나씩 생각들을 던졌죠.

"1년 2학기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학기마다 배우는 전공 5과목 중에 서로 연관성이 아주 낮은 코스가 3-4개 정도로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전혀 다른 것 3-4개 이상 배우는 것인데, 차라리 1학기에는 mobile관련 다양한 것들을 general하게 배우고, 2학기에는 몇가지 스트림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선택적으로 특정 스킬셋에 대해 깊이있게 배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개인적 경험상 컬리지 졸업자들이 대졸자 대비하여 인터뷰 뿐 아니라 실무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크게 취약한 것 3가지가 있는데, 디자인패턴/설계, 테스팅, 안드로이드 activity/fragment/service 라이프사이클 관리 등과 같은 기본지식이다. 4년간 배운 학생들만큼 성취를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어찌보면 현업에서 가장 기본이되고 중요한 지식을 전혀 배우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현재 프로그램에서 백엔드, iOS, Android, Mobile Web 등 너무나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학교에서도 동의를 했고, 학생들 설문조사를 거쳐 두번째 학기에는 2개 혹은 3개의 스트림으로 나누는 방향에 대해 학교에서 좀 더 고민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파트타임 교수를 하는 일부 위원회 멤버들이 우려하는 것은 비용/난이도 등의 문제로 학생들이 스트림을 선택할 경우 90%이상 Android로 가서 스트림 운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과목 개설을 위한 최소 학생 수 확보가 안될 수 있기에) 그래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였죠.

또, 학생들에게 너무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에 학교도 동의를 하여 2020년 가을학기 부터는 프로젝트 과목에서 모든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모두 총망라한 integrated capstone project를 하고, 각 과목에서는 학기말에 별도의 프로젝트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과목의 교수들이 같이 협동해서 코스 커리큘럼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기에 학교 입장에서는 좀 더 일이 많아졌겠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학생들의 로드가 줄어들 수 있기에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는 2학기에만 capstone project를 했는데, 이것을 1학기부터 하는 대신에 1학기 중반정도 까지는 진짜 프로젝트를 하기 보다는 실제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인 테스팅, CI/CD, 디자인 패턴/설계 등등에 대한 내용들을 조금씩이라도 훑어보도록 과목 설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회의 중 세부적으로 정하지는 않았고, 추후에 shared document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은 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미팅은 거의 반년 뒤에 다시 있을텐데, 이번에 제안된 내용들 만이라도 다 반영이 된다면 확실히 이전보다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국...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건, 그 누가 와서 강의를 하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추는 학생인데,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를 하고 스스로 노력을 할 것인지가 의문이긴 합니다. 공자/맹자가 와서 가르친다 한들, 학생이 아무런 의지가 없다면 무엇 하나 깨우칠 수 없으니까요.
위원회 회원들 중 컬리지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저 뿐이라, 대학생들을 생각하고 의견들을 제시한 것일텐데, 컬리지를 다녀본 저로서는 궁극적으로 마지막에 허무해지는 것이... 

'아무리 낮게 잡아도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공부 안하고 그냥 대충 학교만 다니고 졸업장만 받을텐데... 우리가 이렇게 목에 핏대 세워가며 토론하는 열정의 절반이라도 가진 학생은 아주 드물텐데...' 

이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래도, 이 학과는 다른 IT분야 학과와는 달리 관련 전공 기 졸업자들이 mobile 특화된 개발을 배우기 위해 듣는 프로그램이라 하니, 제가 경험했던 컬리지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열정이 있으리라 믿어보고 위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 할 생각입니다.

최소한 학교측에서 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안을 받아들일만큼 충분히 개방적이고, 커미티 멤버들 역시 이 봉사활동을 한낱 지나가는 일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열심히 활동하다보면 무언가 발전이 있을 수 있을테니까요.

2019년 11월 25일 월요일

2019년도 마무리 몸살

안녕하세요, 둥이아빠입니다.

2019년 막달을 코앞에 두고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달리던 중, 몸살이 나버렸네요.

3주 전 금요일에 아리랑 TV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공개방송 녹화에서 패널 스피치를 마쳤습니다. 원래 뉴질랜드로 휴가를 떠나는 날이였는데, 항공권 예약시 가격 문제로 수차례 계획 변경을 하다보니 출발일을 토요일로 착각해 출연 요청에 승낙을 해버렸기에, 가족들은 그 날 뉴질랜드로 떠나고, 저만 토론토에 남아 스피치를 했네요. ㅠㅠ

행사 진행 관계상 시간이 없어 미처 질문을 하지 못하신 분들이 행사 종료 후 적지않게 오셨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한분 한분 좀 더 차분하게 질문을 받았어야 하는데,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가 싶어요.

행사 종료 후 밤 늦게 집에와서는 저도 뉴질랜드로 갈 채비를 바삐 했습니다. 일정이 그리 길지않은 1주일이라 (왕복 항공시간이 이틀을 넘어 사실상 4.5일) 큰 트렁크 하나에 여름 옷가지 대충 우겨넣었죠.

제가 사는 곳은 토론토도 아니고 인근에 중형 도시임에도, 부모님께서 오시면 너무 북적거려 정신없다고 하십니다. 부모님은 뉴질랜드 루럴 지역에 사시다보니 캐나다의 한적한 주택가도 복잡하게 느껴지시나봐요.

 

3년만에 부모님 집에 간 것 같은데, 전보다 마당이 더 단촐해졌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몸이 더 약해질 때를 대비해 최대한 손이 덜 가면서 정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바꾸고 계시다네요. 가끔 부모님께서는 은근히 제가 뉴질랜드로 다시 한 번 이민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기도한데, 뉴질랜드엔 제 일자리가 거의 없으니 마땅히 갈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짧은 1주일간의 부모님댁 방문을 마치고, 뉴질랜드 time zone에도, 토론토 time zone에도 모두 적응하지 못 한 상태에서 다시 출근을 합니다.

 

제가 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에 급작스러운 업무로 인해 제가 리드하던 업무를 팀원들에가 맡겨뒀었고 저는 긴급 업무를 이틀정도 본 후에 휴가를 떠났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진척상황을 보니 발목을 잡을만한 문제가 하나 보여 짬짬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제가 휴가를 간 동안 다른 친구들이 해결 해 줄 것이라 믿고 (아니 빌고) 휴가를 갔었죠. 

 

복귀 후 첫 출근은 시차부적응으로 새벽 3시에 합니다. 그간 밀린 메일과 메신져 메시지들을 읽고, 마지막 하던 일의 추진 과정을 보는데... 이런...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 같네요.

 

10시쯤 되어 팀원들이 출근하고 진행상황을 확인 하는데, 제가 우려했던 문제점 부분에 딱 막혀 1주일간 그대로입니다. 일정대비 1주 이상 지연인 상태라 시차고 뭐고 없이 이 문제 해결에 뛰어듭니다.

화요일 저녁, 드디어 이 문제가 해결되고 수요일엔 늦잠 후 11시 즈음에 천천히 출근해서 지난 이틀간 제가 찾아낸 것들과 어떻게 수정을 한 것인지 팀원들에게 전파를 하고, 오후엔 시차 적응을 위해?? 꾸벅꾸벅 졸다가 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오후... 지난 사흘간 안읽은 메일을 보는데, 아뿔싸!!! 금요일이 개발팀 연말 행사일이고, 제가 그 날 발표를 하기로 했던 것을 깜빡 했습니다.

 

미리 만들어 둔 PPT Draft 버젼은 행사 진행 담당자에게 휴가 전에 미리 보내놓긴 했지만, 말 그대로 draft 버젼이라 내용은 나쁘지 않아도, 슬라이드 순서가 스피치에 적절하다기 보다는 그 순간 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어 있네요. 

수정 후 빨리 보내고 싶었지만, 행사 담당자들은 벌써 퇴근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수정된 슬라이드 버젼, 수정 안된 draft버젼 두개 모두에 맞춰 스피치를 준비합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스피치를 준비하고나니 다시 또 새벽... 뒤늦게 잠을 청하고 일어나는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제 아내가 저를 깨웁니다. 그 말은, 지각이란 뜻이죠.

 

앗!!! 9시다!

 

9시에 토론토에서 행사가 시작인데, 제가 9시에 일어났네요. ㅋ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수정된 슬라이드를 전달하려던 계획도 무산되었습니다.

제 발표 시간에는 늦지 않으려고 씻지도 않고 집을 나섭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고 열차 안에서도 유니언 역 출구 가까운 쪽 차량을 향해 계속 움직였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직 제 순서는 아니였습니다. 급히 나오느라 들르지 못한 화장실에 갔는데, 정신없이 나오느라 벨트도 안했고, 양말도 짝짝이더군요.

 

원래 15분 발표인데, 충분히 준비도 못했고 슬라이드 순서에 맞춰서 하다보니 10분도 채우지 못하고 스피치가 끝이 났습니다. 안되는 영어이지만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려고 중간중간 Dry joke도 생각해 둔 것이 있었는데 하나도 못했네요. ㅠㅠ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다른 팀원의 발표를 듣는데, 미리 맞춘 것도 아닌데, 제 발표 연장선 상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제 휴가기간 중 제 자료를 보고 일부러 맞춰 준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어느 쪽이건 우리 팀은 역시나 최고의 팀웍이네요.

 

저희 팀원 발표까지 듣고나니 갑자기 등 뒤에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더니 살짝 오한이 느껴집니다. 행사를 진행 한 극장 실내가 너무 더웠는데 이게 뭔가 싶었죠.

발표 행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 및 게임을 하러 갈 타이밍이 되자 머리까지 어질어질 합니다. 자정까지 공짜 술이 예약되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뿌리치고 집으로 왔죠.

 

집에서 몇 시간 누워있으니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금요일이란 것을 그 때에서야 깨달았네요. 토요일 오전에는 한글학교가 열리고 저는 한글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해야 하는데, 여행 전후로 공강을 하면서 잠시 잊었더군요.

공짜 수업이지만 담당하기로 한 일을 빵구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랩탑을 켭니다.

 

"쿨럭 쿨럭"

마른 기침이 새어나와 마지막 수업이란 것을 핑계삼아 새로운 내용을 준비하지는 않고 지금까지 1 학기동안 배운 내용들을 wrap up하는 것으로 재빨리 강의 준비를 마칩니다.

 

토요일 한글학교에서 코딩수업을 마치고나니 찾아 올 것이 찾아옵니다. 몸살이죠. ㅎㅎ

 

휴가 2주 쯤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1달간, 연말까지 계획들 완성하느라 휴가 준비하느라 스피치 2개 준비하느라 바뻐서 아침에 운동을 안하고 쭈욱 책상에 앉아있었고, 휴가 자체도 워낙 빡셌는데 복귀 후 충분히 쉬지 못해서 몸살이 나버렸네요.

 

오늘 퇴근하는데 팀원 중 하나가

 

"내일은 널 보지 않길 바래. 내일은 Sick day 쓰거나 work from home 해라"

 

라고 말하길래

 

"내일 출근하면 제일 먼저 너에게 찾아가 악수하고 허그할꺼야"

 

라고 말하고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상태를 보니 그 친구 말을 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네요.

 

휴가 전부터 도와주기로 약속된 일이 내일 아침에 예정되어 있어서 고민이긴 한데, 오늘 밤 일단 푹 쉬고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회사 팀원들을 보면 육체노동을 요하는 봉사활동들도 참 많이 하는데, 서구인들이나 인도인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체력이 좋은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같이 술을 마셔봐도 주량 뿐 아니라 숙취 지속기간도 확실히 다르고요. 운동을 더 많이 해서 뒤쳐지지 않게 노력하는 길 밖에는 없겠죠?

 

 

P.S. 여담이지만, 코딩수업 이야기가 나와서 프로그래밍 조기교육에 대해 제 생각을 씁니다.

저도 40대 후반 즈음부터는 파트타임으로 컬리지 강사를 하는게 어떨까 싶어 한국/캐나다에서 붐이 일기 시작한 코딩 조기교육들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 견해이긴 하지만 저는 쓸데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나온 교육 프로그램들은 말이죠. 차라리 어릴 때 수학을 더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 프로그래밍, SW를 제대로 배울 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코딩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을 보면 절차적 언어의 Behaviour를 게임을 통해 간접 학습하거나 자바스크립트로 그림 그리기 등등이 보통인데, 보드게임을 하더라도 충분히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이라 구지 비싼 돈 주고 배울 가치는 없는것 같아요.

교육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라 나중에 더 좋은 조기교육 커리큘럼이 분명 나오긴 하겠지만, 지금은 구지 돈들여 가르칠 만한 것은 없더군요.

차라리 8-9학년 이상인 아이라면 어느정도 수학적 기반은 있는 상태이니 진짜 SW를, 아니면 코딩을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우는 것이 나을 것 같고요.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생존신고 및 행사 홍보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너무 오래간만에 블로그로 돌아왔네요.
그간 블로그가 많이 뜸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 할 것이 많아 바쁘게 지내기도 했고, 조금씩 제 의도와는 다르게 블로그가 운영되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살짝 있었으며, 처음 캐나다 생활을 할 때 느꼈던 다채로운 새로움과 신선함이 생활을 반복하면서 점차 제게 익숙해졌고, 그로 인해 독자 분들께는 정보일 수도 있는 내용들이 저에게는 식상한 일상들이 되다보니 쓸 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글 쓰는 것을 중단 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이에대한 고민을 완전히 마무리 짓지는 못했는데, 앞으로 글을 쓰더라도 너무 제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일기처럼 될 것 같거든요.

최근 몇 달 간 개인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블로그에 들어오지도 않다가 오래간만에 메일함을 열어보니 몇몇 분들께서 요즘에는 왜 블로그 글을 올리지 않는지 문의하시는 메일들을 보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딱히 쓸 거리는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생존여부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감사함에 일단 저는 무사히 잘 지낸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글을 올리는 김에, 제가 스피치 패널로 참여하는 행사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라 이에대한 홍보를 같이 올립니다.



한 달 전 즈음에 연락을 받고 참석하게 된 행사인데, 본 행사에 스피커로 참석함에 대해 4가지 측면에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첫째로 위 행사 포스터에 보이듯 '전문가'와 힐링캠프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냥 직장인일 뿐인데 감히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자리에 나설 자신이 없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아리랑 TV라는 채널을 통해서 방송도 될 예정이라는데, 제가 몸담은 분야에 전문가도 아니며,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만큼 깊은 생각과 강한 의지가 있지도 아니한데, 프로그램의 소제목 덕분이 너무 부담이 되었죠.

둘째로 제 자신이 너무 바쁜 상황이라 스피치를 준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직 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들을 받아들이는 상황이고, 매 반년마다 반복되는 개인 평가에서 몇몇 분야에 대해 제 개인 목표로 설정해 놓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 적지않은 시간 투자를 해야만 하고, 이미 저희 동네 한글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하고 있어서 바쁜 상황이기 때문이죠.

셋째로,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이였다면 몰라도 제가 몸담았던 컬리지가 주관사 중 하나이며 행사의 장소 역시 그 컬리지라는 점입니다. SW 분야는 선택이 가능하다면 컬리지 보다는 유니버시티를 가는 것이 보다 나은 길이라는 점을 항상 말해왔는데, 컬리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으로 위 프로그램에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였습니다. 섭외 연락을 받은 후 이런저런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스피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15-20분 정보라고 하더군요. 어림잡아 생각을 해 보아도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어느정도 추려서 하더라도 30분 이상은 하고싶은 욕심이 있는데, 15-20분 내에 그 이야기들을 모두 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얼마간의 고민 끝에 위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그래도 현장 행사와 방송 등을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나뵙게 된다면 제가 생각하는 바를 조금은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특히나 행사 장소가 컬리지 강당인만큼 현재 재학중인 재학생들이 많이 참석할 것 같은데, 제 스피치나 행사 후 QnA 시간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만 할텐데, 이제 2주도 남지않은 상황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버렸네요.

내일이면 다시 월요일. 출근을 해야하는데 발등에 떨어진 불 덕분에 발표자료를 준비하느라 오늘도 저는 바쁩니다.

혹시나 행사 후 방송 영상을 구하게 되면 블로그를 통해 링크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스피치를 구성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2019년 6월 4일 화요일

Dr. Strange가 되고픈 Hulk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오늘 제목은 Dr. Strange가 되고픈 Hulk라고 뽑아 봤습니다.
Avengers 시리즈를 안보셨으나 조만간 정주행 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약간의... 아주아주 약간의 영화 스포도 포함되어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느 한 도시에 헐크가 살고 있습니다.
명석한 머리와 빠른 두뇌회전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어 파고드는 능력은 없지만, 타고난 괴력으로 상대방이 버티지 못할 때 까지 끊임없이 타격을 해서 물리칩니다.
상대방이 공격을 해 오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타고난 힘 만큼이나 덩치와 맷집도 좋아서 어지간히 두드려 맞더라도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죠.
말 그대로 만인지적이기에 어마어마한 빌런들이 나오더라도 어벤져스는 이렇게 말 합니다.
"걱정마, 우리에겐 헐크가 있자나."


나름 어벤져스 멤버인 헐크이지만, 그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스스로 헐크의 존재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헐크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브루스 박사는 화가나면 헐크로 변해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이지만, 헐크로 변한 이후에는 피아식별이 안될 만큼 분노 조절이 잘 안되고 스마트하고 똑똑함과는 정 반대의 방법으로 전투를 합니다. 그로인해 때로는 목표는 성취했으나 주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전투 후 분노가 가라앉아 브루스 박사로 돌아왔을 때엔 찢어진 옷가지들 덕분에 알몸이 되는 부끄러움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브루스는 자신이 헐크라는 사실이 싫고,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헐크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납니다. 딱히 힘이 세지도 않고 무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운동 능력이 타고나지도 않지만, 말도 안되는 신기한 재주들을 부리며 정말 마술처럼 신묘하게 적들을 물리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자신이 시키거나 컨트롤하지 않아도 망토가 저절로 날아가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적을 제압하기도 합니다. 신묘한 마법을 부리는 것 뿐 아니라 머리도 아주 좋습니다. 원래 엘리트 의사 출신이니까요. 특히 힘과 기술 그 어떤 것으로도 물리칠 수 없었던 절대 강자인 도르마무를 몰아낼 때엔 기막힌 방법으로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거래를 성사시켜 지구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헐크는 그런 닥터 스트레인지가 한없이 부럽습니다. 전투 후 벌거벗을 필요 없이 항상 멋진 망토를 매고있을 수 있고, 무식하게 두드려맞으며 돌격 앞으로를 할 필요가 없이 마법의 힘으로 방패를 만들어 내어 방어하고 공간의 문을 열어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도 가능하며, 물리적 공격으로 타격을 입히는 갓이 아니라 다양한 마법으로 적을 공격하여 무찌르기에 덜 힘들어보이고 더 멋져보입니다.
특히나 100대 맞더라도 끝까지 밀어부쳐서 한대만 때리면 그 누구든지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는데, 타노스와 싸우며 힘 대결에서 밀리고, 난생처음 엄청 아프게 두드려 맞은 후 저 먼 곳으로 내팽겨쳐진 이후에는 이전처럼 돌격앞으로를 하기에 겁이 나서 더욱 더 그렇습니다. 한 번 크게 겁을 먹어서인지 예전엔 분노하기 싫어도 분노해서 헐크로 변신했는데, 이제는 헐크로 변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와도 좀 처럼 변하지 못합니다.
이상 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헐크처럼 타고난 괴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일을 하는 방식에 비슷함이 있습니다. 낙수물이 돌을 뚫듯이 주어진 문제가 있으면 끊임없이 두드려봅니다. 이것 저것 가능한 경우의 수들을 모조리 두드리다보면 최선의 수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찾아내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일하는 방식이 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고민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일종의 미래 부채를 만들어내는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작은 믿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일을 해 나가며 제가 성장을 해서 어느 순간에는 순리대로 일을 해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벽을 만날 때 마다 그 벽이 부서질 때 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는 인정도 받았고, 덕분에 우리 네 식구가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을만큼의 대접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무식하게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서 무언가 파고 파고 또 파고, 두드리고 두들려야 할 때에는 가능한 남들의 눈이 없는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나는 밤을 새어 고민을 해보고 다양한 시도 끝에 답을 찾아냈더라도, 남들에게는 순간 번뜩이는 기치를 발휘하여 멋진 마법사 같은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 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죠. 처음에는 어느정도 저의 이러한 포장이 먹히는 듯 했지만, 아무리 숨겨도 어쩔 수 없었고 결국 제 이미지는 헐크에 가깝게 되어 버렸습니다.
비록 물리적인 시간과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 업무 방식이지만, 어느정도 선 까지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나는 분명 오늘도 발전하고 있다는 믿음도 확고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작년에 두 번이나 번아웃을 경험하기고 했고, 회사에 큰 벽이 나올 때 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팀의 믿음 덕분에 저의 도메인이 아는 다른 분야의 문제들이나 모든 경우의 수를 각개격파 해 보기에는 말도안되게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를 가진 문제들을 맡아 해결해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일은 성사시켜도 제 자신에게 찾아오는 데미지가 적지 않은데 지난 수년간 이렇게 받은 데미지들이 계속 누적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이직 후에 무언가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무한전진 돌파가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 달려들을 만한 꺼리가 있더라도 예전만큼 집중이 되지도 않고, 집중이 되더라도 체력적으로 힘이들어 잠깐 반짝하다 끝나서 곯아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또, 예전처럼 주어진 일만 하면 끝나는 그런 위치도 아니고 다른 팀원들을 이끌기도 하고 새로운 비젼을 보여주기도 해야 하는데, 불도져 식의 업무 방식으로는 도무지 답이 안나오죠. 예전에 우려했던 미래의 부채가 이제는 정말로 찾아왔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온갖 마법을 부리듯 저도 모든 일들을 auto-magically 해결하고 싶은데 현실에서 저의 법력은 부족하기 그지없으며, 이제는 끊임없이 부딛쳐 보기에는 체력적으로도 예전만큼 하기 힘든 다소 지친 헐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이라면 그 동안 불나방처럼 앞뒤 안가리고 다양한 문제들을 항해 돌진하고 부딛치면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미미하더라도 이런저런 것 들을 경험 해 보아 기존 경험을 기반으로 해결 방법을 빨리 찾는 경우도 조금은 잦아졌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를 지구에서 몰아냈을 때 처럼 획기적인 방법으로 game change는 할 수 없더라도 절대 해결 할 방법이 아닌 케이스들을 선험적으로 좀 더 많이 알기에 이전보다는 조금 덜 좌충우돌 해도 답을 찾기도 하죠.
몇 주 전에 아이들과 함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왔습니다. 종종 회사에서 저에게 비유되었던 헐크가 이제는 헐크와 브르스라는 2 명의 분리된 자아에서 헐크의 피지컬과 브루스의 머리가 합쳐진 하나의 자아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좀 더 나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길 바라며, 오늘도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SW 마법사가 되기를 꿈 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