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프로그래머 / 개발자의 캐나다 이민 및 취업 정착 이야기가 있는 블로그입니다. 블로그 커맨트나 구글 행아웃, 구글 이메일 (victor.ws.sim@gmail.com)을 통한 컨택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2017년 3월 1일 수요일
My 5th career path
연말-연시 휴가 복귀 후 1~2월달에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휴가에서 복귀를 하자마자 긴급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한시적으로 다른 스크럼 팀으로 소속이 변경었습니다.
말 그대로 긴급 프로젝트인지라 오래간만에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스프린트를 경험했죠. 또, 오래간만에 테스트 프레임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을 하다보니 Biz Logic 구현보다 Test Code와 Test Framework 구현에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거의 1년여 만인 듯 한데, 회사 요청으로 주말 근무를 하기도 했고, 제 스스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다보니 퇴근 시간이 거의 7~8시를 넘기기도 했고 때로는 새벽까지 일을 하기도 했네요.
마지막으로 이런 보람과 성취감, 그리고 업무 집중도를 느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번 1~2월은 일의 양과 만족도를 느꼈던 시즌이였습니다.
이렇게 1달 반 가량동안 긴급 프로젝트 Phase I의 목표를 모두 완료하고 원대복구를 해야 하는 시점에 저에게 더 큰 변화가 다가왔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마무리로 한창 바뻤던 지난 금요일, 개발팀 VP와 매니져와 찾아와 잠깐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고 불렀습니다.
거의 매일 VP가 찾아와 진행상황 업데이트 요청을 하면서 살짝 쪼이고 있던 상황인지라, 솔직히 조금 긴장을 하긴 했었습니다.
"혹시 지금 아키텍쳐가 잘못됐다는 리뷰가 나왔나?"
"너무 진척이 느리다는 질책일까?"
"아니면... You are fired!!! 라는 말이라도 하려는건가???"
빈 회의실을 찾아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도중 제 표정이 살짝 굳어있었던지,
"Don't worry, nothing bad."
라고 말을 해 주었지만, 딱히 좋을만한 일도 없던 상황이라 그다지 안심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드디어 비어있는 회의실을 찾아 자리에 앉은 후 먼저 매니져가 말을 꺼냈습니다.
매니저 "너 이번 스프린트 끝나면 AFW 팀으로 복귀하는거 알지?"
나 "응"
매니저 "너 없는 사이에 팀 전체가 거의 NG UI쪽에 몰빵하고 있는 것도 알지?"
나 "응 알아. 그래서 나 가면 할 일 없어서 놀까봐 걱정이긴 해. PM한테 백로그에 있는 에이전트 스토리 몇 개 올려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내키진 않지만 나도 Node JS랑 Angular JS 배워야지."
VP "너 Continuous Delivery, DevOps에 대해 얼마나 알아?"
매니저 "얘가 안드로이드 BDD 테스트 프레임워크 구축할 때 Android쪽은 Jenkins로 빌드 파이프라인 만들었어. DevOps팀이 바빠서 대응이 늦어서"
VP "나도 알거든! (VP가 당시에 빌드팀 매니져였고, 관련하여 약간의 아규가 있었음) 너 그 쪽에 관심 좀 있니?"
나 "난 그냥 내가 정말 필요해서 한거지 꼭 관련 경험이 있다거나 아는게 있어서 한건 아닌데?"
VP "그냐? 까놓고 이야기 하자. 지금 DevOps팀에서 업무목표 잡은거 진행상황이 limbo 상태다. 반년 넘게 지나도 목표 성능이 안나와. 자바기반 빌드서버 좀 뜯어고치고, 튜닝하고, 플러그인 개발하고, 등등 할 사람이 필요한데... 팀 구성 전부터 거의 1년간 DevOps Engineer 고용하려고 반년간 찾아봐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내부에서 인력 전환이나 한시적으로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너 그거 할 생각 있니?"
나 "만약에 DevOps가면 이거 지금 하는 것 처럼 temporary야 아님 permanent야? 나 다시 안드로이드 할 기회는 있긴 한거야?"
매니져 "그건 내가 말하지. VP도 나한테 양쪽 모두 원하면 한시적으로 할 수 있다고 약속했어. 그러니까 원하면 언제든 와도 되. 난 너 잠깐 갔다가 돌아오면 좋겠다. 그치?"
VP "응. 나 약속 했어. 한시적인게 맞긴 한데... DevOps 목표가 달성하려면 아마 앞으로 최소 1년일꺼야. 2년 이상도 생각하고 있음. 그건 알아둬라"
나 "오케이. 1년이건 2년이건, 목표만 달성하면 돌아올 수 있다는거지?"
VP "사실 지금도 계속 리크루팅 하고 있어. 너 가봤다가 잠깐 보니 맘에 안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결국 hiring에 성공했다! 그러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도 있음. 근데 어찌되었건 일단 가면 이 프로젝트가 끝났거나, 대체 인력이 마련된 경우에는 복귀 가능함."
나 "그럼 나 소속팀이 일단 바뀌는거임? 아님 기존 팀 소속이지만 파견임?"
VP "팀 바뀜"
나 "그러면 나 당장 뭐하게 됨?"
VP "당장은 지금 하고있는 프로젝트 마무리부터!!! 이게 더 급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네가 DevOps 하고싶은지 의지가 있는지, 열정이 있는지가 중요함. 일단 옮기면 Knowledge transfer랑 현 상황 업데이트는 그 팀에서 받을꺼임"
나 "그래? 나 기본적으로 새로운 일 해보는거 좋아해. 그리고 언제가 되었건 원하면 결국엔 돌아올 수도 있고, 가면 새로운 일 해 볼 수 있으니 nothing to lose네? 그럼 콜!"
VP "콜! 너 지금 말 final call로 받아들여도 되지?"
나 "그래. 나 옮길꺼란 말도 final call 맞지?"
VP "아... 그팀 매니져한테도 이야기 해봐야지. 경력자 끌어오기는 잠정적 실패고 대신 너 간다고. 오늘중으론 final call 줄께."
나 "퇴근전엔 꼭 알려줘. 결과에 따라 주말에 내가 읽을 책 제목이 바뀔지도 모르니"
그렇게 회의실을 나선 후 사실 일이 손에 잘 잡히질 않았습니다. 사실 승낙을 하긴 했지만, DevOps라는 롤에 대해 제가 이해하는 바도 부족했고, 기존 이 회사 내에서 Android Developer의 업무 scope와 시장에서의 needs간 차이로 커리어 고민이 있던 차에 받은 제안인지라 덥썩 물어버린 측면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어영부영 오전 업무시간을 보내고 점심 시간에는 DevOps에 대해 이리저리 조사를 해보았고,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괜찮은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4시, 토론토에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으로 조금 이른 퇴근을 하려는데, 아직 가타부타 답변을 듣지 못했죠. 그래서 VP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습니다.
"나 옮기는겨 마는겨?"
그러자 VP가 아래와 같이 답장을 주었습니다.
"Read Continuous Delivery, by Jez Humble. And The DevOps Handbook."
제가 주말에 읽을 책 제목을 정해 주었네요.
그리고 지난 주말부터 Continuous Delivery, DevOps 등 관련 강좌와 책을 읽기 시작했답니다. 이제 다음 주 부터 시작하게 될 일인지라 정확히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어떤 스킬셋을 새로 익히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오래간만에 다가온 변화가 다시 저를 설레게 하고 있네요.
한국에서 Developer처럼 저와 찰떡처럼 잘 맞지만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지, PM처럼 재미 없지만 그럭저럭 잘 할 만한 일질지, 영업처럼 재미도 없고, 힘들고, 성과도 안나올 일일지 모르겠지만, 불확실성과 새로움으로 인한 설레임과 긴장감의 경계선 위에서 저의 5번 째 커리어인 DevOps Engineer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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