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2일 목요일

캐나다 IT회사에서의 회사 생활

잠이 잘 안와 오늘은 짧게 회사 생활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한국의 회사 생활도 회사 규모에 따라, 업계에 따라, 직종에 따라 그리고 각 개별 회사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다보니 조금씩 상이한 부분이 있듯, 캐나다 역시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 같이 컬리지를 다니던 친구들은 해봐야 co-op쟙 정도에서 일하고 있고, 아니면 아직 학교 재학중인지라 정보도 부족하여 일단은 제가 다니는 회사로만 범위를 한정해보죠.



복장

복장은 제가 한국에서 다닐 때 보다 조금 더 엄격합니다.
이른바 Business Casual이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공식 복장입니다.
이 비지니스 캐쥬얼이라는 용어의 문제는 이게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도 출근 복장 규정은 Business Casual이였습니다. 항상 힙합바지만 입고 다니다가 출근용 옷이 필요했고,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부서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깔끔한 티에 물이 빠지거나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연수 기간동안 2달치 월급이 그대로 적립되어 있었기에, 그간 비싸서 엄두도 못냈던 리바이스 청바지 3벌을 샀죠. 하지만 바로 그 다음주 월요일에 인사과에서 공지가 뜨더군요. "임직원들의 비지니스 케쥬얼에대한 잘못된 이해로 '청바지' 등 잘못된 복장으로......" ㅠㅠ


당시만 해도 월화수목금금금에 8시 출근 11시 반 퇴근을 할 때라 결국 새로 산 브랜드 청바지 3벌은 옷장 속에서 몇년을 숙성 시키게 되었죠. 그러고 몇 년 후 회사에서 물이 빠지거나 찢어지지 않고 별도의 장식이 없는 청바지라면 비지니스 캐쥬얼로 인정 해 주었지만, 그 사이 불어난 살들로 입지 못하게 되어 다시 사고 말았습니다.


자, 한국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회사에서 말하는 비지니스 캐쥬얼은 카라가 있는 셔츠에 면바지나 양복바지 그리고 구두 입니다. 정장구두일 필요는 없지만 깔끔한 캐쥬얼 구두 정도입니다. 그리고 매 주 금요일은 퇴근 길에 바로 놀러가는 직원들도 많다보니 Jean day라고 하여 청바지정도에  깔끔한 스니커즈 신발 정도 까지는 입어도 되는 날입니다.




근무시간


규정 근무시간 역시 한국과 동일합니다. 주 40시간, 일 8시간. 점심시간 1시간 제외.
요즘 많은 캐나다 회사들이 근무시간 8시간에 점심시간을 포함하거나 (그래서 보통 자기 자리에서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죠) 일 7시간/주 35시간을 규정 근무시간으로 하는데, 제가 다니는 회사는 40시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첫 번째로, 점심시간 1시간이 강제되는 시간이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 1시간을 가질 것을 권장하지만 개개인 성향에 따라 안먹고 계속 8시간을 일하기도 하고, 30분만 식사를 하면서 쉬고 다시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개인 사정에 따라 11시반에 먹기도 하고 오후 2시에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점심시간으로 할애한 시간을 계산하여 그만큼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퇴근합니다.


두 번째로, 출퇴근 시간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는 한국 회사 치고는 좀 예외적이라 자율출근제 라는 것을 도입해서 아침 6시-오후12시 사이에 아무때나 출근하고 8시간 근무 후 퇴근하면 됐지만, 보통 한국회사는 8-5 혹은 9-6로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죠. 지금 다니고 있는 캐나다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습니다. 협업에 대한 효율을 위해 10시-4시 사이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기를 권고하지만, 개인 사정등을 이유로 하루 전이나 당일 아침 일찍 메일로 공지하고 한 두시간 정도는 일찍 가거나 늦게 오기도 하더군요.


세 번째로, 근무 시간 중 자리 비우기 입니다.
회사 다닌지 얼마 안되었지만, 종종 팀 내에서 XX 시-YY 시 사이에 개인 용무로 자리를 비운다는 공지를 자주 보았습니다. 사전 협의된 회의 등 스케쥴에 문제가 없다면 1시간 정도는 개인적으로 자리를 비우고 개인 용무를 보고 오는데 서로 전혀 꺼리낌 없었습니다. 당연히 자신이 비운 시간 만큼 늦게 퇴근합니다.

마지막으로, 근무 시간 관리 단위입니다.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와 마찬가지로 일별 자신이 수행한 task와 수행 시간 등등을 기입하지만, 근무시간 관리는 일별이 아닌 주별로 하더군요. 즉, 하루에 꼭 8시간을 맞출 필요는 없고 주 40시간만 맞추면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지금 회사에서 이러한 문화를 잘 이용하는데, 매주 하루는 저녁 수업을 듣기위해 일찍 자리를 뜨고 대신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한두시간 정도 일을 더 해서 주 40시간을 만듭니다. 사실 컬리지를 다닌 이유는 졸업 후 워크퍼밋 그 이상의 이하의 의미도 아니였고, 예상보다 빨리 학교 다니는 중 영주권도 받았고 일도 시작하게 되어 컬리지 졸업을 할 하등의 이유는 없었지만 어쨌건 단 한 과목만 들으면 졸업을 하는 것이기에 마지막 남은 한 과목을 한 학기동안 듣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에는 2시간 휴가를 내려고 해더니 매니져 왈, "목요일이나 수요일에 8시간보다 조금 더 근무해서 금요일에 2시간 정도 일찍 퇴근하면 되는데 왜 휴가를 내니???"
헉... 그랬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보니 종종 개인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가는데 어제 메이크업 했다고 말하면서 가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바로 이런 것이였더군요.
 아직은 본격적으로 생산적인 업무를 하지 않지만, 근무시간과 성과가 그대로 보일 만큼의 시기가 되면, 저도 이런 룰들을 애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PA day라 애들이 학교 안가는 날이 오면 그 주 다른 날에 좀 더 일을 많이 하고 PA Day에는 3시쯤 빨리 퇴근해서 와이프도 좀 쉬게 해주고요 ㅎㅎ


매니지먼트

나름 한국에서는 관리의 상징을 가지는 회사를 다녔지만 정작 나의 슈퍼바이저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잘 아는 곳은 이곳 회사인것 같네요. 업적/업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가장 편하고 쉬운 지표는 역시 수치화 가능한 업무겠죠. 그렇다 보니 업무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슈퍼바이저가 잘 알 수도 있지만, 평가의 순간이 되었을 때에는 지난 히스토리는 다 잊혀지고 계량화 가능한 지표만 살아남아 평가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과정에 대한 히스토리 역시 매일매일 슈퍼바이져가 꼼꼼히 체크하고 기록하며 적어도 격주 단위로 피드백을 주고 받습니다.
한국에서 메니져 위치에서 my team을 이끌어도 봤지만, 아무래도 한국 회사에서 요구하는 role과 이곳의 role이 다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메니져라고 해도 본인의 일이 있고, 또 자신의 상관이 지시하는 시시콜콜한 일들에 대해 대응을 해주거나 자기 팀에 그 일을 토스해 주어야 하고, 그렇게 취합된 자료를 다시 보고해야 하는 등등, 실제 업무량 비율상으로 매니져 본연의 업무 보다는 지시사항 전달/취합/보고 업무가 주가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지시사항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보니 매니져가 매니져 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네요.
이로 인해 부가적으로 좋은 점은 각 엔지니어가 자기개발을 할 여유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지금 회사가 나름 업계에서 global top tier인 업체다 보니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을 실험해 보고 제품에 적용해서 지속 리딩을 해야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디버깅이나 구현 업무 외에도 미래를 위한 자기개발 역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기 개발이 본인 업무/업적 평가에서 제외된다면 당장 눈앞의 업무를 미룬 채 학습/연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나 이 역시도 메니져가 매의눈?!? 으로 다 보고있고 알고있는 내용들이다보니 각 엔지니어들도 필요에 따라 자기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아직은 한국에서 하던 대로 당장 눈앞에 주어진 일을 어떻게든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내는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스스로 알아서 일감을 구해서 처리하는 지금의 업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보다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구조라 생각하고 좀 더 적응을 해보려 노력하려 합니다.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일자리를 구했다지만, 나름의 노력과 어려움 속에서 구한 일자리이고 기존에 비해 조금은 새로운 영역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놓치지 않고 잘 따라잡고, 또 언젠가는 리딩을 해 나가도록 해봐야죠

2015년 2월 7일 토요일

회사 생활을 통해 돌아본 면접

사실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워낙 발로썼기에, 취업은 했지만 실제 인터뷰는 지금 근무중인 회사 단 한번만 봤습니다.

그래서 단 한번의 경험을 일반화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난 면접을 돌아보니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지난 글에도 정리를 했는데, 제가 다니는 회사의 면접은 총 3단계 정도로 진행 되었습니다.

HR담당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직 의사에 대한 확인, 제 경력사항과 원하는 직책/직종에 대한 확인 등 기본적인 스크리닝 미팅을 했고, 두 번째는 면접은 아니고 온라인 코딩 시험. 마지막이 회사 시니어 엔지니어, 그룹 헤드, 개발팀 VP와 기술 면접이였습니다.

운 좋게도 영주권이 일찍 나와 졸업 전에도 full time job을 갖는데 문제가 없었기에, 큰 기대는 안하고 경험삼아 해 본다는 생각으로 입사 지원을 시작했기에, 말 그대로 발로쓴 이력서와 커버레터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지, 이 회사에 지원을 할 때에는 이력서와 커버레터 내용을 회사에 맞게 조금 수정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IBM을 제외하면 구인란에 올라온 대부분의 회사들은 처음 들어봤던 회사들이였고, 또 조사를 해봐도 대부분 IT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이든 외부에서 의뢰가 오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웹/엡 등을 개발해주는 업체들이기에 자기들 만의 명확한 비지니스 솔루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의 경우 정확히는 몰라도 이전 회사에서 일을 하며서 Mobile용 Enterprise 솔루션 업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해보니 어떠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보다 명확해졌고, 덕분에 이 회사에서 사용 할 만한 기술 영역이 어떠한 것일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경력중 4년의 경력은 워낙 소속 부서가 복잡한 업무 matrix를 지니고 있어서 깊이있게 관여한 프로젝트는 소수지만, 웬만한 프로젝트에는 다 손을 댔었고, 기술영업이라는 롤이 있던 덕분에 해외 고객이나 법인들을 대상 교육/PT를 하기 위해 우리 부서에서 담당하는 거의 모든 솔루션들에 대해 공부도 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력서의 경력 부분에 담당업무에 쓸 내용이 너무 길어질 수 밖에 없어 그 중 일부 제가 상대적으로 더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들 위주로만 작성 했었는데, 이 회사 지원시에는 조금 조정을 했습니다.

Enterprise 솔루션이니, 회사 admin이 각 단말에 대한 통제를 할 수도 있을것이기에 push notification이 분명 필요할 것 같았고, Business 데이터 유출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암호화, 보안, 인증서 등등에 대한 기술도 분명 사용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력서를 조금 수정하여 제 경력 프로젝트들 중에 관련 프로젝트들 위주로 작성을 하였고, 이력서에서도 역시 그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이지만, 다른 회사에 들어갔던 이력서와 커버레터는 바로 메일 trash함으로 직행한 듯 한데, 이 회사에서는 Java나 Android 경력이 전무하지만, 자신들의 솔루션과 관련된 유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는지 인터뷰까지 저를 불러오게 된거죠.

그리고 기술면접 진행 내용도 회사생활을 하면서 돌아보니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Guice등을 이용한 injection이나, 사이닝, 옵셔널 클래스, 등의 질문은 당초 Java나 Android는 모란다고 깔고 면접을 본 저였기에 어디까지 아는지 시험해 보고자 낸 질문들 같았는데, 알고보니 현재 회사 솔루션에서 기존에 있던 몇몇 핵심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내용들이였더군요. 그 외에도 질문 사항들이 결국은 실무에서 실제로 사용이 많이 될 법한 내용들이였습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기술 면접때 실제 입사하면 써먹지도 않을 암호화 알고리즘이나, OS의 메모리나 프로세스 관리 기법, IPv6 라우팅 등등을 물어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글이 길지만 결국 결론은 당연히 지원 할 때 마다 수정이 필요한 커버레터 뿐 아니라 레쥬메도 작성하기 전에 회사에 대해 조사를 하고, 지원 시 그 만큼 더 주목받을 기회가 생길 수 있고, 기술면접 역시 그 회사의 실무에서 정말로 사용 할 만한 내용들로 준비해야지, 거창한 알고리즘이나 이론들로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