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숫자로 보는 2022 결산

2022년 12월 31일입니다.

2013년 12월에 이민을 위해 캐나다에 첫 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이민 생활도 9년을 꽉 채워 10년차가 되었네요. 어찌어찌 살아오다보니 이민 10년 계획은 모두 달성을 하기는 했지만, 2022년 올해 한정으로 놓고보면 이룬 것도 많지만 놓친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료들을 정리하다 재미있는 데이터가 보여서 적어봅니다.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저의 2022년은 반반입니다. 첫 번째 반은 반으로 줄은 반이고. 두 번째 반은 반이 늘어난 반이네요.


1. 50% 감소

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후 주식 시장 진입을 간보다가 폭락 후 반등보다 먼저 찾아온 레이오프 소식에 멘탈이 탈탈 털렸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진입한 주식시장... 그래도 연일 폭등하는 시장에서 막차를 탔어도 어느 정도는 수익을 보고 있었는데, 타노스도 아니고 결국 연초 대비 절반이 사라져버리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네요.

자산투자 관점에서 2022년 저의 평점은 F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생활비와 모기지 낼 돈을 입금 해주는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2. 50% 증가

절대금액이 아닌 상대적 비율로 봤을때, 캐나다에서 처음 연봉 사인을 한 후 첫 1년이 가장 높은 연봉 인상률 기록이였습니다. 입사 후 석달간의 probation이 끝난 후에 곧바로 25% 정도 인상이 이뤄졌고, 다음 해 연초에 추가 인상을 하며 1년간 40%에 조금 못미치는 인상이 이뤄졌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기록은 절대 깨질 수 없는 기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비록 경력 단절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짬바가 있는데 거의 대졸 신입에 가까운 수준으로 처음 계약을 했었고 원래 연차가 낮을 수록 절대 인상금액은 작아도 비율로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하지만 팬데믹 기간동안 벌어진 일들이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단 1센트도 받지 못했지만, 각국 정부에서 많은 돈을 풀었다고 합니다. (어디에 푼 것일까요???) 그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물가는 그 끝을 모르고 오르기 시작했고, 임금 역시 올랐죠.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넘어가면서 제가 몸담고있는 산업군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사람 모시기에 혈안이 된 회사들 간의 경쟁으로 임금 수준이 놀라운 속도로 올라갔죠.

또한 비대면 활성화와 재택근무 활성화로 인하여 다수의 미국 회사에서 타국가의 근로자를 채용하는 형태가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미국 내에 거주중이며 근로가 가능한 SW 엔지니어들 만으로는 시장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보니, 해외에 오피스가 없어도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 채용을 하기 시작한것이죠.

결국 이러한 사회적 변화들이 저에게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습니다.

우선 이직 전에, 이전 직장에서 제 연봉 조정을 해 주었습니다. 더 높은 연봉 제시하는 오퍼들이 시장에 넘쳐다다보니 회사에서도 이탈자들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려줄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결국, 저는 미국회사들이 제시하는 달콤한 연봉 조건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직을 하며 다시 한 번 인상을 하게되니 연초대비 50%가 오른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이직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연봉이 50% 올랐다고 하여 실소득이 50% 증가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캐나다 회사들 대비 직원 복지 등에서 부족한면이 많고, 휴가일수와 법적공휴일 외 추가 공휴일 등등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보기도 하며, 근로 문화와 회사 시스템 등에서도 이전보다 많이 답답함을 느끼는 부작용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불같이 타오르던 구인 시장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 불경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금, 제 모기지 비용과 은행 이자 그리고 생활비를 꼬박꼬박 입금 해 주는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저희 회사도 미국 오피스 직원은 티 안나게 조금씩 저성과자들을 해고 하면서 남미와 인도 등지에서 빠져나간 만큼 인력을 채우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내년이 되어도 그다지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또 모르죠. 2020년에도 팬더믹이 시작되면서 많은 IT회사들이 인력 정리를 했지만, 채 1년을 넘기지 않고 수 많은 회사들이 구인 시장에 뛰어들며 인력 모시기 경쟁을 했던 선례도 있으니까요.


2023년에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 지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더 밝은 혜안과 좀 더 넓은 꿈을 품을 가슴을 갖게될 줄 알았는데, 점점 눈은 탁해지고 마음은 좁아지는 것 같네요.

바라건데 앞으로 20년은 더 일을 하고 은퇴를 하기를 꿈꾸는데,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20여년 전의 저로 돌아가 앞으로 20년간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꿀 것인지 좀 더 생각 해 봐야겠네요.


2023년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2033년에는 무엇을 이루고 싶으시죠?

2043년에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