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숫자로 보는 2022 결산

2022년 12월 31일입니다.

2013년 12월에 이민을 위해 캐나다에 첫 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이민 생활도 9년을 꽉 채워 10년차가 되었네요. 어찌어찌 살아오다보니 이민 10년 계획은 모두 달성을 하기는 했지만, 2022년 올해 한정으로 놓고보면 이룬 것도 많지만 놓친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료들을 정리하다 재미있는 데이터가 보여서 적어봅니다.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저의 2022년은 반반입니다. 첫 번째 반은 반으로 줄은 반이고. 두 번째 반은 반이 늘어난 반이네요.


1. 50% 감소

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후 주식 시장 진입을 간보다가 폭락 후 반등보다 먼저 찾아온 레이오프 소식에 멘탈이 탈탈 털렸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진입한 주식시장... 그래도 연일 폭등하는 시장에서 막차를 탔어도 어느 정도는 수익을 보고 있었는데, 타노스도 아니고 결국 연초 대비 절반이 사라져버리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네요.

자산투자 관점에서 2022년 저의 평점은 F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생활비와 모기지 낼 돈을 입금 해주는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2. 50% 증가

절대금액이 아닌 상대적 비율로 봤을때, 캐나다에서 처음 연봉 사인을 한 후 첫 1년이 가장 높은 연봉 인상률 기록이였습니다. 입사 후 석달간의 probation이 끝난 후에 곧바로 25% 정도 인상이 이뤄졌고, 다음 해 연초에 추가 인상을 하며 1년간 40%에 조금 못미치는 인상이 이뤄졌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기록은 절대 깨질 수 없는 기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비록 경력 단절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짬바가 있는데 거의 대졸 신입에 가까운 수준으로 처음 계약을 했었고 원래 연차가 낮을 수록 절대 인상금액은 작아도 비율로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하지만 팬데믹 기간동안 벌어진 일들이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단 1센트도 받지 못했지만, 각국 정부에서 많은 돈을 풀었다고 합니다. (어디에 푼 것일까요???) 그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물가는 그 끝을 모르고 오르기 시작했고, 임금 역시 올랐죠.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넘어가면서 제가 몸담고있는 산업군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사람 모시기에 혈안이 된 회사들 간의 경쟁으로 임금 수준이 놀라운 속도로 올라갔죠.

또한 비대면 활성화와 재택근무 활성화로 인하여 다수의 미국 회사에서 타국가의 근로자를 채용하는 형태가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미국 내에 거주중이며 근로가 가능한 SW 엔지니어들 만으로는 시장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보니, 해외에 오피스가 없어도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 채용을 하기 시작한것이죠.

결국 이러한 사회적 변화들이 저에게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습니다.

우선 이직 전에, 이전 직장에서 제 연봉 조정을 해 주었습니다. 더 높은 연봉 제시하는 오퍼들이 시장에 넘쳐다다보니 회사에서도 이탈자들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려줄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결국, 저는 미국회사들이 제시하는 달콤한 연봉 조건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직을 하며 다시 한 번 인상을 하게되니 연초대비 50%가 오른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이직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연봉이 50% 올랐다고 하여 실소득이 50% 증가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캐나다 회사들 대비 직원 복지 등에서 부족한면이 많고, 휴가일수와 법적공휴일 외 추가 공휴일 등등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보기도 하며, 근로 문화와 회사 시스템 등에서도 이전보다 많이 답답함을 느끼는 부작용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불같이 타오르던 구인 시장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 불경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금, 제 모기지 비용과 은행 이자 그리고 생활비를 꼬박꼬박 입금 해 주는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저희 회사도 미국 오피스 직원은 티 안나게 조금씩 저성과자들을 해고 하면서 남미와 인도 등지에서 빠져나간 만큼 인력을 채우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내년이 되어도 그다지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또 모르죠. 2020년에도 팬더믹이 시작되면서 많은 IT회사들이 인력 정리를 했지만, 채 1년을 넘기지 않고 수 많은 회사들이 구인 시장에 뛰어들며 인력 모시기 경쟁을 했던 선례도 있으니까요.


2023년에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 지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더 밝은 혜안과 좀 더 넓은 꿈을 품을 가슴을 갖게될 줄 알았는데, 점점 눈은 탁해지고 마음은 좁아지는 것 같네요.

바라건데 앞으로 20년은 더 일을 하고 은퇴를 하기를 꿈꾸는데,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20여년 전의 저로 돌아가 앞으로 20년간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꿀 것인지 좀 더 생각 해 봐야겠네요.


2023년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2033년에는 무엇을 이루고 싶으시죠?

2043년에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2022년 10월 12일 수요일

이직, 반년 후 - 피로감

좀 더 큰 시장에 디딤돌을 놓고자, 그리고 아직도 찾지 못한 '여유'라는 것을 갖고자 미국 회사로 이직한지 이제 반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첫 시작부터 회사 시스템에 대해 많은 실망도 했고 연봉 외에는 제가 처음 추구했던 가치들에 대해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닿기는 했었죠. 하지만 지난 한달여의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내려놓기도 했고 새로운 저만의 계획을 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직을 하자마자 첫 일주일이 지나기 전부터 주어졌던 pilot 프로젝트가 결과 발표 후 별 소식이 없어 그냥 흐지부지 된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8월 말에 3개의 pilot중 하나가 최종 선정이 되어 곧 계약될테니 9월 말까지 전 제품의 static analysis를 이 서비스로 migration 하라는 오더가 나왔죠.

그렇게 옮겨야 할 파이프라인은 총 348개. 거기에 이번에는 아직 static analysis를 돌리지 않고있는 제품들까지 다 스캐닝을 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었는데, 그 수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죠. 추가로 현 파이프라인들이 젠킨스나 드론CI에서 도는데 이를 깃헙 액션으로 단일화하라고도 했죠. 신규 CI는 깃헙 액션으로 가는게 현재 방향성이라면서요...

언제 계약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주일 이내에 계약이 되고 라이센스 키를 받는다 하여도 4주의 시간만 있었습니다.

총 20근무일에 348개의 파이프라인을 새로 만든다면 하루에 17-18개씩 해 내야하니 파이프라인 당 25분 정도의 시간만 있군요.

또, 보안 문제로 깃헙 액션은 self-hosted runners에서만 돌려야하는데, 이 시스템을 살펴보니 스케일링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였습니다.

말도안되는 일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일단 잊고, 제 본업으로 돌아와 최대한 자동화를 시키고 각 사용자들이 self service를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당장 스케일링과 자동화가 어려운 mac과 windows 빌드 러너는 제외시키고 리눅스 빌드에 좀 더 촛점을 맞추었고, 모든 full기능 구현이 아닌 기존 security static analysis의 요구조건에만 딱 맞도록 자동화 툴을 설계 배포할 경우 업무 범위와 일의 양을 측정 해 보니, 각 사용자들에게 3주 조금 안되는 시간을 주고 self service로 migration을 할 수 있게 드라이브 가능할 것 같았죠.

다음 날 제가 추산한 일정과 기간, 계획을 알려주고 일을 진행하려는데, 이 일을 담당하는 매니져가 제 계획에 대해 아키텍트 리뷰를 받으라고 합니다. 이 때만 해도 아무 생각없이 아키텍트에게 제 자료들을 건네주며 리뷰를 요청했는데 뭔 x 소리가 들려옵니다.

본 migration을 위한 자동화 툴을 자기가 만든 툴 내에 포함시키라는 피드백을 먼저 받았죠. 일단 제겐 생소한 golang이였지만, 기존에도 저는 가능한 CI/CD관련한 CLI툴은 각 기능별로 모듈화 시키되 원하면 단 하나의 툴이 모든 모듈의 umbrella가 되어 모든 기능이 같이 동작하는 것을 선호했기에 okay했죠.
그런데 이놈의 툴이 담긴 리포지토리의 리드미에는 아무런 문서도 없습니다.
사용자를 위한 툴 사용법도 없고, contributors 를 위한 설계나 개발 관련 문서도 없으며 그냥 자기가 이 툴로 무엇을 이루고싶은지 적은 philosophy에 대한 내용만 장문의 텍스트로 적혀 있었죠.

WTF...

아키택트에게 모듈 추가를 위해 문서 업데잇을 부탁하니 자긴 바빠서 그럴 시간 없고 저보고 작업하며 하나씩 추가 하라고 하네요.
결국 한 시간 가량 1:1 논쟁을 벌였습니다.
저도 4주가 안되는 기간 내에 ASAP로 개발팀에 툴을 공급하고 그들을 교육시켜야하여 시간이 불충분하니 서로 분리를 시키거나 합병을 위해서는 제 시간 세이브가 가능하도록 읽기 쉬운 최소한의 설계 문서라도 필요하다고 말을 했죠. 하지만 아키텍트는 인간계가 아닌 신계에서 신선놀음을 하는지, 한 달 동안 모든 제품을 migration 하는 것은 말도안되는 일정이라며 일정을 다시 짜라고 합니다. 라이센스 만료와 지시사항 등등 이야기를 해도 신선은 그냥 신선계에서 이상향 이야기만 계속 해댔죠.
결국 매니져의 중재로 제가 좀 더 빨리 개발을 해보고, 사용자들의 migration기간을 1.5-2주 정도로 줄여 이상향에 맞게 진행하도록 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툴 개발이 거의 완료되고 배포 전 사용가이드 작성과 edge case들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아키텍트가 사용가이드에 다시 테클을 겁니다.
이번에는 해당 툴에서 static analysis를 자동 생성하는 별도의 커맨드가 있다는 것에 크게 반대를 하네요.
자기가 제 툴을 자기 툴 내에 구현하도록 한 이유는 회사에서 강제하는 이번 migration을 통해 도입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자기 툴의 도입률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함이였다며 이럴꺼면 처음부터 제 툴을 자기 툴 내에 추가하라고 하지 않았을꺼라 합니다.

오케이...

별도 커맨드를 없애고 단일 커맨드로 모든 기능을 도입하도록 바꾸는 것 자체는 10분도 걸리지 않을 일이죠.

그런데, 지난 아규에서 2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그 툴의 리포에는 아무런 문서 추가가 없네요???

저도 제 툴을 추가하긴 했지만, 기존 툴에서 어떤 기능들을 수행하는지는 다 알지 못합니다. 다만 기능 수행 시 타깃 리포지토리에 40-50여개의 신규 파일을 생성하고, 15개의 깃훅을 추가시키는 정도만 알죠.

제 문제는 개발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348개의 제품 팀들에게 2주라는 시간 동안 이 툴이 무엇이며 이 툴이 너희 제품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지 충분히 설명시키고, 그들이 이 툴을 통해 원클릭으로 CI를 생성시키고 한 번의 PR로 모든 것을 쉽게 완료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는 수십여개의 새로운 기능들과 파일들이 생성되고 이것들으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이 아키텍트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오너들이 self service로 migration을 하겠습니까?

결국 이 시점이 되어 다시 한 시간이 넘는 아규가 펼쳐졌습니다.
저는 그에게 사용자 입장에서 문서를 작성하여 어떤 것들이 추가/변경되고 이것들이 그들의 개발 프로세스와 툴들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기라도 하라고 말했지만 그의 대답은 동일했습니다. 

"이 리포에는 문서가 너무 안되어있어서 그 모든 것들을 추가하기엔 난 너무 바쁘다. 내 생각엔 우리의 개발 프로세스 표준화와 자동화를 위해 다 필요한 것들인데, 그냥 쓰라고 해라."

제가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수십개의 모르는 파일들이 생기고, 갑자기 커밋을 생성하거나 커밋 푸쉬를 하려면 깃훅이 에러를 내는데, 아무런 설명없이 그냥 하라고 지시하면 무조건 반감이 들 것이 확실했죠.

결국 또 다시 한참동안 논쟁을 한 뒤에 2-3일간 몇몇 가장 협조적인 팀들에만 먼저 툴을 배포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이번 파일럿에 차가한 6명의 개발자들 중 5명은 극렬한 부정적 피드백을 주었고, 단 한명만 하나씩 뜯어보면 괜찮은것 같긴 한데, 너무 많은 파일들을 생성해내니 overwhelmed 된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피드백을 모아 아키텍트에게 주고 제 기능만 따로 뺀 별도의 커맨드를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여전히 아키텍트는 고집불통입니다. 허들을 낮출 방법을 생각하여 적용하라고 했죠.

결국 어쩔 수 없이 디렉터에게까지 이런 말도안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이것이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이야기를 준 뒤에야 겨우겨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타협점도 결국 디렉터나 제가 원한 방향은 아니였죠. 해당 툴에 minimum 인스톨 옵션을 주고 현재는 static analysis CI만 generate 및 auto uploaded 되게 하고, 추후에 아키텍트가 원하는 바에 따라 minimum에 포함되는 리스트를 수정하면 모든 리포에 아키텍트가 원하는 툴들이 자동 설치되도록  만드는 것이였네요.
디렉터가 직접 개입을 했음에도 고집을 부리는 아키특트에 대해 또 디렉터에게 SOS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단 저도 양보하고 그렇게 툴 수정을 했습니다.

이렇게 정규 8시간 근무로 1주 -1.5주에 마무리 될 예정이였던 툴 개발, 가이드 문서/비디오 제작은 2주간 제 체력이 허락되는 한에서 풀타임 근무를 하면서 마쳤죠.

이 때만 해도 저는 가장 높은 산을 넘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 계획 당시에 사용자들이 self service로 migration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키라고 했지만, 아키텍트의 똥고집을 마주한 후, 이 산이 더 높은 산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제 처음 생각이 옳았습니다. 아키텍트의 똥고집은 그냥 애교였죠.

한국에서 다녔던 삼성 이후로 제가 캐나다에서 다닌 직장들은 그 규모가 비슷했습니다. 입사 할 때엔 100-150명 정도의 엔지니어가 있었고, 톼직 할 때엔 300-400명 정도였죠. 이 회사는 입사 할 때에 이미 엔지니어 팀 규모가 1000명을 넘었습니다. 이전 직장과 달리 QA 엔지니어도 있고 (이전 직장은 100%자동화 테스트를 통한 full CD환경이였습니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다수의 보안 엔지니어들이 있기는 해도 이전대비 배 이상의 엔지니어입니다. 똘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당연히 똘아이들도 두 배 이상 많겠지만, 회사가 잘 굴러가도록 해 주는 핵심적인 인물 (협조적이고 능동적인) 한 두 명은 각 팀마다 있을 터이니, 결국 제 이전 경험과 비슷하게 잘 굴러갈 것이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2주간 수많은 팀들과 1:n으로, 또 1:1로 접촉해 본 결과... 이 회사에는 팀 당 한 두명 의 협조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들이 매우 희귀했습니다.

일단, 대다수의 팀들은 매우 수동적이며 방관자적 자세만 보였죠.

본격 self migration을 앞두고 해당 프로젝트의 매니져가 모든 팀의 매니져들과 리드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것도 사실 불만인게 각 팀에 리소스 할당이 필요하니 미리 사전 예고를 부탁했는데, 제 툴과 가이드 문서가 완료되니 그제서야 보내더군요 ㅠㅠ)

그리고 전 2주 self migration 기간동안 매일 아침 저녁 각 1시간씩 줌 미팅을 열고 face to face 사용자 지원을 하기로 했죠.

그렇게 본격적인 migration이 시작되고 사흘째, 전 이 회사 엔지니어들의 전반적인 성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이틀과 당일 아침까지 아무도 접속을 안했습니다.
결국 매니져와 디렉터에게 좀 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어필하며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이야기하자 결국 VP를 통해 각 팀 VP들에게 연락이 갔죠.

그렇게 사흘 째 저녁 face to face office hours 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는데, 하나같이 아무런 사전 정보와 지식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묻는 질문이...

매니져가 이 미팅에 참석하라고 했는데 이거 뭔 미팅이니?

Static analysis 프레임웍을 바꾼다고? 그럼 바꾸면 되는데 난 왜 불렀어? 난 툴 잘 몰라

바꾸는거 내가 해야한다고? 왜? 난 그럼 static analysis 안할래. 아니면 난 그냥 기존 툴 쓸께. 기존 툴에 난 불만도 없어. 솔직히 그런 security scanning 있는줄도 몰랐다.

하...

그렇게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나흘째, 이제는 능동적이되 비협조적인 인물들과 협조적이되 능동적이지 못한 인물들이 접속을 시작합니다.

누가 이 스캐닝 서비스 골랐냐? 왜 스캔 설정이 이따구냐? (응 위키 안읽었지? 자동화툴은 기본 설정으로 생성되고 이후 사용자 customization 가능함)
기본 설정이 왜 이따구냐? 나 golang 1.19쓰는데 왜 1.18을 CI러너에서 돌려? (응 위키 안읽었구나, 프로젝트 자동생성 yaml에서 네가 다른 프로젝트 그냥 복붙 했지? 네 프로젝트 설정에 1.18로 되어있네?)
난 unit test 있는데 왜 커버리지가 0%라고 나오냐? 버그냐? 툴 바꿔라 (응 또 위키 안읽었구나, 자동생성 ci에선 커버리지 리포팅 안해. Custom step으로 유닛테스트 돌리고 커버리지 리포팅 추가하면 됨)
왜 커버리지 자동화툴에서 지원 안해주냐? 귀찮다 해줘라! (응 프로젝트마다 빌드 스탭 다 달라서 build orchestration 툴 통합해서 다 쓰고 다 같은 커맨드로 빌드, 테스트, 클린 등등 되게 하자고 했을땐 바빠서 다들 싫다했지? 그게 없어서 못해. 툴이 사람도 아니고 각 프로젝트마다 다 다른 테스트 돌리는 커맨드를 어찌알고 알아서 다 하니?) 그러면 네가 해줘라. (응, 난 348개를 완료할 책임이 있고, 넌 3개를 완료햐야지? 누가 더 바쁠까? 그리고 우리 현재 목표는 테스트 커버리지가 아님. Security scanning 이지. 다 위키에 있음)
난 이 툴 싫어. 그냥 싫어. 난 안해 (회사 방침이고, 정부 프로젝트 요구사항에 필요함. 하셈) 그럼 난 다른툴로 스캐닝 돌려줘. 내가 툴 고를께 (응 니가 골라서 니가 스캐닝 돌려) 시러 난 안해. 바빠. 니가 해줘 내가 툴 고를께 (근데 너님 그 툴 라이센스는 있니?) 없어, 그러니 니가 라이센스도 해줘 (??? 그 툴 라이센스만 니가 니 매니져한테 말하고 알아서 받아와 그 툴 돌린거 현 스캐닝 프레임웍에 통합 가능함. 그건 가능하게 도와줄게) 아씨, 난 그거 싫다니까. 난 완전 따로 돌릴꺼야. (따로 돌리는건 좋다 쳐도, 보안팀에서 통합 데쉬보드를 원하더라. 이툴에 같이 리포팅 안하면 데쉬보드가 없어) 아, 그럼 보안팀에 해달라고 해야겠다 지들이 필요한거면 지들이 하지 왜 나보고 하라고그래. 빠이 (????)

결국 제 9월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매일 7시에 일어나 7시 반이면 인도 팀들을 위해 한시간 줌 미팅을 하고, 오후 5시에는 미국 팀들을 위해 줌 미팅을 하고, 나머지 시간들에는 각팀 공격수들의 공격을 다 몸빵으로 막고, 6시 이후이는 우리팀 아키텍트의 공격을 막으며... 한달간 4시간 이상 잔 날이 매우 드문것 같네요.

한 달이라는 빡빡한 데드라인을 밀어넣는 매니져들도 신기하고, 전에 본 적 없는 진귀한 팀웍을 보여주는 각 팀들도 그렇고... 정말 일 하기 힘든 조직인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한 달을 버텨낸 이후 나름의 계획도 생겼습니다.

그간은 승진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왔는데, 여기에서는 제가 승진을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고, 안하면 오히려 손해보는 장사가 될 것 같아요. 어쩌면 승진 안하고 하루하루 버텨나가다는 이들과 같은 그런 수동적인 사람이 될 것도 같고요.

그래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승진이라는 것을 제 개인 목표에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엔지니어다운 마인드셋을 지닌 엔지니어로 남기위해, 제 하루하루 상활에 조금이나마 목표와 의미를 심어주기위해 이 회사에선 승진이라는 것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네요. 

8월 마지막 주를 시작으류 하여 지난 한달 반 가량을 참 바쁘게 살아왔는데, 부디 잠시만이라도 한 숨을 돌릴 여유를 갖고 다른 일에 들어가길 바랍니다. 제발...

IT시장 버블이 아직까지 휴효하기만 했어도 정말... ㅠㅠ

2022년 6월 7일 화요일

사람 오래 만나고 볼 일입니다 - 이직 3주차 후기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달 쯤 전, 현 직장의 인터뷰 프로세스 중 on-site 인터뷰를 할 때로 돌아갑니다.

두 번의 인터뷰를 거친 후 on-site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on-site 인터뷰 관련 상세 스케쥴이 전달되었는데, 다른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있었습니다. 각 1시간씩 총 3번의 인터뷰가 back to back으로 계획되어 있었죠.

사건은 그 중 첫 번째 세션인 architect와 인터뷰에서 발생했습니다.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한 후 제 경력에 대해 이것저것 짧은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려는데, 인터뷰어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옵니다.

"평소의 내 인터뷰 스타일 대로 진행할께. 난 너에게 아무 문제도 던지지 않을꺼야. 네가 풀고싶은 문제를 풀어봐"

뭐라고? 이게 말인지 당나귀인지... 온라인 스도쿠라도 들어가서 스도쿠를 풀까? 숨은그림 찾기를 할까? 3+3=? 이런 산수 문제를 풀까? 도무지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발언으로 일단 저를 흔들었습니다.

10-20초 정도 "흠..." 하는 소리와 함께 시간을 끌자 인터뷰어는 짜증이 잔뜩 섞인 말투로 말을 합니다.

"내가 뭐 어려운 문제를 낸 것도 아니고, 그냥 네가 하고싶은 거 하라는데 뭐 그리 시간을 끌어? 이러다 한 시간 다 지나간다. 그냥 네가 좋아하는 문제 풀어."

이건 또 말인지 방구인지...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그래서 이렇게 말 했죠.

"글쎄, 솔직히 네가 어떤 것을 보고싶은지 판단이 안되서 어떤 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할지 방향을 아직 못잡았다."

"그런거 모르겠으면, 그냥 다른 회사에서 인터뷰 봤을 때 풀었던 문제를 지금 풀어봐."

이 회사의 인터뷰를 보기 전에 많은 인터뷰들을 봐 왔다면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이번 이직을 결심한 이후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인터뷰였기에 단 한차례의 on-site인터뷰만 본 상황이였습니다. 더구나 제가 조사한 바와 on-site 이전에 기술 인터뷰에서의 질문내용을 보면 이 회사에서는 leetcode 스타일의 알고리즘 문제를 주로 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이전에 인터뷰를 본 회사는 알고리즘보다는 간단한 구현을 해 나가며 인터뷰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회사였기에 적합한 문제가 아니였죠. 설사 그 문제를 가져온다 하여도 문제를 풀 때에 받았던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다시 10-20초 정도 고민을 하니 인터뷰어의 짜증이 터졌습니다.

"아니 너, 아무것도 기억 안나니? 그냥 바로 직전에 본 인터뷰 문제 가져와 봐. 뭘 고민해 내가 복잡한 거 물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요구사항인데 그걸 대답 못해?"

결국, 다른 곳에서 봤던 on-site문제를 가져올 수는 없었기에 제 3의 다른 회사에서 본 첫 번째 technical interview 문제를 가져와서 다른 회사 인터뷰에서 풀은 문제가 이것이라고 말을 했죠.

제가 문제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인터뷰어가 한 마디 합니다.

"난 그 문제의 포인트를 모르겠다? 뭐가 문제상황이고 뭘 풀겠다는거야? 그런것도 인터뷰 문제가 되나?"

그래서 제가 leet code style의 알고리즘/자료구조 문제를 원하는 것인지, OOP 설계에 대한 문제를 원하는는 것인지, 아니면 코딩 스킬을 보는 문제를 보고싶은 것인지 재차 물었죠.

"아니, 그런것 말고 지식과 경험과 생각을 볼 수 있는 그런 문제 말이야."

뭐지? 인류의 공동번영과 공존을 위한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제품을 가져오라는 것 같아 다시 10-20초정도 뜸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저를 뽑을 마음이 1도 없지만 그냥 인터뷰 프로세스가 시작되었으니 중도에 취소하기 미안해서 억지로 인터뷰를 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죠.

결국 잠시 짜증의 끝을 보이던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기가 문제를 내겠다고 합니다.

흠... 뭐지?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어가 내가 질문까지 해야하나 의구심을 품는다고? 그럼 나는 인터뷰이로서 내가 질문에 답까지 해야하나 의구심을 품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즉석에서 질문을 만들어가던 그가 낸 문제는 결국 graph를 통한 길찾기 문제였고, 문제를 풀어나가며 어떤 알고리즘을 쓸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등을 질문했습니다.

인터뷰 초반부터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라는 아주아주 훌륭한 인간의 자율성을 북돋던 인터뷰어의 발언과 이후 몰아친 폭풍 짜증에 잠시 멘탈이 털렸던지라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가 없었죠.

질문을 하는 분위기 상 DFS와 BFS관련 내 지식을 테스트 하고 싶은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왔지만, 이 용어가 도무지 생각이 안나서, 끝장을 볼 때 까지 한 놈만 패는 방법과 일단 같은 레벨로 넓게 나가는 방법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여지없이 인터뷰어는 지금 자신의 1분 1초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짜증섞인 말투로 추가 질문을 이어갔죠. 결국 나중에 Depth first와 Breadth first라는 말을 하자 작은 미소를 띄며 말 하더군요.

 "Now you are there. There you go"

이런 식으로 잔쯕 쫄아버린 저는 인터뷰 내내 평소같으면 알 만한 내용임에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거나, 용어가 기억이 안나서 일반적인 자연어에 가까운 말로 답변을 지속하며 결국 1시간을 다 채웠습니다.

이렇게 엉망이 된 첫 세션을 마친 후 다행히 멘탈을 찾았고, 나머지 두 세션을 마쳤지만, 인터뷰 후의 느낌은 추후에 맞이하게 될 다른 인터뷰들을 위한 좋은 초석 정도였죠.

2 주 정도의 시간이 흘러 당연히 탈락일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도 안하고 다른 곳의 인터뷰들을 하나씩 보고 있는데, 이 회사의 리크루터로부터 15-20분 정도 통화를 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탈락 소식과 함께 인터뷰 피드백을 주는 줄 알았는데, 통화를 해 보니 왠걸? 제가 붙었다고 하네요???

다만, 이 말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Tech interview, Hiring Manager interview, Director Interview, On-site interview 다 잘 한 것 같은데, 인터뷰어들 중 딱 한 명이 네 채용에 강하게 반대해서 의사결정이 좀 오래걸렸다 미안해"

이 말을 듣는 순간 누가 반대했을지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어, 맞아. 어떤 인터뷰인지 나도 알 수 있을것 같아. 나 한 번 심하게 절었어. 그래서 솔직히 너한테 연락 올 꺼라고 기대도 안했어."

"응. 다른 인터뷰어들 평가는 다 좋았는데, 그 한 친구가 채용에 반대를 해서 팀 내부적으로 의견 조율을 좀 오래 했나봐. 그래도 디렉터가 드라이브 해서 일단 최종 결론은 합격이야. 축하해."

그렇게 시작된 협상은 몇 번의 조율을 거친 후에 3 주 전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렇고, 일을 시작할 때 까지 계속 마음에 걸리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on-site에서 첫 세션에 저를 인터뷰 한 인터뷰어였죠. 인터뷰 전 리크루터가 보내온 인터뷰 패키지 상의 정보에 의하면 Architect라는 것 까지는 알겠지만, 저와 같은 팀인지 아닌지도 몰랐고, 저와 얼마나 자주 부딛치며 일을 하게 될 것인지도 의문이였습니다.

입사를 하고 회사 HR 시스템에 접속을 할 수 있게되자마자 바로 찾아본 것이 그 architect의 이름인데, 이런... 저와 같은 팀 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디렉터와 제 프로젝트의 매니져에게 지정받은 제 work peer인 컨택 포인트는 다른 Sr. Staff Engineer였죠.

하지만 제가 매니져와 디렉터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일까요? 프로젝트 전까지 총 3시간 정도의 Knowledge Transfer 미팅만 같이하고, 막상 프로젝트 킥오프를 하는데 저희 팀에서는 오직 저 혼자만 할당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며칠간 좌충우동 중구난방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 긁어모아서 하나씩 해 나가다보니 몇몇 infrastructure에 변경이 필요하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이전에 지정받은 제 peer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그 쪽 전혀 모르고 그 architect가 요즘 그 쪽에 한창 작업을 리드 중이니 그와 함께 일을 하라는 답변을 받게 됩니다.

결국 제 채용을 끝까지 반대했다던, 그 architect와의 업무적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정말 workaholic이라고 느낀 것이 이 친구는 동부 시간 기준으로 오전 10시 정도부터 slack message와 이메일 등을 날리기 시작해서, 동부시간 밤 10시가 되어도 slack으로 quick sync하게 통화 가능하냐는 메시지를 날립니다. 이 친구가 사는 서부 시간 기준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까지 최소한 12시간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제가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 PR을 보내면 죄다 토요일이면 리뷰를 합니다.

기왕 가까이 붙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었으니 기존의 선입견은 최대한 버리고 다시 중립적으로 다가서려고 하는데, 오늘은 제가 PR리뷰 요청을 한 일도 없는데, 밤 9시 30분에 빨리 콜을 하자고 메시지가 옵니다. 지금 운동중이라 빨라야 30분은 걸린다고 해도, 아무리 늦어도 상관 없으니 오늘 내로만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짐에서 운동을 하다말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와 콜에 들어가보니 인도 팀 직원이 이미 한 명 와 있습니다.

결국, 본인이 현재 리드중인 프로젝트의 개발환경 관련하여 인도팀에서 신규 채용한 직원이 문제를 겪고있었고, 본인의 개발환경은 intel CPU MacBook이지만 인도 친구는 M1 MacBook이기에, 최근에 M1 MacBook에서 개발환경을 셋업한 저에게 콜을 요청 한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요청의 flow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방향성이 아닌 속도... 당장의 콜이 아닌 이메일이나 슬랙을 통해 시간차를 두고 async하게 진행 될 수도 있지만, 이 친구는 인터뷰 도중 10-20초 정도 마가 뜨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 처럼 인도에서 생긴 문제를 참지 못하고 본인 시간대 기준으로도 저녁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들은 것이죠.

그렇게 3자 통화를 하면서 다시 느꼈는데, 정말 이 친구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의 사람입니다.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질문에 상대방이 답을 할 때 조금이라도 마가뜨면 바로 짜증을 냅니다. 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모두에게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였죠.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길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8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봐 온 저의 상관들은 대부분 그런 스타일이였습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오래간만에 그들에게 사용했던 대화법을 이 architect에게도 사용 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무슨 질문이든 즉각적인 리액션이 필수입니다. 정말 어느 방향으로 답을 해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최소한 질문을 rephrase하면서 약간의 추가 질문을 하는 식으로라도 시간을 벌어야지 질문에 즉답이 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바로 짜증이 날라옵니다.

그리고 질문이 아닌 의견 제시와 함께 동의를 구할 때에는 일단 긍정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제가 science보다 engineering을 더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정 반대의 답이 정답일 수도 있고, 부연 이유에 따라 또 다른 것이 정답이 될 수도 있죠. 짜증이 많건 나를 싫어하건 지금까지 봐온 바에 의하면 짜증으로 포지션을 차지한 것이 아닌 실력으로 포지션을 차지한 사람은 맞습니다. 그러니 정말 똥멍청이 같은 소리는 적어도 하지 않기에 그의 의견에 긍정을 한다고 하여 완전히 틀릴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긍정을 해 준 후에 조금의 수정을 해 줍니다. 

"이야 좋은 생각이다. 너도 이미 생각 했겠지만 거기에 이런 반대급부까지 고려해서 이렇게 만들면 정말 최곤데?"

아니면 2개 정도의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진 후보군 중 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골랐을 경우에는

"그래, 둘 중에 우리에게 좀 너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니 A가 적합한것 같아. 비록 B에 이런저런 장점이 더 크고 A에 이런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종합적으로 보면 A가 더 맞겠지?"

이렇게 하면 결국 똥멍청이가 아닌 그는 A에 문제점에 대해서도 인식을 하고 최소한 이에대한 보완을 충분히 하거나, B로 방향을 선회하게 됩니다. 결국 최종 의사선택 과정에서 제 의견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구지 따지자면 제 공이 남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경험상 이런 유형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으면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으며, 자존감이 높아 본인에 반대하면 일단 이에대한 방어를 하는데 머리까지 좋아 방어를 너무 잘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며 대화를 하면 상대에 의견을 좀 더 들어주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잘 하죠.

아니나 다를까, 그 날 3자 통화를 하기 전 까지 사사건건 저와 충돌이 있던 architect는 제가 대화법을 바꾼 이후부터 저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말 하는 방법을 바꾸고 이틀 정도가 지났을 때에는 이 친구가 저와 대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웃는 표정까지 짓더군요. 항상 미간에 주름이 가득한 모습만 봐 왔는데 말이죠.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팀 채널에 제가 올린 PR을 공유하면서 PR은 이렇게 작성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날립니다.

며칠 전 부터는 제가 POC 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건들였던 쪽의 구조와 관련하여 변경이 필요 할 때 마다 저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POC 프로젝트 관련하여 팀원들에게 Knowledge Exchange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아키텍트가 이를 녹화하여 엔지니어링 팀 전체에게 필독을 권장한다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전 정말 대인관계를 귀찮아하고 대인관계의 시작인 사람 이름과 얼굴도 거의 기억 못하고 네트워크 쌓기 및 관리에 빵점인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군생활을 할 때 모셨던 대대장과 직장생활을 할 때 모신 상관들이 신기하게도 급한 성격에 짜증이 많은 스타일인지라 그나마 이런 사람들과 대충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네요.

요즘 느끼는 문제가 있다면 이 친구가 저에게 너무 자주 말을 거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상호간 아무 이슈가 없는데, 본인이 하고있는 여러 프로젝트들 중 하나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정하고 생각하면 꼭 저에게 말을 걸어 제 생각을 물어보네요.

아무래도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엔 그냥 제 생각대로 말을하면 안되고 살짝 전략적으로 말을 해야 이 친구의 짜증회로를 피해가기에 저도 대화를 하면서 다른 스트레스를 받으니 약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데... 뭐 그래도 저의 채용에 끝까지 반대했던 사람인데, 이젠 나름 저를 믿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 같아 다행이긴 하네요. 실제로 작게나마 제가 이 회사에서 바꾸고 싶은 것 중 하나에 대해 제 의견에 강한 지지를 표명하며 추진되게 드라이브를 해 준 친구가 이 친구입니다.

이 친구와 이렇게 까지 가까이 일하게 될 지 전혀 몰랐는데, 하여간 사람은 오래 만나고 볼 일입니다. 

2022년 4월 28일 목요일

Go WEST



약 200여년 전 서부 개척시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노다지의 꿈을 꾸며 서부로 서부로 달려나갔다고 하죠. 21세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가 몸을 담고있는 SW 분야입니다.

흔히 실리콘 벨리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와 그 남부 주변에는 수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리하고있고, 또 그 외에도 새로운 빅테크를 꿈꾸는 수 많은 신생 스타트업들이 있으며, 실제로 계속해서 새로운 강자들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 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라 미국 내 다양한 지역에 새로운 오피스들을 세우고, 또 다른 나라에도 수 없이 많은 오피스들을 설립하지만 같은 회사들이라 할 지라도 그들 중 연봉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 곳은 뉴욕 맨허턴의 사무실이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의 사무실 근로자들입니다.

아무래도 현지 생활비와 그 지역의 임금수준이 반영된 결과일 것 같은데, 같은 회사의 같은 포지션이라 할 지라도 지역에 따라 곱절의 차이가 나기도 하죠.

사실 돈이야 생활비에 비례해서 준다 하면, 결국 쓰고 남은 가처분 소득을 비교했을 때엔 어느 지역에서 일을 하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수 많은 SW엔지니어들이 구지 고향을 떠나 서부로 서부로 달려가는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습니다. 그 중 다른 하나는 근로 문화라 할 수 있죠.

한국에서 살 때에, 본사와 미국 법인이 힘을 합쳐서 해야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판매/마케팅 법인은 동부 뉴저지에 있고 미국 연구소는 산호세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사 개발-기획 인력들과 미국 법인과 연구소 인력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었죠. 한참동안 대화를 하며 때론 다투고 때론 으쌰으쌰 의기투합을 하며 어느덧 저녁 시간을 넘겨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친 후 다시 회의를 하려는데, 산호세에서 온 친구가 말을 하더군요

"역시 동부 애들은 너무 불필요하게 터프해. 일은 일이지, 일에 모든걸 걸고 너무 심각하게 한다니까."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회의를하고 오늘 아니면 결론을 짓지 못할 것 처럼 달려드는 모습에 질린 모양입니다. 물론 저는 속으로 생각 했습니다.

"이 좌식... 너 본사 연구소에 와서 두어달만 일 해 봐라. 그래도 밤 10시 즈음엔 퇴근하는 뉴져지 애들이 얼마나 설렁설렁 일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꺼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동부는 좀 딱딱하고 일에 열정적이며, 서부는 좀 더 자유롭고 생활에 열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돈 외에 이러한 근로문화를 찾아 서부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일자리가 많아서, 근로 형태나 문화가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서, 돈을 더 많이 주기에, 다양한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교류가 수월하기에... 다양한 이유로 더 많은 SW 엔지니어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고, 그렇게 그들 사이에 더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탄생하게 되고, 그렇게 생긴 새로운 회사들에서 더 많은 인력들을 필요로 하게 되고, 또 늘어난 인력 수요만큼 더 높은 compensation을 지불하는 경쟁이 생기고, 그렇게 오른 페이에 동네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다보니 이에 맞춰 타 지역대비 더 높은 임금을 주고... 이러한 순환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서부를 향하는 일이 없습니다. IT회사들이 몰려있는 지역도 GTA와 월털루-키치너 지역이고, 임금 수준역시 서부보다 GTA가 높으니까요.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알버타나 BC의 SW Engineer 평균 임금 데이터를 보면 선뜻 서부로 발을 옮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GO WEST란 국경넘어 따뜻한 남쪽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였을 뿐이죠.

하지만 이 코로나라는 녀석이 세상을 한 번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락다운으로 인해 강제 digitalization을 택한 기업들이 많아지며 시장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락다운과 국경 통제로 인해 실리콘벨리에서는 예전만큼 해외에서 인력을 모셔오기가 쉽지 않아져 인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 재직중인 직원들을 살펴보니 분명 엇그제까지 시에틀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직원들이 하나 둘 씩 미 중부나 남부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100% 리모트 근무인데 구지 말도안되게 비싼 월세를 내면서 단칸방에 살기 보다는 한적한 동네에 넓은 집을 사서 보다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거죠.

그래서일까요? 미국 회사들이 생각을 조금 바꾸기 시작 했습니다. 기왕 리모트 근무를 하는건데 구지 미국 내에서만 인력을 구하지 말고 미국과 같은 타임죤에 비슷한 문화를 가진 캐나다에서 채용을 하는 것이죠. 비록 캐나다 내에 오피스는 없지만 페이와 베네핏 지원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나 중간을 연결해 줄 글로벌 HR 서비스를 이용하면 채용이 가능하니까요.

정확히 이러한 현상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제 링크드인 메시지를 기준으로 보면 작년 중순즈음부터 미국 회사의 리크루터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들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현 직장에 만족을 하기도 했고,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무기력증 때문에 구지 이 험란한 시기에 새로운 모험을 찾아 나서기 싫었으니까요.

한국에서 한창 휴가를 즐기던 올해 초 어느날, 평소같으면 읽지도 않았을 링크드인 메시지를 우연히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메시지를 읽다보니 JD에 제가 현 직장의 일 때문에 관심을 갖고있는 몇가지 키워드들이 보였죠. 그래서 리크루터에게 답장을 보내 한 번 만나보자고 했습니다.

팬더믹 이전에는 이직 생각이 전혀 없어도 일 년에 한두번 정도는 인터뷰를 보곤 했습니다.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제가 고생하고있는 것이나 아직 잘 모르지만 업무상 관심이 떠오르는 내용에 대해 발표한 프레젠터가 있으면 보통 그들과 간단히 대화를 해 보고 그 회사의 그 팀에 지원을 해 봅니다. 인터뷰를 통하면서 그들의 현재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떠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이 어떻게 해 냈는지 조금은 힌트가 될 만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그러다가 정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팀을 만나고, 그들 역시 저에대해 만족하게 된다면 정말 이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팬더믹 이후 약 2년간 이러한 활동이 전혀 없었기에 우연히 찾아온 이 기회가 오래간만에 스파이 짓을 할 기회라고 생각 됐죠.

그렇게 리크루터와 이야기를 하고, 또 Hiring Manager와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 팀 내에 엔지니어 중 한 명과 Tech Interview까지 마치면서 제가 알고싶은 내용들을 하나씩 질문하며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른 점들이 많았기에 이 즈음에서 프로세스 중단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Tech Interview까지 마치고 며칠 후, 리크루터가 축하 한다면서 Virtual On Site 인터뷰로 넘어가자고 연락을 해 옵니다.

진짜 이직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따로 공부가 필요한 on site 인터뷰를 하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그래서 사알짝 발을 뺐죠. 그러자 리크루터는 혹시 다른쪽 오퍼를 받은거냐? 우리들의 Total Compensation은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며 저를 꼬십니다. 하지만 저의 현재 연봉수준이나 저의 희망 연봉 레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보통 캐나다 회사의 리크루터들은 연봉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저의 현 연봉이나 희망 연봉을 먼저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일절 질문도 안했죠. 나중에 지인께 들은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리크루터들이 이런 질문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무턱대고 TC에 근자감을 보인 리크루터가 신기하여 levels.fyi, blind 등을 통해서 이 회사의 연봉수준을 검색 해 보았습니다. 저의 현재 연봉을 한방에 부끄럽게 만드는 숫자들이였죠. 하지만 실리콘 벨리에 위치한 회사인만큼 샌프란시스코나 시에틀 쪽에 사는 직원들이 받는 페이니 당연한 결과였죠. 그리고 제가 토론토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면 각 지역별 적용되는 payscale에 따라 토론토 시장 레인지에 맞춰질 것이고요.

그렇게 동네 탓을 하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유독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낮은 수치가 3 번 보였습니다. 임금 폭발이 일어난 팬더믹 이전의 데이터일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다보니 처음 데이터를 열었을 때, latest 순으로 정렬을 시켜놨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혹시나 싶어 다시 위로 올라가며 그 세명을 찾아보니, 모두 2021년 데이터였습니다. 하지만 남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거주지.

한 명은 Atlanta. 다른 한 명은 Philadelpia.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Toronto. 왓? 토론토?

네 회사 오피스는 실리콘 벨리에 달랑 하나만 있으니 모두 작년에 100% 리모트 조건으로 채용된 사람들이였고, 그들의 거주지역에 맞춘 payscale이 적용되어 남들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였죠.

그런데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들이 등록한 연봉을 USD to CAD로 변환을 시켜서 보니... 지금 저보다 더 많이 벌고 있었습니다. 특히 토론토로 등록된 분의 YOE는 저보다 훨씬 낮음에도 저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죠.

그 때 부터 levels.fyi를 통해 캐나다 내에 오피스가 없으면서도 Toronto 지역에 임금이 등록된 회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 회사에 리모트로 근무하면 적어도 캐나다 현지 연봉 레인지보다 30% 이상은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는 순수 연봉만 생각한 것이고 추가로 주어지는 Stock Option까지 생각한다면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상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혹은 이미 상장을 한 회사들의 숫자에서도 캐나다 대비 압도적으로 많고, 동시에 직원들에게 주는 주식 수 면에서도 캐나다의 일반적인 회사들보다 높았기에 향후에 추가 수익 실현 가능성과 수익 규모에서도 대부분의 캐나다 회사들과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어쩐지... 작년부터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 미국 회사로 가는 비율이 높았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예전에 제 와이프가 했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사람들이 몰리는데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그냥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를 뿐이지."

우리 회사도 팬더믹 이후로 폭풍 성장중이였고, 나름 1,000인 미만 작은 회사들 사이에서는 최고 수준의 페이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친구들이 나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들의 자리를 채울 신규 채용의 속도에서는 유난히 뒤처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저희 팀을 떠난 네 명은 모두 그럴만한 이유로 더 큰 야망을 품으며 미국회사들을 택했던 것인데 저는 혼자 코로나 블루에 빠져 무기력하게 하루 하루 근근히 버티고 살아왔던 것이죠.

가자가자 서부로. 저도 이제 서부로 갑니다. 그런데 캐나다 서부 말고 방향을 남쪽으로 10도 정도 틀어서 미국 서부로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