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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8일 목요일

Go WEST



약 200여년 전 서부 개척시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노다지의 꿈을 꾸며 서부로 서부로 달려나갔다고 하죠. 21세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가 몸을 담고있는 SW 분야입니다.

흔히 실리콘 벨리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와 그 남부 주변에는 수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리하고있고, 또 그 외에도 새로운 빅테크를 꿈꾸는 수 많은 신생 스타트업들이 있으며, 실제로 계속해서 새로운 강자들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 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라 미국 내 다양한 지역에 새로운 오피스들을 세우고, 또 다른 나라에도 수 없이 많은 오피스들을 설립하지만 같은 회사들이라 할 지라도 그들 중 연봉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 곳은 뉴욕 맨허턴의 사무실이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의 사무실 근로자들입니다.

아무래도 현지 생활비와 그 지역의 임금수준이 반영된 결과일 것 같은데, 같은 회사의 같은 포지션이라 할 지라도 지역에 따라 곱절의 차이가 나기도 하죠.

사실 돈이야 생활비에 비례해서 준다 하면, 결국 쓰고 남은 가처분 소득을 비교했을 때엔 어느 지역에서 일을 하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수 많은 SW엔지니어들이 구지 고향을 떠나 서부로 서부로 달려가는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습니다. 그 중 다른 하나는 근로 문화라 할 수 있죠.

한국에서 살 때에, 본사와 미국 법인이 힘을 합쳐서 해야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판매/마케팅 법인은 동부 뉴저지에 있고 미국 연구소는 산호세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사 개발-기획 인력들과 미국 법인과 연구소 인력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었죠. 한참동안 대화를 하며 때론 다투고 때론 으쌰으쌰 의기투합을 하며 어느덧 저녁 시간을 넘겨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친 후 다시 회의를 하려는데, 산호세에서 온 친구가 말을 하더군요

"역시 동부 애들은 너무 불필요하게 터프해. 일은 일이지, 일에 모든걸 걸고 너무 심각하게 한다니까."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회의를하고 오늘 아니면 결론을 짓지 못할 것 처럼 달려드는 모습에 질린 모양입니다. 물론 저는 속으로 생각 했습니다.

"이 좌식... 너 본사 연구소에 와서 두어달만 일 해 봐라. 그래도 밤 10시 즈음엔 퇴근하는 뉴져지 애들이 얼마나 설렁설렁 일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꺼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동부는 좀 딱딱하고 일에 열정적이며, 서부는 좀 더 자유롭고 생활에 열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돈 외에 이러한 근로문화를 찾아 서부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일자리가 많아서, 근로 형태나 문화가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서, 돈을 더 많이 주기에, 다양한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교류가 수월하기에... 다양한 이유로 더 많은 SW 엔지니어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고, 그렇게 그들 사이에 더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탄생하게 되고, 그렇게 생긴 새로운 회사들에서 더 많은 인력들을 필요로 하게 되고, 또 늘어난 인력 수요만큼 더 높은 compensation을 지불하는 경쟁이 생기고, 그렇게 오른 페이에 동네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다보니 이에 맞춰 타 지역대비 더 높은 임금을 주고... 이러한 순환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서부를 향하는 일이 없습니다. IT회사들이 몰려있는 지역도 GTA와 월털루-키치너 지역이고, 임금 수준역시 서부보다 GTA가 높으니까요.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알버타나 BC의 SW Engineer 평균 임금 데이터를 보면 선뜻 서부로 발을 옮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GO WEST란 국경넘어 따뜻한 남쪽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였을 뿐이죠.

하지만 이 코로나라는 녀석이 세상을 한 번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락다운으로 인해 강제 digitalization을 택한 기업들이 많아지며 시장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락다운과 국경 통제로 인해 실리콘벨리에서는 예전만큼 해외에서 인력을 모셔오기가 쉽지 않아져 인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 재직중인 직원들을 살펴보니 분명 엇그제까지 시에틀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직원들이 하나 둘 씩 미 중부나 남부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100% 리모트 근무인데 구지 말도안되게 비싼 월세를 내면서 단칸방에 살기 보다는 한적한 동네에 넓은 집을 사서 보다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거죠.

그래서일까요? 미국 회사들이 생각을 조금 바꾸기 시작 했습니다. 기왕 리모트 근무를 하는건데 구지 미국 내에서만 인력을 구하지 말고 미국과 같은 타임죤에 비슷한 문화를 가진 캐나다에서 채용을 하는 것이죠. 비록 캐나다 내에 오피스는 없지만 페이와 베네핏 지원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나 중간을 연결해 줄 글로벌 HR 서비스를 이용하면 채용이 가능하니까요.

정확히 이러한 현상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제 링크드인 메시지를 기준으로 보면 작년 중순즈음부터 미국 회사의 리크루터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들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현 직장에 만족을 하기도 했고,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무기력증 때문에 구지 이 험란한 시기에 새로운 모험을 찾아 나서기 싫었으니까요.

한국에서 한창 휴가를 즐기던 올해 초 어느날, 평소같으면 읽지도 않았을 링크드인 메시지를 우연히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메시지를 읽다보니 JD에 제가 현 직장의 일 때문에 관심을 갖고있는 몇가지 키워드들이 보였죠. 그래서 리크루터에게 답장을 보내 한 번 만나보자고 했습니다.

팬더믹 이전에는 이직 생각이 전혀 없어도 일 년에 한두번 정도는 인터뷰를 보곤 했습니다.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제가 고생하고있는 것이나 아직 잘 모르지만 업무상 관심이 떠오르는 내용에 대해 발표한 프레젠터가 있으면 보통 그들과 간단히 대화를 해 보고 그 회사의 그 팀에 지원을 해 봅니다. 인터뷰를 통하면서 그들의 현재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떠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이 어떻게 해 냈는지 조금은 힌트가 될 만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그러다가 정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팀을 만나고, 그들 역시 저에대해 만족하게 된다면 정말 이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팬더믹 이후 약 2년간 이러한 활동이 전혀 없었기에 우연히 찾아온 이 기회가 오래간만에 스파이 짓을 할 기회라고 생각 됐죠.

그렇게 리크루터와 이야기를 하고, 또 Hiring Manager와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 팀 내에 엔지니어 중 한 명과 Tech Interview까지 마치면서 제가 알고싶은 내용들을 하나씩 질문하며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른 점들이 많았기에 이 즈음에서 프로세스 중단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Tech Interview까지 마치고 며칠 후, 리크루터가 축하 한다면서 Virtual On Site 인터뷰로 넘어가자고 연락을 해 옵니다.

진짜 이직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따로 공부가 필요한 on site 인터뷰를 하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그래서 사알짝 발을 뺐죠. 그러자 리크루터는 혹시 다른쪽 오퍼를 받은거냐? 우리들의 Total Compensation은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며 저를 꼬십니다. 하지만 저의 현재 연봉수준이나 저의 희망 연봉 레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보통 캐나다 회사의 리크루터들은 연봉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저의 현 연봉이나 희망 연봉을 먼저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일절 질문도 안했죠. 나중에 지인께 들은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리크루터들이 이런 질문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무턱대고 TC에 근자감을 보인 리크루터가 신기하여 levels.fyi, blind 등을 통해서 이 회사의 연봉수준을 검색 해 보았습니다. 저의 현재 연봉을 한방에 부끄럽게 만드는 숫자들이였죠. 하지만 실리콘 벨리에 위치한 회사인만큼 샌프란시스코나 시에틀 쪽에 사는 직원들이 받는 페이니 당연한 결과였죠. 그리고 제가 토론토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면 각 지역별 적용되는 payscale에 따라 토론토 시장 레인지에 맞춰질 것이고요.

그렇게 동네 탓을 하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유독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낮은 수치가 3 번 보였습니다. 임금 폭발이 일어난 팬더믹 이전의 데이터일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다보니 처음 데이터를 열었을 때, latest 순으로 정렬을 시켜놨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혹시나 싶어 다시 위로 올라가며 그 세명을 찾아보니, 모두 2021년 데이터였습니다. 하지만 남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거주지.

한 명은 Atlanta. 다른 한 명은 Philadelpia.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Toronto. 왓? 토론토?

네 회사 오피스는 실리콘 벨리에 달랑 하나만 있으니 모두 작년에 100% 리모트 조건으로 채용된 사람들이였고, 그들의 거주지역에 맞춘 payscale이 적용되어 남들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였죠.

그런데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들이 등록한 연봉을 USD to CAD로 변환을 시켜서 보니... 지금 저보다 더 많이 벌고 있었습니다. 특히 토론토로 등록된 분의 YOE는 저보다 훨씬 낮음에도 저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죠.

그 때 부터 levels.fyi를 통해 캐나다 내에 오피스가 없으면서도 Toronto 지역에 임금이 등록된 회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 회사에 리모트로 근무하면 적어도 캐나다 현지 연봉 레인지보다 30% 이상은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는 순수 연봉만 생각한 것이고 추가로 주어지는 Stock Option까지 생각한다면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상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혹은 이미 상장을 한 회사들의 숫자에서도 캐나다 대비 압도적으로 많고, 동시에 직원들에게 주는 주식 수 면에서도 캐나다의 일반적인 회사들보다 높았기에 향후에 추가 수익 실현 가능성과 수익 규모에서도 대부분의 캐나다 회사들과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어쩐지... 작년부터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 미국 회사로 가는 비율이 높았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예전에 제 와이프가 했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사람들이 몰리는데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그냥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를 뿐이지."

우리 회사도 팬더믹 이후로 폭풍 성장중이였고, 나름 1,000인 미만 작은 회사들 사이에서는 최고 수준의 페이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친구들이 나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들의 자리를 채울 신규 채용의 속도에서는 유난히 뒤처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저희 팀을 떠난 네 명은 모두 그럴만한 이유로 더 큰 야망을 품으며 미국회사들을 택했던 것인데 저는 혼자 코로나 블루에 빠져 무기력하게 하루 하루 근근히 버티고 살아왔던 것이죠.

가자가자 서부로. 저도 이제 서부로 갑니다. 그런데 캐나다 서부 말고 방향을 남쪽으로 10도 정도 틀어서 미국 서부로 가봅니다.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IT] SW 개발자 되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한 달 전 즈음에 녹화했던 아리랑 TV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행사의 인터넷 방송본이 나왔네요. 본방은 28일 OMNI2를 통해 한다고 하는데, 어릴 적 불렀던 노래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ㅎㅎㅎ





아주 잠깐 TV에 얼굴을 비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제가 떠든 것은 처음입니다. 제 실수로 휴가일과 녹화일이 겹치는 바람에 휴가까지 하루 미루고 참여를 했는데, 지금 유투브로 다시 보니 적지않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 해 주셔서 더 힘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녹화가 종료된 후에도 많은 분들이 남아 질문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뭐라고...

영상에 잠시잠시 슬라이드를 보여줄 때 해상도를 원래 템플릿에 맞지 않게 해서인지 글씨들이 깨져서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쉬운데, 본방 전 까지 수정을 해줄지는 모르겠네요.

작년부터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블로그 활동을 뜨문뜨문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무료 강연이나 강좌, 혹은 세미나나 멘토링 등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 강연을 하면서 느꼈는데, 비록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으며 제 스스로의 커리어도 힘겹게 버텨나가는 사람이지만, 그러한 저의 의견이나 이야기와 지식이라도 다른분들과 함께 나누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실 올 해에도 몇 번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 제가 힘들기도 했고 기존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참여하시는 분들의 열정이 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해 저는 저대로 의욕이 빠지고, 학생 분들도 따라오기 버거운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어 같은 직업인들 사이의 세미나나 스터디 외에는 잘 하지 않았는데, 저와 비슷한 뜻이나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하면 조금은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모임에서 간간히 진행하는 세미나나 스터디, 단발적 강의 등을 좀 더 홍보하여 외부에서도 찾아오실 수 있게 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제 일이 전년에 비해 올 해 더 바빴고, 올 해에 비해 내년이 더 바쁠 예정이지만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다보니 돈 받고하는 강연은 '일'이라 강사가 힘들지만, 스님은 일체 대가를 받지 않고 강연을 하시기에 '놀이'가 되어 몇시간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저에게 수익이나 매출이 잡히는 일이 아니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 봉사활동으로 한다면, 저 역시도 제가가진 지식과 기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강연/강의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취미활동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며칠 전 한 지인이 오래간만에 연락을 하셔서 한두시간 가량 수다를 떨었는데, 조만간 무료 부트캠프를 열고자 백방으로 노력중이라고 하시더군요. 무료 강의인데, 강의를 할 장소 섭외가 마땅치않아 고민이 많으시더군요. 그 분이 하시고자 하는 부트캠프의 컨텐츠가 너무 좋아서 정말로 열심히 할 수 있는 학생들만 모은다면 아주 값진 프로그램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안그래도 모임에서 추진중인 공개 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연동하면 어떤지 이야기를 하고 왔답니다.

유료 교육/강연의 경우 학생들이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최소한 출석이라도 제때하고, 과제도 최소한 손이라도 한 번 대보는데, 무료 프로그램의 경우 제 경험상 동 분야 전문 직업인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학생들의 낮은 의욕과 참여도가 뜨겁게 불타오르던 강사의 열정에 찬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것이 무료 교육의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또, 무료로 하다보니 회의실/강의실 등 장소 섭외게 쉽지 않으며 충분하고 적절한 홍보 역시 어려워 운영/관리가 힘든 것이 그 다음이고요.

그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모여서 다 같이 고민하다보면 무언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이야기를 던진 지 1주일이 채 안되어 몇몇 큰 그림의 아이디어들만 있고 구체적인 검토가 부족하지만, 혹시나 첫 강의/교육/강연 스케쥴이 잡히면 블로그 글을 통해 홍보 좀 하겠습니다. ㅎㅎㅎ

토론토에 한인 개발자 10만명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아자!

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컬리지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활동 (Program Advisory Committee)

안녕하세요 둥이아빠입니다.

보통 컬리지에서 오는 이메일들은 동문들에게 기금모금을 하는 연락이거나, 동문파티 등등 별로 관심이 없는 내용들이라 읽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도 센테니얼 컬리지에서 이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Invitation for PAC member'


메일 제목도 뭔지 알 수 없는 단어인 PAC이라는 말이 적혀있어서 바로 삭제를 했었죠.

그 사실을 잊고 며칠이 지난 후 얼마 전 주문한 TV가 아직 배송이 되고있지 않아서 혹시나 스팸함이나 휴지통에 메일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 스팸함과 휴지통을 뒤져보는데, 의도치않게 그 메일의 본문이 열렸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열린김에 잠시 읽어보는데 메일의 시작이 제가 아는 교수의 이름으로 시작하더군요.

 'XXX 가 추천을 해주어서 너를 Mobile Applications Development 학과의 PAC 멤버로 초대하고싶다.'

PAC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학교다닐 때 만났던 교수의 이름이 들어있기에 구글에서 PAC이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 Program Advisory Committee의 약자로 학과 프로그램 구성 및 설계, 방향성에 대해 자문을 하는 외부 자문위원 활동이더군요.

발신인도 찾아보니 그 학과의 full-time faculty 중 한 명인데, 교수를 하고있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면서 아무도 알지 못 할 PAC이라는 약어를 제목으로 쓰고, 메일 본문에 PAC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쓰지 않아서 이 교수가 이상한 것인지, 저를 초대 할 의욕이 전혀 없는건지, 제가 상식이 부족한 것인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네요

여하튼, 구글링을 통해 PAC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고, 참석을 여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쪽을 하긴 했지만 이미 손을 놓은지 거진 3년이 다 되었고, 제가 했던 모바일은 일반적인 시장에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모바일 분야를 떠난지 약 3년가까이 되었고, 지금은 DevOps관련 일을 주로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되는 것인지 소개를 해 달라고 답장을 보냈죠.

메일을 보내고 잠시 후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한 번 시작하면 3년간 임기이며, 일년에 2회 정기회의 외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하는 별도의 활동은 없는 일종의 봉사활동이라는 답이 왔습니다.

일단 안그래도 바쁜 상황인데 저를 더 힘들게 만들만큼 일이 큰 것은 아니라는 점에 마음이 놓였지만, 반대로 학과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하는데 연간 2회 미팅만으로 무엇이 가능할까 싶어 형식상 존재하는 위원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제가 충분한 실력과 자질을 쌓은 후에는 컬리지 강사를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기에 일단 한 번 참석을 해 보기로 결정을 하였고, 이번 주 월요일에 첫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을 했습니다. 졸업 후 4년간 단 한 번도 학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지난달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행사에 스피커 참석 건으로 가고 다시 한 달 만에 학교에 오니 왠지 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아 이상하더군요. 제 신분이나 일자리 등등 모든 것이 불명확하던 시절이라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아니였고, 자주오니 많이 바뀐 캠퍼스가 다시 눈에 익기 시작하더라고요.


지난번 행사는 학교 행사라기보다는 아리랑 TV의 행사에 학교와 같이 주관을 한 것이고, 학교 전체라기 보다는 국제학생 학부에서 주관한 행사라 딱히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컬리지 학부에서 하는 행사인지라 오래간만에 몇몇 반가운 교수들과 학과장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저를 추천해 준 교수 사무실에서 1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눈 후, 회의실로 들어가니 저에게 메일을 보냈던 교수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더군요.


이번 회의 아젠다, 위원회 활동에 대한 가이드 문서 등을 읽어 볼 때만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난 회의록을 읽어보니 그래도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행간의 내용은 제가 알 수 없지만, 현재 학과의 커리큘럼을 읽어보면 지난 회의록에서 제안한 몇몇 사항들을과 연관된 키워드들이 보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신입 위원 3인과 기존 위원들간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회의인지 몰라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위원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들을 가감없이 내던지고 있고, 학교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포착되어 저도 제 생각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거나 이야기 전환할 만큼의 영어실력은 안되기에 제 생각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 기회를 봐서 하나씩 생각들을 던졌죠.

"1년 2학기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학기마다 배우는 전공 5과목 중에 서로 연관성이 아주 낮은 코스가 3-4개 정도로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전혀 다른 것 3-4개 이상 배우는 것인데, 차라리 1학기에는 mobile관련 다양한 것들을 general하게 배우고, 2학기에는 몇가지 스트림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선택적으로 특정 스킬셋에 대해 깊이있게 배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개인적 경험상 컬리지 졸업자들이 대졸자 대비하여 인터뷰 뿐 아니라 실무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크게 취약한 것 3가지가 있는데, 디자인패턴/설계, 테스팅, 안드로이드 activity/fragment/service 라이프사이클 관리 등과 같은 기본지식이다. 4년간 배운 학생들만큼 성취를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어찌보면 현업에서 가장 기본이되고 중요한 지식을 전혀 배우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현재 프로그램에서 백엔드, iOS, Android, Mobile Web 등 너무나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학교에서도 동의를 했고, 학생들 설문조사를 거쳐 두번째 학기에는 2개 혹은 3개의 스트림으로 나누는 방향에 대해 학교에서 좀 더 고민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파트타임 교수를 하는 일부 위원회 멤버들이 우려하는 것은 비용/난이도 등의 문제로 학생들이 스트림을 선택할 경우 90%이상 Android로 가서 스트림 운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과목 개설을 위한 최소 학생 수 확보가 안될 수 있기에) 그래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였죠.

또, 학생들에게 너무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에 학교도 동의를 하여 2020년 가을학기 부터는 프로젝트 과목에서 모든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모두 총망라한 integrated capstone project를 하고, 각 과목에서는 학기말에 별도의 프로젝트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과목의 교수들이 같이 협동해서 코스 커리큘럼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기에 학교 입장에서는 좀 더 일이 많아졌겠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학생들의 로드가 줄어들 수 있기에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는 2학기에만 capstone project를 했는데, 이것을 1학기부터 하는 대신에 1학기 중반정도 까지는 진짜 프로젝트를 하기 보다는 실제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인 테스팅, CI/CD, 디자인 패턴/설계 등등에 대한 내용들을 조금씩이라도 훑어보도록 과목 설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회의 중 세부적으로 정하지는 않았고, 추후에 shared document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은 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미팅은 거의 반년 뒤에 다시 있을텐데, 이번에 제안된 내용들 만이라도 다 반영이 된다면 확실히 이전보다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국...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건, 그 누가 와서 강의를 하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추는 학생인데,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를 하고 스스로 노력을 할 것인지가 의문이긴 합니다. 공자/맹자가 와서 가르친다 한들, 학생이 아무런 의지가 없다면 무엇 하나 깨우칠 수 없으니까요.
위원회 회원들 중 컬리지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저 뿐이라, 대학생들을 생각하고 의견들을 제시한 것일텐데, 컬리지를 다녀본 저로서는 궁극적으로 마지막에 허무해지는 것이... 

'아무리 낮게 잡아도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공부 안하고 그냥 대충 학교만 다니고 졸업장만 받을텐데... 우리가 이렇게 목에 핏대 세워가며 토론하는 열정의 절반이라도 가진 학생은 아주 드물텐데...' 

이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래도, 이 학과는 다른 IT분야 학과와는 달리 관련 전공 기 졸업자들이 mobile 특화된 개발을 배우기 위해 듣는 프로그램이라 하니, 제가 경험했던 컬리지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열정이 있으리라 믿어보고 위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 할 생각입니다.

최소한 학교측에서 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안을 받아들일만큼 충분히 개방적이고, 커미티 멤버들 역시 이 봉사활동을 한낱 지나가는 일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열심히 활동하다보면 무언가 발전이 있을 수 있을테니까요.

2019년 6월 4일 화요일

Dr. Strange가 되고픈 Hulk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오늘 제목은 Dr. Strange가 되고픈 Hulk라고 뽑아 봤습니다.
Avengers 시리즈를 안보셨으나 조만간 정주행 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약간의... 아주아주 약간의 영화 스포도 포함되어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느 한 도시에 헐크가 살고 있습니다.
명석한 머리와 빠른 두뇌회전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어 파고드는 능력은 없지만, 타고난 괴력으로 상대방이 버티지 못할 때 까지 끊임없이 타격을 해서 물리칩니다.
상대방이 공격을 해 오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타고난 힘 만큼이나 덩치와 맷집도 좋아서 어지간히 두드려 맞더라도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죠.
말 그대로 만인지적이기에 어마어마한 빌런들이 나오더라도 어벤져스는 이렇게 말 합니다.
"걱정마, 우리에겐 헐크가 있자나."


나름 어벤져스 멤버인 헐크이지만, 그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스스로 헐크의 존재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헐크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브루스 박사는 화가나면 헐크로 변해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이지만, 헐크로 변한 이후에는 피아식별이 안될 만큼 분노 조절이 잘 안되고 스마트하고 똑똑함과는 정 반대의 방법으로 전투를 합니다. 그로인해 때로는 목표는 성취했으나 주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전투 후 분노가 가라앉아 브루스 박사로 돌아왔을 때엔 찢어진 옷가지들 덕분에 알몸이 되는 부끄러움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브루스는 자신이 헐크라는 사실이 싫고,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헐크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납니다. 딱히 힘이 세지도 않고 무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운동 능력이 타고나지도 않지만, 말도 안되는 신기한 재주들을 부리며 정말 마술처럼 신묘하게 적들을 물리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자신이 시키거나 컨트롤하지 않아도 망토가 저절로 날아가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적을 제압하기도 합니다. 신묘한 마법을 부리는 것 뿐 아니라 머리도 아주 좋습니다. 원래 엘리트 의사 출신이니까요. 특히 힘과 기술 그 어떤 것으로도 물리칠 수 없었던 절대 강자인 도르마무를 몰아낼 때엔 기막힌 방법으로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거래를 성사시켜 지구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헐크는 그런 닥터 스트레인지가 한없이 부럽습니다. 전투 후 벌거벗을 필요 없이 항상 멋진 망토를 매고있을 수 있고, 무식하게 두드려맞으며 돌격 앞으로를 할 필요가 없이 마법의 힘으로 방패를 만들어 내어 방어하고 공간의 문을 열어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도 가능하며, 물리적 공격으로 타격을 입히는 갓이 아니라 다양한 마법으로 적을 공격하여 무찌르기에 덜 힘들어보이고 더 멋져보입니다.
특히나 100대 맞더라도 끝까지 밀어부쳐서 한대만 때리면 그 누구든지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는데, 타노스와 싸우며 힘 대결에서 밀리고, 난생처음 엄청 아프게 두드려 맞은 후 저 먼 곳으로 내팽겨쳐진 이후에는 이전처럼 돌격앞으로를 하기에 겁이 나서 더욱 더 그렇습니다. 한 번 크게 겁을 먹어서인지 예전엔 분노하기 싫어도 분노해서 헐크로 변신했는데, 이제는 헐크로 변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와도 좀 처럼 변하지 못합니다.
이상 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헐크처럼 타고난 괴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일을 하는 방식에 비슷함이 있습니다. 낙수물이 돌을 뚫듯이 주어진 문제가 있으면 끊임없이 두드려봅니다. 이것 저것 가능한 경우의 수들을 모조리 두드리다보면 최선의 수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찾아내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일하는 방식이 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고민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일종의 미래 부채를 만들어내는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작은 믿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일을 해 나가며 제가 성장을 해서 어느 순간에는 순리대로 일을 해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벽을 만날 때 마다 그 벽이 부서질 때 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는 인정도 받았고, 덕분에 우리 네 식구가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을만큼의 대접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무식하게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서 무언가 파고 파고 또 파고, 두드리고 두들려야 할 때에는 가능한 남들의 눈이 없는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나는 밤을 새어 고민을 해보고 다양한 시도 끝에 답을 찾아냈더라도, 남들에게는 순간 번뜩이는 기치를 발휘하여 멋진 마법사 같은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 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죠. 처음에는 어느정도 저의 이러한 포장이 먹히는 듯 했지만, 아무리 숨겨도 어쩔 수 없었고 결국 제 이미지는 헐크에 가깝게 되어 버렸습니다.
비록 물리적인 시간과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 업무 방식이지만, 어느정도 선 까지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나는 분명 오늘도 발전하고 있다는 믿음도 확고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작년에 두 번이나 번아웃을 경험하기고 했고, 회사에 큰 벽이 나올 때 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팀의 믿음 덕분에 저의 도메인이 아는 다른 분야의 문제들이나 모든 경우의 수를 각개격파 해 보기에는 말도안되게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를 가진 문제들을 맡아 해결해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일은 성사시켜도 제 자신에게 찾아오는 데미지가 적지 않은데 지난 수년간 이렇게 받은 데미지들이 계속 누적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이직 후에 무언가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무한전진 돌파가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 달려들을 만한 꺼리가 있더라도 예전만큼 집중이 되지도 않고, 집중이 되더라도 체력적으로 힘이들어 잠깐 반짝하다 끝나서 곯아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또, 예전처럼 주어진 일만 하면 끝나는 그런 위치도 아니고 다른 팀원들을 이끌기도 하고 새로운 비젼을 보여주기도 해야 하는데, 불도져 식의 업무 방식으로는 도무지 답이 안나오죠. 예전에 우려했던 미래의 부채가 이제는 정말로 찾아왔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온갖 마법을 부리듯 저도 모든 일들을 auto-magically 해결하고 싶은데 현실에서 저의 법력은 부족하기 그지없으며, 이제는 끊임없이 부딛쳐 보기에는 체력적으로도 예전만큼 하기 힘든 다소 지친 헐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이라면 그 동안 불나방처럼 앞뒤 안가리고 다양한 문제들을 항해 돌진하고 부딛치면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미미하더라도 이런저런 것 들을 경험 해 보아 기존 경험을 기반으로 해결 방법을 빨리 찾는 경우도 조금은 잦아졌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를 지구에서 몰아냈을 때 처럼 획기적인 방법으로 game change는 할 수 없더라도 절대 해결 할 방법이 아닌 케이스들을 선험적으로 좀 더 많이 알기에 이전보다는 조금 덜 좌충우돌 해도 답을 찾기도 하죠.
몇 주 전에 아이들과 함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왔습니다. 종종 회사에서 저에게 비유되었던 헐크가 이제는 헐크와 브르스라는 2 명의 분리된 자아에서 헐크의 피지컬과 브루스의 머리가 합쳐진 하나의 자아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좀 더 나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길 바라며, 오늘도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SW 마법사가 되기를 꿈 꿔 봅니다.

2019년 5월 16일 목요일

Probation 절반이 지난 지금, 동료들의 평가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3월 초에 이직을 했으니 어느덧 이직 후 2달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났고, 처음 3주 교육을 제외하고 업무를 시작한지도 1달 반 정도가 흘러 probation 기간의 절반 정도를 채웠군요.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나름 고민도 있었습니다.

전 직장의 업무와 분위기, 프로세스에 매우 익숙해져서 무엇을 하건 손쉽게 예상이 가능하고 또 해낼 수 있었고, 무언가 문제가 발생해도 구지 확인을 하지 않아도 머릿 속에서 그림이 쉽게 그려졌으며 해결방법 또한 단번에 떠올랐죠.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얼만큼 해 낼 수 있을지 알지 못했고, 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또한 충분하지 못했으며,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치보다 회사에서 너무 높게 가치를 평가 해 주는 것 같아 부담도 있었습니다.

이 부담감으로 인해 교육 기간중 기차로 출퇴근을 하며 새 직장에서 내가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기술들을 온라인 강좌로 계속 배웠고 퇴근 후에 틈 나는 대로 써보며 지냈지만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더 막막해지는 느낌이 있었죠.

그렇게 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저를 채용하면서 새로 팀을 꾸린 것이다보니 더 답답했습니다. 이전의 히스토리에 대해 아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고, 어느 정도의 업무량을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하는 것이 이 팀에대한 기대치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죠.

이렇게 저렇게 좌충우돌하며 1달 반 가량이 지난 지금은 나름의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새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술들 중에 분명 저의 기존 경험보다 훨씬 진보된 것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제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도 많지만, 부족한 제가 보기에도 불합리한 것들이나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들 또한 많아서 당장 제가 contribution을 할 수 있는 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먼저 저~~~ 위쪽에서 팀을 만들면서 제 팀에게 당장 기대하는 업무들을 알아내고, 제가 찾아낸 개선점들 중에서 당장 제가 뛰어들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가시적 성과가 나올만한 부분을 위주로 판단하여 업무 우선순위를 정했고 지난 1달 반 동안 열심히 달려봤습니다. 달렸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이 곱절이 되어 피로도가 많기도 하고, 이 회사 분위기 자체가 이전 직장에 비해 일을 덜 하는 분위기인지라 저 역시도 분위기에 휩쓸려 늦어도 4-5시에는 보통 퇴근을 했습니다. 이전 직장에는 일을 잘하면서 또 많이하는 친구들이 많아, 제가 그들보다 훨씬 우월한 것이 아니였기에 남들보다 더 많이 인정받고 저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저 역시도 더 열심히 일을 했어야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친구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서너번 정도 7시 까지 일을 해 본 적이 있는데, 100여명의 개발팀 내에 그 시간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많아봐야 2-3명 정도였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회사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수다떠는 상황이 많았지, 그 시간까지 일을 하고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확실히 누구와 같이 일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분위기에 따라 업무 환경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저 혼자 시작한 팀이였지만, 이제는 제 위에 Director도 새로 왔고 갓 UoT를 졸업한 신입사원도 받았고 기존 개발자 중 저희 팀으로 팀을 옮기면서 팀원을 더 충원 했고, 추가 TO 1명을 더 받아내 구인공고도 내어 이제는 점점 용병부대의 모습에서 진정한 팀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 마다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거야. 오늘은 더 잘하자"

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좀 더 큰 일을 터트려야 할 것 같은데, 제 스스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일거리가 잡히지 않았고, 그나마 하나 있는 큰 건은 계속해서 외부 문제로 인해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얼마 전에 제 팀원들과 지금 제 팀과 함께 일했던 다른 동료들로부터 저에대한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받는 피드백인지라 어느정도 입에 바른 소리들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까지 내 입지나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기에 솔직히 적지않게 불안했습니다.

하나 둘 포스트 잇에 적은 저에대한 피드백 종이를 가져와 화이트보드에 붙이며 이런저런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해주는데, 비록 입바른 소리라 할 지라도 맘 속에서 눈물이 찡 했습니다.

동료들의 피드백

그래도 그 동안 나름 노력하고 고민하며 살아온 것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까지 제 자신에게 너무 너그럽지 못하게 대한 것은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했고, 지금 처럼만 쭈욱 이어나간다면 적어도 누가 날 짜르지는 않겠다 싶어 안도감이 밀려오기도 했죠.

하지만 또 다시 제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위에 나와있는 quite... 한국인 지인들이 이 평가를 듣는다면

"Quite? 네가?"

"반어법인가?"

"내가 모르는 quite의 다른 뜻이 있는건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 주중에 아침마다 출근을 하면서 저는 외국어에 자신감이 없고 수줍은 영어캠프를 가는 학생으로 돌변을 하기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잘 말하지 않게됩니다. (아니 못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주변을 설득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전파해야 하는 것이 저의 롤이다보니 quite라는 것은 치명적 약점 중에 하나일 수 있는데, 전체적 평가 메시지는 긍정적이였지만 저의 단점으로 quite를 직접 언급한 것이 저의 폐부를 찔렀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이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활발한 분위기였기에 저 역시도 주로 이메일을 활용했고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평가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 회사에서는 주로 대면 대화나 짧은 미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방식이라 저의 부족한 verbal skill이 이전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쯤 되어야 영어캠프에 오면 수줍어하는 이 학생이 말문을 트게 될지...

캐나다로 이민이나 이직, 혹은 캐나다에서 취업을 걱정하시는 Software Engineering분야에 계신 분들께 그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라면, 저 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기술과 어느정도의 운,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만 있다면 캐나다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보다는 조금 잘하지만, 제가 이 회사로 이직을 할 때 같이 온 친구들 중 2명이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이 회사에 취업하여 비자를 받고 온 친구들입니다. 한 명은 인도, 다른 한 명은 프랑스 출신으로 인도 친구는 인도인 치고 참 영어를 못하고, 프랑스 친구는 프랑스인 치고 영어를 조금 잘 하는 편이지만, 감히 제가 평가하기에 이 친구들의 영어실력 역시 그다지 우수하지는 않고 저보다 살짝 잘하는 정도로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저처럼 버퍼링이 심하게 걸리기도 하며, 영어식 표현이 아닌 모국어식 표현을 영어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도 캐나다에 와서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이곳저곳을 두르려 봤고, 그러다 이 회사를 만나 화상 인터뷰 및 온라인 시험 등등의 절차를 거쳐서 온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는 하기 힘든게 이 친구들의 나이가 이제 20대 후반으로 4-5년 정도의 길지않은 경력이지만, 회사에서 찾고있는 프로파일과 잘 매칭이 되었기에 이렇게 오게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이야기가 조금 삼천포로 빠졌는데, Manager/Director/Principal Engineer/Team Lead 등의 롤이 아니라면, Software Engineering분야의 취업에서 인맥이나 언어능력은 부가적인 장점을 안겨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크리티컬한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언어가 필수요소가 아니다보니 이민온지 5년이 넘은 지금도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 받은 피드백 덕분에 이번 long weekend에는 잠시 부담감을 떨궈내고 진정한 봄 날씨를 즐기면서 푹 쉬고 충분한 재충전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워 봅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데. 오늘도 어제처럼만 쭉 잘 해보자."

2019년 4월 14일 일요일

이직 후 한달, 그리고 CN Tower Climbing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오늘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도네이션 행사인 WWF CN Tower Climbing행사에 참여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야생동물 보호라는 단체의 목적과 기부라는 행사의 취지가 좋았고 단순한 도네이션을 넘어서 저도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매년 최소 $100 이상 도네이션을 하며 참석중인데, 매 해 이전보다 기록 단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지만 막상 도전하면 썩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 걸음이네요. 오히려 재작년 체중 증가 이후로는 기록이 확 떨어져 이제는 15분 미만은 도저히 안되네요. 아무래도 빨리 살을 빼서 원래 체중으로 돌려야만 할 것 같아요.

이직을 하면서 올 해에는 CN Tower Climbing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저의 첫 출근 날, 새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팀을 꾸려 나가기에 저도 지원을 하여 올 해에도 이 연례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죠.

일정금액 이상 Donation 모금으로 받은 상품; 거북이 인형


하지만 올 해를 마지막으로 이 행사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것 같고, 가을 즈음에 열리는 United Way에서 주관하는 CN Tower Climbing에만 참여를 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제 운동을 위한 행사라면 모를까, 그래도 도네이션 행사인데 주관 단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내년에는 참석을 하지 않을것 같아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로 대체합니다. 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tomwarren/wwf-world-wide-fund-nature-parks-torture-death

올 해에는 위 사건때문에 스폰서들이 줄어들어서인지 몰라도, 항상 있었던 Climb team 단체사진 촬영도 없어졌고, 행사 종료 후 간단하게 제공되었던 아침식사도 없어졌네요.

항상 CN Tower를 오른 후 내려와서 머핀과 과일 등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곤 했는데, 별 것 아니지만 좀 섭섭하더군요.

그래도 전년 대비 올 해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CN Tower Climb 행사는 주말 아침 7시에 시작하다보니, 지하철이 다니기 전이라 택시나 자차로 가야만 했고, 그래서 매번 어마무시한 다운타운 주차비를 내야만 했습니다. (네, 캐나다는 주말에 대중교통이 매우 늦게 출발하고 매우 일찍 끝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기차를 타고 1정거장만 움직여 CN Tower에 갈 수 있어서 주차비를 내지 않았네요. 행사도 2시간 30분 이내에 모두 완결되기에 기차비도 1번만 내도 되고요.

그렇게 1년만에 다시 한 번 CN Tower에 올랐습니다. 확실히 2-3년 전보다는 몸이 무거웠지만, 적어도 작년보다는 많이 나았습니다. 그렇게 정상에 올라서 숨을 고르며 같이 오른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CN Tower Climbing만 하면 꼭 얼굴을 보이던 친구들이 올 해에도 어김없이 왔더군요. 여느 때 처럼 회사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서요. 비록 저는 이제 다른 옷을 입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매년 함께했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서로의 안부도 묻고 새로 옮긴 회사에 대해서도 물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전 직장 동료들과 짧은 만남을 갖고 난 후에 과연 내가 이직을 잘 한 것인지 잠시 되돌아봤습니다.

무언가 변화 후에 새로움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는 허니문 기간은 이직의 경우 보통 3달 이내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이 허니문 기간중이라 새로운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는 내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 마음 속을 들여다 보아도 회사에 대한 좋은 점들만 줄줄줄 보이니까요.

구지 새 직장의 단점을 꼽자면 출퇴근 시간입니다. 통근 거리는 20Km에서 30Km로 50% 가량 증가했지만, 이 50% 증가 구간이 토론토 지역인지라 실제 출퇴근 시간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예전 제 통근시간은 출근 시에는 20분 이내 (보통 제가 6시 언저리에 출근을 합니다...), 퇴근 시에는 25-30분 정도였습니다. 회사 주차장도 건물과 같은 부지였기에 별도의 도보이동 시간이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출근 시에는 30분 정도 (역시 보통 6시 정도에 출근을 합니다) 운전을 하고, 주차장에서 회사까지 다시 10분 정도를 걸어갑니다.
퇴근 시에는 주차장 까지 10분 정도 걸어서 돌아간 후 5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하고요.

그리고 이전에는 매일 매일 저의 컨디션에 따라 6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7시에 가기도 했습니다. 7시 30분 이전에만 출근하면 보통 25분 이내에 출근이 가능했죠.
하지만 지금은 6시 20분 정도에만 출발을 해도 30분 걸리던 길이 50-60분 씩 걸립니다. 그렇다보니 전에는 딱히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나면 출근을 했는데, 지금은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서 일어나 가능한 6시에는 출근하려고 하다보니 왠지모를 강박증이 생겨 아침에 일어나는게 이전보다 더 힘드네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 외에도 다른 정신적인 피로가 있는데, 제 조급증 때문인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전 회사는 제가 하는 업무분야 중 어떤 것에 대해 누가 묻더라도 현재의 상태와 제 나름대로의 방향과 계획, 그리고 소신이 잡혀있는 상태인지라 뭐랄까... 항상 모든 일들을 제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의 일은 아직 절반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주요 툴과 기술 스택도 이전 회사와는 많이 다르기에 아직 혼자 공부중인 부분도 많고, 이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일지에 대한 생각은 아직 하지도 못한 상태죠.
이직 후 팀에서 하고있는 일에 자연스레 합류했다면 다른 팀원들이 하고있는 일을과 이미 했던 일들을 살펴보며 눈치를 챘을 수 있을텐데, 제가 속한 팀은 팀원이 저 뿐이거든요. 제가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새로 셋업된 팀이라 제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제 깜냥이 부족한데다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항상 쫒기는 마음에 조급함이 생겼습니다. 하루빨리 제가 교육중일 때 채용된 Principal Engineer가 팀에 합류하기를 바랄 뿐이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칫하면 제가 팀을 이끌어야 했을 뻔 했는데, Principal Engineer가 생겨서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처음 3-4주 정도는 육체적 피로도가 매우 높았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다행입니다. 제가 루틴이 생명인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루틴에 영향을 많이받는 편이며 그래서 최대한 루틴을 지키며 살기위해 노력합니다.
이전 회사를 다니면서도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 등등을 고려해 처음 몇년간 루틴을 짜기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제 컨티션에 맞는 최적의 루틴을 찾았었죠. 제 루틴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이른 수면과 아침 운동이였는데, 보통 밤 10-11시에는 잠들고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 가량 운동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오늘 일을 빨리 끝내서 2시즘 퇴근하려고 하거나 이번주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밀렸거나 전날 일찍 잠들지 않은 경우에는 거르기도 하는데, 이런 날에는 어김없이 이곳 저곳이 아프거나 피곤했습니다. 이직 후 처음 2-3주 정도는 기차시간에 맞춰 움직이다보니 아침 운동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충분한 시간동안 할 수 없었고, 자차 출퇴근을 할 때에도 길이 막히는 6시 전에 출발을 해야하니 집 근처 짐에서 1시간 미만으로만 운동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다 얼마 전부터 회사 사무실 내에 있는 짐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루틴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저것 부족한 기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침에 제 몸을 깨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네요. 이제 고민이라면 이미 연간회원인 GoodLife를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하루 하루, 한주 한주 겪어나가며 조금씩 적응 해 나아가고 좀 더 성장하기를 바래봅니다. 그래야죠, 그래야 버텨낼 수 있겠죠.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교육 3주차, 감정노동 체험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이제 새 회사 출근 3주차이군요.
아직 교육기간 중으로 서포트 팀에서 일하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은 9-5로 고정이지만, 이제 더 이상 강의식 교육은 남지 않았고, 이메일 응답만 하고있어 근무시간 중에는 제 마음대로 시간 조정이 되니 나름 전보다 편해졌습니다. 특히나 이제는 빔 프로젝트 화면을 보지 않아서 눈이 덜 피곤하여 좋네요.
저는 전화 응답 업무를 하지않는 관계로 같이 이직한 다른 친구들 보다 1주 먼저 제 소속 부서로 옮기게 되어서 이번 주 금요일이면 교육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다음 주 까지 교육이 지속됩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실제 고객들의 이메일을 받다보니, "탈퇴를 무기로 고객이 너를 겁 줄 수도 있지만, 두려워 말아라. 네 뒤엔 회사가 지키고 있고, 무슨 결정이든 우리는 너의 결정을 믿는다." 라는 말을 왜 해주는 것인지 이해되는 경우가 몇 번 생겼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서비스이지만, 20여년 전에 유니텔 콜센터에서 방학동안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젊고 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만 PC통신을 하던 시절이라그런지 딱히 기억나는 까다로운 혹은 난감한 콜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딱 1주일 정도 일하고 두 번이나 난감한 일이 생겼네요.
아무래도 취미/여가로 즐기던 PC통신과는 달리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비스이니 좀 더 민감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더구나 고객들 중 IT와는 거리가 먼 층의 고객 비율이 높고, 회계 지식도 부족한 1인 기업체가 대부분이다보니 기술적인 한계나 제약으로 인한 문제, 회계상 문제들에 대해 이해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일 수도 있겠죠.

이전 직장의 주요 고객들은 보통 수천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대기업이였지만, 이 회사는 개인 개발자, 디자이너, 사진작가, 마케터 등 크리에이터, 변호사 등등 1인 서비스 기업이 대상 고객이라 연매출 50만불 정도 규모만 되어도 상당한 VIP 고객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파레토의 법칙으로 저희회사 수익에서 80% 이상은 이 VIP 고객들에게서 나오는데 이런 고객의 수는 20% 미만이죠.

한 번은 이메일로 문의 온 내용에 답변을 달았습니다. 문의를 한 메일의 정보를 보니 free trial 사용자이기에 그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기능으로 안내를 했죠. 그랬더니 "너희들은 일부러 내 말을 안듣거나 내 글을 안 읽는거냐" 하면서 버럭 화를 냅니다. 내가 너희 FAQ에 나온 글 못읽어서 그러는 줄 아냐면서, 자기는 2011년부터 계속 써온 다른 계정이 있는데 거기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를 자기가 확인 해 보고자 임시로 무료계정을 하나 개설 한 것인데, 왜 내 무료계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냐며 화를 냅니다.
화들짝 놀라서 고객이 보낸 메일 원문을 다시 읽고, 고객의 문의 메일로 회사 시스템을 다 찾아 보았지만, 무료계정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당연하죠.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주민등록 번호같은 슈퍼 키가 있어서 사용자를 통합 조회할 수 없으니 다른 이메일 계정이면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지금 문의를 준 메일에는 무료계정만 연동되어있고, 네가 말 한 다른 계정은 찾을 수 없으며 다른 계정에서 문제라고 따로 언급이 없어서 무료 계정에서 문제로 생각해 안내를 한 것이라고 사과하고, 너의 다른 계정 정보를 알려주거나 그 계정 이메일로 메일을 다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퇴근즈음이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 불같이 화를내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가 분명히 어떤 문제인지 말을 했는데 왜 못알아먹냐? 지금까지 거의 10년간 매 달 몇 백 불씩 돈을 내 왔는데, 내 정보는 어디간 것이냐? 너 때문에 지금까지 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내 메일 잘 읽고 당장 해결해내!"
역시나 문제가 있다는 그 다른 메일 계정에 대한 정보는 없고 화의 크기만 더 커졌습니다.
회사 서비스 특성 상 하나의 메일 주소에 두 가지 계정을 등록할 수 없으니, 검색 시스템 이상으로 누락된 것은 분명히 아니고 고객이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문제만 해결 해 내라고 덤비는 상황이니 제가 잘못 한 것은 없지만, 만약 진짜로 서비스 이용 요금으로만 매 달 수백불을 지불하는 고객이라면 분명 따로 관리되는 VIP일테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총액은 서비스 구독료보다 훨씬 더 클텐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 해 옵니다.
아마도 테스트를 위해 새로 만든 trial 계정으로 로그인 하여 몇가지 테스트를 한 후, 자신이 현재 trial 계정 로그인 상태라는 것은 모르고 이메일 문의를 보낸 후, 매 달 수백불 씩 내는 고객인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리버리한 서포트는 딴소리만 한다며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소심한지라 회사에서 겁먹지 말라는 그런 이야기를 사전에 해주지 않았다면 제 진짜 직무도 아닌, 교육 기간에 잠시 한 서포트 일 때문에 짤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끙끙 앓았을 것 같아요.
어찌되었건 다시 용기를 내어서 우리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당혹스럽겠지만, 문의를 준 계정이 free trial 계정이라 우리는 너의 원래 계정 정보를 알 수 없다. 너의 원래 계정으로 문의를 다시 주거나 전화를 해서 우리가 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 고객으로부터 다른 업데이트는 없습니다. 아마 다른 계정으로 새로 요청을 보냈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궁금증이나 화 둘 중에 하나를 풀었을 수도 있겠죠.

나머지 한 번은 사실 위 사건과 연관이 있긴한데, 제 과실이고 비교적 해피엔딩 이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두 번째 답장을 받기 직전, 저는 다른 고객에게 답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 말씀드린 두번째 메일을 받으니, 일단 이 문제부터 추가 답변을 해야할 것 같아 작성중인 메일을 임시저장하였죠.
부라부랴 불같이 화난 고객을 달랜 후, 임시 저장된 티켓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작성중이던 답변이 안보입니다. 아래로 내려보니... 아뿔싸!
제가 실수로 발송을 눌렀나봅니다. 이건 뭐 답을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이상한 상태에서 메일이 끊긴 채 발송되어버린 것입니다.

뭐, 요약하자면 이런 식으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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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서비스 이용해줘서 고마워. 네가 지금 그런 문제를 겪고 있구나. 내가 괜히 송구스럽네. 그런데, 이건 오류가 아니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해결되.

그러니까,

바이!

----

문제 해결책은 있다고 말은 해두고 뭔지 설명은 전혀 안해준 것이지요. ㅠㅠ
그래서 얼른 이전 메일은 작성중 실수로 발송된 것이고 실수로 미완성 된 메일을 보낸 것 미안하고 진짜 답변은 이거야... 라고 제대로 답변을 달아 발송버튼을 누르자마자 그 고객에게서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그 사이 고객이 제 답장을 이미 읽고...
"지금까지 받아왔던 서포트 서비스들과는 너무 다르게 안좋네? 심지어 이건 내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다. 이런 서포트를 받는다면 내가 왜 너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해야 할까?"
라는 메일을 보냈더군요. ㅠㅠ

다행히 30분 즈음 지난 후 제 두 번째 메일을 읽고는 Okay, thanks라는 딱 한 줄 짜리 답장을 보내와 그나마 해피앤딩이긴 했지만.... 아, 이 날은 하루에 두 번 씩이나 이런 일들이 터져버렸네요.
이 일들이 모두 퇴근시간 직전인 4시 50분 경 발생하여 덕분에 5시 퇴근을 못하고 6시 넘어 퇴근을 하게 되었고 또, 그 덕분에 express train을 못타고 일반 완행편을 타고 퇴근하게 되어 평소보다 훨씬 늦은 퇴근을 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고객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 2 번의 문제 때문에, 아우... 저는 정말 소심해서 이런 대외적인 직무는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ㅠㅠ
조만간 교육이 종료되면 서포트 팀 업무도 끝이 날테니, 다시금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겠죠.

 그 날 이후로 제가 답변을 한 후 고객에게 답장이 오면 심장이 콩알만큼 쪼그라듭니다. 이 2 번을 제외하면 모두 thank you 레터나 제 답변 관련 추가 문의사항이였는데도 말이죠.

저처럼 교육 차원에서 잠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일반 고객 대상 서포트 업무를 하시거나, 이른바 감정노동 직업군에 계신 분들께서 보시기엔 이 정도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영어마을 직업체험 학교에서 하는 것 처럼 어린아이 장난마냥 우스운 수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에겐 고작 1-2주 정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이 일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지금서야 알게 해 주었고 감정노동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메일에 이 정도면, 대면이나 전화는... OTL

감정 노동자들 모두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는 보기에 아주 사소한 우스운 일일 수 있지만, 가슴이 콩알만한 저에겐 큰 일이였기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당시가 다시 떠오르니 심박수가 조금 올라가네요. 아무래도 이번주 금요일엔 회사에서 열리는 명상 수업에 참석하여 마음을 조금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교육이 종료되고 원래 제 채용 부서로 이동할테니, 그 전에 이미 받은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고 가야죠. ㅎㅎ

이제 다음 주 부터는 진짜 제 업무로 돌입할텐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

2019년 3월 16일 토요일

새 직장 2주차 후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새 직장에서 어느새 2주차를 보냈군요.

일단, Hooray!!! Pay day입니다!!!
이전 직장은 월급제라 매월 말일에 pay가 입금 되었는데, 여기는 by-weekly는 아니지만 매 월 15일/말일 두 번 입금이 되어 입사 2주만에 첫 임금을 받았습니다. Semi-Monthly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한 달에 두번이 나오니 이전에 받던 것에 비하면 금액은 적지만, 일명 직장인의 마약인 임금이 자주 나오는 것이니, 자주 약발 받아 잘 일할 수 있겠습니다.

첫 주에는 9-5로 빈틈없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삼성에서 교육 받았을 때 처럼 아침일찍 구보하는 것도 아니고, 밤 10시-11시 까지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니 버틸 만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라섹수술 이후, 제 눈이 빛에 상당히 민감한데, 하루종일 빔 프로젝터 화면을 보고있자니 눈이 너무 쑤시는군요. 
빔 프로젝터 화면을 오래 봐도 눈이 피곤하지 않은 방법을 좀 익혀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이전에서 회사에서 컨퍼런스를 보내준다 해도, 이 눈이 피곤한 것 때문에 제가 꺼려했었거든요.
두번째 주 부터는 그래도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교육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온라인 교육을 통한 셀프 학습 및, 숙제 제출을 해서 그나마 눈이 덜 피곤해서 다행이네요.

지난 2주간 제품교육 및 서포트 팀으로서 고객응대 방법, 각종 취소/해지/변경 프로세스 등을 주로 교육받긴 했지만, 회사의 각종 정책들과 각 부서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는 자리가 종종 있었고, 이 자리들을 통해 대략적으로 회사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진급/연봉/보상/평가에 관련된 규정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내가 제시한 연봉보다 더 높은 오퍼금액을 받게 된 것인지 비밀이 풀렸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연봉을 줄 때, 각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금액을 결정하기 보다는, 각 직급과 레벨에 따른 기준 연봉을 정해서 그 연봉을 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별로 월급이 정해져 있는 한국의 시스템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SW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Job title은 SW Developer, Senior SW Developer, Principal SW Developer 총 3가지 이며, 각 타이틀 별로 레벨이 있어 (eg Senior SW Developer Level 2) SW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총 Job Title과 그에 따른 Level의 경우의 수는 7개가 되고, 이 7개의 Job Title-Level에 따라 사전에 정의된 연봉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S/W Engineer라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내부적으로는 위 직급-레벨 매트릭스에 매핑이 됩니다.
그리고 직급 및 Level에 따른 임금 수준은 HR에서 매 해 2차례 시장조사를 하여 업데이트 한다고 하며, 각 직급 및 Level에 따른 상세 Skills Matrix역시 미리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터뷰를 마친 후 Interviewer들이 생각하는 저의 Level이 정해졌고, 그 레벨에 따라 이미 정의된 연봉이 있기에, 그 만큼 지급이 된 것이였죠. 

어찌보면 매 해 2차례 고과평가 시 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같기도 한데, 과연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제가 계약한 직급의 수준과 제 연봉을 통해 보건데, 시장가 대비 좋은 축으로 기준가를 잡아주고 있으니 시스템 자체에 불만은 아직 없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는 실제 고객들의 이메일 문의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죠.

정말로 다행인 것은 저는 고객들의 콜을 직접 받지 않아도 된다합니다. 불과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직급/직무 무관하게 모두 실제 고객의 콜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대외적인 업무가 적은 직군의 경우 이메일 문의에 대한 답변가지만 하고, 고객의 콜을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휴~ 한시름 놨습니다. 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저로서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 customer service에 전화를 거는 것도 부담이였는데, 전화를 받는다니... 정말 무시무시했거든요.

거의 20여년 전 일이긴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아주 잠깐 콜센터에서 알바를 했을 때 와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알바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때에는 회사에서 가장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같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해지/취소하는 고객을 잡지 못하면 회사에 혼나고, 항의하는 고객에게 혼나고, 항의하는 고객을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회사에 또 혼나고, 해지/취소하려는 고객을 두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고객에게 또 혼나고... 하루종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앉아있으면서 목이 아프도록 종일 떠들어대면서도 그래도 나름 내근직이고 몸쓰는 알바가 아니라고 좋아했었지만,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꼭 몸쓰는 알바를 하고 돌아온 것 처럼 피곤했었죠.

그러나 짧지만 지난 2주간 서포트팀에 속해서 교육받고 일을 하다보니, 이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서포트 업무에 대한 respect가 있고, 서포트 팀 업무를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와 장치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장의 기본적인 생각에 Customer Support는 특정 부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라는 마인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급/직군에 무관하게 3-4주간 모두 고객들을 실제로 접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죠.
사실 이런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CEO인 창업주가 실제 하는 행위를 보면 100% 이해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회사 문화를 인정은 할 것입니다. 회사 내에 사장 책상이 딱히 없는데, 딱 하나 있다 한다면 서포트 팀 한 구석에 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면 사장이 서포트 팀으로 출근을 합니다. 뭔가 보고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히 서포트 팀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자기가 직접 고객의 전화와 이메일에 직접 받습니다. 현재 고객들이 처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죠. 덩치가 산 만한 사람인데, 금요일 근무가 끝나고 자기랑 콜이나 이메일을 주고받은 고객 중에 별점 다섯개 평가를 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툴툴대는게 웃깁니다.

또,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소한 것들에서 제 경험보다 환경이 좋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직무명이 Customer Support같은게 아니라, Support Rock Star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고객들이 자영업자로 영세하다보니 이런저런 사유로 한두달 간 서비스 중단이 필요하기도 한데, Support Rock Star는 고객들에게 일정 금액의 서비스 크레딧이나, 무료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문화가 그렇듯, 금액이나 기간의 제약이 없습니다. 그냥 네가 생각하기에 Reasonable한 만큼 하라고 하죠. 
또한 고객을 붙잡아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떠나려는 고객이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를 경우 이유를 확인하고 고객이 가려운 부분을 우리가 해결 해 줄 수 있으면 해결하는 것이 업무인데, 만약 우리 제품이 그들의 needs에 맞지않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Good Bye를 외쳐도 됩니다. 경우에 따라 마지막 요금 결제는 취소 해줘도 문제 없고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포트 팀 직원으로서 교육을 받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우선' 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자신' 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무례하고, 비 이성적인 고객에게 처음에는 왜 그리 화가 났는지 차분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 노력하라고 하지만, 도무지 이성적이지 못한 이유로 그렇게 군다면, 그 고객의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서비스 탈퇴를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고객이 탈퇴를 무기로 위협을 한다고 해도 절대 겁먹지 말아라. 네 뒤에는 회사가 있다' 라고 말해주네요.

가장 최전방인 곳에서 일하는 그들이기에 어쩌면 가장 힘든 직업일 수 있는데, 한국의 콜 센터와는 다른 활기차고 자부심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마 IT회사 내에 직업군 중에 가장 페이가 낮은 직군 중 하나이겠지만, 회사 내에서 서포트 팀을 가장 중요시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자주 그들을 응원하고 연봉으로는 아니지만 몇몇 추가적인 복지 혜택들을 그들에게 주며, 단순 응답이 아닌 일부 권한까지 주어졌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실제 교육을 받는 것은 모두 끝났고, 남은 교육기간 동안에는 Support Rock Star로서 계속 근무를 해야합니다. 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지 기대되네요.

아, 그리고 지금까지는 어디 고객센터에 전화나 메일 문의 후 받게되는 고객응대 평가는 모두 무시하고 살았는데, 앞으로 나름 만족스러웠던 응대의 경우 꼭 평가를 해주려고 합니다.
사장도 별점 다섯개 못받아 속상해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딱히 별도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별 다섯개를 받으면 속으로 많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나름 정성들여 이메일을 작성하여 상세하게 잘 알려준 것 같은데, 아무런 평가가 없으면 괜히 토라지기도 하고요.





2019년 3월 7일 목요일

퇴직, 휴식, 그리고 이직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저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 중입니다.

Family day long weekend 직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첫 사흘 동안은 이리저리 바쁘게 끌려다녔던 것 같아요. 일단 제 매니져와 하루에 2번 정도는 면담을 했습니다. 왜 옮기려는지, 그 회사에서 오퍼는 어느정도인지, 우리가 어떤 리버스 오퍼를 주면 네가 남을지 등등에 대해 사실상 답이 안나오는 이야기만 계속 했습니다.

원래 연봉인상이 목적이 아니였기에, 연봉이나 benefit 조정 제안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심지어 새 직장에서 저에게 제안 한 연봉과 benefit보다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올 여름 evaluation 기간에 팀 budget이 더 늘어나면 어디까지 더 올려주겠다고 약속 한 금액은 그 보다 더 높긴 했지만, 이미 '고과평가 기간에 뭐뭐 해줄께'라는 말에 데인 적이 몇 번 있어서 이미 믿음이 가지 않았고요. 직급 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제 롤이 제가 컨트롤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데다 저에게 모든 일이 몰리는 팀 구조가 된 것이 부담이였기에 오히려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죠.

유일하게 조금은 솔깃한 이야기라면,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안정적인 나의 지위를 버리고 새 직장에 가서 다시 크레딧과 리스펙을 쌓으려면 어려울텐데, 왠만하면 남으라는 이야기였는데,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도전을 해야겠다고 말했죠.

매니져와 면담 이외에도, 저의 이전부서 매니져들과, 원래 친분이 있었던 다른 동료들이나 매니져들도 찾아와 이직 만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간 제가 해 왔던 업무들을 누구에게 할당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매니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몇몇 업무에 대해 매니져와 제 생각이 달라 밤 늦게까지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그 업무를 정말 하고싶어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직한지 반년 정도 된 친구입니다. 채용은 팀 리드라는 타이틀로 왔으나 (사실 이것도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나 일단 넘기고...), 실제 하는 일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거의 막내같이 하고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 친구가 새로운 기술이나 분야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주인의식은 다른 팀원들 보다 확실하지만, 그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들에 대한 경험이 입사 이전까지 전혀 없었고, 지난 반년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 속도가 빠르지도 않기에 새 기술을 익히기 보다는 그 친구의 지난 경력과 최대한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저는 생각했죠. 그래서 주인의식은 다소 미약하지만 두뇌회전이 빠르고 학습 능력과 응용 능력이 좋은 친구를 추천했는데, 매니져는 아무래도 주인의식이 없는 그 친구가 썩 미덥지 않은 것 같더군요. 뭐, 제가 나간 후에 일어날 일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았지만, 마지막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knowledge transfer 미팅을 수차례 가졌는데, 이미 이해도와 활용능력 면에서 차이기 많이 나기 시작했기에 아마 일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매니져도 어쩔 수 없이 그 친구에게 일을 맡길 것 같네요.

그리고 마지막 주차에는 저의 퇴직으로 공석이 된 포지션의 job posting 작성 및 해당 포지션을 위한 budget관련 매니져와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작년부터 이런저런 이직 포지션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현재 DevOps의 시장 가격을 알려주고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저 처럼 지식이 얕고 경험이 미천한 사람 보다는, 이 분야에 훨씬 많은 경험과 나은 실력을 가진 진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니, 이 정도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저를 잡을 때 제안한 연봉이 현재 팀 예산의 상한선인지 그 이상으로는 올리지 못하더군요. 아마 앞으로 계속 구인을 하다보면 예산을 올리지 않고는 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이 회사가 DevOps의 입장에서는 썩 매력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다 시장가 대비 높은 연봉도 아니기에 경험과 실력이 풍부하지만 직업 만족도를 포기하고라도 올 만한 포지션이 아니니까요.

결국 안그래도 업무 인수인계와 제가 해 오던 프로젝트들 마무리 때문에 여유가 없었는데, 이런저런 면담들 덕분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쁜 회사 일정을 보냈고, 심지어 마지막 주차 월요일에는 퇴직 전에 제가 셋업했던 일을 마무리짓고 인수인계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퀄리티로 올리기 위해 밤샘까지 한 번 하고, 마지막 출근일인 목요일 아침까지 코드 커밋을 올리고 퇴직했습니다.

마지막에 조금 쉬엄쉬엄 안식을 취해 에너지를 보충하고 출근을 하려던 계획은 결국 완전히 무너지고, 2월 말일 퇴직 후, 3월 1일 금요일 하루만 쉬고 이번 주 부터 새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새 회사는 바로 업무에 투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직급과 무관하게 첫 한달 간은 회사 서포트팀 (콜센터)에 배치받아 제품 교육 및 회사의 역사/핵심가치/문화/고객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서포트팀 업무를 한 이후에 자기 부서로 가는 시스템입니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업무 시작을 하기 전까지 약 한 달간 출퇴근 기차에서 이것저것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좌들을 폭풍 구매 해 놓고, 미리 다운로드를 받아놨죠.

기차에서 듣는 강좌인지라, 직접 실행을 해 보며 공부를 할 수는 없고, 단순히 동영상 강의만 듣고있어요. 원래는 퇴근 후에는 기차에서 들은 내용들을 직접 실핼 해 볼 생각이였는데, 평소와는 생활 패턴이 달라져서인지, 자차 출근하다 기차를 타서인지, 아니면 하루종일 교육을 받느라 지쳐서인지 집에오면 그대로 쓰러져 뻗어버리네요.

교육받는 기간 시간을 잘 활용해서 업무 시작 전에 최대한 제가 준비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듣는 것이 야속합니다.

아직 새 회사에서 교육만 받고있고 다니기 시작한지 나흘밖에 안되지만, 이 회사에서 확실히 좋게 느끼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이전 직장에서 우려된다고 할까? 아님,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이 바로 사라져버린 회사 문화였습니다. 삼성에서 서비스 담당을 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을 봤습니다. 페이스북처럼 처음 만났을 때엔 작은 회사였지만 어느순간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한 회사도 있었고, 성장의 끝이 어디일 지 모를 정도로 잘 나가다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기업도 봤습니다. 제가 밖에서 보기에 무너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창업주의 리더쉽 문제였는데, 창업주가 흔히 말하는 겉멋이 들기 시작했다거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며 창업주의 통솔능력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죠.
이 경우 제 경험상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점 회사와 제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는데, 제 이전 직장에서 어느 순간부터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 시작 했습니다.
회사의 사업구조도 그렇고 그에 따른 수익구조 자체가 아주 탄탄한데다 일부 능력과 주인의식이 매우 빼어난 사람들이 아직 건재하여 쉽사리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회사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회사, 업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고민이였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300명 정도 규모에서 지금 800여명 정도로 성장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계속 남아있는 인력 100여명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직원들 사이에 업무에 대한 오너쉽이나 제품과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 등등 수준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사옥 건설이 계속 지연되며 여러개의 사무실로 뿔뿔이 흩어져 창업주와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는데다, 사장이 경영 일선 보다는 계속 외부행사 참가 빈도가 높아지다보니 경영진과 직원간 스킨쉽이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나 2-3년 즈음 전에 창업주와 함께 오랜기간 회사를 이끌던 COO가 퇴임한 후 새로 임명된 COO의 리더쉽 스타일이 스킨쉽 보다는 불도져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성과는 잘 나오지만 직원과 임원진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으며, 임원진에 대한 신뢰나 respect는 점점 사라져 최근 1-2년 내에 들어온 직원들은 정말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하나도 없었죠.

반대로 이직 후 느끼는 것이, 이 회사에는 확실한 기업문화가 있고 모두들 회사의 문화를 존중하고 최대한 따르며 제품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뭐, 일명 푸른피 세뇌교육이라 하는 삼성 신입사원 연수도 받아봤기에 교육기간 중 이야기 하는 것 들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 중에는 당연히 좋은 이야기만 하니까요.

회사 문화가 직원들끼리 서로 알고 인사하며, 낮선 얼굴을 보면 새로온 직원이라 생각하고 인사하고 말을 거는 문화가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 며칠간 많은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했는데, 놀란 점은 다들 회사와 제품, 일에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다는 것이죠. 아마 지금 재직중인 사람들은 스스로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는데, 다른 환경에 있다가 와서인지 확연히 다른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새로 온 직원임을 알기에 구지 나쁜 이야기는 피해서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전 회사에서는 적어도 최근 몇년간 잘 느껴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직원들 뿐 아니라 회사 공동 창업주들도 마찬가지여서 지나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스스럼없이 스몰 토크를 이어갔죠.
인터뷰 프로세스에서도 느꼈는데 5단계 프로세스 중 4단계가 기술이 아닌 회사와 cultural fit을 보는 것이였습니다. 안좋게 보자면 성격 좋으면 일단 채용 해 보고 일 못하면 자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회사 인력들의 절반 이상은 referral로 채용되는 상황이라 실력에 대해서는 추천인의 추천을 믿고, 우리와 함께 잘 맞춰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를 더 오래 다녀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 것들이긴 하겠지만, 회사의 각종 정책들 역시 회사에서 내세우는 우리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점은 회사에 employee handbook이 없고, 출장 숙박비나 식비 등에 제한규정이 없다는 것이에요. 창업자의 마인드가 각 직원을 믿고, 각자 알아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되지, 뭐뭐는 안되고 뭐뭐는 어디까지 된다는 쓸데없는 규정집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워낙 제 역량보다는 더 큰 기대를 받으며 온 자리이기에 부담이 큰 것과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빼면 여러모로 참 만족스럽습니다. 짧은 나흘간 느낀 감정으로는 이 곳에서 잘 버티고 자리잡으면 정말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교육기간 동안 실제 업무에서 할 일들에 대해 따로 잘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계속 성장을 해 나아가면서 지금의 회사 문화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막 DevOps로서 첫 발을 내딛은 신생아인데, 경력이 제 커리어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테니 이전보다 좀 더 집중해서 달려야 할 것 같네요. 이 회사 제품의 주요 언어도 저에게는 생소한 Python인데다, CI/CD 측면에서도 제 기존 경험보더 더 진보된 곳인데, 제가 특정 부서에 배치되어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현재의 문제점을 찾고 개선안을 만들어서 이후 팀을 꾸려서 일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려서요. (사실 이건 첨엔 몰랐고, 첫 출근을 하고 제 디렉터와 같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에요. 그 전까지는 내 기대보다 롤이 더 크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냥 어느 부서에 들어가 일을 할 줄 알았지 이런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ㅠㅠ)

앞으로 한달여 간 교육을 받고 이후 3개월간 이어질 probation을 잘 마친다면 매 6개월마다 있는 고과평가 기간에 첫 반년간 제가 얼마나 잘 자리잡았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겠죠. 부디 이전 회사에서 처럼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