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6일 토요일

새 직장 2주차 후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새 직장에서 어느새 2주차를 보냈군요.

일단, Hooray!!! Pay day입니다!!!
이전 직장은 월급제라 매월 말일에 pay가 입금 되었는데, 여기는 by-weekly는 아니지만 매 월 15일/말일 두 번 입금이 되어 입사 2주만에 첫 임금을 받았습니다. Semi-Monthly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한 달에 두번이 나오니 이전에 받던 것에 비하면 금액은 적지만, 일명 직장인의 마약인 임금이 자주 나오는 것이니, 자주 약발 받아 잘 일할 수 있겠습니다.

첫 주에는 9-5로 빈틈없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삼성에서 교육 받았을 때 처럼 아침일찍 구보하는 것도 아니고, 밤 10시-11시 까지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니 버틸 만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라섹수술 이후, 제 눈이 빛에 상당히 민감한데, 하루종일 빔 프로젝터 화면을 보고있자니 눈이 너무 쑤시는군요. 
빔 프로젝터 화면을 오래 봐도 눈이 피곤하지 않은 방법을 좀 익혀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이전에서 회사에서 컨퍼런스를 보내준다 해도, 이 눈이 피곤한 것 때문에 제가 꺼려했었거든요.
두번째 주 부터는 그래도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교육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온라인 교육을 통한 셀프 학습 및, 숙제 제출을 해서 그나마 눈이 덜 피곤해서 다행이네요.

지난 2주간 제품교육 및 서포트 팀으로서 고객응대 방법, 각종 취소/해지/변경 프로세스 등을 주로 교육받긴 했지만, 회사의 각종 정책들과 각 부서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는 자리가 종종 있었고, 이 자리들을 통해 대략적으로 회사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진급/연봉/보상/평가에 관련된 규정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내가 제시한 연봉보다 더 높은 오퍼금액을 받게 된 것인지 비밀이 풀렸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연봉을 줄 때, 각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금액을 결정하기 보다는, 각 직급과 레벨에 따른 기준 연봉을 정해서 그 연봉을 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별로 월급이 정해져 있는 한국의 시스템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SW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Job title은 SW Developer, Senior SW Developer, Principal SW Developer 총 3가지 이며, 각 타이틀 별로 레벨이 있어 (eg Senior SW Developer Level 2) SW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총 Job Title과 그에 따른 Level의 경우의 수는 7개가 되고, 이 7개의 Job Title-Level에 따라 사전에 정의된 연봉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S/W Engineer라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내부적으로는 위 직급-레벨 매트릭스에 매핑이 됩니다.
그리고 직급 및 Level에 따른 임금 수준은 HR에서 매 해 2차례 시장조사를 하여 업데이트 한다고 하며, 각 직급 및 Level에 따른 상세 Skills Matrix역시 미리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터뷰를 마친 후 Interviewer들이 생각하는 저의 Level이 정해졌고, 그 레벨에 따라 이미 정의된 연봉이 있기에, 그 만큼 지급이 된 것이였죠. 

어찌보면 매 해 2차례 고과평가 시 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같기도 한데, 과연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제가 계약한 직급의 수준과 제 연봉을 통해 보건데, 시장가 대비 좋은 축으로 기준가를 잡아주고 있으니 시스템 자체에 불만은 아직 없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는 실제 고객들의 이메일 문의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죠.

정말로 다행인 것은 저는 고객들의 콜을 직접 받지 않아도 된다합니다. 불과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직급/직무 무관하게 모두 실제 고객의 콜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대외적인 업무가 적은 직군의 경우 이메일 문의에 대한 답변가지만 하고, 고객의 콜을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휴~ 한시름 놨습니다. 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저로서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 customer service에 전화를 거는 것도 부담이였는데, 전화를 받는다니... 정말 무시무시했거든요.

거의 20여년 전 일이긴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아주 잠깐 콜센터에서 알바를 했을 때 와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알바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때에는 회사에서 가장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같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해지/취소하는 고객을 잡지 못하면 회사에 혼나고, 항의하는 고객에게 혼나고, 항의하는 고객을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회사에 또 혼나고, 해지/취소하려는 고객을 두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고객에게 또 혼나고... 하루종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앉아있으면서 목이 아프도록 종일 떠들어대면서도 그래도 나름 내근직이고 몸쓰는 알바가 아니라고 좋아했었지만,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꼭 몸쓰는 알바를 하고 돌아온 것 처럼 피곤했었죠.

그러나 짧지만 지난 2주간 서포트팀에 속해서 교육받고 일을 하다보니, 이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서포트 업무에 대한 respect가 있고, 서포트 팀 업무를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와 장치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장의 기본적인 생각에 Customer Support는 특정 부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라는 마인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급/직군에 무관하게 3-4주간 모두 고객들을 실제로 접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죠.
사실 이런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CEO인 창업주가 실제 하는 행위를 보면 100% 이해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회사 문화를 인정은 할 것입니다. 회사 내에 사장 책상이 딱히 없는데, 딱 하나 있다 한다면 서포트 팀 한 구석에 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면 사장이 서포트 팀으로 출근을 합니다. 뭔가 보고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히 서포트 팀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자기가 직접 고객의 전화와 이메일에 직접 받습니다. 현재 고객들이 처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죠. 덩치가 산 만한 사람인데, 금요일 근무가 끝나고 자기랑 콜이나 이메일을 주고받은 고객 중에 별점 다섯개 평가를 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툴툴대는게 웃깁니다.

또,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소한 것들에서 제 경험보다 환경이 좋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직무명이 Customer Support같은게 아니라, Support Rock Star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고객들이 자영업자로 영세하다보니 이런저런 사유로 한두달 간 서비스 중단이 필요하기도 한데, Support Rock Star는 고객들에게 일정 금액의 서비스 크레딧이나, 무료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문화가 그렇듯, 금액이나 기간의 제약이 없습니다. 그냥 네가 생각하기에 Reasonable한 만큼 하라고 하죠. 
또한 고객을 붙잡아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떠나려는 고객이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를 경우 이유를 확인하고 고객이 가려운 부분을 우리가 해결 해 줄 수 있으면 해결하는 것이 업무인데, 만약 우리 제품이 그들의 needs에 맞지않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Good Bye를 외쳐도 됩니다. 경우에 따라 마지막 요금 결제는 취소 해줘도 문제 없고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포트 팀 직원으로서 교육을 받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우선' 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자신' 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무례하고, 비 이성적인 고객에게 처음에는 왜 그리 화가 났는지 차분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 노력하라고 하지만, 도무지 이성적이지 못한 이유로 그렇게 군다면, 그 고객의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서비스 탈퇴를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고객이 탈퇴를 무기로 위협을 한다고 해도 절대 겁먹지 말아라. 네 뒤에는 회사가 있다' 라고 말해주네요.

가장 최전방인 곳에서 일하는 그들이기에 어쩌면 가장 힘든 직업일 수 있는데, 한국의 콜 센터와는 다른 활기차고 자부심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마 IT회사 내에 직업군 중에 가장 페이가 낮은 직군 중 하나이겠지만, 회사 내에서 서포트 팀을 가장 중요시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자주 그들을 응원하고 연봉으로는 아니지만 몇몇 추가적인 복지 혜택들을 그들에게 주며, 단순 응답이 아닌 일부 권한까지 주어졌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실제 교육을 받는 것은 모두 끝났고, 남은 교육기간 동안에는 Support Rock Star로서 계속 근무를 해야합니다. 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지 기대되네요.

아, 그리고 지금까지는 어디 고객센터에 전화나 메일 문의 후 받게되는 고객응대 평가는 모두 무시하고 살았는데, 앞으로 나름 만족스러웠던 응대의 경우 꼭 평가를 해주려고 합니다.
사장도 별점 다섯개 못받아 속상해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딱히 별도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별 다섯개를 받으면 속으로 많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나름 정성들여 이메일을 작성하여 상세하게 잘 알려준 것 같은데, 아무런 평가가 없으면 괜히 토라지기도 하고요.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저는 3년전 밴쿠버로 이민와서 작년에 학부 입학 후 처음부터 컴싸를 배우고 있습니다.
    블로그 글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제 와이프도 눈 피로감 때문에 고생하다가 최근에 청광안경을 구입했는데 만족해 하더라구요. 여기서는 아마 blue light blocking glasses 등으로 검색하시면 찾아보실 수 있을겁니다.
    안경이나 렌즈에 대한건 아마 괜찮은 회사는 보험적용도 가능하실테니 한번 알아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와이프는 한국에서 샀던지라 어디 제품이 좋다더라 하는 추천은 못드리겠네요 ㅎㅎ.

    답글삭제
    답글
    1. 감사합니다.
      네, 회사 베네핏으로 1년에 $1000까지는 커버가 되니, 컨퍼런스 출장 용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