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라면 핑계이지만, 팀을 옮긴 이후로 건곤일척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것을 걸어두고 달리고 있다보니 좀처럼 블로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보통 무언가 새롭게 시작을 하게되면 초반에 바짝 열심히 해서 어느정도의 입지를 다져둔 후에 이후로는 여유를 갖는 것이 저의 접근 방식입니다. 어느정도 입지를 다져둔 후에는 사실 여유롭게 일을 해도 어느정도는 계속해서 선두그룹에서 같이 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새로운 시도나 경험이나 연구를 하지 않아도 제가 선두로 치고나간 분야에 문제가 있다거나, 새로운 기술이 오픈 되었다거나, 아니면 무언가 리서치가 필요 한 경우에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되다보니 제가 계속해서 자발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정보들이 몰리게 되고, 그들이 겪는 문제점과 그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해결방안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또 많은 고민과 생각을 접하게 되며, 그들과 잠시나마라도 같이 의견을 주고받고 생각하면서 본의아니게 또 정보들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팀에서 하는 업무들이 대부분 제가 이전에 하던 일과는 거리가 있는 일들이고, 상당히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있다보니 초반 집중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네요.
중간에 한 sprint 정도는 좀 쉬엄쉬엄 넘어갈까 싶다가도 지금이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저의 performance를 평가하는 리뷰 기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1년간 고생해놓고 중요한 시기에 마음을 놓아 1년 농사를 망치기 싫다는 생각에 또 달리게 되고, 달리다가 지쳐도 명확히 보이지는 않아도 눈 앞에 무언가 아른거리는 솔루션을 빨리 확실히 보이게 하고 싶어 계속 달리게 되고... 그렇게 올해도 5,6,7월은 일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은 Canada Day라는 휴일인데, 캐나다의 150번째 생일이였습니다. 1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그 다음주 월요일이 대체휴일이 되어 3일간의 연휴가 되었죠. 한국에서야 설이나 추석같이 3일씩 되는 명절이 있지만, 여기 휴일은 죄다 하루인지라 주말 포함 3일을 쉬기만 해도 long weekend라고 하여 다들 좋아합니다.
그리고 매 년 Canada Day에는 각 도시별로 불꽃놀이를 하는데, 올 해에도 저희는 옥빌에서 하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행사를 할 때에는 행사장 주변 몇 Km부터 차량 진입을 제한하기에 근처 버스 터미널에 차를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통해서만 행사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상당히 불편하긴 하지만, 감당 안되는 도로사정과 주차장 사정을 감안하면 차라리 이런 접근 방식이 모든 이용객의 전반적인 편의성을 위해서는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Canada Day Firework
7월 3일은 대체 휴일이였고 화요일인 7월 4일에도 사실상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창립기념일이라 임직원들이 인근 공원을 빌려 하루종일 체육대회? 같은 것을 진행합니다.
가장 인기있었던 인간 foosball
이 행사의 정규 종목은 아니였지만 free time에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 중 하나인데, Artificial Rock Climbing과 함께 가장 인기있던 시설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이 주의 주말 부근이 제가 가장 바쁘게 달렸던 시기인지라 long weekend에 이벤트데이이긴 했지만, 집에서 틈만나면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을 했었죠.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집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의문의 구멍?
그 당시가 집에 마루를 교체하는 공사를 하던 시기인데, 뒷마당 데크에 나가서 보니 왠 드릴로 뚫은 것 같은 구멍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게 언제부터 있었을까 생각을 하다 바닥을 보니 바닥에 아직도 톱밥이 그대로 있었고, 그로 미루어 짐작컨데, 공사하는 아저씨들이 드릴 비트를 테스트 하느라 뚫어본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하며 다시 구멍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마치 개미가 개미 집을 지을 때 마냥 구멍 속에서 누군가 톱밥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헉! 이거 뭐야."
사진 상으로 잘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구멍의 크기는 대략 성인 새끼손가락 정도 됩니다. 이 정도의 나무 구멍을 뚫을 정도의 힘이라면 힘이 엄청 센 녀석일 것이고, 이런 녀석이 우리집 뒷마당에 집을 짓고 산다면 무언가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조심스레 이 녀석을 밖으로 꺼내고 싶었지만... 나무도 씹어먹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턱인데, 제 손가락을 물면.... ㅠㅠ
그래서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요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총이 생각 났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물총에 물을 가득 채우고,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조준을 해서 이 구멍 속으로 물을 쏟아붇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물총의 물을 다 비울 때 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을 채우고, 조준하고, 쏘고를 2번을 더 반복한 끝에 정체모를 이 녀석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구멍 밖으로 나왔고, 날개가 젖어있어 날지는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힘과 덩치를 자랑하는 이 녀석은 아직 백기 투항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날개를 말리기 위해 선풍기 강풍 보다도 큰 "위잉!" 소리를 내며 연신 날개짓을 해댔고, 그렇게 바둥대다 어디에 몸이 닿기라도 하면 무서운 기세로 배를 구부리며 벌침을 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을 고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생태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어 어떻게 결정을 할 수 없었죠. 하지만 어릴적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와 동물의 왕국을 모두 섭렵했던지라 어디에선가 이 녀석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바로 랩탑을 열고... 나무벌, 나무땅벌 등등의 키워드로 구글링을 하다 정확한 이 녀석의 이름을 찾아 냈습니다. 바로 목수벌 (carpenter bee)
그리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조합해 본 결과 그대로 놔 줄 경우 다시 우리집 어딘가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알을 낳고, 그 곳에서 부화한 다른 목수벌들이 또 찾아와 알을 낳고... 말 그대로 우리집 자체가 벌집이 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해 바로 그 자리에서 놔주지 않고 이렇게 잡아 두었습니다.
아직도 DevOps쪽에서 제가 공부를 해야 할 분야들이 많은데다, 곧 컨퍼런스들로 출장을 가야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가족들이 놀러 올 예정이기도 하기에 당분간은 계속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바쁘지만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고, 바쁘게 일을 하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기에 힘들어도 참 즐겁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