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출장, 그리고 짧은 업무 복귀 후 다시 약 10여 일간 휴가를 보내는 사이에 제 주변에서 Good News와 Bad News가 함께 들려왔습니다.
Bad News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좀 많이 안좋은 뉴스고 다른 하나는 조금 안좋은 뉴스입니다.
약 3달쯤 전에 제가 일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 한인 개발자가 계십니다. 사실 직장 자체만 놓고보면 이전에 일하시던 직장은 대기업 중 하나로 좋은 복지제도와 괜찮은 연봉을 주는 곳이며, 오피스 위치도 토론토였기에 미시사가에 위치한 중소기업으로 올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이민 때문이였는데, 이전 직장에서는 주정부 이민 지원이 없는 반면, 저희 회사에서는 주정부 이민을 서포트 하기에 이직을 한 것이죠. 하지만 컨퍼런스 출장 후 복귀를 하고나서 보니 안타깝게도 3개월 Probationary 기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면 그간 몇 번의 신호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그 분과 식사나 산책을 같이 하면서 그 분의 매니져와 1:1 면담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약 1~2달 전쯤에는 매니져가 그 분께 바라는 롤이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하면서 현재 진척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표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있기 약 2주 전, 마지막 면담 때에는 일을 익히고 따라오고, 또 팀에 새로운 value를 불어넣는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었고요.
그 분에게 면담 스토리를 들을 때, 그 분께서는 당시 면담 내용이 우려되어 힘들게 말을 꺼낸 것이였지만, 저는 그 때만 해도 이 일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회사에 왔을 때, 저의 매니져 역시 probation기간이 끝날 때 까지 1:1 면담시에 칭찬을 했던 기억은 별로 없었고, 항상 내가 어떠한 것을 더 해주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이 무었인지를 계속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캐나다 회사에서의 기대치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던 저는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했었죠. 하지만 막상 probation이 끝나고 나니 이런저런 칭찬도 해 주었고, 또 저의 연봉 또한 조정을 해 주었기에 probation기간 중 다소 딱딱한 이야기들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그 분은 이렇게 허무하게 가실만한 분이 아니셨는데, 아무래도 경력과 연봉수준 등에 따른 회사의 기대치도 다를 것이고, 당시에 개인적으로 영주권 관련하여 몇번의 폭풍이 몰아쳤던 상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안좋은 소식은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 안좋은 소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도 사람을 구인 중이였고, 반드시 DevOps 경력이 아닐지라도 좋은 개발자이고, DevOps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추천을 해 달라는 말에, 그렇지 않아도 커리어에 고민이 있던 친구 한 명을 추천을 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결과 안타깝게도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이미 재직중인 회사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기회를 찾아보기 위해 면접을 봤던 것이기에 크게 나쁜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면접 과정에서 저희 매니져가 마음에 들었던지, 따로 장문의 메일을 써서 어떠한 점들이 부족했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자세히 피드백도 주었고, DevOps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사서 우편으로 보내주어 혹시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자세히 읽어보고 더 공부한 후에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네요.
다른 한가지 안좋은 소식은 제가 리퍼럴로 추천을 해 준 친구가 회사 면접에 붙지 못한 일입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다른 회사에 지금 재직중인 상태에서 다른 기회를 찾아 본 것이기에 크게 나쁜 일이라고 까지는 하기 어렵겠죠. 그리고 면접 과정에서 매니져가 마음에 들었던지, 그 친구에게 따로 어떤어떤 점들이 부족했는지 메일도 보냈고, 이쪽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며 책도 따로 구매해서 보내주었습니다.
좋은 소식도 두가지이며 둘 다 취업 소식입니다.
먼저 같은 학교를 다녔던 한국인 동생 중 한 명의 취업 소식입니다. 한국에서의 별도의 학력이나 경력은 없는 친구였지만,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멋진 친구였는데, 얼마 전 Web 개발자로 취업을 했다고 하네요. 이 친구도 졸업 후 2년 가까이 다른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고있었고,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드디어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남지않은 PGWP 비자 기간때문에, 주중에는 개발자 job을, 주말에는 현재 영주권 진행중인 현재 job을 뛰면서 당분간 투쟙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부디 영주권을 받아 정착하고 개발자로 완전 전업을 하는 그 날까지 젊음과 체력이 버텨 주길...
다른 취업 소식은 저와 같이 학교를 다녔던 인도 친구 소식입니다.
빈약한 실력 때문에 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가능하면 프로젝트는 같이하지 않으려고 했던 친구이긴 하지만, 캐나다에서 가장 큰 은행에서 코업도 했었고, 언변에 능해 취업이 비교적 쉽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취업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네요. 이 친구도 역시 생계를 위해 그동안 보석상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사이에 방금 전 페이스북 챗을 통해 안좋은 소식이 하나 더 들어왔네요.
학교에 있을 때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40대 일본인 아저씨 한 명이 있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 토론토를 떠나 다른 주로 옮겨간다고 합니다. 이 아저씨도 아직 개발자 쟙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이제는 1년이 채 안되게 남은 비자기간 때문에, 당장 내일 개발자로 취업을 해서 경력을 쌓는다 해도 1년 미만의 경력인지라 CEC이민을 할 수 없으며, 어찌어찌하여 1년, 혹은 2년의 경력을 쌓는다 해도 Express Entry 점수 충족이 어려워 토론토에서 이민은 포기하고, 마지막 방법으로 반년의 경력으로도 주정부 이민이 가능한 주를 찾아 떠나간다고 합니다.
참 착했고,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 중 저와 문화적으로 가장 잘 맞았던 친구인지라 안타깝네요. 단순한 저의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도 언어실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때문이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이 친구의 개발실력은 뛰어난 편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쳐지는 수준도 아니였죠. 그럼에도 코업 학기 때 부터 코업 쟙을 구하지 못했었고, 결국 졸업을 할 때 까지 코업을 하지 못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하여도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코업을 구하던 시절인지라 그 친구가 코업을 구하지 못해 1학기 강제 휴학을 할 때만 해도 정말 운이 없는 케이스라고 했었죠.
언어에 대해서는 제가 누구에게 무어라 할 만한 처지는 아닙니다. 저도 매우 영어를 못하고 또, 모르니까요. 이 친구도 저 못지않게 참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지만, 영어 자체에 대한 능력보다 대화의 스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고급진 영어, 화려한 언변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더듬더듬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말하는 이민자 영어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적극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화를 하다 어휘가 생각나지 않거나, 적당하게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제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단어들로 저의 느낌/생각/경험을 여러번 반복해서 표현을 합니다. 가능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을 때 까지요. 이 친구가 저와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면 원래 화법 자체가 느린 편인데다,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보니,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단 최소 수초간 입을 닫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후에 만들어진 문장을 말을 하죠. 그렇다보니 다자간 대화 뿐 아니라 1:1 대화인 경우 종종 이미 지나간 주제를 뒤늦게 다시 꺼내오기도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제가 마치 가족오락관 게임을 하듯 비슷한 말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몇 번 설명하다보면 대부분 native들은 결국에는 그 뜻을 이해하고 저의 말을 rephrase해서 '이 말인거지?' 라고 되묻습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이렇게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서로 집중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신중하게 생각하여 올바른 말과 표현을 하는 것의 장점도 있겠지만, 그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때로는 심지어 다음 날 만났을 때에야 서로의 뜻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화가 면접장에서도 지속이 된다면,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언어를 몰라 말을 못하는 것인지 내용을 몰라 설명을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겠죠.
참 재미있는게, 서로간의 코딩스타일은 각자의 화법과 비슷했습니다.
저는 외부 서비스나 플랫폼과 연동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 때, TDD와 비슷하게 합니다.
먼저 간단한 파일럿 클라스와 그의 유닛 테스트를 먼저 만들고 하나씩 돌려보며 외부 서비스의 behaviour를 파일럿 클라스에서 확인을 해 보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정도 확인이 된 후에 제대로 다시 설계해서 만들어 나간다면 참... 좋은 일이지만 개발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이미 만든 코드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귀차니즘과 파일럿 클라스에 대한 근자감으로 대부분은 그 파일럿 클라스를 수정/확장 해 나아가며 프로젝트 코드가 되버립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외부 서비스나 API, 플랫폼의 문서부터 파고, 문서를 다 파고나면 그 때서야 설계를 시작하고, 설계가 다 되어야 코딩을 시작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친구는 다소 답답했었고, 이 친구는 저를 다소 무모하다고 생각 했을 것 같네요.
아마 각자의 성격에 따라 화법도 다르고 목소리의 톤도 다르고, 또 개발 스타일도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전에 그 친구에게 설명이 안되면 다른 표현으로 설명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해 본 적은 있지만, 사람 성격이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