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5일 월요일

2019년도 마무리 몸살

안녕하세요, 둥이아빠입니다.

2019년 막달을 코앞에 두고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달리던 중, 몸살이 나버렸네요.

3주 전 금요일에 아리랑 TV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공개방송 녹화에서 패널 스피치를 마쳤습니다. 원래 뉴질랜드로 휴가를 떠나는 날이였는데, 항공권 예약시 가격 문제로 수차례 계획 변경을 하다보니 출발일을 토요일로 착각해 출연 요청에 승낙을 해버렸기에, 가족들은 그 날 뉴질랜드로 떠나고, 저만 토론토에 남아 스피치를 했네요. ㅠㅠ

행사 진행 관계상 시간이 없어 미처 질문을 하지 못하신 분들이 행사 종료 후 적지않게 오셨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한분 한분 좀 더 차분하게 질문을 받았어야 하는데,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가 싶어요.

행사 종료 후 밤 늦게 집에와서는 저도 뉴질랜드로 갈 채비를 바삐 했습니다. 일정이 그리 길지않은 1주일이라 (왕복 항공시간이 이틀을 넘어 사실상 4.5일) 큰 트렁크 하나에 여름 옷가지 대충 우겨넣었죠.

제가 사는 곳은 토론토도 아니고 인근에 중형 도시임에도, 부모님께서 오시면 너무 북적거려 정신없다고 하십니다. 부모님은 뉴질랜드 루럴 지역에 사시다보니 캐나다의 한적한 주택가도 복잡하게 느껴지시나봐요.

 

3년만에 부모님 집에 간 것 같은데, 전보다 마당이 더 단촐해졌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몸이 더 약해질 때를 대비해 최대한 손이 덜 가면서 정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바꾸고 계시다네요. 가끔 부모님께서는 은근히 제가 뉴질랜드로 다시 한 번 이민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기도한데, 뉴질랜드엔 제 일자리가 거의 없으니 마땅히 갈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짧은 1주일간의 부모님댁 방문을 마치고, 뉴질랜드 time zone에도, 토론토 time zone에도 모두 적응하지 못 한 상태에서 다시 출근을 합니다.

 

제가 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에 급작스러운 업무로 인해 제가 리드하던 업무를 팀원들에가 맡겨뒀었고 저는 긴급 업무를 이틀정도 본 후에 휴가를 떠났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진척상황을 보니 발목을 잡을만한 문제가 하나 보여 짬짬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제가 휴가를 간 동안 다른 친구들이 해결 해 줄 것이라 믿고 (아니 빌고) 휴가를 갔었죠. 

 

복귀 후 첫 출근은 시차부적응으로 새벽 3시에 합니다. 그간 밀린 메일과 메신져 메시지들을 읽고, 마지막 하던 일의 추진 과정을 보는데... 이런...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 같네요.

 

10시쯤 되어 팀원들이 출근하고 진행상황을 확인 하는데, 제가 우려했던 문제점 부분에 딱 막혀 1주일간 그대로입니다. 일정대비 1주 이상 지연인 상태라 시차고 뭐고 없이 이 문제 해결에 뛰어듭니다.

화요일 저녁, 드디어 이 문제가 해결되고 수요일엔 늦잠 후 11시 즈음에 천천히 출근해서 지난 이틀간 제가 찾아낸 것들과 어떻게 수정을 한 것인지 팀원들에게 전파를 하고, 오후엔 시차 적응을 위해?? 꾸벅꾸벅 졸다가 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오후... 지난 사흘간 안읽은 메일을 보는데, 아뿔싸!!! 금요일이 개발팀 연말 행사일이고, 제가 그 날 발표를 하기로 했던 것을 깜빡 했습니다.

 

미리 만들어 둔 PPT Draft 버젼은 행사 진행 담당자에게 휴가 전에 미리 보내놓긴 했지만, 말 그대로 draft 버젼이라 내용은 나쁘지 않아도, 슬라이드 순서가 스피치에 적절하다기 보다는 그 순간 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어 있네요. 

수정 후 빨리 보내고 싶었지만, 행사 담당자들은 벌써 퇴근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수정된 슬라이드 버젼, 수정 안된 draft버젼 두개 모두에 맞춰 스피치를 준비합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스피치를 준비하고나니 다시 또 새벽... 뒤늦게 잠을 청하고 일어나는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제 아내가 저를 깨웁니다. 그 말은, 지각이란 뜻이죠.

 

앗!!! 9시다!

 

9시에 토론토에서 행사가 시작인데, 제가 9시에 일어났네요. ㅋ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수정된 슬라이드를 전달하려던 계획도 무산되었습니다.

제 발표 시간에는 늦지 않으려고 씻지도 않고 집을 나섭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고 열차 안에서도 유니언 역 출구 가까운 쪽 차량을 향해 계속 움직였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직 제 순서는 아니였습니다. 급히 나오느라 들르지 못한 화장실에 갔는데, 정신없이 나오느라 벨트도 안했고, 양말도 짝짝이더군요.

 

원래 15분 발표인데, 충분히 준비도 못했고 슬라이드 순서에 맞춰서 하다보니 10분도 채우지 못하고 스피치가 끝이 났습니다. 안되는 영어이지만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려고 중간중간 Dry joke도 생각해 둔 것이 있었는데 하나도 못했네요. ㅠㅠ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다른 팀원의 발표를 듣는데, 미리 맞춘 것도 아닌데, 제 발표 연장선 상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제 휴가기간 중 제 자료를 보고 일부러 맞춰 준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어느 쪽이건 우리 팀은 역시나 최고의 팀웍이네요.

 

저희 팀원 발표까지 듣고나니 갑자기 등 뒤에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더니 살짝 오한이 느껴집니다. 행사를 진행 한 극장 실내가 너무 더웠는데 이게 뭔가 싶었죠.

발표 행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 및 게임을 하러 갈 타이밍이 되자 머리까지 어질어질 합니다. 자정까지 공짜 술이 예약되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뿌리치고 집으로 왔죠.

 

집에서 몇 시간 누워있으니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금요일이란 것을 그 때에서야 깨달았네요. 토요일 오전에는 한글학교가 열리고 저는 한글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해야 하는데, 여행 전후로 공강을 하면서 잠시 잊었더군요.

공짜 수업이지만 담당하기로 한 일을 빵구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랩탑을 켭니다.

 

"쿨럭 쿨럭"

마른 기침이 새어나와 마지막 수업이란 것을 핑계삼아 새로운 내용을 준비하지는 않고 지금까지 1 학기동안 배운 내용들을 wrap up하는 것으로 재빨리 강의 준비를 마칩니다.

 

토요일 한글학교에서 코딩수업을 마치고나니 찾아 올 것이 찾아옵니다. 몸살이죠. ㅎㅎ

 

휴가 2주 쯤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1달간, 연말까지 계획들 완성하느라 휴가 준비하느라 스피치 2개 준비하느라 바뻐서 아침에 운동을 안하고 쭈욱 책상에 앉아있었고, 휴가 자체도 워낙 빡셌는데 복귀 후 충분히 쉬지 못해서 몸살이 나버렸네요.

 

오늘 퇴근하는데 팀원 중 하나가

 

"내일은 널 보지 않길 바래. 내일은 Sick day 쓰거나 work from home 해라"

 

라고 말하길래

 

"내일 출근하면 제일 먼저 너에게 찾아가 악수하고 허그할꺼야"

 

라고 말하고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상태를 보니 그 친구 말을 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네요.

 

휴가 전부터 도와주기로 약속된 일이 내일 아침에 예정되어 있어서 고민이긴 한데, 오늘 밤 일단 푹 쉬고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회사 팀원들을 보면 육체노동을 요하는 봉사활동들도 참 많이 하는데, 서구인들이나 인도인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체력이 좋은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같이 술을 마셔봐도 주량 뿐 아니라 숙취 지속기간도 확실히 다르고요. 운동을 더 많이 해서 뒤쳐지지 않게 노력하는 길 밖에는 없겠죠?

 

 

P.S. 여담이지만, 코딩수업 이야기가 나와서 프로그래밍 조기교육에 대해 제 생각을 씁니다.

저도 40대 후반 즈음부터는 파트타임으로 컬리지 강사를 하는게 어떨까 싶어 한국/캐나다에서 붐이 일기 시작한 코딩 조기교육들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 견해이긴 하지만 저는 쓸데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나온 교육 프로그램들은 말이죠. 차라리 어릴 때 수학을 더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 프로그래밍, SW를 제대로 배울 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코딩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을 보면 절차적 언어의 Behaviour를 게임을 통해 간접 학습하거나 자바스크립트로 그림 그리기 등등이 보통인데, 보드게임을 하더라도 충분히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이라 구지 비싼 돈 주고 배울 가치는 없는것 같아요.

교육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라 나중에 더 좋은 조기교육 커리큘럼이 분명 나오긴 하겠지만, 지금은 구지 돈들여 가르칠 만한 것은 없더군요.

차라리 8-9학년 이상인 아이라면 어느정도 수학적 기반은 있는 상태이니 진짜 SW를, 아니면 코딩을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우는 것이 나을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