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늘까지 특별휴일 - 추석 - 개천절 - 한글날로 이어지는 10일간의 연휴로 알고있는데, 캐나다도 오늘까지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이였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연휴 기간을 보통 long weekend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정말 특정한 날이 중요한 경우, 예를들어서 캐나다의 개천절 쯤 되는 7월 1일 Canada Day나 12월 25일 Christmas, 1월 1일 New Year Day 같은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휴일이 "xx월 n번째 월요일"와 같이 지정이 되어있어 항상 연휴가 되기에, 일반적인 주말보다 더 길어서 long weekend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이것이 얼마나 긴 것인가를 보자면, 그냥 주말보다 조금 깁니다. 한국의 설이나 추석과 같이 3일씩 되는 휴일이 없이 모두 단 하루만 휴일이기에 토일월 3일 휴일이 되는 것이지요.
Christmas가 주말을 끼고 있다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6일도 Boxing Day 휴일이기에 운이 정말 좋다면 4일간의 연휴가 이론상 가능하기도 하고, 바로 올해가 그렇게 4일 연휴가 만들어지는 해 입니다.
한국의 추석이 올 한 해동안 농작물의 수확에 감사드리고 조상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명절인데, 사실 추수감사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Long weekend기간동안 Family re-union이 이뤄집니다. 부모님의 집 등 가족의 집에서 모이기도 하고,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 편한 제 3의 휴양지나 다른 곳에서 모이기도 합니다. 다른 휴일들의 경우 각자 자신의 가족 (부모 + 자녀)이 함께 이곳 저곳 놀러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 만큼은 이들도 자신의 가족이 아닌 좀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을 찾아갑니다.
한국 추석의 대표 음식이 송편이라면 여기는 모두들 아시듯 커다란 칠면조를 오븐에 구운 요리를 먹습니다. 10여년 전 벤쿠버에서 유학중일때, 저도 친구들과 함께 명절 기분을 내보고자 마트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칠면조를 사서 오븐에 구워본 적이 있는데, 다시는 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죠. 칠면조는 몸통이 워낙 커서 굽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걸리기도 하고, 그냥 놔두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겉 표면이 타지 않도록 칠면조를 구우면서 발생하는 기름을 계속 칠면조에 부워가며 구워주어야 해서 음식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며, 또 손이 많이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 그다지 맛있지 않은데 그 양이 어마어마 합니다. 결국 칠면조 한 번 구운 덕에 이후 거의 1달동안 4명의 유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은 칠면조 샌드위치였다는 슬픈 전설이...
그 음식이 무엇이 되었건,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 뜻 깊은 시간일텐데,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 힘든 이민자들은 Thanksgiving에 무엇을 할까요?
저의 기억력은 좋지 않지만 IT 기술들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구글포토도, 페이스북도 몇 년전 오늘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제 기억을 되살려 주네요.
캐나다로 건너온 후 첫 추수감사절에 저는 제 가족과 함께 여행을 했었네요.
첫 추수감사절 여행을 간 호텔 |
호숫가에 위치한 작은 호텔에서 머물며 캐나다에서 맞이하는 첫 가을을 즐기러 갔었죠. 위 사진만으로는 참 조용하고 행복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되었을 것 같지만, 당시의 일기를 보니 참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에 흔들리며 어려웠던 그 때의 감정이 조금이나마 다시 생각이 납니다.
낯선 언어와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본인도 어렵고 힘들지만 더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아내를 위해서라도, 또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힐링을 하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준비 했었습니다. 아직 차가 없던 시기라 차량 렌트도 해놓고, 비싸지 않지만 그래도 여행을 갔다는 기분은 적어도 낼 만한 지역과 숙소를 찾아 예약하면서도, 지난 10개월간 단 돈 1센트도 벌어본 적이 없는 가장이 무책임하게 이런 소비를 해도 되는 것인가 고민을 했던 흔적도 보이고, 여행 중에도 스스로의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들이 작은 실수 한 것이 도화선에 불을 당겨 쓸데없이 아이들을 혼내놓고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고...
사진첩에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차있긴 하지만, 셀카봉으로 찍은 가족 사진 중 한 장에는 아빠의 감정조절 실패로 쓸데없이 잔뜩 혼나 주눅이 들은 아이들과 함께 억지 웃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그 다음 해 추수감사절을 사진을 통해 돌아보니 별다른 여행은 하지않았고, 새로 이사 온 동네 탐방에 나섰었네요. 동네 주변 farm에서 열리는 Thanksgiving 페스티벌과, 동네 올드타운에서 열린 이벤트에 참석을 했었네요.
Oakville 추수감사절 행사 |
뭐 이벤트라고 해봐야 대단한건 아니고 올드타운 시내를 한바퀴 도는 마차를 시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 정도입니다.
그래도 전년과 달리 사진 속 저와 아내의 표정에 근심이 보이지 않고, 소소한 페스티벌과 행사이지만 그 자리를 즐기고 있군요. 아이들도 이제는 학교생활과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때라, 휴일 이후 학교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는 기록도 보이지 않고, 잔뜩 혼난 후 억지웃음 지으며 찍은 사진도 없네요. 첫 추수감사절 long weekend와는 달리 신분과 일자리와 또 살 곳의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라 여러모로 근심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기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휴 마지막 날 월요일, 밤에 아이들 동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면서 "양가 부모님들이 이런 명절 때라도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남겼군요.
이후 Thanks giving은 계속 비슷한 것 같습니다. Long weekend 성수기인지라 구지 비싼 숙소를 예약하기 보다는, 인근 Provincial Park나 Conservation Area를 찾아가 트래킹도 하고, 월말의 할로윈을 대비해 pumpkin carving을 하는 이벤트가 있으면 찾아가는 정도로요.
현지 사람들처럼 Thanksgiving이 되었다고 비행기나 기차나 차를 타고 먼 길에 나서지 않아도 되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렇게 가족을 향해 떠나가는 그들이 부럽기도 한 것이 이민자의 Thanksgiving day가 아닐까 합니다.
올 해 Thanks giving은 그래도 좀 특별합니다. 한국에서 장모님이 와 계시기 때문이지요.
이민을 오면서 다른 가족들에게, 특히 장모님, 장인어른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선 한국을 떠날 때에는 정말 약속 된 것도 없고, 뚜렷한 미래도 없는 상태에서 외손주들과 딸을 데리고 떠나는 사위였고, 이후로 저희 가족끼리는 나름 만족하는 삶을 살 정도로 정착을 했지만, 이 곳에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고, 또 먼 곳에서 피붙이를 보지 못하는 그리움을 갖고 살게 했기 때문이지요.
이맘때가 되면 가족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것은 비단 한국인과 캐네디언 뿐만은 아닙니다.
연어 또한 이 시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데요, 지금이 바로 연어의 회귀 시즌입니다. 그래서 이번 Thanksgiving을 연휴 기간동안 장모님을 모시고 지금 한창인 연어 회귀를 보러 나갔습니다.
어쩌다보니 한 곳도 아니고 세 곳을 보고왔네요.
토론토 인근에 가장 유명한 Salmon Run watching spot은 Port Hope와 Bowmanville 입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집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져있어 가까운 미시사가의 Erindale 공원으로 갔었습니다.
어떤 블로거께서 Port Hope나 Bowmanville은 약간 인공적인 냄새가 가는 관광지의 성격이라면 Erindale Park는 대자연 속의 연어를 볼 수 있다고 한 말 때문이기도 했죠.
사바나의 대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리얼 사파리 여행을 가면 에버랜드 사파리와는 달리 사자라고는 하루에 한 마리 보면 잘 보는 것입니다. Salmon run 역시도 대자연 속에서 보다보니 한시간에 한마리를 볼까말까 하더군요. 약 45분 가량을 크레딧 강 줄기따라 걸어서 오르내렸는데, 그 동안 본 연어라고는 낚시꾼이 잡은 한 마리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연어가 만약 많다 하여도, 연어가 Jump를 할 만한 낙차구간이 없었습니다.
묵묵히 강물을 역류하여 오르는 연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오랜 기간동안 고향을 찾아가느라 먹지도 못하고 지친 연어들이 폭포와 같은 낙차구간을 만나게 되었을때 실패해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을 지켜보는 인간들에게는 종족 보존의 본능과 도전정신 등을 일깨워주는 멋진 장면이기에 이를 포기할 수 없었죠.
결국 공원에서 아침 도시락으로 싸온 김밥과 떡볶이를 먹으며, 폭풍 검색을 하여 지난번에 이미 방문한 바 있는 Port Hope말고 새로운 장소인 Bowmanville로 갔습니다.
Bowmanville creek에 들어섰을 때 산책로의 모습과, 작지만 이쁜 계곡물은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또 이른 새벽부터 낚시를 즐기고, 어른 몸통 길이만한 연어를 각자 한 마리씩 들고 나오는 낚시꾼들이 제 아이들에게 서로 질세라 자신이 낚은 연어를 자랑질하는 모습을 보며 기대감에 가득 차 댐이 있는 장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댐이 있는 곳에 도착해보니 일단 댐의 규모가 Port Hope보다 작다보니, 댐 밑에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도 작았고 그래서 연어들을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또 Erindale의 Credit river에 비해 더 많은 수의 연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Port Hope에 비하자면 그 수가 압도적으로 적었고, 연어들의 수가 적다보니 점프를 하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없었습니다.
Bowmanville에서는 비교적 연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다시 30분 가량을 Bowmanville에서 보내다가 이미 Durham Region까지 나온 마당에 조금 더 가서 Port Hope까지 못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Port Hope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Port Hope에 도착하여 Fish Ladder가 있는 곳으로 가니 수 많은 연어, 아니 사람 떼를 만났습니다.
오늘만 생긴 특수한 일인지, 아니면 몇 년 사이에 더 유명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Fish Ladder 앞 주차장은 물론, 인근 길가에도 차로 가득 찼더군요. 그래서 먼저 가족들을 내려준 후 몇 번 주변을 빙빙돌다 차를 주차했습니다.
역시 Port Hope는 그 규모면에서 다른 곳들이 따라오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동영상의 첫 장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댐에서 200-300m 떨어진 하류에 물길이 약간 잔잔한 곳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의 장면이 연출됩니다. 댐 바로 아래 웅덩이에는 물 약간 대부분 고기인 장면이 연출되고요.
물 반 고기 반 |
이렇게 연어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적어도 1 분에 한마리 꼴로는 댐을 거슬러오르기 위해 시도하는 연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어류학자도 아니지만 오늘 하룻동안 세 개의 강을 방문하여 연어가 회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Port Hope에서 댐보다 조금 위 상류부터 강물을 따라 하류까지 아이와 같이 걸어가다가 도중에 지쳐 죽어있는 연어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아빠, 나 아빠랑 같이 낚시 꼭 해보고 싶은데, 연어 낚시는 안할래요."
"왜? 너 연어 스시 좋아해서 연어 낚시를 해볼까 했는데?"
"강에서 점프하다 돌에 머리 부딛쳐 죽고, 점프 잘못해서 숨 못숴서 죽고, 지쳐서 죽고... 댐에선 올라가려고 계속계속 점프해서 겨우겨오 올라가서 이제 막 알 낳으려는 연어인데, 어떻게 그걸 잡아요?"
한국을 떠나기 전 자주 봤던 뽀로로 덕분에 항상 낚시에 대한 로망이 있던 아이인데, 계속해서 부딛치고 실패해도 도전하는 연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다 하더군요.
확실히 몇 해 전 처음 이 곳을 왔을때 보다는 생각이 더 여물은 것 같습니다. 그 때엔 분명,
"아빠도 낚시 할 줄 알아서 나랑 같이 연어 낚시하면 좋겠어요"
라고 했었거든요.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점점 커나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