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일 금요일

2008년 해외이주를 꿈꾸다

2008년 저는 한국에서 KT 혹은 LGT향 핸드폰 SW를 개발하는 일을 3년째 하고 있었습니다. 업무 내용과 근무하는 산업 분야가 개인 관심사와 취향과 맞아 업무 그 자체와 직원 복지, 페이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국내 SW 개발자의 삶이 그러하듯 저 역시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 특근에 힘들어 하고 있었죠. 1년 내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년 중 10개월은 항상 야근을 했어야 했고, 야근이 많은 달에는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야근을 했습니다. 주말 근무를 제외한 순수한 야근만 100시간이고, 실제 회사 시스템 상 하루 6시간 이상 추가 근무는 6시간 까지만 카운팅 되어 무시되기에 실제 야근 시간은 아마도 100시간을 초과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만약 혼자의 몸이였다면 그리 큰 고민이 아니였을 수도 있었지만, 입사와 함께 결혼을 했고 와이프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 했던 저였기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저희 가족에게 커다란 장애물이였습니다.
비록 SW개발자는 아니였지만, 이미 호주로 이주하여 정착한 친구도 있었고,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부서 선배 중에 호주로 이민가서 살고있는 분이 계시다는 것도 전해들은 바 있어 08년 초 저와 제 와이프는 호주 이민을 위해 이것 저것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민을 가기위한 조건,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이민을 가야 할 지, 이민을 가면 초기 정착에는 어느정도 비용이 필요할지, 영어는 어떻게 준비 할 지 등등을 알아보았고, 그 해 추석 연휴에는 개인 휴가를 더하여 호주에 살고있는 친구도 만날 겸 약 1주일간 현지 실사도 가 보았었죠.
지금서 돌이켜 보건데, 당시에 저는 아마도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년초에 계획을 하고 추석 때 까지 딱히 한 것도 없이 현지 실사 한번 다녀온 것이 다라는 것 만 봐도 그렇죠.
당시 호주로 기술이민을 가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4년이상의 경력이 필요했기에, 약 2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였기에 그렇다고 스스로 핑계를 대기도 했고, 바쁜 업무와 야근에 지친 상태에서 몸 조차 가눌 수 없는데 무슨 영어공부를 할 수 있고 다른 준비를 하겠냐고도 핑계를 댔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의 갈등구도 자체를 제가 잘못 리딩하고 있었던 것이 주요 원인인 것 같네요. 제 업무와 커리어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었으나 근무 환경(업무시간)에 따른 가족과의 갈등을 주요 갈등 구도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민을 가보자고 와이프와 구호를 외쳤건만 전 진실되게 그리고 절실하게 준비하지 않았고 그리고 또 아이를 갖게 되자 생면부지의 땅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 아무런 수입이 없는 상황으로 저와 제 가족을 몰고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그렇게 다시 저는 현재의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고, 모든 것은 충분한 경력 기간인 경력 4년을 채우고 생각하자고 결정 내려버렸습니다.
그리고 2009년 회사 내 내부 job posting을 통해 SW개발자 보다는 조금 야근을 덜하고 여유가 있는 포지션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렇게 저는 한국에서의 삶으로 완전히 물들어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댓글 1개:

  1. 헛..끊는 스킬이 엠넷(악마의편집!)과도 같으시군요!
    저도 사회초년생때의 기억이 떠올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야근+밤샘+주말근무로 20대가 지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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