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5일 월요일

이삿짐 꾸리기, 집 구하기

한국에서 결혼해서 나만의 가정과 살림을 꾸린지 7년이 넘었습니다.
이런저런 대출을 불사하고 집을 구매할 때만 해도 평생, 혹은 적어도 15년 정도는 그 집에서 살 것이라고만 생각 했는데, 쌍둥이들을 출산 하면서 육아를 위해 몇차례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필요한 살림살이들은 처분을 했음에도 결코 적지 않은 짐이 있었죠.
업무상 적어도 격월로 해외 출장을 다니며 몇일 혹은 몇십일 정도 해외로 나가는 출장 짐을 꾸리는 것에는 이미 이력이 난 상태였지만, 가족과 함께 모든 살림살이들을 챙겨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국내에서 이사와는 또 다르게 어려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 배송 비용의 문제
    당연히 좁은 한국땅 내에서 물류비용보다는 태평양을 건너 북미 대륙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이동하는 물류비용은 더 비쌀 수 밖에 없겠죠
  • 배송 기간의 문제
    일부 특수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일 이사가 가능한 국내와 달리 선박을 통해 이삿짐이 태평양을 건너고, 다시 벤쿠버 항구에서 토론토까지 기차로 북미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한 후 세관을 거쳐 짐이 반출되는 해외 이사의 경우 최소 2달은 예상해야 하죠
  • 안전한 이사의 문제
    택배회사 상하차 작업장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아무리 소중한 짐이고 포장을 잘 했어도 끝도없이 쏟아지는 배송물 앞에서 모든 짐들이 금이야 옥이야 소중히 다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컨테이너에 실려 배를타고 바다를 건너며 바닷바람도 맞게 될 것이고 태평양 적도 지역의 뜨거운 태양 아래 1달 넘게 노출이 될텐데, 저희 살림살이들이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믿을만한 배송업체의 안전한 포장이 필요했습니다
  • 배송업체의 신뢰, 고객응대
    한국내 물류, 인천항 세관 통과, 선박 이동, 벤쿠버 항구에서 unloading, 기차로 다시 loading, 토론토에서 unloading, 토론토 세관 입고 및 출고까지 여러번의 상하차 작업들을 거치며 물건의 훼손 뿐 아니라 분실의 우려도 있으며, 그럴 때 마다 배송업체를 통해 확인이 필요할텐데, 신뢰할 수 있고 언제든 contact가능한 배송업체 선정이 필요했습니다
부수적인 것이지만, 1년 안되는 해외영업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이 영향력 있는 물류업체의 경우 선박, 트럭, 항공의 물류에 여유가 없을 경우 강제 하차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만, 영향력이 적은 물류업체의 화물들은 오버부킹이나 오버로딩 발생 시 우선적으로 강제 하차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였기에 업체 규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확인된 복수의 배송 업체들에 동시에 연락하여 몇 번의 상담을 받아보고 제 스스로 가장 믿을만하다고 느껴진 업체와 계약을 했습니다. 역시나 여러가지 판단 요소들이 있었지만, 사람이 하는 일 인 만큼 마지막 업체 결정 시에는 해당 업체의 담당자의 영향력이 가장 컸습니다. 가장 저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었고 상담 및 업무 스타일이 꼼꼼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적절한 만큼의 융통성도 지닌 담당자가 나왔던 업체와 계약을 한 것이죠.

이제 이삿짐을 언제 꾸려서 보내고 언제 받느냐, 그리고 저와 가족은 어느 시기에 출국하고 이삿짐을 모두 보낸 후 받을 때 까지 약 2달간 어떻게 생활하느냐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 동안 아무런 생활용품 없이 빈 집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은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이미 7년 넘는 기간을 생활하며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었기에 중복으로 구매한다는 것 또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였죠.

약 3개월 간 이것이 제 세간살이의 전부였습니다. ㅠㅠ

그래서 이 기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리고 추위에 유독 약한 와이프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저만 먼저 12월 초에 출국을 하여 남은 학교 입학 절차를 마무리 짓고, 가족과 함께 거주할 집을 찾는 등 정착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월 초에 한국에 있는 이삿짐을 캐나다로 보내고, 아이들과 와이프는 2월 말 즈음에 캐나다로 입국을 하여 입국 후 2주 정도 후에는 한국의 짐들을 모두 받아볼 수 있도록 계획하여 일정을 수립했죠. 짐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생활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였습니다. 장모님댁에 1달 정도 빌붙어 살면 됐으니까요.

 그렇게 일정을 정하고 그간 출장을 다니며 차곡차곡 적립만 해던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꺼내들어 마일리지로 저와 제 가족들의 편도 항공권 예약을 했습니다. 돈을 내고 편도 항공권을 살 경우 왕복 티켓의 절반가격이 아닌 약 70%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했지만, 마일리지로 구매할 경우에는 정확히 절반의 마일리지만으로 편도 티켓이 구매 가능하다는 놀라운 혜택? 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네요.

제가 캐나다에 입국하자마자 당일에 집을 구하고 바로 들어가 산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10년전 벤쿠버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만 해도, 저희가 입국하던 시기에 출국하는 한국 학생이 살던 아파트를 바로 take-over해서 입주하였기에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바로 입주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외국인이 아파트나 콘도 렌트시 이런저런 조건들을 까다롭게 따진다고 했고, take-over도 거의 없는것 같더군요. 그리고  take-over해서 입주를 한다고 해도 3월 초 즈음에야 이삿짐이 올텐데 아무런 살림살이가 없이 약 3달 정도를 살아가기도 힘들기에 먼저 한 두달 정도는 한인 민박집에서 머물며 하나씩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나뵙게 된 분들이 토론토 놀스욕의 은혜의 집 식구들이였죠. 은혜의 집에 아주머니와 아저씨 역시 수십년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왔었고, 처음 정착하는 분들의 고충을 잘 아시기에 정말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 뿐 아니라 이 민박집을 거쳐간 많은 분들께 단순히 민박집 주인 - 손님 관계를 떠나 많은 도움을 주셨죠.

캐나다 입국하여 민박집에 들어간 후 민박집 아주머니를 통해 캐나다의 거주형태와 동네들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거주 형태는 크게 보자면 콘도, 아파트, 그리고 하우스 이 세가지 입니다.

한국에서 콘도는 스키장, 골프장 같은 리조트에나 있는 것인데, 여기의 콘도는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개념입니다. 건설회사나 개발회사에서 주상복합 같은 스타일의 건물을 짓고 개인에게 분양하는 것이죠. 신규 콘도를 분양받거나 기존 주인에게 매입하여 구매할 수도 있고, 아니면 주인에게 월세를 내고 입주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콘도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오븐 등 몇몇 필수적인 가전제품들은 built-int되어 있어 거주자가 별도로 준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파트는 한국의 임대 아파트와 비슷합니다. 개인이 아닌 회사에서 아파트 전체를 소유하고 있고 각각의 호를 개인에게 임대하여 운영합니다. 사실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콘도로 입주하건 아파트로 입주하건 월세를 내고 들어가는 것이기에 큰 차이는 없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콘도와 아파트 간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들이 있죠.
대 다수의 콘도는 새 건물이기에 아파트보다 깔끔하고 건물 내 입주민을 위한 수영장/헬스장 등의 시설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콘도 임대의 경우 집주인 각 개인이 세를 놓는 것이기에 보통 부동산 중계인(리얼터)를 통해 세를 놓거나 키지지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세를 놓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각 가정마다 세탁기가 있지 않고 보통 1층이나 지하에 있는 코인 세탁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아파트 입주 규약에 의해 각 가정별 세탁기 설치를 금합니다.
아파트의 경우 전기/수도/난방 등 유틸리티 비용이라 부르는 비용이 집세에 포함되어 있고, 집세 외에 별도의 관리비용은 없습니다. 콘도의 경우 한국의 아파트와 같이 관리비를 따로 지불하고 각 세대별로 전기/수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에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협상에 따라 집세 내에 관리비, 유틸리티비용을 모두 포함시킬 수도 있고, 별도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는 아파트 관리 회사에서 세를 놓기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홈페이지나 키지지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세를 놓습니다.

하우스는 한국에서 말하는 일반 주택입니다. 단층 혹은 복층으로 된 각 개별 독립주택이죠. 하지만 한국에서도 주택에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제가 집을 관리하면서 살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고, 겨울이 긴 토론토에서 어마무시한 난방비를 내가며 살기도 싫어서 당장의 거주 형태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콘도와 아파트 두 가지를 염두해 두고 우선 리얼터의 중계가 필요 없는 아파트를 중점적으로 서치하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지면 민박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제 통학에 무리가 없으면서 가족들이 살기에도 적당하고 적절한 월세 가격대를 형성한 동네들을 찾아 정리했고, 해가 뜨면 하루 종일 버스/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원하는 동네의 아파트 단지를 직접 발로 찾아 방문했습니다. 직접 찾아 방문을 하더라도 아파트 현관에는 디지털 키로 입주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보안장치가 되어 있기에 아파트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아파트 입구에 Vacant 표시가 있어 입주 가능하다고 판단되고, 나름 욕심이 나는 동네라면 아파트 사무실을 방문해서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고, 어떨 때에는 아파트 입주자가 집으로 들어갈 때 같이 따라들어가서 아파트 내부 복도와 시설을 훑어 보았습니다.
아직은 업무를 위해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 꺼려졌기에 입주 문의는 보통 이메일을 통해 보냈고 그렇게 2 주 동안 돌아다니며 아마 20곳이 넘는 아파트에 연락을 한 것 같네요. 하지만 20 곳이 넘는 곳에 문의를 했지만 입주에 대해 이렇다 할 답장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어 아파트에서 콘도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하던 찰나에, 베이뷰 빌리지 옆 아파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 그 아파트는 지은지 40년도 넘은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겉 보기와는 다르게 실내는 콘도 못지 않게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고, 바로 앞에 Public School이 있어 아이들이 걸어서 등하교를 할 수 있어 가장 좋아 보였던 아파트 중에 하나였습니다.
아파트 사무실을 방문하여 이전에는 어디서 살았는지, 캐나다에서 저의 신분은 무었인지(비자 상태), 현재 직장은 있는지, 자산 상태는 어느정도인지 상담을 받고, 아파트 입주를 위한 심사를 위해 저의 자산 내역을 뽑아 아파트 사무실에 제출 하였습니다. 그리고 3일 뒤 내년 1월 중순에 입주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죠.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일단 짐을 풀고나면 다시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기에 힘들더라도 처음에 발품을 팔고 직접 보고 확인해서 집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렇게 찾은 지금의 집에 대해 저와 제 가족 모두 만족하는 편이죠.
한 가지 문제라면... 빨래 정도입니다.
아파트의 특성상 빨래를 하려면 지하로 내려가 코인 세탁기로 빨래를 해야하는 것인데, 귀찮음도 귀찮음이고, 간혹 세탁기를 더럽게 사용하는 입주자가 있어 세탁기 내부에 제 세탁물을 도저히 넣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기다보니 고장도 잦아 세탁하러 내려갔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으며, 무엇보다 세탁기의 성능이 좋지 못해 빨래가 깔끔하게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 문제죠.

한달 반 정도 하숙생 생활 후 다시 나의 집으로 입주하니 이제 잠자리와 먹거리의 문제가 찾아 왔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생각해서 캐나다로 올 때 낡아서 버리기 직전의 작은 후라이팬과 냄비, 그리고 가볍고 씻기 편한 플라스틱 대접, 밥그릇, 접시, 수저 각 한벌씩을 들고 왔기에 먹거리는 대충대충 해결 가능했습니다. 잠자리의 경우도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짐이 도착하기 전 까지 잠시 빌려가라며 요와 이불 한벌 씩을 빌려주신데다, 잠시나마 사용 할 용도로 캠핑용 에어펌프 매트리스 하나를 사서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밥먹을 식탁과 공부할 책상, 그리고 의자가 필요했는데, 이 것은 IKEA에서 해결 했죠. 견고함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지만, 쓸 수 있을만큼 튼튼하고, 타 가구회사 제품들 보다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디자인도 훌륭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기에 차가 없는 뚜벅이족이 직접 들고 오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식탁 겸 책상으로 구매한 IKEA 식탁은 아직도 저희 네 식구의 식탁으로 잘 쓰고 있죠.
미리 준비한 카트로 IKEA에서 집까지 식탁, 옷장 의자, 빨래 건조대 등을 직접 운반했죠 ^^

그 외에도 토스터기, 전기밥솥, 전기장판, 정수기, 휴지통 등등 몇몇 생활용품들은 캐나다 유학생 카페를 통해 싼 값에 중고매매를 했는데, 솔직히 여기에는 기분 나쁜 기억들이 많네요. 110V 겸용이라고 하여 구매한 전기장판은 구매 후 확인해 보니 220V 전용이였고, 그나마도 110V, 220V 어디에서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아무리 온도를 높여도 그저 차갑지는 않을 정도 까지만 동작하는 제품이였고, 역시 중고로 매입한 LED스탠드 역시 구매 후 확인해 보니 전구가 고장난 제품이더군요. 당연히 구매 완료 후 연락해 보면 연락 두절...
다들 어린 학생들이였는데, 어린 학생 입장에서 단돈 $5도 소중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 단 돈 $5에 사람간의 신뢰를 팔아버리는 것이 좀 씁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짐이 온 후에 과정도 한국의 이사와는 조금 다른데요, Door to Door 서비스라 해도 집까지 짐을 옮겨주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짐을 풀러주고 정리해 주지는 않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상태로 집안에 짐이 쌓이게 되죠.
와이프와 함께 둘이서 거실에 가득 차 있는 짐 상자를 모두 정리하여 각자의 자리로 넣어주는데 거진 일주일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삿짐인 한국에서 줄인다고 줄여서 이것 저것 중고로 팔아치우고 버리기도 했는데, 막상 이사를 할 때에는 짐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서 아이들 한글 책을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1-2학년 때 까지는 읽을만한 책들을 많이 사 두었고, 아직 한글을 깨치기 전에 오는 것이라 한글/숫자 공부 교재들도 사두다 보니 부피는 이전과 대동소이하지만 짐 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버렸죠. ㅎㅎ

3월 초에 제 이삿짐이 토론토 세관에 도착했을 때에도 세관 직원이 4인가족 유학생 짐 치고는 너무 무게가 많이 나간다며 이것 저것 심문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관 창고에서 출고할 때 추후 캐나다에서 출국 시 모든 짐을 한국으로 다시 가져가겠다는 각서도 작성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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