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5일 월요일

올 2분기 삼성전자 실적에 느낀점

캐나다에 가고자, 또 프로그래머로 복직을 하고자 회사를 떠나면서 작별인사 메일에 "제가 퇴사를 하는 결정을 한 것이 뼈에 사무치게 후회가 될 만큼 삼성을 더 훌륭하고 멋진 회사로 만들어 주세요" 라는 말을 남겼는데, 작년 실적과 이번 2분기 실적 예상을 보니 참 안타깝습니다.

아주 단편적인 지식과 낮은 식견이지만 지금 제 생각에는 삼성이 제2의 애플을 찾거나 직접 애플이 되어아야만 할 것 같는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에서 일 할 때 애플은 우리의 주적이자 경쟁자였지만, 사실 일부 고마웠던 점들도 많았습니다.
제조사-통신사 관계도 그렇고, 스마트폰 시장의 대중화 역시도 애플이 먼저 판을 깔아주었기에 그 시기에 그렇게 큰 시장이 될 수 있었으며, 제조사로서 one of them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best practice들을 몇가지 보여주어 어찌보면 롤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깔려있는 판에 뒤늦게 뛰어들게 되었고, 때마침 HTC의 제한적인 마케팅/영업 능력에 제한적인 성장을 보이던 구글 안드로이드를 선택하여 구글의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주며 한동안 정말 신나게 춤을 추고, 그 동안 수확하지 못했던 풍부한 과실들을 따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 삼성전자의 위기는 갤럭시 S5와 갤럭시 S6 두 모델이 연속적으로 예상을 밑도는 판매 부진으로 인한 것이지만, 만약 이전 flagship만큼 판매가 되고 있다 하여도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삼성과 파트너쉽을 통해 공고하게 구축된 SW 구글 + HW 퀄컴의 플랫폼은 삼성 뿐 아니라 어느 회사라도 수준급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 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국을 기점으로 하여 다양한 경쟁자들이 생기고 있죠. 삼성은 이미 덩치가 커질대로 커졌기에 삼성의 오버헤드 비용으로는 도저히 저가나 중저가 시장에서 이런 경쟁자들과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고가시장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지난 수년간 저가/중저가 시장에서 세를 키우고 실력을 높인 신흥 경쟁자들이 고가 시장에서 비슷한 스펙에 조금 낮은 가격대로 갤럭시S 시리즈를 공격하고 있죠.
만약 삼성이 이전에 소니가 그러했듯 브랜드 파워와 프리미엄을 믿고 독야청청 독불장군처럼 남들보다 높은 가격대의 포지셔닝을 유지한다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Enough is enough. 삼성은 slow starter로서 분명 충분히 해 볼 만큼 했습니다. 비록 최근 1년여 사이 구글과의 관계라는 제약으로 인해 애플 따라잡기로 의욕적으로 시도했던 서비스들이 모두 셧다운 하기는 했지만, 단말 유통 시장에서 삼성은 애플에 충분한 타격과 위협을 안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애플의 판에서 그들을 쫒아갈 수는 없는 것이 시장 상황이고, 핸드셋 자체만으로는 애플의 판에서 그들을 추격하기에는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핸드폰 시장은 아직 충분히 큰 파이를 가지고 있고, 계속 그 파이는 커져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파이를 나눠먹은 식객들의 숫자 역시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이 가져가는 조각의 크기도 커질 수 있지만, 그 비중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파이를 먹기위한 경쟁에서도 이전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5년을 본다면, 지금의 캐쉬카우를 대체 할 대체산업이 필요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향후 10년에는 모바일 핸드셋 산업 자체에서 탈출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탈출 전력과 캐시카우 스위칭 전략은 때마침 경영 승계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차기 경영자에 대한 평가에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며, 지금 삼성전자의 영화가 1세대 더 이어갈 수 있을지, 지금 수준에 머무를지, 아니면 후퇴하게 될 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처럼 인공위성도 올릴만큼 충분한 자금력과 비축 체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지만, 이전에 가전 제품에서 반도체로 반도체에서 LCD로 확장, 다시 디지털 TV와 모바일로 전환을 하면서 지속적인 변신에 성공한 기업인만큼 새로운 변신에 성공을 하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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