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9일 금요일

정규직(permanent job)과 비정규직(contractor job)

제가 한국을 떠날 때 한창 웹툰 미생이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캐나다에 살 때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이 인기 웹툰이 케이블 드라마로 제작되서 인기리에 방영을 마쳤다고 하더군요. 드라마의 인기는 단순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는 운동으로도 번지기 시작했다고도 하고요. 뭐... 언제나 그렇듯 용두사미로 끝났지만요.

오늘은 캐나다의 Software Developer 정규직 비정규직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반적인 한국적 마인드로 비정규직을 바라볼 때에는, 낮은 임금, 혹독한 근무조건, 과도한 업무, 차별적인 시선, 불안정한 신분과 수입... 이렇게 안좋은 키워드들로 정리가 될 것 같은데요, 사실 저도 이 곳에 처음 와서 컨트렉터로 일하고 있다는 분들을 보면, "에고... 빨리 퍼머넌트 쟙을 하나 잡으셔야 할텐데... 실력도 좋으신데 왜 그럴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러한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습니다.

우선 임금부터 살펴보면, 사실 정규직 직원보다 비정규직 직원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편입니다. 물론 Probationary period가 처음 3개월로 제한이 있다보니, 회사 입장에서 쥬니어나 엔트리 개발자들을 고용할 때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먼저 6개월 컨트랙으로 일한 후 이후에 고용을 다시 이야기 하자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contractor 포지션들은 시급 40불 이상은 받을 수 있는 Senior 이상 포지션 주어집니다.
그리고 같은 senior라 해도 보통은 정규직 직원보다 계약직 직원의 시급이 더 높은 편이죠.

이렇게 계약직의 임금이 더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괜찮은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 구인란에서 비롯된 것 같더군요.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져서 365일 상시 프로젝트를 돌릴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특성상 프로젝트 기간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인력들과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설계할 수 있는 인력만 필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사실은 회사에서 최약의 경우만을 고려해서 직원을 채용 할 경우 중간중간에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 보니 필요 시 마다 계약직으로 사람을 뽑는데, 실력있는 개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보니 그들의 몸값이 오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특정 새로운 기술의 deligator라거나 아키텍트나 구루급의 개발자들의 경우 시간당 100까지도 받아가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매번 계약기간 종료 시 마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아야 하는 문제로 인한 신분의 불안정성은 어쩔 수 없다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으로 인해 컨트랙으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자발적으로 계약기간 종료 후엔 1-2달 정도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면서 본인 몸값을 더 높이거나 유지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자기 계발을 하시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새로운 사실은 계약직 직원을 뽑을 때 회사는 결코 그 개인과 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계약직 직원으로 오시는 분들은 Incorporate라고 해서 1인 사업자 등록??? 같은 것을 합니다. 그리고 고용주는 회사대 회사로 고용 계약을 맺죠.
글쎄 제가 법에대해서는 잘 몰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계약직 직원 고용 기간이 일정이상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제약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컨트랙터로 일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한번은 Incorporate 절차를 밟기 위해 매우매우 귀찮은 페이퍼웍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매년 세금보고 때에도 더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죠.

그런데 단순히 고용주에게만 좋은 일은 아니더군요.

결국 본인의 임금이 본인에게 바로 입금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세운 1인 사업자 명의로 입금이 되는 것이기에, 본 수입은 개인 근로소득이 아니라 corporate tax로 잡힙니다. 한국도 그렇듯 법인 소득세가 개인 소득세보다 훨씬 낮아서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출퇴근 교통비라던지, 개인 PC등에 대해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면 더더욱 세제 혜택을 볼 수도 있죠.

가끔 회사에서 퇴직하는 Senior들을 보면 개인적 시간 여유를 위해, 보다 나은 수입을 위해 컨트렉터로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컨트렉터로 일해도 본인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정규직 직원으로서 비정규직이 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SW 개발자라는 직종에 한정된 이야기인 듯 하지만, 참으로 한국과는 다른 정규직 - 비정규직간의 관계가 재미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말 보다는 아무래도 무언가 있어보이는 프리랜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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