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6일 금요일

이민병 환자들을 위한 싸구려 조언

마음의 병 역시 병인지라 육신에 이상이 생긴 것 만큼이나 힘들고 불편하고 아프죠.

대표적인 병으로는 황진이를 사랑하는 바람에 마음에 병이들어 같은 동네 총각을 죽게 했다던 '상사병'이 있을 것이고, 미국 정신의학회에 등록되기까지 한 '화병'도 있을 것이고,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다는 '우을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있고, 또 '이민병'이 있을 것입니다.

이민병이나 상사병이나 무언가 이루고 싶은 욕망과 목표가 있으나 본인의 의지와 뜻 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기에 생기는 병이라는 점과 그 병의 완벽한 치료는 결국 그 목표/욕망을 이룰 때 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마음의 변화, 혹은 포기로 인해서도 치유가 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고요.

이전에도 밝힌 바 있듯, 저 역시도 마음의 병인 '이민병'을 한동안 가슴에 품고 살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처음 이 병을 앓았을 당시, 이 병의 root cause는 work-life balance를 가진 삶을 꿈구는 것이였고, , 나중에는 career에 대한 고민이였습니다.

처음 이 병을 앓았던 시기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 첫 포스팅에도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그 때에는 직군 전환을 통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은 견딜만한 수준의 work-life balance를 이루며 마음의 상처가 어느정도 보듬어졌고, 또 아이들의 탄생으로 인해 이민을 노릴만한 상황이 되지 못하게 되자 포기로 이어져 치료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이민병을 앓게 되었을 때에는, 직군을 변경하고 견딜만한 work-life balance를 갖었을 때 입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주말이나 휴일 근무가 눈에띄게 줄었으며, 밤늦게 퇴근하는 일은 많았지만 새벽에 퇴근하는 일은 적어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제 일과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의 관계가 좋았기에 일은 싫어도 사무실이 싫지는 않았으며, 잦은 해외출장이 때로는 피곤하기는 했지만 일종의 리프레쉬 역할을 해주기도 했으며, 제 R&R 중 하나가 해외 지법인 상대 교육 및 고객 상대 PT인데, 이 역할은 제 적성에 맞는 영역이다보니 제 병의 수준이 중증은 아니였습니다. 또, 처음 병을 치료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갓난아이 둘이 있다보니 한국에서 다진 기반을 모두 포기하고 이국땅으로 향하는 것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죠. 그렇다보니 이민에 지속적인 관심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액션을 취할 만한 단계는 아니였습니다.

반면 나중에 이민병을 앓게 되었을 때에는 말 그대로 벼랑 끝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에대한 만족도가 낮고, 저의 미래가 불투명하게만 느껴져 또 다른 직군으로 도전을 했지만 오히려 장고 끝에 악수가 되어버렸고, 일에대한 만족도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도, 또 Work-Life Balance도 이전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 되어버렸으며, 또 다른 커리어로의 도전과 같은 운신의 폭 역시 더욱 줄어들은 상황이였죠. 결국 이러한 상황은 '이민병'을 재발시켰으며, 더 이상의 선택이 없다고 느꼈기에 이민을 통한 치유를 그 대처 방안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여러분께서 지금 이민병을 앓고 계시고 이런저런 이민 방안을 찾아봐도 마땅한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왜 발병하게 되었는지 그 root cause를 먼저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인지 아니면 현실에 대한 불만족인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불안하고 무엇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또 현재 상황에서 이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 불만족과 불안을 해소 할 방법이 있는지를 생각하시다 보면, 이민보다 더 안정적이고 나은 다른 치유 방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이민병을 앓고 계시다면, 그 분에게 이런 식의 조언은 하지 않으시는게 나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병이 들었을 때에는 그 마음을 보듬아주는 것이 이성적/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것 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성적/논리적 접근은 어느정도 상처가 아물어야 가능하거든요.

이민병의 root cause를 찾아보고 그에 걸맞는 치유방법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민 외에는 답이 없다면, 이민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어느 나라로 내가 이민을 갈 수 있을지, 그 나라에는 어떤 이민 프로세스가 있으며 나에게 가능한 이민 프로그램은 무었일지, 그 프로그램에 도전 시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성공 가능성을 계산할 때 변수가 될 것들은 무엇인지와 그 변수는 나 자신이 스스로 컨트롤 가능한 변수인지 외부 변수인지 등등이 되겠죠.

가장 안좋은 공부 방법은 계속해서 이주공사/유학원을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처음 이민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에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가 막막하니, 이주공사, 유학원이나, 이민 유학 박람회에 가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이해가 된 이후부터는 가장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는 정보를 공부하시는 것이 좋은데, 바로 목표하는 국가의 이민성 홈페이지입니다. 이민성 홈페이지에는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요구조건, 선발 과정, 선발 기준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밥벌어먹고 살 생각을 하신 마당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생활의 일부가 될 영어 읽기에 익숙해져야 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꼭 이민 정보의 오리지널 소스인 이민성 홈페이지를 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만약 스스로 정확한 정보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업체를 만나게 되는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민 자체에 대한 정보와 기준이 확립이 되었다면, 실제 이민자의 생활, 취업 가능성 등등, 이민성 홈페이지에는 잘 나오지 않는 정보들을 익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이민 카페나 블로그, 관련기사, 혹은 모임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밖에 없겠죠. 만약 해외 생활에 경험이 전혀 없다면 시간을 내어 한번 쯤 목표하는 나라에 직접 탐방을 나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영주권 획득 방법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기에 구직자로서 그 나라에서 나의 경쟁력이 무엇일지도 연구를 충분히 해야 하겠고요.


저도 1차 발병 시 당시 목표하던 이민 대상국이였던 호주에 직접 방문을 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이민이 아닌 다른 치유법을 선택했는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저의 직군전환과 아이들의 탄생이였지만, 그 이전에 직군전환을 했던 이유는 호주 방문 시 체감한 물가와 함께 다양한 간접경험들을 통해 느낀 리스크의 정도가 직군전환에 따른 리스크보다 훨씬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저의 선택은 제 커리어를 꼬이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고, 1/2차 치료 모두 악수에 악수를 거듭하는 꼴이 되었지만, 반대로 이민병의 치유 방법으로 이민 실행을 실천하시는 분들 중에 '이민' 자체가 악수 중에 악수인 경우가 되는 케이스도 분명 있습니다. 제 예전 포스팅에도 있지만 이민을 염두하고 캐나다에 오는 한국인은 한 해에 수만명 이지만 실제로 영주권을 받는 한국인은 한 해 평균 많아야 4000명 수준입니다. 4000명 중에는 당연히 캐나다에 오지 않고 아웃랜드로 영주권을 받는 사람들도 포함이 된 수치이고요.

만약 본인이 지금 이민병으로 인해 이민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단계가 되셨다면, 제 블로그 포함 각종 이민관련 카페와 모임, 블로그, 웹사이트 등에 접근을 자제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미 여러분은 이민 프로세스에 대한 숙지가 되어있으며, 본인이 도전하고자 하는 이민 프로그램에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 알고계신 상태일 것입니다. 만약 내가 목표하는 이민 프로그램(들)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고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불명확하여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 조차 모르는 상태라면, 아직 이민을 위한 본격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민 프로세스와 프로그램은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더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접근을 자제하게 되지만, 간접 경험 채널인 모임, 카페, 블로그 등은 발걸음을 끊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에도 수십개가 넘는 새로운 글들이 올라오고, 또 필력이 좋은 분들이 올리시는 글이라도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게 되죠. 또,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간접 경험이라는 것은 아무리 해도 그 목마름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기도 하고, 간접 경험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려해도 각 필자의 주관적 생각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들을 보여주다보니 항상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시면 매일 올라오는 수십, 수백개의 글 중에서 완전한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똑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다른 분들이 새로 공유를 해주고 있을 뿐이지요.

지금 단계는 더 이상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정보를 긁어모을 단계가 아닙니다. 이미 결심을 했고 액션을 취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본인의 액션에 더욱 주목을 하셔야 합니다. 매일같이 몇 시간씩 웹 검색을 하기 보다는, 그 몇 시간을 내가 채워나가야 할 것을 채우는데에 조금 더 집중하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되실겁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이민 신청을 위해서건, 학교 입학을 위해서건, 혹은 이주 후 현지 정착을 위해서건 가장 공통적인 준비요소가 어학실력일텐데, 하루에 수십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씩 웹 검색을 하는 것 보다는 그 시간에 어학 점수를 쌓는데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시는 것이 더욱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생각과 의견이 넘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것 보다 공부에 집중을 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스로의 정신 안정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기간 이민병 중증 증상에 시달리면서 아직까지 이민 외에 뚜렷한 대안도 찾지 못했고, 그렇다고 이민 실천을 위한 명확한 action item도 없거나 있어도 실천을 제대로 못하고 계시면서 줄기차게 웹 검색과 이/유 박람회, 이주공사 세미나 참석을 하고 계시다면 힘드시더라도 당분간 이민과 관련된 정보채널의 접근을 차단하시고 현재 생활에 집중을 해보시면서 이민병이 발생한 root cause가 무엇인지 먼저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하시면 새로운 대안이 나오거나, 이민을 위한 진짜 action item을 수립할 수 있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른 대안을 찾으시건 이민으로 결정이 나셨건 치유 방법이 보이신다면, action item을 수립하여 바로 행동에 옮기시는 것이 마음의 병을 다스리시는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대에서 배운 몇 안되는 지혜 중 하나인데, 몸이 바쁘면 마음은 편안해집니다.

이상 이민병 병력을 가져본 바 있는 전 환자의 값 싼 1¢ 조언이였습니다.

댓글 2개:

  1.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민병환자로써 옳으신 말씀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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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 이네요.
    큰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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