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의 중요성

근묵자흑, 유유상종 등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자성어들이 많고, 그 중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 배우자를 잘 만나는 것일텐데, 이민에 있어서도 좋은 사람들을 얼마나 만나게 되느냐가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민을 하기 전에 많이 보게 된 이야기는 "한국 사람을 가장 조심하라" 였습니다. 먼저 이민 간 사람이 새로온 이민자를 등쳐먹는다거나, 새로 온 이민자들이 그들을 도와주려던 이민 선배들을 벗겨먹는 이야기 등등 참 많이도 봤습니다.

그런데 처음 캐나다에 랜딩을 한 순간부터 제가 만났던 한국분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였습니다. 

캐나다에 랜딩을 한 순간 이민관 이후 가장 먼저 만난 분은 제 임시 숙소였던 민박집 주인 내외분인데,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민박집에 머무는 동안 현지 사정에 어두운 저같은 새내기들을 위해 본인들이 알고있는 다양한 정보들과 노하우들을 알려주시기도 했고, 엔지니어로 일하시는 아저씨를 통해 이쪽의 직업시장이나, 구직 팁 등을 안내받기도 했고 저와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고 비슷한 또래의 다른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셔서 또 다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셨죠.
또, 가족들과 함께 살 만한 아파트를 구해 민박집을 떠날 때에도 새로 구한 아파트까지 차로 왕복 해 주시며 제 짐을 다 옮겨주셨고, 쌀은 무거워 대중교통으로 오가며 구매하기 힘들다며 한인마트까지 태워주셔서 쌀 구입도 도와주시고, 또 당분간 홀애비 생활이 걱정되셨는지 큰 통에 반찬도 직접 만드셔서 따로 챙겨주셨었고요.

그 이후에도 좋은 분들과의 만남은 지속됩니다. 가족들이 캐나다로 오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학교생활 적응이 가장 큰 문제가 되던 시절, 같은 학교에 아이들이 다니는 많은 학부형들을 통해 이런저런 조언과 도움들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차없는 생활을 계속 했었는데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학부형 집에서 장을 보러 갈 때, 제 아내가 항상 같이 다니며 차가 없이도 한국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또 나중에보니 저희 아파트 바로 맞은편 집은 한인 노부부가 사시는 집이였는데, 그 분들을 통해서도 이런저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저희 부모님이 캐나다에 잠시 머무시는 동안 그 분들이 좋은 벗이 되어주시기도 했고, 저희같은 젊은세대는 알 수 없었던 제 아버지께서 궁굼해 하시던 여러가지 정보들을 잘 알려주시기도 했고요.

뿐만아니라 짧았지만 학교를 다니던 기간 중 만난 같은과의 많은 동생들과 형님들과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좋은 벗이 되어 멀리서라도 서로 응원해주고 격려하며 잘 살고 있고, 토론토를 벗어나 이사를 온 이후에도 아이들을 통해 이런저런 경로로 알게된 다른 한국인 이민자 가정들과 여러가지 도움을 서로 주고받으며 잘 지내고 있지요.

만약 저와 제 아내의 인복이 좋지 못하여 여러 글에서 보았던 악덕 민박집 사장님들을 만났고, 이번에 경찰에 잡힌 김OO씨 같은 사람을 통해 가족과 살 콘도를 계약하게되어 사기를 당하고, 서로 힐난하고 질투하고 헐뜯는 한인 이웃들을 만났었다면, 또 바로 이웃집에도 친절한 한인 노부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글에서 보았던 노랜내가 진동하는 이민자 노부부를 만났다면, 친절하고 서로 배려할 줄 아는 이웃들이 아니라 서로 힐난하고 비난하고 헐뜻는 이웃들을 만났다면 지금과 같은 삶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이민 카페들에 수두룩하게 널린 악랄한 한국인 이민자들의 스토리들이 정말 이 정도일까 싶기도 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4년간 그런 분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요. 각자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혹은 각자의 삶의 무게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매너 혹은 말투등이 다양했고, 간혹 서로 맞지않는 성향인 경우 조금 불편하게 느끼거나 살짝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건 그냥 서로간 궁합이 잘 안맞는 정도이지 여러 스토리에서 보여지는 범죄자에 가까운 그런 행위들은 아니였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또 다른 이민자들을 만날 때 더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각 인종에 대한, 혹은 출신 국가에 따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심지어는 능력에 대한 다양한 선입견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저는 이민 전에 인도 개발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제 머릿 속에 그들에 대한 이미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잘못된 선입견의 예...
개발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인도 연구소에서 간혹가다 특정 프로젝트로 인해 서너달 가량 파견을 나오거나 장기 출장을 나오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받았던 제일 큰 인상은 상당히 스마트하고 쉬지도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출장자인지라 인도 연구소의 근무일에 맞춰야 해서인지 몰라도 한국 휴일이 되어도 출근해서 일을 했고, 제가 토요일에 나와도 일요일에 나와도 그들은 항상 자리에 있었습니다. 또 쉬지도 않고 일을 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그 퀄리티가 높았습니다.

이것은 제가 캐나다에 오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인도인 개발자들에 대한 선입견이였는데, 지금은 이것이 상당히 왜곡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삼성에서 만났던 출장자들은 상황상 상당히 스마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인도 내에서 삼성 연구소는 상당히 괜찮은 직장이며 그 곳에 들어오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곳 중에 하나입니다. 뭐 좋은 직장으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회사 자체가 좋아서도 있지만, 이 곳의 경력을 발판으로 실리콘벨리 등으로 진출하기에 좋기에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양질의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그러한 양질의 개발자들이 모인 조직 내에서도 나름 일을 잘하는 개발자들이 추려져 본사 프로젝트로 파견을 나오는 것이니 일을 잘하고 또 열심히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였죠. 또 저는 본사 소속이고 그들은 인도 연구소에서 파견나온 상황인데다, 그들에게는 그들 뿐 아니라 그들의 팀의 일년 농사가 저희팀과 함께하고 있는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험블할 수 밖에 없기도 했고요.

캐나다에 온 이후 이러한 잘못된 선입견들은 하나씩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1%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외국에 나온 인도 사람이면 다들 상류층이나 엘리트라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였습니다. 짧게나마 학교를 다니며 많은 인도인 친구들을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평균적으로 그들의 생활은 일반적인 한국인 유학생들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또 그들 중 저와 가장 가깝게 지낸 그룹에 있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인도에서도 학자금 융자를 통해 대학을 졸업했고, 지금 여기에 올 때에도 온 친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비자를 받아 온 것이고, 캐나다에서 생활비와 학비도 주 20시간 알바만으로는 당연히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밤샘 캐쉬쟙 알바를 뛰면서 졸업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래도 학교 졸업에는 크게 문제가 없던 것 중 하나가, 인도인 친구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과목별 족보를 가지고 있더군요. 일부 과목들의 경우 시험 시작 30분 만에 인도인 친구들은 모두 시험을 마치고 나가기도 했었습니다.

또 인도 사람은 수학적으로 매우 뛰어나고 인도인 개발자는 매우 능력이 좋다는 것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많이 깨졌습니다.
실제 인구 비중에 비해 개발자 중 인도인의 비중이 더 높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이공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들인 한국, 중국, 이란, 구 소련연방 국가들 (러시아, 우크라이나, 발틱3국 등) 출신 이민자들도 똑같습니다. 개발자 중 한국인 비율도 일반적인 인구비중 대비 높고, 구 소련 국가들 출신 개발자 비중도 일반적인 인구비중 대비 높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인도인 개발자들을 보게 되었는데, 여러 부류의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보니 기존의 제 선입견이 말 그대로 선입견임을 깨닿게 되었습니다. 그들 중 정말 똑똑한 사람도 간간히 있기도 하지만, 이 사람이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어리바리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숫자나 논리에 대한 센스는 확실이 서구유럽 출신 이민자나 북미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사람들에 비해 강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저와 같은 일반적인 한국사람들이나, 구 소련연방이나 중국인들에 비해서 특별하게 우수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workaholic이라는 선입견 역시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무너졌습니다. 그냥 제가 한국 직장에서 보았던 것 처럼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적당히 하는 사람도 있고,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절대적 책임감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나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처음 만난 인도인 개발자나 인도 유학생들이 제 선입견들과 정확히 맞았다면, "응 걔네들은 원래 그래." 라는 생각이 오히려 더 강해져 그 이후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보게 되더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일텐데,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고 그들도 사람이기에 각 개인마다 다른 특성이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닿게 된 것이죠.

그러고보면 유치원 때 부터 한강의 기적 등을 이야기하면서 주구장창 들어온 이야기가 "한국인은 근면 성실하고...." 라는 말인데, 이 말도 역시 잘못된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DNA에 근면과 성실이 무조건 박혀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마치 선민의식같이 한국인은 타고난 근면 성실맨이라는 이야기도 잘못된 이야기 인 것 같아요. 한국인 중에 정말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도 있겠지만, 조금은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 생각에는 한국인 스스로를 표현하는 이런 말이 족쇄가 되어서 사회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근면 성실해야 한다는 강요아닌 강요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인종차별이 상대적으로 심한 한국에서 수십년간 자라고 교육받고 생활을 해 온지라 여러 인종과 민족, 국민들에 대해 많은 선입견들이 제 머릿 속에는 아직도 남아있고 알게모르게 영향을 주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가능한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그러한 배경은 최대한 걸러내고 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댓글 3개:

  1. 너무 좋은 글이네요. 안그래도 요즘 인종 편견이 생기려는 참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제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서는 이민자들이 소수인종이니 한 명만 부정적인 인상을 줘도 인종 전체의 이미지로 확대 해석 되어지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캐나다 서부에 사는데 여기도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서 살고 있답니다. 다인종 국가에 사는 만큼 편견없이 열린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하는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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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블로그를 오늘 발견하고 즐겨찾기했습니다!
    많은 정보가 있을것 같은데 검색 기능이 없어서 차분히 시간될때 읽어야겠네요 ㅎㅎ
    java 8년경력 가지고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는데,
    비자를 어떤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전혀 감이오질 않는군요.
    회사들이 LMIA 발급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일단 아이엘츠를 만들고 비자때문에라도 6개월 코업과정을 해야하는건가..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아이엘츠를 만드는게 우선이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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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외에서 인력 채용을 하는 회사와 포지션에 취업을 하시면 이미 회사에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으니 바로 오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워크퍼밋까지는 지원을 해 주어도 이민에 대해서는 보통 각자도생을 해야하니 당연히 이렇게 오셔도 어학점수는 아마 필요하실 겁니다.
      한국분들은 대부분 기술이민이나 자영이민 등으로 영주권을 미리 받고 오시거나 현지 학교졸업 후 PGWP으로 시작하시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고 한국에서 미리 취업되어 Work Permit을 받고 오시는 경우는 매우 소수인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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