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일 금요일

2013 절실함, 진정성, 그리고 도전

2009년 부터 시작한 새 업무는 결국 2012년 말 부서 해체와 함께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부서 해체로 부서원들은 부서 내 그루핑이 되어 각기 다른 부서로 흩어지게 되었고 저 역시 옆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업무는 당분간 기존과 동일하다고 하였으나, 제가 담당하던 비지니스 쪽은 회사에서 조만간 정리를 하려고 할 것 같다는 것이 눈에 보였고, 결국 sooner or later 업무 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고, 변동이 없다 하여도 부서 내에서 제가 하는 업무는 핵심 영역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기에 이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2년 내로는 회사를 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제가 생각하기에 대기업을 다닐때 누릴 수 있는 최대 특권 중 하나인 다양한 커리어 변신을 위해 해외영업쪽으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됩니다. 항상 엔지니어를 꿈꾸었고, 커리어 변경 이후에도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생각하고 살던 저였기에 제가 꿈꾸던 미래와 너무나도 멀어지게 되는 길이였지만, 대학생 시절 한국 얀센에서 병원 상대로 약 홍보 알바를 하면서 나름 대학생 알바중 최고의 실적을 내서 인센티브까지 받은 경력이 있기에 행여나 적성에 맞으면 눌러 앉는거고, 아니면 2년 내에 회사를 떠나 다른 직장을 구해보자는 심보로 벌이게 된 일이였습니다.
혹자는 그렇게 엔지니어가 좋으면 엔지니어로 돌아가지?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주변에 계셨습니다. 사실 고민을 안해본 것도 아니였죠. 09년 커리어 변경 후 반년만에 SW 개발자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으나, 회사 정책생 개발실에서 타부서로의 이동은 되어도 타부서에서 개발실로 이동은 거의 불가능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회사를 나가 다른 회사로 가자니 연봉/복지 등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어야 했고, 또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서 근무시간에 대한 자유도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 너무나도 명약관화 했기 때문이죠. 2010년에는 정말 안되겠다 싶어 헤드헌터를 통해 몇 번 접촉을 해 봤지만 결국 제가 막판에 거절을 하는 일이 발생했고, 2011년 이후로는 현직을 떠난지 너무나도 오래된 개발자라는 이유로 헤드헌터 측에서도 저를 추천하는 것을 꺼려했기에 결국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2013년 3월달에 해외영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데, 확실히 제 적성과는 맞지 않았는지 도무지 아무런 열정도, 욕심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커리어 변경을 했을 때나 새로운 롤을 맡게 되었을 때에는 보통 3달 내에 제 스스로 업무에 대한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머리 속에 그려지곤 했는데, 이건 3달이 넘었음에도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듯한 느낌이였죠.
그러던 중 우연히 KLDP에서 어떤 분이 올린 SW개발자 이민 이야기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글타래를 따라 내려가며 읽었는데, 근래에 보기 드문 열정이 다시 솓구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이전에 호주 이민에 대해 리서치 및 모니터링을 할 때를 돌이켜보면 09년인가 10년 즈음에 호주에서 영주권 심사 적체가 심해지면서 이민 문을 닫고있다고 보고 있었으나, 다시 찾아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고,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모두 기존보다 기술이민의 경력 점수 축소와 함께 경력 기간도 축소를 해서 어느 나라건 어학 점수만 확보한다면 당장이라도 지원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1주 동안을 혼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며 알아보다가 결국 와이프에게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난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싫고 힘들더라도 예전에 하던 SW개발을 다시 하고 싶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금 나를 받아줄 곳은 찾기 힘들고, 그러니 우리 애기들 태어나기 전에 준비했던 이민... 다시 시도 해 볼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다행히 와이프도 대찬성을 하게 되었고 2013년 5월 저와 와이프는 다시한번 해외 이주를 위해 각 국의 이민성 홈페이지 및 각종 블로그, 카페의 글들을 탐독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 후 다른 가족들에게도 동의를 구하는 등 이런저런 우여곡절로 1달 정도가 지났고, 결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냈으며, 이주 국가로는 저도 와이프도 모두 교환학생으로 6개월간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캐나다를 이주지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민을 가더라도 SW 개발자로서의 감과 기술이 떨어진 제가 직장을 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2년간의 컬리지 과정 후 취업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그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로 하였고, 늦은 나이에 롤백하는 마당에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여 9월 가을학기 혹은 1월 겨울학기 입학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2년짜리 컬리지 과정에서 커리큘럼을 살펴 보았을 때 제가 아무리 그동안 많은 것들을 잊었다고 해도 지금 다시 배우라고 하면 너무나도 하품이 나올만한 과목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3년짜리 컬리지 과정에서 첫 두학기를 경력이나 학력으로 인정받아 건너뛰는 Fast-Track을 수강하기로 하고 입학에 필요한 어학 점수를 알아보니 자그마치 IELTS Academic  overall 7.0, 각 밴드별 6.0이상!!!
혼자서 이 점수를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여 서울 강남역에 있는 몇몇 IELTS학원에 다니기 위해 레벨테스트를 등록하고 제 현재 실력을 평가한 결과 제 예상 점수는 5.0수준으로 학원에서 기본반 혹은 입문반 수준이였습니다.
절실함과 진정성만 있다면 시간은 주요한 문제요소는 아니라고 했던가요? 6월 말에 학원 등록하고 7월달 부터 해커스 입문반을 다녔고 8월에는 다시 레벨테스트를 거쳐 실전 반으로 렙업을 했고, 8월 초와 중순에 두 차례 IELTS시험을 치룬 끝에 오버롤 7.5, 밴드별 6.5 점수를 이끌어 냈습니다.
일단 IELTS를 준비하면서 부터 9월 가을학기 입학은 학생비자 발급기간 문제로 불가능하여 포기 했고, 1월 겨울학기를 준비했으나, 사실 이 역시도 기간상의 문제로 입학시 까지 비자 발급이 어렵다고 보였습니다. 8월 중순에 시험을 치루면 9월 중순에 IELTS성적이 나오고, 그 IELTS성적으로 입학 신청을 하여 합격 통보를 받아 10월초 쯤 비자신청을 하면 1월이 넘어가서 비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어학원 연계 과정입니다. 캐나다 컬리지들은 자체 어학원이나, 혹은 연계된 사설 어학원에서 일정 레벨 이상의 어학과정을 마치면 별도의 어학시험 없이 학교 입학을 할 수 있는데, 해당 과정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죠. 먼저 입학하고자 했던 컬리지의 입학 사정관에게 조기 비자 신청을 위해 컬리지 내 어학과정 코스로 입학 허가서를 내주고, 대신 9월 말까지 Advanced Diploma입학을 위한 IELTS 점수를 확보 할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사전에 지불한 어학원 수업료는 Advanced Diploma 등록금으로 돌려주는 것으로 네고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7월 말 미리 입학 허가서를 받았고, 해당 입학허가서로 1년짜리 Student VISA를 받았으며, 그 사이 IELTS점수를 받아 무탈하게 1월 겨울학기 입학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정말로 진실되게 제 스스로 절실하게 원하니 이전에 1년이 넘도로 아무것도 못했던 것과는 다르게 모든 일들이 3달만에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5.0에서 7.5까지 점수를 끌어올린 한 달 반동안 여유롭게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였지만, 출근 전 5시에 일어나 6시까지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음악 대신 듣기평가 MP3를 들었고, 출퇴근 시간 각 1시간 동안 직적 녹음한 IELTS단어장 MP3를 들으며 단어를 외우고, 어떻게든 매일 10시 전에는 퇴근을 하여 퇴근 후 매일같이 11시 부터 새벽 1시까지는 독서실에서 IELTS 모의고사 1회분을 풀고 새벽 1시 반에는 약 15분 정도 전화영어를 통해 스피킹 연습을 했습니다.
고3때에도 3시간만 자면서 공부한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정말 절실하니 30대 중반의 집중력과 체력으로도 가능하더군요. 하긴... 한달 반 정도만 했기 다행이지 이게 서너달 이상 지속되었다면 분명 쓰러졌을 겁니다.

그렇게 캐나다 CEC이민을 위한 저의 첫 걸음은 시작 되었습니다.

댓글 4개:

  1. 멋지십니다 저도 생각중이고 IELTS준비중이라
    더 멋지게 보이십니다 ^^*
    블로그에 정리 잘해 주신거 감사합니다
    도움이 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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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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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와..설마 직장다니시며 아이엘츠 공부하신걸까 궁금했는데..글 말미에 알게됐네요.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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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몇 번 '이민 준비 해 볼까?' 생각을 했을 때엔 직장 다니며 공부하려고 온라인 강의 등록하고 책 사고, 몇 주 만에 흐지부지 끝났는데, '이민을 간다, 3달 내에 끝내야 한다' 라고 마음을 정하고 나니 직장 다니면서 할 수 있었네요. 그런데 다시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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