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찾다보면 이민의 성공담이 참 많이 나옵니다.
이민에 대한 생각이 없다가도 이민 성공담들을 읽다보면 이민에 대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글들을 읽으면, 이민에 대한 생각이 더욱 더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부끄럽지만, 사실 제 블로그에 있는 글들도 여기에 한 몫 거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민을 시도하는 모든 분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온갖 고생과 노력을 다 하였지만 이민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이민을 위한 조건은 모두 충족 시켰지만, 이민성에서 이민 신청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려 이민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이민 조건 충족을 위해 수 개월 혹은 수 년 간 고생을 했는데, 갑자기 이민성에서 자신이 준비하고 있던 이민 프로세스를 변경하거나 폐지하는 경우도 있죠.
이는 이민 성공의 기준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기준에서이며, 이민 성공의 기준을 좀 더 높여 본다면 더 안좋을 수 있습니다. 이민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경제적 안정과 신분의 안정입니다. 경제적 안정은 본인과 가족의 먹고사니즘에 문제가 없는 수준의 경제력 확보입니다. 그리고 신분의 안정은 이민 간 대상 국가에서 본인의 신분/비자에 대한 불안정이 해소되는 수준으로 .,영주권의 확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이민을 위한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 별다른 스펙이나 경력이 없이도 가능한 이민 방법들은 대부분 직장에서의 스폰서쉽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게 되며, 그러한 일자리들은 대부분 최저 시급 수준의 일자리 입니다. 제도 자체로는 low skilled, low wage job에 대한 이민이 아니더라도, 서류 상으로는 high skilled, high wage로 꾸미되, 실제 수입은 low wage인 경우도 많죠. 이런 경로를 통해 이민을 진행하는 경우 영주권을 받을 때 까지 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후의 삶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주권을 받는다 하여도 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끌고 나갈 만한 충분한 경제력이 되지 않기에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으며, "내가 왜 이민을 왔을까?" 라는 회의감에 사로잡히기 마련입니다. 행복의 기준은 여려가지 이지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니즘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떠나게 된 이민이지만,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영주권이 있다 한들, 아니 시민권이 있다 한 들 성공적인 이민이라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스펙이나 경력을 갖춰야 하는 다른 이민 프로세스를 통하는 경우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자기랑 비슷한 경력이나 직종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성공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하는 모습을 보고 뛰어드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저만 해도 다른 이민 이야기들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는 그냥 흘려 듣게 되었는데, 처음 이민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회사를 퇴직하고 호주로 유학 간다고 떠난 선배가 석사 한학기 만에 현지 회사에서 job offer를 받아 공부는 포기하고 일을 시작했으며, 이젠 영주권을 신청해서 영주권이 나오길 기다린다는 말을 듣게 되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간혹 IT나 SW 분야로 이민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들을 더 찾아보고 알게 되면서 이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굳어지게 되었죠.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참 일이 안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인 개발자 모임에서도 걸어오신 발자취를 알게 되면 정말 대단한 실력자라고 느끼지만, 이상하리만치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아무런 인맥도 경험도 없이 먼저 기술이민으로 영주권을 받고 넘어오신 분들은 보통 구직 기간이 반년 정도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구직 기간이 1년을 넘기고 또 다시 해를 넘기면 점점 압박감과 중압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입니다. 1~2년 정도는 한국에서 모아 온 돈과 이런저런 파트타임 쟙을 통해 버틸 수 있지만, 3~4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경제적 부담도 부담이지만, 그 중압감은 견디기 힘든 수준이 되죠. 설상가상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에서, 더구나 구인 시 경력을 중시하는 캐나다에서는, 최근 3~4년간 공백은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한인 모임에도 기술이민 등을 통해 영주권을 받고 건너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처음 뵙게 되고 같이 한국 IT 업계 문화를 안주삼아 이야기 하고, SNS친구도 맺고 구직에 대해 파이팅도 넣어 드리지만, 그렇게 몇 번 모임에서 뵌 이후로 다시는 뵙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따로 만나뵙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정확히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간혹가다 SNS에 올라오는 상황을 보건데 몇 년째 계속 구직 활동을 하는 것 같더군요. 가끔은 영주권 갱신을 위한 최소 기간인 2년을 넘긴 후 한국으로 돌아가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했을 때 느낌으로는 경력이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진 않고, 이미 기술이민을 하실 정도의 어학 점수가 있으신 것 이기에 언어가 특별이 부족한 것도 아닐텐데, 사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려면 참 안풀리기도 하나 봅니다.
신분의 불안정은 애초부터 영주권을 받은 후 입국하지 않는 이상 이민을 노리는 모든 분들이 애초부터 감내하고자 마음을 잡고 시작해야 합니다. 1년 짜리 단기 워크 퍼밋이 발급되는 워킹 홀리데이를 통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2~3년 짜리 워크 퍼밋을 받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학생비자를 받은 후 정규 학교를 졸업하여 PGWP을 받아 일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퍼밋들의 공통점은 기간 제한이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연장이나 다른 종류의 퍼밋/비자로 전환에 실패 할 경우 당장 경제 행위를 중단하고 모국으로 출국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는 국민의 기본 권리인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 권리 중 하나로 초등학교 때 부터 배우는 내용 인 만큼 살아오면서 왠만하면 이런 자유를 침해받은 적도 없거니와, 이러한 자유가 제한될 때 느끼게 될 압박감에 대해서도 아마 가늠하시기 힘들 것입니다.
장미빛 미래만을 보고 이민 결심을 시작하는 분들도 간혹 계시는데, 캐나다도 유토피아는 아니고, 분명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이며, 현실입니다. 더구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회라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 모를 불편한 이질감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런저런 안좋은 일들로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더더욱 서러움을 느끼게 되며 그동안 느껴왔던 이질감에 더욱 더 과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심지어 여러가지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프닝'들을 '인종차별'이라는 '사건'으로 인식하시는 분도 뵌 적이 있습니다.
신규 사업을 할 때 exit전략을 준비하듯, 주식 투자를 할 때 손절에 대비하듯, 이민을 준비하거나 실행 할 때에도 본인이 생각하는 최악의 수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이런 이런 상황에 닥치면 어떻게 exit할 것이라는 작전을 짜 두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잘 된다는 그림 외에 다른 그림을 머리 속에 그려 봄으로써 계획에 어긋남이 생겼을 때 마음에 대비도 될 수 있고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경우를 피할 수도 있으며, 정말 최악의 경우 보다 빨리 발을 빼어 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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