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IT] SW 개발자 되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한 달 전 즈음에 녹화했던 아리랑 TV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행사의 인터넷 방송본이 나왔네요. 본방은 28일 OMNI2를 통해 한다고 하는데, 어릴 적 불렀던 노래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ㅎㅎㅎ





아주 잠깐 TV에 얼굴을 비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제가 떠든 것은 처음입니다. 제 실수로 휴가일과 녹화일이 겹치는 바람에 휴가까지 하루 미루고 참여를 했는데, 지금 유투브로 다시 보니 적지않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 해 주셔서 더 힘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녹화가 종료된 후에도 많은 분들이 남아 질문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뭐라고...

영상에 잠시잠시 슬라이드를 보여줄 때 해상도를 원래 템플릿에 맞지 않게 해서인지 글씨들이 깨져서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쉬운데, 본방 전 까지 수정을 해줄지는 모르겠네요.

작년부터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블로그 활동을 뜨문뜨문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무료 강연이나 강좌, 혹은 세미나나 멘토링 등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 강연을 하면서 느꼈는데, 비록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으며 제 스스로의 커리어도 힘겹게 버텨나가는 사람이지만, 그러한 저의 의견이나 이야기와 지식이라도 다른분들과 함께 나누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실 올 해에도 몇 번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 제가 힘들기도 했고 기존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참여하시는 분들의 열정이 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해 저는 저대로 의욕이 빠지고, 학생 분들도 따라오기 버거운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어 같은 직업인들 사이의 세미나나 스터디 외에는 잘 하지 않았는데, 저와 비슷한 뜻이나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하면 조금은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모임에서 간간히 진행하는 세미나나 스터디, 단발적 강의 등을 좀 더 홍보하여 외부에서도 찾아오실 수 있게 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제 일이 전년에 비해 올 해 더 바빴고, 올 해에 비해 내년이 더 바쁠 예정이지만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다보니 돈 받고하는 강연은 '일'이라 강사가 힘들지만, 스님은 일체 대가를 받지 않고 강연을 하시기에 '놀이'가 되어 몇시간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저에게 수익이나 매출이 잡히는 일이 아니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 봉사활동으로 한다면, 저 역시도 제가가진 지식과 기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강연/강의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취미활동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며칠 전 한 지인이 오래간만에 연락을 하셔서 한두시간 가량 수다를 떨었는데, 조만간 무료 부트캠프를 열고자 백방으로 노력중이라고 하시더군요. 무료 강의인데, 강의를 할 장소 섭외가 마땅치않아 고민이 많으시더군요. 그 분이 하시고자 하는 부트캠프의 컨텐츠가 너무 좋아서 정말로 열심히 할 수 있는 학생들만 모은다면 아주 값진 프로그램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안그래도 모임에서 추진중인 공개 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연동하면 어떤지 이야기를 하고 왔답니다.

유료 교육/강연의 경우 학생들이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최소한 출석이라도 제때하고, 과제도 최소한 손이라도 한 번 대보는데, 무료 프로그램의 경우 제 경험상 동 분야 전문 직업인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학생들의 낮은 의욕과 참여도가 뜨겁게 불타오르던 강사의 열정에 찬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것이 무료 교육의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또, 무료로 하다보니 회의실/강의실 등 장소 섭외게 쉽지 않으며 충분하고 적절한 홍보 역시 어려워 운영/관리가 힘든 것이 그 다음이고요.

그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모여서 다 같이 고민하다보면 무언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이야기를 던진 지 1주일이 채 안되어 몇몇 큰 그림의 아이디어들만 있고 구체적인 검토가 부족하지만, 혹시나 첫 강의/교육/강연 스케쥴이 잡히면 블로그 글을 통해 홍보 좀 하겠습니다. ㅎㅎㅎ

토론토에 한인 개발자 10만명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아자!

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컬리지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활동 (Program Advisory Committee)

안녕하세요 둥이아빠입니다.

보통 컬리지에서 오는 이메일들은 동문들에게 기금모금을 하는 연락이거나, 동문파티 등등 별로 관심이 없는 내용들이라 읽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도 센테니얼 컬리지에서 이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Invitation for PAC member'


메일 제목도 뭔지 알 수 없는 단어인 PAC이라는 말이 적혀있어서 바로 삭제를 했었죠.

그 사실을 잊고 며칠이 지난 후 얼마 전 주문한 TV가 아직 배송이 되고있지 않아서 혹시나 스팸함이나 휴지통에 메일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 스팸함과 휴지통을 뒤져보는데, 의도치않게 그 메일의 본문이 열렸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열린김에 잠시 읽어보는데 메일의 시작이 제가 아는 교수의 이름으로 시작하더군요.

 'XXX 가 추천을 해주어서 너를 Mobile Applications Development 학과의 PAC 멤버로 초대하고싶다.'

PAC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학교다닐 때 만났던 교수의 이름이 들어있기에 구글에서 PAC이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 Program Advisory Committee의 약자로 학과 프로그램 구성 및 설계, 방향성에 대해 자문을 하는 외부 자문위원 활동이더군요.

발신인도 찾아보니 그 학과의 full-time faculty 중 한 명인데, 교수를 하고있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면서 아무도 알지 못 할 PAC이라는 약어를 제목으로 쓰고, 메일 본문에 PAC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쓰지 않아서 이 교수가 이상한 것인지, 저를 초대 할 의욕이 전혀 없는건지, 제가 상식이 부족한 것인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네요

여하튼, 구글링을 통해 PAC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고, 참석을 여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쪽을 하긴 했지만 이미 손을 놓은지 거진 3년이 다 되었고, 제가 했던 모바일은 일반적인 시장에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모바일 분야를 떠난지 약 3년가까이 되었고, 지금은 DevOps관련 일을 주로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되는 것인지 소개를 해 달라고 답장을 보냈죠.

메일을 보내고 잠시 후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한 번 시작하면 3년간 임기이며, 일년에 2회 정기회의 외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하는 별도의 활동은 없는 일종의 봉사활동이라는 답이 왔습니다.

일단 안그래도 바쁜 상황인데 저를 더 힘들게 만들만큼 일이 큰 것은 아니라는 점에 마음이 놓였지만, 반대로 학과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하는데 연간 2회 미팅만으로 무엇이 가능할까 싶어 형식상 존재하는 위원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제가 충분한 실력과 자질을 쌓은 후에는 컬리지 강사를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기에 일단 한 번 참석을 해 보기로 결정을 하였고, 이번 주 월요일에 첫 프로그램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을 했습니다. 졸업 후 4년간 단 한 번도 학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지난달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행사에 스피커 참석 건으로 가고 다시 한 달 만에 학교에 오니 왠지 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아 이상하더군요. 제 신분이나 일자리 등등 모든 것이 불명확하던 시절이라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아니였고, 자주오니 많이 바뀐 캠퍼스가 다시 눈에 익기 시작하더라고요.


지난번 행사는 학교 행사라기보다는 아리랑 TV의 행사에 학교와 같이 주관을 한 것이고, 학교 전체라기 보다는 국제학생 학부에서 주관한 행사라 딱히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컬리지 학부에서 하는 행사인지라 오래간만에 몇몇 반가운 교수들과 학과장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저를 추천해 준 교수 사무실에서 1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눈 후, 회의실로 들어가니 저에게 메일을 보냈던 교수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더군요.


이번 회의 아젠다, 위원회 활동에 대한 가이드 문서 등을 읽어 볼 때만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난 회의록을 읽어보니 그래도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행간의 내용은 제가 알 수 없지만, 현재 학과의 커리큘럼을 읽어보면 지난 회의록에서 제안한 몇몇 사항들을과 연관된 키워드들이 보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신입 위원 3인과 기존 위원들간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회의인지 몰라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위원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들을 가감없이 내던지고 있고, 학교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포착되어 저도 제 생각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거나 이야기 전환할 만큼의 영어실력은 안되기에 제 생각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 기회를 봐서 하나씩 생각들을 던졌죠.

"1년 2학기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학기마다 배우는 전공 5과목 중에 서로 연관성이 아주 낮은 코스가 3-4개 정도로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전혀 다른 것 3-4개 이상 배우는 것인데, 차라리 1학기에는 mobile관련 다양한 것들을 general하게 배우고, 2학기에는 몇가지 스트림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선택적으로 특정 스킬셋에 대해 깊이있게 배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개인적 경험상 컬리지 졸업자들이 대졸자 대비하여 인터뷰 뿐 아니라 실무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크게 취약한 것 3가지가 있는데, 디자인패턴/설계, 테스팅, 안드로이드 activity/fragment/service 라이프사이클 관리 등과 같은 기본지식이다. 4년간 배운 학생들만큼 성취를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어찌보면 현업에서 가장 기본이되고 중요한 지식을 전혀 배우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현재 프로그램에서 백엔드, iOS, Android, Mobile Web 등 너무나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학교에서도 동의를 했고, 학생들 설문조사를 거쳐 두번째 학기에는 2개 혹은 3개의 스트림으로 나누는 방향에 대해 학교에서 좀 더 고민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파트타임 교수를 하는 일부 위원회 멤버들이 우려하는 것은 비용/난이도 등의 문제로 학생들이 스트림을 선택할 경우 90%이상 Android로 가서 스트림 운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과목 개설을 위한 최소 학생 수 확보가 안될 수 있기에) 그래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였죠.

또, 학생들에게 너무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에 학교도 동의를 하여 2020년 가을학기 부터는 프로젝트 과목에서 모든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모두 총망라한 integrated capstone project를 하고, 각 과목에서는 학기말에 별도의 프로젝트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과목의 교수들이 같이 협동해서 코스 커리큘럼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기에 학교 입장에서는 좀 더 일이 많아졌겠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학생들의 로드가 줄어들 수 있기에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는 2학기에만 capstone project를 했는데, 이것을 1학기부터 하는 대신에 1학기 중반정도 까지는 진짜 프로젝트를 하기 보다는 실제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인 테스팅, CI/CD, 디자인 패턴/설계 등등에 대한 내용들을 조금씩이라도 훑어보도록 과목 설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회의 중 세부적으로 정하지는 않았고, 추후에 shared document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은 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미팅은 거의 반년 뒤에 다시 있을텐데, 이번에 제안된 내용들 만이라도 다 반영이 된다면 확실히 이전보다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국...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건, 그 누가 와서 강의를 하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추는 학생인데,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를 하고 스스로 노력을 할 것인지가 의문이긴 합니다. 공자/맹자가 와서 가르친다 한들, 학생이 아무런 의지가 없다면 무엇 하나 깨우칠 수 없으니까요.
위원회 회원들 중 컬리지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저 뿐이라, 대학생들을 생각하고 의견들을 제시한 것일텐데, 컬리지를 다녀본 저로서는 궁극적으로 마지막에 허무해지는 것이... 

'아무리 낮게 잡아도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공부 안하고 그냥 대충 학교만 다니고 졸업장만 받을텐데... 우리가 이렇게 목에 핏대 세워가며 토론하는 열정의 절반이라도 가진 학생은 아주 드물텐데...' 

이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래도, 이 학과는 다른 IT분야 학과와는 달리 관련 전공 기 졸업자들이 mobile 특화된 개발을 배우기 위해 듣는 프로그램이라 하니, 제가 경험했던 컬리지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열정이 있으리라 믿어보고 위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 할 생각입니다.

최소한 학교측에서 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안을 받아들일만큼 충분히 개방적이고, 커미티 멤버들 역시 이 봉사활동을 한낱 지나가는 일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열심히 활동하다보면 무언가 발전이 있을 수 있을테니까요.

2019년 11월 25일 월요일

2019년도 마무리 몸살

안녕하세요, 둥이아빠입니다.

2019년 막달을 코앞에 두고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달리던 중, 몸살이 나버렸네요.

3주 전 금요일에 아리랑 TV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공개방송 녹화에서 패널 스피치를 마쳤습니다. 원래 뉴질랜드로 휴가를 떠나는 날이였는데, 항공권 예약시 가격 문제로 수차례 계획 변경을 하다보니 출발일을 토요일로 착각해 출연 요청에 승낙을 해버렸기에, 가족들은 그 날 뉴질랜드로 떠나고, 저만 토론토에 남아 스피치를 했네요. ㅠㅠ

행사 진행 관계상 시간이 없어 미처 질문을 하지 못하신 분들이 행사 종료 후 적지않게 오셨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한분 한분 좀 더 차분하게 질문을 받았어야 하는데,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가 싶어요.

행사 종료 후 밤 늦게 집에와서는 저도 뉴질랜드로 갈 채비를 바삐 했습니다. 일정이 그리 길지않은 1주일이라 (왕복 항공시간이 이틀을 넘어 사실상 4.5일) 큰 트렁크 하나에 여름 옷가지 대충 우겨넣었죠.

제가 사는 곳은 토론토도 아니고 인근에 중형 도시임에도, 부모님께서 오시면 너무 북적거려 정신없다고 하십니다. 부모님은 뉴질랜드 루럴 지역에 사시다보니 캐나다의 한적한 주택가도 복잡하게 느껴지시나봐요.

 

3년만에 부모님 집에 간 것 같은데, 전보다 마당이 더 단촐해졌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몸이 더 약해질 때를 대비해 최대한 손이 덜 가면서 정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바꾸고 계시다네요. 가끔 부모님께서는 은근히 제가 뉴질랜드로 다시 한 번 이민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기도한데, 뉴질랜드엔 제 일자리가 거의 없으니 마땅히 갈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짧은 1주일간의 부모님댁 방문을 마치고, 뉴질랜드 time zone에도, 토론토 time zone에도 모두 적응하지 못 한 상태에서 다시 출근을 합니다.

 

제가 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에 급작스러운 업무로 인해 제가 리드하던 업무를 팀원들에가 맡겨뒀었고 저는 긴급 업무를 이틀정도 본 후에 휴가를 떠났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진척상황을 보니 발목을 잡을만한 문제가 하나 보여 짬짬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제가 휴가를 간 동안 다른 친구들이 해결 해 줄 것이라 믿고 (아니 빌고) 휴가를 갔었죠. 

 

복귀 후 첫 출근은 시차부적응으로 새벽 3시에 합니다. 그간 밀린 메일과 메신져 메시지들을 읽고, 마지막 하던 일의 추진 과정을 보는데... 이런...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 같네요.

 

10시쯤 되어 팀원들이 출근하고 진행상황을 확인 하는데, 제가 우려했던 문제점 부분에 딱 막혀 1주일간 그대로입니다. 일정대비 1주 이상 지연인 상태라 시차고 뭐고 없이 이 문제 해결에 뛰어듭니다.

화요일 저녁, 드디어 이 문제가 해결되고 수요일엔 늦잠 후 11시 즈음에 천천히 출근해서 지난 이틀간 제가 찾아낸 것들과 어떻게 수정을 한 것인지 팀원들에게 전파를 하고, 오후엔 시차 적응을 위해?? 꾸벅꾸벅 졸다가 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오후... 지난 사흘간 안읽은 메일을 보는데, 아뿔싸!!! 금요일이 개발팀 연말 행사일이고, 제가 그 날 발표를 하기로 했던 것을 깜빡 했습니다.

 

미리 만들어 둔 PPT Draft 버젼은 행사 진행 담당자에게 휴가 전에 미리 보내놓긴 했지만, 말 그대로 draft 버젼이라 내용은 나쁘지 않아도, 슬라이드 순서가 스피치에 적절하다기 보다는 그 순간 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어 있네요. 

수정 후 빨리 보내고 싶었지만, 행사 담당자들은 벌써 퇴근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수정된 슬라이드 버젼, 수정 안된 draft버젼 두개 모두에 맞춰 스피치를 준비합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스피치를 준비하고나니 다시 또 새벽... 뒤늦게 잠을 청하고 일어나는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제 아내가 저를 깨웁니다. 그 말은, 지각이란 뜻이죠.

 

앗!!! 9시다!

 

9시에 토론토에서 행사가 시작인데, 제가 9시에 일어났네요. ㅋ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수정된 슬라이드를 전달하려던 계획도 무산되었습니다.

제 발표 시간에는 늦지 않으려고 씻지도 않고 집을 나섭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고 열차 안에서도 유니언 역 출구 가까운 쪽 차량을 향해 계속 움직였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직 제 순서는 아니였습니다. 급히 나오느라 들르지 못한 화장실에 갔는데, 정신없이 나오느라 벨트도 안했고, 양말도 짝짝이더군요.

 

원래 15분 발표인데, 충분히 준비도 못했고 슬라이드 순서에 맞춰서 하다보니 10분도 채우지 못하고 스피치가 끝이 났습니다. 안되는 영어이지만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하려고 중간중간 Dry joke도 생각해 둔 것이 있었는데 하나도 못했네요. ㅠㅠ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다른 팀원의 발표를 듣는데, 미리 맞춘 것도 아닌데, 제 발표 연장선 상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제 휴가기간 중 제 자료를 보고 일부러 맞춰 준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어느 쪽이건 우리 팀은 역시나 최고의 팀웍이네요.

 

저희 팀원 발표까지 듣고나니 갑자기 등 뒤에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더니 살짝 오한이 느껴집니다. 행사를 진행 한 극장 실내가 너무 더웠는데 이게 뭔가 싶었죠.

발표 행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 및 게임을 하러 갈 타이밍이 되자 머리까지 어질어질 합니다. 자정까지 공짜 술이 예약되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뿌리치고 집으로 왔죠.

 

집에서 몇 시간 누워있으니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금요일이란 것을 그 때에서야 깨달았네요. 토요일 오전에는 한글학교가 열리고 저는 한글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해야 하는데, 여행 전후로 공강을 하면서 잠시 잊었더군요.

공짜 수업이지만 담당하기로 한 일을 빵구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랩탑을 켭니다.

 

"쿨럭 쿨럭"

마른 기침이 새어나와 마지막 수업이란 것을 핑계삼아 새로운 내용을 준비하지는 않고 지금까지 1 학기동안 배운 내용들을 wrap up하는 것으로 재빨리 강의 준비를 마칩니다.

 

토요일 한글학교에서 코딩수업을 마치고나니 찾아 올 것이 찾아옵니다. 몸살이죠. ㅎㅎ

 

휴가 2주 쯤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1달간, 연말까지 계획들 완성하느라 휴가 준비하느라 스피치 2개 준비하느라 바뻐서 아침에 운동을 안하고 쭈욱 책상에 앉아있었고, 휴가 자체도 워낙 빡셌는데 복귀 후 충분히 쉬지 못해서 몸살이 나버렸네요.

 

오늘 퇴근하는데 팀원 중 하나가

 

"내일은 널 보지 않길 바래. 내일은 Sick day 쓰거나 work from home 해라"

 

라고 말하길래

 

"내일 출근하면 제일 먼저 너에게 찾아가 악수하고 허그할꺼야"

 

라고 말하고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상태를 보니 그 친구 말을 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네요.

 

휴가 전부터 도와주기로 약속된 일이 내일 아침에 예정되어 있어서 고민이긴 한데, 오늘 밤 일단 푹 쉬고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회사 팀원들을 보면 육체노동을 요하는 봉사활동들도 참 많이 하는데, 서구인들이나 인도인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체력이 좋은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같이 술을 마셔봐도 주량 뿐 아니라 숙취 지속기간도 확실히 다르고요. 운동을 더 많이 해서 뒤쳐지지 않게 노력하는 길 밖에는 없겠죠?

 

 

P.S. 여담이지만, 코딩수업 이야기가 나와서 프로그래밍 조기교육에 대해 제 생각을 씁니다.

저도 40대 후반 즈음부터는 파트타임으로 컬리지 강사를 하는게 어떨까 싶어 한국/캐나다에서 붐이 일기 시작한 코딩 조기교육들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 견해이긴 하지만 저는 쓸데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나온 교육 프로그램들은 말이죠. 차라리 어릴 때 수학을 더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 프로그래밍, SW를 제대로 배울 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코딩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을 보면 절차적 언어의 Behaviour를 게임을 통해 간접 학습하거나 자바스크립트로 그림 그리기 등등이 보통인데, 보드게임을 하더라도 충분히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이라 구지 비싼 돈 주고 배울 가치는 없는것 같아요.

교육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라 나중에 더 좋은 조기교육 커리큘럼이 분명 나오긴 하겠지만, 지금은 구지 돈들여 가르칠 만한 것은 없더군요.

차라리 8-9학년 이상인 아이라면 어느정도 수학적 기반은 있는 상태이니 진짜 SW를, 아니면 코딩을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우는 것이 나을 것 같고요.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생존신고 및 행사 홍보 (지식 더하기 정보 나누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너무 오래간만에 블로그로 돌아왔네요.
그간 블로그가 많이 뜸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 할 것이 많아 바쁘게 지내기도 했고, 조금씩 제 의도와는 다르게 블로그가 운영되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살짝 있었으며, 처음 캐나다 생활을 할 때 느꼈던 다채로운 새로움과 신선함이 생활을 반복하면서 점차 제게 익숙해졌고, 그로 인해 독자 분들께는 정보일 수도 있는 내용들이 저에게는 식상한 일상들이 되다보니 쓸 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글 쓰는 것을 중단 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이에대한 고민을 완전히 마무리 짓지는 못했는데, 앞으로 글을 쓰더라도 너무 제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일기처럼 될 것 같거든요.

최근 몇 달 간 개인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블로그에 들어오지도 않다가 오래간만에 메일함을 열어보니 몇몇 분들께서 요즘에는 왜 블로그 글을 올리지 않는지 문의하시는 메일들을 보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딱히 쓸 거리는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생존여부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감사함에 일단 저는 무사히 잘 지낸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글을 올리는 김에, 제가 스피치 패널로 참여하는 행사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라 이에대한 홍보를 같이 올립니다.



한 달 전 즈음에 연락을 받고 참석하게 된 행사인데, 본 행사에 스피커로 참석함에 대해 4가지 측면에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첫째로 위 행사 포스터에 보이듯 '전문가'와 힐링캠프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냥 직장인일 뿐인데 감히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자리에 나설 자신이 없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아리랑 TV라는 채널을 통해서 방송도 될 예정이라는데, 제가 몸담은 분야에 전문가도 아니며,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만큼 깊은 생각과 강한 의지가 있지도 아니한데, 프로그램의 소제목 덕분이 너무 부담이 되었죠.

둘째로 제 자신이 너무 바쁜 상황이라 스피치를 준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직 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들을 받아들이는 상황이고, 매 반년마다 반복되는 개인 평가에서 몇몇 분야에 대해 제 개인 목표로 설정해 놓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 적지않은 시간 투자를 해야만 하고, 이미 저희 동네 한글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하고 있어서 바쁜 상황이기 때문이죠.

셋째로,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이였다면 몰라도 제가 몸담았던 컬리지가 주관사 중 하나이며 행사의 장소 역시 그 컬리지라는 점입니다. SW 분야는 선택이 가능하다면 컬리지 보다는 유니버시티를 가는 것이 보다 나은 길이라는 점을 항상 말해왔는데, 컬리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으로 위 프로그램에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였습니다. 섭외 연락을 받은 후 이런저런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스피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15-20분 정보라고 하더군요. 어림잡아 생각을 해 보아도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어느정도 추려서 하더라도 30분 이상은 하고싶은 욕심이 있는데, 15-20분 내에 그 이야기들을 모두 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얼마간의 고민 끝에 위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그래도 현장 행사와 방송 등을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나뵙게 된다면 제가 생각하는 바를 조금은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특히나 행사 장소가 컬리지 강당인만큼 현재 재학중인 재학생들이 많이 참석할 것 같은데, 제 스피치나 행사 후 QnA 시간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만 할텐데, 이제 2주도 남지않은 상황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버렸네요.

내일이면 다시 월요일. 출근을 해야하는데 발등에 떨어진 불 덕분에 발표자료를 준비하느라 오늘도 저는 바쁩니다.

혹시나 행사 후 방송 영상을 구하게 되면 블로그를 통해 링크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스피치를 구성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2019년 6월 4일 화요일

Dr. Strange가 되고픈 Hulk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오늘 제목은 Dr. Strange가 되고픈 Hulk라고 뽑아 봤습니다.
Avengers 시리즈를 안보셨으나 조만간 정주행 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약간의... 아주아주 약간의 영화 스포도 포함되어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느 한 도시에 헐크가 살고 있습니다.
명석한 머리와 빠른 두뇌회전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어 파고드는 능력은 없지만, 타고난 괴력으로 상대방이 버티지 못할 때 까지 끊임없이 타격을 해서 물리칩니다.
상대방이 공격을 해 오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타고난 힘 만큼이나 덩치와 맷집도 좋아서 어지간히 두드려 맞더라도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죠.
말 그대로 만인지적이기에 어마어마한 빌런들이 나오더라도 어벤져스는 이렇게 말 합니다.
"걱정마, 우리에겐 헐크가 있자나."


나름 어벤져스 멤버인 헐크이지만, 그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스스로 헐크의 존재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헐크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브루스 박사는 화가나면 헐크로 변해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이지만, 헐크로 변한 이후에는 피아식별이 안될 만큼 분노 조절이 잘 안되고 스마트하고 똑똑함과는 정 반대의 방법으로 전투를 합니다. 그로인해 때로는 목표는 성취했으나 주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전투 후 분노가 가라앉아 브루스 박사로 돌아왔을 때엔 찢어진 옷가지들 덕분에 알몸이 되는 부끄러움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브루스는 자신이 헐크라는 사실이 싫고,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헐크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납니다. 딱히 힘이 세지도 않고 무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운동 능력이 타고나지도 않지만, 말도 안되는 신기한 재주들을 부리며 정말 마술처럼 신묘하게 적들을 물리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자신이 시키거나 컨트롤하지 않아도 망토가 저절로 날아가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적을 제압하기도 합니다. 신묘한 마법을 부리는 것 뿐 아니라 머리도 아주 좋습니다. 원래 엘리트 의사 출신이니까요. 특히 힘과 기술 그 어떤 것으로도 물리칠 수 없었던 절대 강자인 도르마무를 몰아낼 때엔 기막힌 방법으로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거래를 성사시켜 지구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헐크는 그런 닥터 스트레인지가 한없이 부럽습니다. 전투 후 벌거벗을 필요 없이 항상 멋진 망토를 매고있을 수 있고, 무식하게 두드려맞으며 돌격 앞으로를 할 필요가 없이 마법의 힘으로 방패를 만들어 내어 방어하고 공간의 문을 열어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도 가능하며, 물리적 공격으로 타격을 입히는 갓이 아니라 다양한 마법으로 적을 공격하여 무찌르기에 덜 힘들어보이고 더 멋져보입니다.
특히나 100대 맞더라도 끝까지 밀어부쳐서 한대만 때리면 그 누구든지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는데, 타노스와 싸우며 힘 대결에서 밀리고, 난생처음 엄청 아프게 두드려 맞은 후 저 먼 곳으로 내팽겨쳐진 이후에는 이전처럼 돌격앞으로를 하기에 겁이 나서 더욱 더 그렇습니다. 한 번 크게 겁을 먹어서인지 예전엔 분노하기 싫어도 분노해서 헐크로 변신했는데, 이제는 헐크로 변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와도 좀 처럼 변하지 못합니다.
이상 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헐크처럼 타고난 괴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일을 하는 방식에 비슷함이 있습니다. 낙수물이 돌을 뚫듯이 주어진 문제가 있으면 끊임없이 두드려봅니다. 이것 저것 가능한 경우의 수들을 모조리 두드리다보면 최선의 수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찾아내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일하는 방식이 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고민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일종의 미래 부채를 만들어내는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작은 믿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일을 해 나가며 제가 성장을 해서 어느 순간에는 순리대로 일을 해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벽을 만날 때 마다 그 벽이 부서질 때 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는 인정도 받았고, 덕분에 우리 네 식구가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을만큼의 대접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무식하게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서 무언가 파고 파고 또 파고, 두드리고 두들려야 할 때에는 가능한 남들의 눈이 없는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나는 밤을 새어 고민을 해보고 다양한 시도 끝에 답을 찾아냈더라도, 남들에게는 순간 번뜩이는 기치를 발휘하여 멋진 마법사 같은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 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죠. 처음에는 어느정도 저의 이러한 포장이 먹히는 듯 했지만, 아무리 숨겨도 어쩔 수 없었고 결국 제 이미지는 헐크에 가깝게 되어 버렸습니다.
비록 물리적인 시간과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 업무 방식이지만, 어느정도 선 까지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나는 분명 오늘도 발전하고 있다는 믿음도 확고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작년에 두 번이나 번아웃을 경험하기고 했고, 회사에 큰 벽이 나올 때 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팀의 믿음 덕분에 저의 도메인이 아는 다른 분야의 문제들이나 모든 경우의 수를 각개격파 해 보기에는 말도안되게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를 가진 문제들을 맡아 해결해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일은 성사시켜도 제 자신에게 찾아오는 데미지가 적지 않은데 지난 수년간 이렇게 받은 데미지들이 계속 누적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이직 후에 무언가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무한전진 돌파가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 달려들을 만한 꺼리가 있더라도 예전만큼 집중이 되지도 않고, 집중이 되더라도 체력적으로 힘이들어 잠깐 반짝하다 끝나서 곯아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또, 예전처럼 주어진 일만 하면 끝나는 그런 위치도 아니고 다른 팀원들을 이끌기도 하고 새로운 비젼을 보여주기도 해야 하는데, 불도져 식의 업무 방식으로는 도무지 답이 안나오죠. 예전에 우려했던 미래의 부채가 이제는 정말로 찾아왔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온갖 마법을 부리듯 저도 모든 일들을 auto-magically 해결하고 싶은데 현실에서 저의 법력은 부족하기 그지없으며, 이제는 끊임없이 부딛쳐 보기에는 체력적으로도 예전만큼 하기 힘든 다소 지친 헐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이라면 그 동안 불나방처럼 앞뒤 안가리고 다양한 문제들을 항해 돌진하고 부딛치면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미미하더라도 이런저런 것 들을 경험 해 보아 기존 경험을 기반으로 해결 방법을 빨리 찾는 경우도 조금은 잦아졌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를 지구에서 몰아냈을 때 처럼 획기적인 방법으로 game change는 할 수 없더라도 절대 해결 할 방법이 아닌 케이스들을 선험적으로 좀 더 많이 알기에 이전보다는 조금 덜 좌충우돌 해도 답을 찾기도 하죠.
몇 주 전에 아이들과 함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왔습니다. 종종 회사에서 저에게 비유되었던 헐크가 이제는 헐크와 브르스라는 2 명의 분리된 자아에서 헐크의 피지컬과 브루스의 머리가 합쳐진 하나의 자아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좀 더 나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길 바라며, 오늘도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SW 마법사가 되기를 꿈 꿔 봅니다.

2019년 5월 16일 목요일

Probation 절반이 지난 지금, 동료들의 평가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3월 초에 이직을 했으니 어느덧 이직 후 2달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났고, 처음 3주 교육을 제외하고 업무를 시작한지도 1달 반 정도가 흘러 probation 기간의 절반 정도를 채웠군요.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나름 고민도 있었습니다.

전 직장의 업무와 분위기, 프로세스에 매우 익숙해져서 무엇을 하건 손쉽게 예상이 가능하고 또 해낼 수 있었고, 무언가 문제가 발생해도 구지 확인을 하지 않아도 머릿 속에서 그림이 쉽게 그려졌으며 해결방법 또한 단번에 떠올랐죠.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얼만큼 해 낼 수 있을지 알지 못했고, 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또한 충분하지 못했으며,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치보다 회사에서 너무 높게 가치를 평가 해 주는 것 같아 부담도 있었습니다.

이 부담감으로 인해 교육 기간중 기차로 출퇴근을 하며 새 직장에서 내가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기술들을 온라인 강좌로 계속 배웠고 퇴근 후에 틈 나는 대로 써보며 지냈지만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더 막막해지는 느낌이 있었죠.

그렇게 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저를 채용하면서 새로 팀을 꾸린 것이다보니 더 답답했습니다. 이전의 히스토리에 대해 아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고, 어느 정도의 업무량을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하는 것이 이 팀에대한 기대치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죠.

이렇게 저렇게 좌충우돌하며 1달 반 가량이 지난 지금은 나름의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새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술들 중에 분명 저의 기존 경험보다 훨씬 진보된 것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제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도 많지만, 부족한 제가 보기에도 불합리한 것들이나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들 또한 많아서 당장 제가 contribution을 할 수 있는 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먼저 저~~~ 위쪽에서 팀을 만들면서 제 팀에게 당장 기대하는 업무들을 알아내고, 제가 찾아낸 개선점들 중에서 당장 제가 뛰어들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가시적 성과가 나올만한 부분을 위주로 판단하여 업무 우선순위를 정했고 지난 1달 반 동안 열심히 달려봤습니다. 달렸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이 곱절이 되어 피로도가 많기도 하고, 이 회사 분위기 자체가 이전 직장에 비해 일을 덜 하는 분위기인지라 저 역시도 분위기에 휩쓸려 늦어도 4-5시에는 보통 퇴근을 했습니다. 이전 직장에는 일을 잘하면서 또 많이하는 친구들이 많아, 제가 그들보다 훨씬 우월한 것이 아니였기에 남들보다 더 많이 인정받고 저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저 역시도 더 열심히 일을 했어야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친구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서너번 정도 7시 까지 일을 해 본 적이 있는데, 100여명의 개발팀 내에 그 시간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많아봐야 2-3명 정도였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회사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수다떠는 상황이 많았지, 그 시간까지 일을 하고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확실히 누구와 같이 일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분위기에 따라 업무 환경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저 혼자 시작한 팀이였지만, 이제는 제 위에 Director도 새로 왔고 갓 UoT를 졸업한 신입사원도 받았고 기존 개발자 중 저희 팀으로 팀을 옮기면서 팀원을 더 충원 했고, 추가 TO 1명을 더 받아내 구인공고도 내어 이제는 점점 용병부대의 모습에서 진정한 팀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 마다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거야. 오늘은 더 잘하자"

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좀 더 큰 일을 터트려야 할 것 같은데, 제 스스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일거리가 잡히지 않았고, 그나마 하나 있는 큰 건은 계속해서 외부 문제로 인해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얼마 전에 제 팀원들과 지금 제 팀과 함께 일했던 다른 동료들로부터 저에대한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받는 피드백인지라 어느정도 입에 바른 소리들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까지 내 입지나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기에 솔직히 적지않게 불안했습니다.

하나 둘 포스트 잇에 적은 저에대한 피드백 종이를 가져와 화이트보드에 붙이며 이런저런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해주는데, 비록 입바른 소리라 할 지라도 맘 속에서 눈물이 찡 했습니다.

동료들의 피드백

그래도 그 동안 나름 노력하고 고민하며 살아온 것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까지 제 자신에게 너무 너그럽지 못하게 대한 것은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했고, 지금 처럼만 쭈욱 이어나간다면 적어도 누가 날 짜르지는 않겠다 싶어 안도감이 밀려오기도 했죠.

하지만 또 다시 제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위에 나와있는 quite... 한국인 지인들이 이 평가를 듣는다면

"Quite? 네가?"

"반어법인가?"

"내가 모르는 quite의 다른 뜻이 있는건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 주중에 아침마다 출근을 하면서 저는 외국어에 자신감이 없고 수줍은 영어캠프를 가는 학생으로 돌변을 하기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잘 말하지 않게됩니다. (아니 못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주변을 설득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전파해야 하는 것이 저의 롤이다보니 quite라는 것은 치명적 약점 중에 하나일 수 있는데, 전체적 평가 메시지는 긍정적이였지만 저의 단점으로 quite를 직접 언급한 것이 저의 폐부를 찔렀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이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활발한 분위기였기에 저 역시도 주로 이메일을 활용했고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평가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 회사에서는 주로 대면 대화나 짧은 미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방식이라 저의 부족한 verbal skill이 이전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쯤 되어야 영어캠프에 오면 수줍어하는 이 학생이 말문을 트게 될지...

캐나다로 이민이나 이직, 혹은 캐나다에서 취업을 걱정하시는 Software Engineering분야에 계신 분들께 그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라면, 저 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기술과 어느정도의 운,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만 있다면 캐나다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보다는 조금 잘하지만, 제가 이 회사로 이직을 할 때 같이 온 친구들 중 2명이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이 회사에 취업하여 비자를 받고 온 친구들입니다. 한 명은 인도, 다른 한 명은 프랑스 출신으로 인도 친구는 인도인 치고 참 영어를 못하고, 프랑스 친구는 프랑스인 치고 영어를 조금 잘 하는 편이지만, 감히 제가 평가하기에 이 친구들의 영어실력 역시 그다지 우수하지는 않고 저보다 살짝 잘하는 정도로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저처럼 버퍼링이 심하게 걸리기도 하며, 영어식 표현이 아닌 모국어식 표현을 영어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도 캐나다에 와서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이곳저곳을 두르려 봤고, 그러다 이 회사를 만나 화상 인터뷰 및 온라인 시험 등등의 절차를 거쳐서 온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는 하기 힘든게 이 친구들의 나이가 이제 20대 후반으로 4-5년 정도의 길지않은 경력이지만, 회사에서 찾고있는 프로파일과 잘 매칭이 되었기에 이렇게 오게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이야기가 조금 삼천포로 빠졌는데, Manager/Director/Principal Engineer/Team Lead 등의 롤이 아니라면, Software Engineering분야의 취업에서 인맥이나 언어능력은 부가적인 장점을 안겨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크리티컬한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언어가 필수요소가 아니다보니 이민온지 5년이 넘은 지금도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 받은 피드백 덕분에 이번 long weekend에는 잠시 부담감을 떨궈내고 진정한 봄 날씨를 즐기면서 푹 쉬고 충분한 재충전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워 봅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데. 오늘도 어제처럼만 쭉 잘 해보자."

2019년 4월 14일 일요일

이직 후 한달, 그리고 CN Tower Climbing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오늘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도네이션 행사인 WWF CN Tower Climbing행사에 참여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야생동물 보호라는 단체의 목적과 기부라는 행사의 취지가 좋았고 단순한 도네이션을 넘어서 저도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매년 최소 $100 이상 도네이션을 하며 참석중인데, 매 해 이전보다 기록 단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지만 막상 도전하면 썩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 걸음이네요. 오히려 재작년 체중 증가 이후로는 기록이 확 떨어져 이제는 15분 미만은 도저히 안되네요. 아무래도 빨리 살을 빼서 원래 체중으로 돌려야만 할 것 같아요.

이직을 하면서 올 해에는 CN Tower Climbing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저의 첫 출근 날, 새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팀을 꾸려 나가기에 저도 지원을 하여 올 해에도 이 연례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죠.

일정금액 이상 Donation 모금으로 받은 상품; 거북이 인형


하지만 올 해를 마지막으로 이 행사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것 같고, 가을 즈음에 열리는 United Way에서 주관하는 CN Tower Climbing에만 참여를 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제 운동을 위한 행사라면 모를까, 그래도 도네이션 행사인데 주관 단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내년에는 참석을 하지 않을것 같아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로 대체합니다. 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tomwarren/wwf-world-wide-fund-nature-parks-torture-death

올 해에는 위 사건때문에 스폰서들이 줄어들어서인지 몰라도, 항상 있었던 Climb team 단체사진 촬영도 없어졌고, 행사 종료 후 간단하게 제공되었던 아침식사도 없어졌네요.

항상 CN Tower를 오른 후 내려와서 머핀과 과일 등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곤 했는데, 별 것 아니지만 좀 섭섭하더군요.

그래도 전년 대비 올 해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CN Tower Climb 행사는 주말 아침 7시에 시작하다보니, 지하철이 다니기 전이라 택시나 자차로 가야만 했고, 그래서 매번 어마무시한 다운타운 주차비를 내야만 했습니다. (네, 캐나다는 주말에 대중교통이 매우 늦게 출발하고 매우 일찍 끝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기차를 타고 1정거장만 움직여 CN Tower에 갈 수 있어서 주차비를 내지 않았네요. 행사도 2시간 30분 이내에 모두 완결되기에 기차비도 1번만 내도 되고요.

그렇게 1년만에 다시 한 번 CN Tower에 올랐습니다. 확실히 2-3년 전보다는 몸이 무거웠지만, 적어도 작년보다는 많이 나았습니다. 그렇게 정상에 올라서 숨을 고르며 같이 오른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CN Tower Climbing만 하면 꼭 얼굴을 보이던 친구들이 올 해에도 어김없이 왔더군요. 여느 때 처럼 회사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서요. 비록 저는 이제 다른 옷을 입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매년 함께했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서로의 안부도 묻고 새로 옮긴 회사에 대해서도 물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전 직장 동료들과 짧은 만남을 갖고 난 후에 과연 내가 이직을 잘 한 것인지 잠시 되돌아봤습니다.

무언가 변화 후에 새로움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는 허니문 기간은 이직의 경우 보통 3달 이내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이 허니문 기간중이라 새로운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는 내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 마음 속을 들여다 보아도 회사에 대한 좋은 점들만 줄줄줄 보이니까요.

구지 새 직장의 단점을 꼽자면 출퇴근 시간입니다. 통근 거리는 20Km에서 30Km로 50% 가량 증가했지만, 이 50% 증가 구간이 토론토 지역인지라 실제 출퇴근 시간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예전 제 통근시간은 출근 시에는 20분 이내 (보통 제가 6시 언저리에 출근을 합니다...), 퇴근 시에는 25-30분 정도였습니다. 회사 주차장도 건물과 같은 부지였기에 별도의 도보이동 시간이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출근 시에는 30분 정도 (역시 보통 6시 정도에 출근을 합니다) 운전을 하고, 주차장에서 회사까지 다시 10분 정도를 걸어갑니다.
퇴근 시에는 주차장 까지 10분 정도 걸어서 돌아간 후 5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하고요.

그리고 이전에는 매일 매일 저의 컨디션에 따라 6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7시에 가기도 했습니다. 7시 30분 이전에만 출근하면 보통 25분 이내에 출근이 가능했죠.
하지만 지금은 6시 20분 정도에만 출발을 해도 30분 걸리던 길이 50-60분 씩 걸립니다. 그렇다보니 전에는 딱히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나면 출근을 했는데, 지금은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서 일어나 가능한 6시에는 출근하려고 하다보니 왠지모를 강박증이 생겨 아침에 일어나는게 이전보다 더 힘드네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 외에도 다른 정신적인 피로가 있는데, 제 조급증 때문인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전 회사는 제가 하는 업무분야 중 어떤 것에 대해 누가 묻더라도 현재의 상태와 제 나름대로의 방향과 계획, 그리고 소신이 잡혀있는 상태인지라 뭐랄까... 항상 모든 일들을 제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의 일은 아직 절반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주요 툴과 기술 스택도 이전 회사와는 많이 다르기에 아직 혼자 공부중인 부분도 많고, 이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일지에 대한 생각은 아직 하지도 못한 상태죠.
이직 후 팀에서 하고있는 일에 자연스레 합류했다면 다른 팀원들이 하고있는 일을과 이미 했던 일들을 살펴보며 눈치를 챘을 수 있을텐데, 제가 속한 팀은 팀원이 저 뿐이거든요. 제가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새로 셋업된 팀이라 제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제 깜냥이 부족한데다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항상 쫒기는 마음에 조급함이 생겼습니다. 하루빨리 제가 교육중일 때 채용된 Principal Engineer가 팀에 합류하기를 바랄 뿐이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칫하면 제가 팀을 이끌어야 했을 뻔 했는데, Principal Engineer가 생겨서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처음 3-4주 정도는 육체적 피로도가 매우 높았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다행입니다. 제가 루틴이 생명인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루틴에 영향을 많이받는 편이며 그래서 최대한 루틴을 지키며 살기위해 노력합니다.
이전 회사를 다니면서도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 등등을 고려해 처음 몇년간 루틴을 짜기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제 컨티션에 맞는 최적의 루틴을 찾았었죠. 제 루틴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이른 수면과 아침 운동이였는데, 보통 밤 10-11시에는 잠들고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 가량 운동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오늘 일을 빨리 끝내서 2시즘 퇴근하려고 하거나 이번주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밀렸거나 전날 일찍 잠들지 않은 경우에는 거르기도 하는데, 이런 날에는 어김없이 이곳 저곳이 아프거나 피곤했습니다. 이직 후 처음 2-3주 정도는 기차시간에 맞춰 움직이다보니 아침 운동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충분한 시간동안 할 수 없었고, 자차 출퇴근을 할 때에도 길이 막히는 6시 전에 출발을 해야하니 집 근처 짐에서 1시간 미만으로만 운동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다 얼마 전부터 회사 사무실 내에 있는 짐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루틴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저것 부족한 기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침에 제 몸을 깨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네요. 이제 고민이라면 이미 연간회원인 GoodLife를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하루 하루, 한주 한주 겪어나가며 조금씩 적응 해 나아가고 좀 더 성장하기를 바래봅니다. 그래야죠, 그래야 버텨낼 수 있겠죠.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나의 작은 Job Interview 팁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입사 교육이 끝나고, 제 부서로 자리를 옮길 예정입니다. 일단 팀원이라고는 저 혼자 뿐이지만 새로운 팀 킥오프도 합니다. 제 팀에서 해야 할 일을 저 스스로 찾아가야 하기에 이전에 했던 일 보다 더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제가 가진 능력 중에 조금은 나은 분야의 일로 돌아가기에 즐겁네요. 

사실 이 글은 현재 직장으로 이직을 생각하면서 올리려고 작성 해 두었던 글인데, 생각보다 인터뷰 스케쥴 잡히는 것 부터 채용까지 진행이 일사천리로 되어버려 미처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여 지금에서야 올리는 글입니다.


다름아닌 Job Interview에 대한 것인데, 제가 채용 인터뷰의 전문가도 아니고, 커뮤니케이션의 달인도 아니니, 거창하게 인터뷰 기술이나, 필승 공략법이라고 말 하기에는 힘들고, 예전부터 그냥 제 경험과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지식들을 섞어서 만든 조악한 팁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Interview의 형태와 내용은 지원 Position과 Job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모든 경우에 들어가는 인터뷰 프로세스가 Behavioural Interview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른바 인성면접이라고 통칭하는 면접과 비슷한 면접으로, 직무 기술보다는 Soft Skills를 검증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회사에 인터뷰에 대한 가이드가 체계적으로 잡힌 경우라면 Behavioural Interview에서 어떠한 항목에 비중을 더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최소한 어떠한 것들은 필수로 검증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Communication, Empathy, Self-Motivation, Teamwork는 필수로 보고, Personal Development, Creativity, Mentoring, Royalty, Pride등을 보는 것을 권장" 이런 식이죠.

별도의 인터뷰 가이드가 없다면 Interviewer의 재량에 따라 각자 알아서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Software Engineer라거나 그와 유사한 기술직들은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Technical Interview 단계가 있습니다.

Technical Interview의 경우 그 형태나 단계가 회사마다 다양한데, SW 쪽에서는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기업이고 IT 기업일 수록 좀 더 단계가 많고 좀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Technical Interview의 형태로는 채용을 진행하는 hiring team의 엔지니어들과 1-2시간 가량 질의응답 및 토론을 하는 것입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아직 이런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IT 공룡 기업들에서는 보통 hiring team 뿐만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팀의 엔지니어와 따로 기술 면접을 추가로 보거나, 그 사람이 기술면접 장소에 동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Hiring team에서는 당장 사람이 부족해 힘들다보니 어지간하면 통과시키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포지션에 걸맞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채용하지 아니하는 것 만 못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규모가 큰 IT 기업들은 이 말을 비교적 잘 따르는 편이죠. 그렇게 외부에서 온 엔지니어는 보통 지원자에 대한 평가권한은 없지만, 절대 거부권이 있습니다. 절대 거부권은 다른 모든 Interviewer들이 찬성을 해도 그 사람이 거부하면 절대 채용될 수 없는 권한입니다. 즉 합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지만, 탈락에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죠. 

아무리 손이 부족해도 아무나 뽑지 않게 하기위한 장치로 활용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캐나다는 네트워크 사회라 네트워크 없으면 구직 못한다는 말도 많은데, 이런 채용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아무리 내 친구가 자기 팀으로 끌어준다 해도 전혀 모르던 다른부서 직원이 인터뷰에 동참하여 거부권을 행사 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네크워크가 넓으면 기회는 좀 더 많이 부여받을 수 있지만, 채용까지는 결국 본인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큰 회사들은 기술면접도 다단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질의응답 식의 일반적인 기술 면접,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 토론, 설계에 대한 토론, on site 코딩 혹은 디버깅 테스트 등등...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자의 기술을 확인 해 보죠.

이 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고 오랜 시간동안 지원자를 테스트 하다보면, 이른바 '입코딩'을 하는 말만 번지르르한 '저' 같은 지원자를 걸러내고 진짜 실력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찾아내기 수월한 점은 있지만, 사람 한 명 뽑을 때 마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 한 명당 수십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며칠간에 걸쳐 다단계로 진행되는 면접을 참고 기다릴 만큼 지원자에게 매력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용하기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저만 하여도 인터뷰가 하루종일 이뤄진다는 것 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는데, 여러 날에 걸쳐서 이뤄지는 경우 제 개인휴가를 여러 번 쓰기 아까워 망설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래서 정말 많은 메리트들이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1-2 시간 이내에 기술면접을 마치게 되는데, Interviewer로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1-2시간 이내에 지원자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차라리 신입 채용의 경우에는 워낙 확실하게 못하는 지원자들이 많아 처음 5분만 이야기해도 

'아... 남은 55분은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군'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3-6년 정도의 경력자를 인터뷰 할 때에는 한치건 오징어건 다 비슷하게 보이는 경우가 정말 많죠.

그래서 이전 직장에서 제가 채용 시 마다 불만을 제기했던 이슈 중 하나가, 기술 면접으로 2시간이 아닌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점과, 인터뷰 이전에는 지원자의 온라인 코딩시험 점수를 알려주지도 않고, 코딩시험의 점수에 무관하게 모두에게 인터뷰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였습니다. 
인터뷰 이전에 점수를 알면 일종의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1시간 내에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보니 사전에 어느정도 수준인지 온라인 시험 성적을 알고 그에 맞춰 질문을 준비하면 좋은데, 때로는 실력이 좋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데 초반 10-20분은 쓸데없는 기본 질문만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면접기회가 아까울 만큼 전혀 실력이 되지않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느라 1시간을 허비하기도 해서 이런 점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하나의 포지션에 여러 지원자들이 있었고, 압도적인 내공이 있음을 느낄만한 지원자도 없이 모두 다 고만고만 했다면 누구를 채용해야 할까요?


앞서 예를 들은 IT 공룡들은 이 경우 아무도 채용하지 않고 정말 느낌이 오는 사람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리지만, 제 이전 직장에서는 그럴만큼 여유가 없었습니다. 2-3 달은 공석으로 놔두고 있지만, 그 이상 지연이 될 경우 팀원들 모두가 힘들어 이후에 지원자들 중에 그냥 가장 느낌이 오는 사람을 고릅니다. 

어떤 느낌이냐고요? 흠...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저의 팁은 이 느낌적인 느낌을 잘 주기위한 저만의 팁입니다. 체계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축적된 것은 아니고, 예전에 기술 영업 비슷한 일을 하면서 몸으로 배우고, 일부 여기저기 자료들을 보고 배운 것들이죠.

이 팁들을 잘 활용하여 캐나다에서 첫 직장을 구할 때에도 첫 면접에서 합격을 하여 취직을 했었고, 그 후에도 이번 이직을 포함하여 총 11번의 면접을 보았는데, 그 중 4번은 면접을 통과했죠. (4번 중 이번 이직을 제외한 3번은 이직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학습차원에서 본 면접이였거나, 이직 시 메리트가 전혀 없는 케이스라 제가 오퍼 거절을 했습니다)

자, 우선 저처럼 기존에 경력이 있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이민을 오신 분들의 경우,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는 것이 기술면접입니다. 자신의 기술에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지만, 이를 영어로 말하고/설명하고/설득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고, 이민을 위해 현업에서 손을 놓은 지난 2-3년 동안 변화된 기술들을 따라잡기 위해, 혹은 자신이 했던 일과 같은 분야가 없어 현재 캐나다 시장에서 인기있는 기술들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포트폴리오 만들고 좀 더 멋진 어휘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영어 공부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 처럼 1-2시간의 기술면접으로는 사실상 이 사람이 어느정도의 실력이 있는지 확실한 느낌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력직 이민자분들은 '무엇을' 말 할지에 너무 집중하게 된 나머지 '어떻게' 말 할지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느낌적인 느낌'은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사실 인터뷰 시에 질문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보기에 따라 뻔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질문을 하건 4-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의 답변에서 '무엇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어떻게'는 각자 다릅니다.

그래서 STAR method라는 것을 잠깐 소개드리려 합니다. STAR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구글링을 하시면 수 없이 많이 보실 수 있으니, 자세한 것은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STAR는 Situation/Task/Action/Result의 약자로, 인터뷰 질문에 대해 위 내용을 모두 넣어 체계적인 답변을 하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Interviewer 교육을 하는 경우에 interviewee들이 STAR에 맞춰서 답변하는지 확인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네가 기억하는 가장 성공적인 너의 업적이 무엇인지 말해줄래?” 라는 질문에 답변한다고 해보죠.


그러면 먼저 S, 상황을 말합니다.

얼마 전 일이였는데, 우리의 major 고객 중 하나가 일부 타블렛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부팅이 안된다는 티켓을 접수했어.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그 수가 늘어나서 24시간 이내에 총 8천대의 단말에서 문제가 발생했지. 그리고 똑같은 이슈가 다른 고객들에게서도 발견되었어.

그 다음 T, 무엇을 해야했는지 그 목적을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근본 원인을 빨리 수정하거나 최소한 문제가 더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했지

그 다음은 A, 내가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우선 부팅도 되지 않는 단말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추출할 수 없었기에, 어떤 단말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데이터를 뽑아 정리했어. 정리한 후 보니 발생 지역은 유럽뿐이고, 특정 제조사의 여러 모델, 하지만 특정 Android OS에서만 나왔지. 우리 서비스가 지역이나 모델별 차이는 없기에 제조사의 문제라고 생각되어 그 제조사의 유럽향 모델들을 모두 수집했어. 그 다음…

마지막으로 R,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는 겸손한 것이 미덕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너무 심하게 떠벌리거나 부풀리지만 않으면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결과를 냈고, 또,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앞으로 유사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이야기 하면 됩니다.

Behavioural Interview에서 자주 묻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너에 대해 말 해 볼래?
  지금 (혹은 이전) 직장에서 네 롤이 뭔지 설명해줄래?
  너는 왜 우리 회사를 선택했지? 수 없이 많은 회사들 중에서 말이야
  왜, 어떻게 이 직업을 선택했니?
  이전에 네가 한 일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이야기 해 줄래?
  이전에 네가 실패한 일 중에 가장 치욕스러운 실패담을 들려줄래?
  팀 내에 너랑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니?
  너는 어떤 팀이 가장 이상적인 팀이라고 생각하니?
  네 매니져 중에 가장 좋았던 매니져가 누구야? 어떤사람이야? 왜 좋았는지 설명 해 줄래?
  네 동료들 중에 <이하동문>
  너는 요즘 어떤 기술이 끌리니? 너에게 2주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뭐를 연구 해 보고 싶어? 왜?

구글링을 조금만 하셔도 찾으실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질문들은 인터뷰 전에 미리 STAR에 맞추어 생각을 해 두고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체계적인 답변을 하는 연습을 해 두어 습관이 되면, 기술면접에서도 유리합니다.

단답형으로 대답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을 주고 어떻게 설계할까? 혹은 어떻게 개선할래?와 같은 토론을 위한 문제가 주어졌을 때, 보다 체계적인 대답을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저는 보통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대답을 합니다.


우선 주어진 문제 상황을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Interviewer가 말 한 문제상황을 한 번 rephrase해서 말합니다. 그러는 사이 제가 생각 할 시간을 벌기도 하지만, 제가 영어가 약하다보니 간혹 잘못 알아듣거나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동문서답 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주로 말하는 것은, 주어진 문제상황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문제이고 어떤 것이 중요도가 낮은 문제인지 순서를 말하고, 그래서 나는 이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 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한 눈에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구지 말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수 백 가지의 수가 있지만, 이런 이유리 나는 지금 이 수를 쓰는 것이다' 라는 느낌을 풍기는 것이지요. 또 답변을 말할 때 까지 시간을 조금 더 끌면서 잠시라도 생각 할 시간을 다시한번 더 벌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말합니다.


제가 말한 해결방안과 똑같은 말을 한 다른 지원자가 있더라도, 사실 면접이 끝난 후에 복기를 하면 제가 한 답변이 뭔가 더 있어보이는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Interviewer로서 경험해본 적이 있는데, 결국 같은 답이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말 한 지원자가 좀 더 느낌이 좋습니다.


미리 달달 외워둬서 즉문즉답을 하는 것 같은 느낌 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결국 나와 Interviewer간 서로 대화가 오고가면서 일방향의 소통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기술영업 할 때 어디서 읽었던 내용인데, 사람간의 대화에서 티키타카가 활발하게 오간 경우 대화 후 호감도가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긴 질문과 긴 답변보다는 짧게짧게 끊어서 중간중간 상대의 피드백을 묻고 그 피드백에 대한 리액션을 해주며 대화를 끌고나가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자, 그러면 저처럼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한국분들이 자주하는 실수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저도 기술영업으로 첫 PT를 하러 외국에 나갈 때 똑같은 실수를 했었죠.

영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몰라도 각 예상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풀 스크립트로 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매우 지양합니다.
이전에도 영어 연설이나 PT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면 사실 문제가 아닌데 (그런데 그런 분들은 풀 스크립트 자체를 만들지 않습니다), 발표나 말하기 경험이 부족하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풀 스크립트를 만들지 않기를 권해드립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만든 스크립트를 외워서 말하는 것을 동영상 촬영을 하여 한 번만 돌려보면 스스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자주하는 실수는 어휘입니다. 한국에서 오래 영어교육을 받으신 분들의 강점은 문법과 어휘입니다. 워낙 쓰잘떼기 없는 단어들까지 줄줄 외웠고, 현대인들의 대화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문법들까지 다 외웠죠.
그래서인지, 글로 무언가를 쓰려고 하면 참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씁니다. 그 어려운 단어들이 본인의 입에 착착 감기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너무나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좀 더 고급어휘를 쓰겠다는 욕심에 원래 알지 못했던 단어들까지 사전을 찾아서 스크립트에 포함시키기도 하죠.
기술 관련 용어들은 영어로 미리 숙지하고 가야 하지만, 그 외에 어휘들은 이미 익숙하여 자기 입에 착착 붙는 단어들로 준비해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지금 참석 할 자리는 웅변대회나 UN연설이 아닌 Job Interview라는 것을요.

두 번째 자주하는 실수는 스크립트를 통채로 외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워낙 암기력이 좋아 스크립트 전체를 외우고 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모를까, 보통의 경우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경우 크게 당황하여 그 날 인터뷰 전체를 다 망칠 수도 있죠.
그래서 전체 스크립트를 외우기 보다는 자기가 말 할 이야기의 흐름을 외우는 것이 좋습니다. 각 문장 혹은 문단별로 키워드만 잘 알아두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만큼 가능한 쉬운 문장으로 만들어서 말을 하는 것이지요.

그 다음은 연기력에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미리 외워둔 내용을 말 할 때에는 상당히 부자연스럽지만, 흐름 정도만 외워둔 내용을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문장을 조합하여 말 할 경우에는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마지막 실수로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놓치는 경우가 자주 나오는 것으로 나의 질문을 준비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인터뷰는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Interviewer가 

"너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

라고 말하면 머릿 속이 하얗게 됩니다. 보통 진짜로 지원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 (회사 복지, 분위기, 베네핏, 사장 착하냐?, 돈은 잘 주고? 등등…)은 이럴 때 질문하면 일반적으로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내용은 일단 합격을 하고 오퍼를 받았을 때 인사과 직원과 조율하면 되는 내용들이고, 보통은 인사과에서 전화로 컨택을 해 왔을 때, 연봉 외에는 인사과에서 미리 이야기 다 해 놓았을 내용이죠.

자신의 직무와 회사의 특성에 맞게 이 회사에 정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궁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질문은 behavioural interview시에 할 질문 2-3개, technical interview시에 할 질문 1-2개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인터뷰를 리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보통 그 사람이 더 대단하게 보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기술면접 때, “이런 이런 상황이야. 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오, 이런. 나 이거랑 거의 비슷한 문제가 있었어.

그 때, 나는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조렇게 해결했지. 그런데 그 때 보니까 우리가 이런저런 정책이나 방어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서 그런 것을 셋업 했었지. 
그런데 너희는 어때? 이런 경우를 사전에 차단을 어떻게 하니? 나처럼 이런저런 툴을 셋업했니? 너희 시스템 중에 A가 그거랑 비슷한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니야?

그리고, 제 질문에 대한 Interviewer의 답변 내용에 맞추어 추가적인 질문들을 더 하면서 자신이 리드하는 시간을 좀 더 끄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자기가 답변을 생각하고 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특히나 저처럼 언어가 짧은 이민자들에겐 유리한 방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지려면 이 회사에 대해 미리 공부를 좀 해 두어야 하죠.


경우에 따라 이런 경우에 인터뷰가 끝나고 자신이 확인하고자 했던 질문들을 미처 다 하지 못해서 지원자의 실력을 알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뭔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 경험도 다양하고 뭔가 내공이 있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며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되는 편입니다.

특히나 언변이 좋은 인도 친구들이 이런 것들을 참 잘 써먹는데, 덕분에 채용 이후에 눈탱이 맞았다며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사에 따라서 인사팀에서 인터뷰 스케쥴링을 하면서 누구와 인터뷰를 보게 되는지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Interviewer가 나름 지명도가 있는 사람인 경우 신문 기사나 잡지 인터뷰, 그 사람이 작성한 테크 블로그 글 등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Interviewer 명단을 받은 경우엔 보통 그들에 대해 한번 씩은 구글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간혹 신문이나 잡지 인터뷰/기사를 보게되면 그들이 평소에 중요시하는 가치관이나 기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제 인터뷰 답변 내용도 최대한 그에 맞게 맞춰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력이 있는 이민자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Technical Interview를 챙기느라 Behavioural Interview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마세요. 잘 생각 해 보시면 보통 Technical Interview의 Interviewer들은 합격 할 경우 자신의 peer인 다른 개발자들입니다. 그리고 Behavioural Interview의 Interviewer들은 시니어 개발자들도 있지만, 보통 자신의 hiring manager입니다. 기술 면접의 평가결과에서 지원자 모두 비슷한 점수를 받았고, 그 중에 한 명을 꼭 뽑아야 한다면 누가 뽑힐까요? 기술 면접에서 0.1 점이라도 더 받은 사람? 아니면 매니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 누굴까요?

기술이 있어도 언어와 환경이 달라 처음에는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많이 겪게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분들께 저의 필승 공략법은 아니지만, 만약 비집고 들어 갈 작은 틈이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작은 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교육 3주차, 감정노동 체험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이제 새 회사 출근 3주차이군요.
아직 교육기간 중으로 서포트 팀에서 일하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은 9-5로 고정이지만, 이제 더 이상 강의식 교육은 남지 않았고, 이메일 응답만 하고있어 근무시간 중에는 제 마음대로 시간 조정이 되니 나름 전보다 편해졌습니다. 특히나 이제는 빔 프로젝트 화면을 보지 않아서 눈이 덜 피곤하여 좋네요.
저는 전화 응답 업무를 하지않는 관계로 같이 이직한 다른 친구들 보다 1주 먼저 제 소속 부서로 옮기게 되어서 이번 주 금요일이면 교육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다음 주 까지 교육이 지속됩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실제 고객들의 이메일을 받다보니, "탈퇴를 무기로 고객이 너를 겁 줄 수도 있지만, 두려워 말아라. 네 뒤엔 회사가 지키고 있고, 무슨 결정이든 우리는 너의 결정을 믿는다." 라는 말을 왜 해주는 것인지 이해되는 경우가 몇 번 생겼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서비스이지만, 20여년 전에 유니텔 콜센터에서 방학동안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젊고 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만 PC통신을 하던 시절이라그런지 딱히 기억나는 까다로운 혹은 난감한 콜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딱 1주일 정도 일하고 두 번이나 난감한 일이 생겼네요.
아무래도 취미/여가로 즐기던 PC통신과는 달리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비스이니 좀 더 민감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더구나 고객들 중 IT와는 거리가 먼 층의 고객 비율이 높고, 회계 지식도 부족한 1인 기업체가 대부분이다보니 기술적인 한계나 제약으로 인한 문제, 회계상 문제들에 대해 이해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일 수도 있겠죠.

이전 직장의 주요 고객들은 보통 수천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대기업이였지만, 이 회사는 개인 개발자, 디자이너, 사진작가, 마케터 등 크리에이터, 변호사 등등 1인 서비스 기업이 대상 고객이라 연매출 50만불 정도 규모만 되어도 상당한 VIP 고객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파레토의 법칙으로 저희회사 수익에서 80% 이상은 이 VIP 고객들에게서 나오는데 이런 고객의 수는 20% 미만이죠.

한 번은 이메일로 문의 온 내용에 답변을 달았습니다. 문의를 한 메일의 정보를 보니 free trial 사용자이기에 그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기능으로 안내를 했죠. 그랬더니 "너희들은 일부러 내 말을 안듣거나 내 글을 안 읽는거냐" 하면서 버럭 화를 냅니다. 내가 너희 FAQ에 나온 글 못읽어서 그러는 줄 아냐면서, 자기는 2011년부터 계속 써온 다른 계정이 있는데 거기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를 자기가 확인 해 보고자 임시로 무료계정을 하나 개설 한 것인데, 왜 내 무료계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냐며 화를 냅니다.
화들짝 놀라서 고객이 보낸 메일 원문을 다시 읽고, 고객의 문의 메일로 회사 시스템을 다 찾아 보았지만, 무료계정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당연하죠.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주민등록 번호같은 슈퍼 키가 있어서 사용자를 통합 조회할 수 없으니 다른 이메일 계정이면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지금 문의를 준 메일에는 무료계정만 연동되어있고, 네가 말 한 다른 계정은 찾을 수 없으며 다른 계정에서 문제라고 따로 언급이 없어서 무료 계정에서 문제로 생각해 안내를 한 것이라고 사과하고, 너의 다른 계정 정보를 알려주거나 그 계정 이메일로 메일을 다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퇴근즈음이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 불같이 화를내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가 분명히 어떤 문제인지 말을 했는데 왜 못알아먹냐? 지금까지 거의 10년간 매 달 몇 백 불씩 돈을 내 왔는데, 내 정보는 어디간 것이냐? 너 때문에 지금까지 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내 메일 잘 읽고 당장 해결해내!"
역시나 문제가 있다는 그 다른 메일 계정에 대한 정보는 없고 화의 크기만 더 커졌습니다.
회사 서비스 특성 상 하나의 메일 주소에 두 가지 계정을 등록할 수 없으니, 검색 시스템 이상으로 누락된 것은 분명히 아니고 고객이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문제만 해결 해 내라고 덤비는 상황이니 제가 잘못 한 것은 없지만, 만약 진짜로 서비스 이용 요금으로만 매 달 수백불을 지불하는 고객이라면 분명 따로 관리되는 VIP일테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총액은 서비스 구독료보다 훨씬 더 클텐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 해 옵니다.
아마도 테스트를 위해 새로 만든 trial 계정으로 로그인 하여 몇가지 테스트를 한 후, 자신이 현재 trial 계정 로그인 상태라는 것은 모르고 이메일 문의를 보낸 후, 매 달 수백불 씩 내는 고객인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리버리한 서포트는 딴소리만 한다며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소심한지라 회사에서 겁먹지 말라는 그런 이야기를 사전에 해주지 않았다면 제 진짜 직무도 아닌, 교육 기간에 잠시 한 서포트 일 때문에 짤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끙끙 앓았을 것 같아요.
어찌되었건 다시 용기를 내어서 우리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당혹스럽겠지만, 문의를 준 계정이 free trial 계정이라 우리는 너의 원래 계정 정보를 알 수 없다. 너의 원래 계정으로 문의를 다시 주거나 전화를 해서 우리가 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 고객으로부터 다른 업데이트는 없습니다. 아마 다른 계정으로 새로 요청을 보냈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궁금증이나 화 둘 중에 하나를 풀었을 수도 있겠죠.

나머지 한 번은 사실 위 사건과 연관이 있긴한데, 제 과실이고 비교적 해피엔딩 이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두 번째 답장을 받기 직전, 저는 다른 고객에게 답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 말씀드린 두번째 메일을 받으니, 일단 이 문제부터 추가 답변을 해야할 것 같아 작성중인 메일을 임시저장하였죠.
부라부랴 불같이 화난 고객을 달랜 후, 임시 저장된 티켓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작성중이던 답변이 안보입니다. 아래로 내려보니... 아뿔싸!
제가 실수로 발송을 눌렀나봅니다. 이건 뭐 답을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이상한 상태에서 메일이 끊긴 채 발송되어버린 것입니다.

뭐, 요약하자면 이런 식으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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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서비스 이용해줘서 고마워. 네가 지금 그런 문제를 겪고 있구나. 내가 괜히 송구스럽네. 그런데, 이건 오류가 아니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해결되.

그러니까,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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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책은 있다고 말은 해두고 뭔지 설명은 전혀 안해준 것이지요. ㅠㅠ
그래서 얼른 이전 메일은 작성중 실수로 발송된 것이고 실수로 미완성 된 메일을 보낸 것 미안하고 진짜 답변은 이거야... 라고 제대로 답변을 달아 발송버튼을 누르자마자 그 고객에게서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그 사이 고객이 제 답장을 이미 읽고...
"지금까지 받아왔던 서포트 서비스들과는 너무 다르게 안좋네? 심지어 이건 내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다. 이런 서포트를 받는다면 내가 왜 너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해야 할까?"
라는 메일을 보냈더군요. ㅠㅠ

다행히 30분 즈음 지난 후 제 두 번째 메일을 읽고는 Okay, thanks라는 딱 한 줄 짜리 답장을 보내와 그나마 해피앤딩이긴 했지만.... 아, 이 날은 하루에 두 번 씩이나 이런 일들이 터져버렸네요.
이 일들이 모두 퇴근시간 직전인 4시 50분 경 발생하여 덕분에 5시 퇴근을 못하고 6시 넘어 퇴근을 하게 되었고 또, 그 덕분에 express train을 못타고 일반 완행편을 타고 퇴근하게 되어 평소보다 훨씬 늦은 퇴근을 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고객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 2 번의 문제 때문에, 아우... 저는 정말 소심해서 이런 대외적인 직무는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ㅠㅠ
조만간 교육이 종료되면 서포트 팀 업무도 끝이 날테니, 다시금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겠죠.

 그 날 이후로 제가 답변을 한 후 고객에게 답장이 오면 심장이 콩알만큼 쪼그라듭니다. 이 2 번을 제외하면 모두 thank you 레터나 제 답변 관련 추가 문의사항이였는데도 말이죠.

저처럼 교육 차원에서 잠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일반 고객 대상 서포트 업무를 하시거나, 이른바 감정노동 직업군에 계신 분들께서 보시기엔 이 정도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영어마을 직업체험 학교에서 하는 것 처럼 어린아이 장난마냥 우스운 수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에겐 고작 1-2주 정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이 일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지금서야 알게 해 주었고 감정노동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메일에 이 정도면, 대면이나 전화는... OTL

감정 노동자들 모두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는 보기에 아주 사소한 우스운 일일 수 있지만, 가슴이 콩알만한 저에겐 큰 일이였기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당시가 다시 떠오르니 심박수가 조금 올라가네요. 아무래도 이번주 금요일엔 회사에서 열리는 명상 수업에 참석하여 마음을 조금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교육이 종료되고 원래 제 채용 부서로 이동할테니, 그 전에 이미 받은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고 가야죠. ㅎㅎ

이제 다음 주 부터는 진짜 제 업무로 돌입할텐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