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9일 목요일

캐나다 college 생활

다음 주 부터는 일 시작이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오늘 학교 생활을 정리 해 볼까 합니다.
저는 토론토에 있는 공립 컬리지인 centennial college를 나왔습니다. 아직 졸업을 위해서는 한과목을 더 수강해야 하기에 나왔다기 보다는 아직 다니고 있죠.
제가 public college를 캐나다 생활의 첫 시작점으로 둔 이유는 다음 세가지 입니다.

첫째, 부모가 공립 컬리지에 재학중이면 그 부모의 자녀들의 public school 등록금이 면제됩니다. 저는 아이가 둘이나 있기 때문에 두 아이를 모두 학교에 보내려면 학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정확한 금액은 기억 안나지만, 제 컬리지 등록금 만큼이나 비싼 것이 이 나라의 공립학교 학비입니다. 영주권/시민권자나, 워크퍼밋이 있는 사람, 혹은 저처럼 공립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녀들 학비가 면제되지만, 그냥 아이들이 유학을 온 것이라면 매우 비싼 금액이죠. 사실 아이들 학비를 직접 내야하는 상황이라면 공립학교대비 학비 면에서 전혀 비쌀 것 없는 사립 학교를 보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제가 실무 개발에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캐나다에 오자마자 직장을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구한다 해도 처음 probationary 기간 내에 짤릴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입학 시기와 학비 때문입니다. 대학원을 간다고 했으면 9월에 개강하는 가을학기 입학을 해야 하고, 학비도 컬리지보다 두배 정도 비쌉니다. 그리고 9월 입학이면 6월까지는 지원 및 입학 절차를 거쳐야 스터디 퍼밋도 받아 캐나다에 오게 되지만, 이미 6월달에 저는 어학 성적이 없이 캐나다에 ASAP로 가야겠다는 마음만 먹은 상태라 시기상 맞지 않았죠.

어찌되었건 캐나다 컬리지로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두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캐나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대학생때 겪은 6개월의 교환학생 기간의 경험에 의하면 캐나다 대학에서 유급은 비일비재 했습니다. (유급/과락 등의 용어가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네요) 4년제 대학이지만 실제 4년만에 졸업을 하는 학생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과락으로 인해 1-2년 정도는 학교를 더 다니더군요. 공립학교 12년 까지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대학교 입학도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실력이 되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이 나라의 교육 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 공립학교 졸업생의 학업 성취도가 다른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에 비해 낮기 때문이기도 하죠.
제가 입학한 과정은 3년제 Advanced Diploma과정인데, 기존 학력과 경력으로 1년 인정받아 Fast track으로 2년(4학기) 과정으로 입학을 했습니다. 처음 2학기를 건너 뛴 셈인데,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학부 커리큘럼을 읽어보니 사실 1, 2 학기 과목 내용들 중 지금 기억나고 바로 사용 가능한 기술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더구나 영어로 배운다니...

언어와 제 머릿속 어딘가 남아있을지 의문스러운 제 기억과 기술, 지식들에 대한 두려움은 1월 학기가 시작되면서 어느정도는 해소 되었습니다.

영어에 앞서서 먼저 지식과 기술 부분입니다.
입학 전에는 컬리지에 가면 실무위주의 기술들을 더 많이 익히고 배운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선진국의 교육 사례 등을 보면 전문기술학교의 교육들이 그랬었죠. 하지만 막상 입학을 해서 2 주 정도 수업을 듣다보니 제 예상과 기대와는 달랐고 덕분에 두려움도 해소 되었습니다.
4년제 기 졸업자 및 경력자의 눈높이에서 볼 때, 컬리지에서 배우는 프로그래밍의 수준은 매우 낮았습니다. 실무에서 손을 놓은지 5년이 지난 저는 언어별 특성과 실무 노하우는 안드로메다로 이미 날아갔지만 컬리지의 프로그래밍은 단순 로직만 알아도 누구나 짤 수 있는 간단한 예제 수준이였습니다. 이 정도의 프로그래밍을 해서 졸업 후 무슨 일을 할까? 싶을 정도였죠.
물론 한국에서 4년제를 졸업했다고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공부와 노력이 없이 졸업하는 많은 친구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필드에 뛰어들죠. 하지만 한국은 입사 후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그리고 실무 배치 후 사수-부사수 관계를 통해 처음 일 년 정도는 업무를 익히고 발전시키는 기회가 주어지는 반면에, 제가 알기로 캐나다에서는 사수-부사수 관계도 없으며, 신입사원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도 없고, 바로 업무 투입입니다.
그렇다면 실무 기술은 그렇다 치고, 이론 교육은 어떨까? 이론 교육 역시 없습니다. Visual Studio와 같은 멋진 개발툴을 이용해 drag&drop을 하고 간단한 로직 구현 후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과정만 반복하니, 실제 개발자가 사용하는 기술들이 어떻게 구현되었고 어떤 원리로 동작하고 내가 그런 개발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할 일도 없고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 한 학기동안 배우는 자료구조도 여기서는 단 한주, 3시간의 수업으로 모두 배우며 배우는 구조도 스택/큐/링크드 리스트 뿐이고, 해당 자료구조를 구현해 보기 보다는 java나 C#의 collection 라이브러리를 한 번 써보는 것 뿐입니다. 소팅과 같은 기술들도 그냥 라이브러리 쓰는 것으로 모두 넘어가죠.
결국 컬리지에서 배우는 이론은 QA나 개발 방법론 정도이고, 프로그래밍 관련 이론은 0에 가깝습니다.
실기/기술적 부분 역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네요. 아주 간단한 로직 구현의 다양한 과제들과 어플리케이션이나 웹페이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학교마다 특성이 있지만 센테니얼 컬리지의 경우 아주 많은 편입니다. 아무리 간단한 프로그램이라도 결국 인간이 앉아서 타이핑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는지라 과제들과 프로젝트들만 처리하다보면 하루에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프로그래밍 과제들이 단순히 앉아서 타이핑만 해대면 끝나는 과제들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로직에 대해 고민하고 구현해야 하는 것 들이였기에 화려한 UI가 없어도, 실제 생활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어플리케이션이라 하여도 과제를 끝낸 후 그 만큼 자신이 성장하고 배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컬리지의 과제들은 기냥 시간이 소비되었다는 느낌 외에는 무언게 알게되었다는 성취감은 없습니다. 그냥 다양한 언어들에 대해 어떤 툴로 어떻게 작성하고 빌드하는지 한번씩 돌려봤다고 느끼는 수준이죠.
결론적으로 저는 입학 후 첫 중간고사 까지는 학업에 대해 매우 긴장하였지만, 중간고사를 치루고 중간고사 성적을 확인 한 이후로는 모든 긴장의 끊을 놓고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그냥 즐기기만 했습니다. 워낙 무언가 배우는 것도 적고, 학생이 어떤 이론이나 지식에 대해 고민을 하도록 요구를 하지 않는데다 캐나다 4년제 대학과는 달리 학점에 매우 후합니다. 그래서 손가락이 녹슬지 않도록 모든 과제와 프로젝트는 100% 참여하고 제출하지만 시험공부 포함 어떤 별도의 공부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습 비중이 높기에 이렇게 학교를 다녀도 학점은 충분히 높게 나오더군요.

그 다음은 영어 부분입니다. 영어도 역시 처음 중간고사 전 까지가 조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 할때에는 종종 인도 연구소 친구들이 파견나와 같이 근무했었고, 인도식 영어를 잘 알아듣는 편이였지만, 그 이후로는 인도식 영어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의 교수들 중 절반은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출신 교수였고, 그들 특유의 엑센트와 발음이 있었습니다. 내가 분명 아는 단어를 천천히 말함에도 불구하고 뭔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리스닝에 긴장을 하다보니 스피킹 역시 잘 안되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강의 녹음. 폰으로 강의를 녹음해 통학 시간동은 다시듣기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것도 있었지만, 한동안 잊고 살았던 몇몇 전문용어들이 다시 기억나기 시작하면서 100%는 아니더라도 어떠한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지 흐름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는 되었지요.

컬리지 생활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한 학기 5-6과목 수강해야 함
     --> 고등학생 시간표 비슷한 시간표가 나옴. 아침부터 오후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
2. 컬리지 dean 철학에 따라 실습 비중을 높이고 과제는 많이, 전과목 프로젝트 필수 포함
    --> 공강시간, 오후 시간에 딴 일 하기 힘들고 하루에 2-3시간은 과제만 해야 함
3. 과제는 많지만 그 수준이 낮고 시간 소비성 과제들이 대부분임
    --> 2-3시간 과제를 하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과제도 없고, 새로 익힌 기술이나 지식도 없음
4. 컬리지다 보니 4년제 대비 당연히 이론 수업이 적고 가르치는 깊이도 낮다
    --> 예상 했었지만 예상보다 심함. 프로그래밍을 워드나 엑셀 사용법 강의 수준으로 배움

결국 캐나다에서 대부분의 직장에서 Junior/Entry level을 잘 뽑지도 않고, Junior 레벨을 뽑더라도 요구조건에 3년 이상의 경력과 같은 내용을 단서로 다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학교를 다니면서 본인이 좋아서 무언가 따로 하지 않는 이상 학교 수업내용만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은 전과목 A+를 받았다고 해도 사회에 나가 바로 일을 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그 기술을 교육받지 못하고 나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래서 더더욱 co-op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를 다니면서 2학기 정도는 실무 경력을 쌓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요.

캐나다 컬리지로 올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 오시는 분이라면요...
한국에서도 경력이 없는 분이시라면 co-op프로그램으로 등록해서 실무 경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세요. 한국에서 경력이 있으신 분이라면 캐나다 구인 사이트를 잘 찾아서 본인 경력이 이 곳에서도 충분히 유효한지 확인해 보세요. 본인 경력사항이 캐나다 직업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라면, co-op을 하시거나 졸업 전에 현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하는 포트폴리오라도 따로 준비하셔야 나중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습니다.

여담으로... co-op 프로그램을 등록하면 학교에서 co-op 일자리를 주선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co-op일자리 관련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단순히 재학 기간 중 특정 2학기를 co-op학기로 만들어 수업 없이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해주고, co-op 학기 직전 학기에 이력서/커버레터 작성법 등을 강의로 만들어 교육시킬 뿐이고, co-op 구인정보에 대한 목록 정도를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 하는 정도입니다.
작년 여름학기 때 만 해도 저희과 co-op 프로그램 학생들은 90% 이상 고용되서 한학기 혹은 두학기 연속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캐나다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co-op 포지션의 절대적인 숫자가 많이 감소했고, 지난 학기 co-op 대상 학생중 60% 정도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강제휴학상태이거나, 일반 프로그램으로 변경하여 그냥 그 다음학기 수업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

댓글 8개:

  1. 넵..캐나다 컬리지 수준..정말 낮습니다...절실히 느낍니다..요즘..캐나다컬리지 실태..이런 내용의 블로그 하나 만들까...생각도 하고 있습니다...4년제 대학은 물론...이거보단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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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제 경험상 University는 College와 확실히 다릅니다. 괜히 100대 대학에 UofT, 맥길, UBC가 계속 포함되는게 아니죠. 우리나라는 서울대 하나만 있는데...
      이미 학력이나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 캐나다 컬리지는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확실한 3년 워킹퍼밋을 받기위한 도구 이상은 되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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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보았습니다. 저도 캐나다 컬리지 준비중인데요. BCIT 말입니다. 소프트웨어 쪽이 어떤지 알수 있을까요? 말씀하신것 처럼 캐나다 경제가 지금 상당히 안좋은 방향에 있는걸로 압니다. 이전에 그와 관련된 경험이나 학위는 전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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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예전에 벤쿠버에서 산 경험도 있거니와 기후도 더 좋아 BCIT를 생각한 적은 있지만 시기상 맞지 않아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러프하게 알아보면 BC주에서 기술직 쪽으로는 좋은 학교 중 하나로 알고있어요.
      그리고 적어도 지금은 캐나다 경제 전반이 매우 않좋은 상황이지만, IT쪽은 비교적 아직 건실합니다. 특히나 글로벌 시장을 상대하는 회사라면 주로 USD로 거래를 하기에 오히려 회사 매출과 순익이 오른 경우도 많죠. 제가 다니는 회사도 주요 인력이 모두 캐나다에 있지만 매출 90%이상 해외 시장 매출인지라, 환율이 떨어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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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답변감사합니다. 오늘 설명회 가니까 학생들이 한국 고3처럼 공부한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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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CIT 말씀하시는 거죠?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인텐시브 해서 고3 처럼 워킹하셔야 합니다. 으흐 빡빡한 수업시간 많은 과제..... 그리고 유급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첫학기때 페일하는 인터네셔날 학생도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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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런 소중한 경험담을 글로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막연한 제 계획에 세부적인 토대를 잡아주시는데 큰 도움을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워홀 떠나기 1년간 최대한 실무경험을 쌓는데 주력해야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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