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Express Entry CRS 점수제도 대폭 변경 예상

잠들기 전에 뉴스를 하나 보게되어 간략히 공유드립니다.


캐나다 정권이 보수당에서 자유당으로 넘어선 이후부터로 기억합니다. 줄곳 정부에서는 보수당에서 만든 Express Entry제도의 점수 구성이 다소 왜곡되어있고, 특히나 캐나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캐나다 사회에 이미 적응되어있고, 또 고학력인 유학생들에게 불리한 정책이라 수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아마 시리아 난민 문제로 이민성이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일 것 같은데, 장관 인터뷰 시에는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었지만, 마땅히 변경되는 내용은 없었죠.

그러다 지난 달 즈음 부터는 해가 넘어가기 전에, 개정안이 발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이민성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지만, 몇몇 언론에 흘러간 내용들이 있어서 공유드립니다.

출처: http://www.cicnews.com/2016/11/canada-outlines-significant-changes-comprehensive-ranking-system-crs-express-entry-immigration-118652.html

위 자료 외에도 구글링 해보시면 몇몇 기사들이 있는데, 아직 공식 발표가 없어서인지 메이져 언론에 크게 기사화 된 내용은 없었고, 그리고 세부적으로 자세히 소개된 기사 역시 아직 없었습니다.

주된 변화는 Valida Job Offer (LMIA) 점수일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LMIA를 받기만 한다면 CRS 최고점인 1200점의 딱 절반인 600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변경에서는 이 점수가 600점에서 최대 200점으로 축소되며, LMIA가 필요 없어진다고 합니다.
또, Senior Manager 포지션의 경우, 최대 점수인 200점을 받게되고, 그 외의 직업들은 50이고요.
아마 다소 나이가 있더라도, 능력있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지네요.

또, 유학생들에게는 보다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누차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유학생의 경우 1~2년제 프로그램 졸업자는 15점, 3년제 이상 컬리지나 학사/석사/박사 과정 졸업자라면 30점의 점수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업점수 최대 200점은, 주재원 (Intra-company transerees)도 포함되기에, 캐나다에 주재원으로 근무하시면서 자녀 교육 목적으로라도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일 듯 싶습니다.

사실상 Senior Manager 포지션 자체가 흔한 포지션은 아니기에, 대부분 EE 지원자들이 고용점수 50점에 컬리지 졸업 30점을 가지고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윗 부분을 수정합니다. Job offer 부분에서 제가 헷갈린 것이 있는데 정식으로 CIC에서 공지한 내용을 읽어보니, 이게 이전과 같이 LMIA가 있어야 하는 것이군요. 다만 LMIA만 있으면 총점 1200점 중 600점을 주던 이전과는 다르게, Senior Manager 포지션의 LMIA의 경우 200점, 기타 나머지 LMIA는 50점으로 가산점이 축소된 것입니다.
그리고 주재원으로 와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LMIA가 필요없이 Job Offer 가산점이 주어지며, 주정부 노미니의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600점이 주어집니다.

그러니 캐나다 유학을 와서 CEC를 하는 많은 분들의 경우 졸업점수 15점 (2년제 이하), 혹은 30점 (3년제 이상)은 받을 수 있겠지만, LMIA가 필요한 50점은 기존과 같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점수는 아닐 것 같네요.

아직 전체적인 점수 구성이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나머지는 현재와 동일하다면 구지 유학 올 필요없이, 한국에서 어느정도의 경력과, 한국에서 학력, 그리고 높은 영어점수 만으로도 EE를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위에 캐나다 현지 학력/경력 없이 신청하는 경우의 내용도 수정을 합니다.
한국에서 일반적인 학력인 대졸(학사)에 3년 이상의 경력과 불어 점수 없이 영어 만점, 그리고 나이 점수 최고점인 29세로 계산을 해도 441점이 됩니다.

향후 EE 점수 향방이 어찌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위 점수로는 내년 EE에서 선발되기에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조건에 석사 학력이라 481점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그 이유는 이전에 EE 리포팅에서 본 내용에 의하면 기존 점수 제도에서도 400~500점 사이에 EE 초청을 받지 못한 사람이 약 1만 5천명 가량 되는데, 이 분들중에 상당수는 현지 학력 혹은 경력이 있는 분들이라, 학력이 있는 분들의 경우 15~30점씩 점수 향상이 있었을 것이고, 경력이 있는 분들은 현지 경력이 1년씩은 증가하여 그에 따른 직업 점수가 적게는 10점, 많게는 30점 씩 올라 갈 것이기에 그 1만 5천명 중 못해도 절반 정도는 450점 이상으로 점수대가 이동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매 draw 시 마다 700~2000명 가량 선발하는 EE에서 노미니나 LMIA로 500점 이상 초 고득점자와, 450이상 고득점자들이 먼저 추려질 것이니, 아무래도 EE Draw 점수가 450 미만으로는 내려가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번에 EE의 CRS 점수 제도에 변경이 되었어도, 언어 점수와 나이+경력 점수*에서 다른 국가들 대비 상대적인 disadvantage가 있는 일반적인 한국인이 현지 경력/학력이 없이 FSWP로 이민을 하기엔 아직도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남성의 경우 군대 2년이 빠지기에, 29세에 석사/박사 + 3년 이상 경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간 연구해서 개선한 점수 제도이니, 분명 직전의 EE제도의 문제점과, 그 보다도 더 이전의 이민자들의 현지 정착 현황을 충분히 분석해서 내 놓은 제도일텐데, 아무래도 캐나다 연방정부에서는 현지 경력/교육/네트워크와 경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의 방향성을 잡은 것 같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발표되었던 이민동향 보고서들에도 해외의 우수 기술자/학자/인력들이 캐나다에 유입되어도 적응하지 못하고 3년 내에 다시 돌아가는 인력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는데, 언어와 문화 장벽을 그 주된 원인으로 보고있다고 느껴지네요.

현지 경력/학력이 없다면 매우매우 높은 수준의 언어 실력(그것도 영어 + 불어 ㅠㅠ)이 필요하고, 언어 점수가 매우매우 높지 않다면 결국 현지에서 학교도 다녔고, 현지 경력도 있어 이미 캐나다에서 잘 살 수 있다고 증명된 사람만 받겠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TPP에 가입되어 누군가의 지원 혹은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고도 바로 워크퍼밋을 받을 수 있는 국가의 국민들이라면 모를까, 한국과 같이 TPP에 가입되지 않은 국가의 국민들의 경우에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FSW나 FST를 통해 바로 이민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결국 CEC를 하는 분들과 비슷한 경로를 통해 현지 학력/경력 점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네요. 이럴꺼면 FSW/FST라는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을 필요도 별로 없는 것 같아 보기도 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심심한 캐나다, 즐거운 캐나다

캐나다에 와서 영주권도 받고 일도 하면서 지내던 사람들 중에도 한국으로 리턴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캐나다에서의 삶이 좀 지루하고 심심해서 그렇다는 분들도 계시죠. 캐나다 워홀, 유학, 해외 취업, 이민과 관련된 글들을 봐도 캐나다는 한국보다 정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삶이 지루하고 심심하고 따분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이 아닌지라, 성년이 되어 이 곳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한국만큼 다양한 유흥문화? 가 없다보니 특히나 한창 유흥문화를 만끽할 20대라면 유흥 시설이나 문화가 한국보다 적고, 같이 지낼 친구가 적기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캐나다에서의 생활이 지루하거나 심심하지는 않네요. 적어도 아직 까지는요. 오히려 겨울을 제외한 계절의 주말과 퇴근 후 저녁 시간에는 한국에 있을 때 보다도 더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의 장점! 이라고 말하면 먼저 나오는 것이 자연환경이죠.
네, 놀이시설, 클럽, 테마파크, 키즈카페 등등 인공적인 유흥시설은 분명 한국보다 뒤쳐집니다. 그나마 캐나다에서 이런 것들이 가장 발달된 벤쿠버나 토론토도 서울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비교 대상조차 되기 힘들죠.

제가 종종 제가 사는 동네를 '시골'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사실 인구 20만의 토론토 인근 도시입니다. 한국의 수도권 도시 주택가에서 야생동물을 보기란 참 쉽지 않죠. 요즘에는 참새조차 그 모습을 점점 잃고 있고요.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집 뒷마당에 찾아오는 아기토끼 손님도 볼 수 있고, 이런 토끼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려는 매도 볼 수 있습니다.
주택가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공원쪽으로 가면 종종 사슴도 보이고, 토론토 인근에서 조금 벗어난 소도시의 farm house 같은 곳에서는 저녁이 되면 늑대도 볼 수 있죠.



이렇게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보니, 주택가에도 자연이 잘 보존된 공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동네로 이사를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음에도 아직 집 반경 10Km내에 모든 트레일 코스를 다 가보지 못했네요.








겨울철을 제외하면, 아니 겨울이라도 눈이 쌓여있지 않고 바람 안불고 해가 떠있는 날이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인근 트레일 코스들을 하나씩 달리곤 합니다. 그렇게 달리다가 야생동물이나 물가를 만나면 잠시 멈춰서서 구경을 하거나 물놀이도 하고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스쿠터(한국에선 킥보드? 씽씽카? 라고 하던가요?)로 산택을 했고요.

주택가 골목 곳곳 마다 작은 연못이나 계곡 주변에는 짧은 트레일 코스들이 있고, 짧은 트레일 코스들이 왕복 2차선 주택가 차길 하나만 건너면, 서로 연결되서 수십 Km에 이르는 긴 트레일 코스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5~10분만 가면 큰 규모의 공원들이 있습니다.
무료 개방되어 있는 공원들도 있고 차량별 혹은 인원별 입장료를 받는 conservation 공원들도 있고요. 이런 공원들은 아무래도 그 규모가 더 크다보니 더 깊은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인도 아니고 너무 자연만 찾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찾아보면 작은 커뮤니티들에서 진행하는 festival이나 event들이 참 많고 다양합니다. 이런 행사들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부활절에서 추수감사절 사이의 기간에는 차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지역의 행사들만 찾아봐도 거의 모든 주 주말 달력이 가득 찰 것입니다.

Festival은 한국의 지역 특산물 축제처럼 보통 무언가 주제가 있습니다.
벌꿀 페스티발, 푸드트럭 페스티발, 메이플 시럽 페스티발, 할로윈 페스티발, 옥수수 페스티발, 화재 방지 페스티발, 교통안전 페스티발, 중국음식 페스티발, Greek 페스티발, 이탈리안 페스티발, 한가위 대축제 (한인회 주최) 등등...

행사의 요소요소 역시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죠. 주제가 되는 특산품이 있다면 그 제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있고, 그 주변에는 지역 상권에서 텐트나 트럭에 매대를 차리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푸드트럭들이 주변에 자리잡아 먹거리를 제공하고, 행사장 어느 한 곳에는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초청가수의 무대가 꾸려지거나, 연극/뮤지컬/인형극/마술쑈 등을 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 노래자랑 같은 행사도 합니다. 호숫가에서 열리는 행사라면 요트, 카약, 모터보트와 같은 수상 스포츠 대회를 같이 열기도 하고, 규모가 큰 행사라면 에어쇼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특산물 축제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입장료와 놀이기구입니다.
보통 이런 행사에는 입장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드나 헐리웃 영화에서 동네에 카니발이나 축제에 간 남주, 여주가 같이 놀이기구를 타면서 즐기는 모습을 간간히 볼 수 있는데요, 이런 festival에 같이 오는 것이 놀이기구 입니다. 에버랜드급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테고, 아무래도 이동식 놀이기구를 설치하기에 월미도급 정도를 생각하셔야 할 것 같네요.



위 사진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하는 CNE (Canadian National Exhibition) 사진입니다. 보통의 festival이나 event들은 금~일요일 3일간 열리는 반면 CNE는 양쪽 주말을 끼고 2주간 진행됩니다. 2주 넘게 진행되는 행사다 보니, 위 사진처럼 상당히 괜찮은 놀이기구들이 많이 딸려옵니다. 작은 festival이라면 성/미끄럼틀/배 모양의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어 만드는 놀이기구인 bouncy castle 정도만 있거나 가끔 전혀 없기도 하죠.

festival에서 타는 놀이기구의 가격은 상당히 비싸긴 합니다만(1번 탑승에 $4~8), 제 아이들은 이 맛에 festival에 가곤 합니다.


위 사진은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희 동네 소방서에서 주최한 화재안전 페스티발 전경입니다. 여기엔 별도의 놀이기구는 없고, 사다리차나 소방차 크레인에 탑승해보기 정도의 놀이기구가 있죠. (무료!!!) 그리고 소방호스로 직접 물을 쏴서 불을 꺼보기 체험이라거나, 고속도로 인명 구조대의 차량 해체 시범, 아이들 대상 초간단 CPR 배우기 행사 등등이 있습니다.
키즈카페와 놀이공원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상당히 지루해 할 것 같지만, 그건 어른의 시각이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위 사진은 인근 도시의 농장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페스티발 전경입니다.
여기에 놀이기구는 지푸라기 더미를 쌓아올려 만든 언덕이라거나, 그 더미에 큰 고무관을 올려 놓아 만든 미끄럼틀, 지푸라기 더미로 만든 트랙터 모형, 닭/칠면조/토끼/염소/양/소/돼지 등이 있는 축사에서 동물들에게 먹이주기 (먹이는 따로 사야하죠), 옥수수 밭에 만들어 놓은 미로가 있습니다. 아이들만 좋아할 것 같지만 의외로 성인 커플끼리 와서 지푸라기 더미에서 서로 뒹굴고 잘 노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여름이 되면 자주 찾는 곳 중에 하나가 동네 놀이터 중에 물놀이가 가능한 놀이터들 입니다.


한국에도 요즘 만든 아파트 단지에는 이런 놀이터들이 많죠?




또 물놀이터 외에도 위 사진처럼 여름철에는 도심에 있는 인공 분수대나 연못을 물놀이터로 개방하는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사를 할 때에도 역시 물놀이터 주변에 푸드트럭과 야외무대가 같이 자리를 잡고, 보통 행사를 주관하는 지자체에서 (혹은 스폰서 기업에서)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고무 보트나 물총 등등을 무료 대여 혹은 제공합니다.





위 사진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페스티벌인 Rib Festival입니다. 보통 일정 규모 이상의 Festival이 열리면 행사장 한쪽에 fence를 치고, 성인 인증을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맥주를 팔고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맥주를 파는 곳에는 어김없이 Rib을 파는 푸드트럭들이 자리를 잡죠.

Rib Festival에는 십여종이 넘는 Rib 푸드트럭들이 오고, 행사 기간동안 최고의 Rib을 투표로 뽑습니다. 그리고 다른 행사에 비해 상당히 넓은 음주구역을 갖추고 있죠.



특정 먹거리와 상관없는 행사들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인근 conservation park에서 열린 Halloween 페스티벌 사진입니다. 공원 내 축사와 헛간 몇 곳을 놀이공원 유령의 집 처럼 꾸며 놨죠. Conservation Park는 원래 입장료가 있는 곳이라, 별도의 행사 입장료는 없었습니다.


이런 Festival을 하게되면 거의 빼놓지 않고 같이 오는 탈거리는 wagon ride입니다. 행사 종류에 따라 별도 탑승권을 판매하는 곳도 있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아마 부활절 행사때 옥빌 지자체에서 진행한 easter egg 찾기 행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wagon ride가 무료였죠. 올드타운에서 진행된 행사라 따로 입장료도 없었습니다. Easter egg를 찾아내 받게되는 상품은 덤이고요.


겨울철이 되면 아무래도 야외행사는 진행하기 힘들어지기에 행사가 뜸해집니다. 고작해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Santa Festival같은 것이 열리는 정도죠. 그래도 위 사진처럼 실내에서 Super Dog Show 같은 이벤트를 동반한 실내 행사들이 간간히 열립니다.


그래도 정 심심하다면 실내 트램폴린, Rock climbing, 놀이터 등등의 유료시설을 이용 할 수도 있죠.

그리고 어른들에겐 좀 곤욕이긴 하지만, 너무 춥지않은 겨울에는 눈썰매를 끌고나가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기도 합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겨울철을 지낼만한 운동을 찾는다면 실내 스케이트장도 있습니다. 동네마다 커뮤니티센터가 있고, 커뮤니티 센터 2~3 곳 중에 1곳 정도는 아이스링크가 있습니다. 커뮤니티 센터 입장료는 지역주민과 지역외 주민간 차이가 있으니 거주지 지자체 커뮤니티 센터로 가는게 싸죠. 그리고 지자체 마다 다르지만 수영장 or 아이스링크 이용 쿠폰 묶음을 싸게 팔 때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자체에서는 할로윈 기간 전후에 그렇게 합니다. 이 기간에 살 경우 수영장 or 아이스링크 1회 이용 가격이 1인당 단돈 $1.50 $0.5 (재확인 결과 50센트네요. 업데이트 합니다) !!!

쓰다보니 결국 가족중심 activity들만 있네요. 제가 젊은 솔로일 때에 캐나다에 머문 것은 10여년 전 교환학생 시절에 벤쿠버에서의 삶이 전부인지라...
그래도 그 때에도 심심할 틈이 없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스키장 휘슬러에 UBC 학생할인 시즌패스를 끊어 놨기에, 주말이면 휘슬러로 올라가기 바빴고, 매일 아침이면 등교 전에 스탠리 파크에서 러닝이나 인라인 스케이트 타느라 바빴고 (간혹 다운타운 집에서 학교까지 인라인 타고 등하교 하기도 했고요), 주중에도 공부할 때 빼면 자취생인지라 요리와 청소 빨래로 바빴고, 또 살사댄스 클럽같은 학교 클럽에 가입해서 춤추고 노느라 바빴죠. ㅎㅎ

저는 좋아하지 않아 경험하지 못했지만 만약 낚시를 좋아하신다면, 호수가 많은 온타리오 주는 그야말로 낚시 천국이라고 합니다. 호숫가나 강가에 사시는 분들은 카약 한 대 사서 카야킹을 즐기는 분들도 많고요. 단, 온타리오에서 스키는 별로입니다. 눈은 참 많지만, 스키장을 만들만한 산이 없다보니 스키장이 별로 없고, 있어도 좀 빈약합니다.

캐나다에서 한국식으로 놀고 지내려하면 별로 할 일이 없을 수 있지만, 캐나다의 방식으로 놀면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6년 10월 9일 일요일

난 어떻게 취업이 된걸까???

처음 회사에 입사를 하고나서 3개월의 probationary 기간의 쫄깃한 긴장감을 겪고있었던 시절,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근데 왜 내가 취업이 된거지?"

영주권을 받고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을 때 저는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일을 잘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당장 실력이 좋아 가자마자 잘 할 자신이 있던것은 전혀 아니지만, 수 년 전에 제가 해왔던 개발자 세포 하나하나가 빠른 시일 내에 깨어나며 언젠가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였죠.

하지만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은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저를 돌아봐도 경력은 있으나 이미 5년 전 경력이고, 그렇다고 해도 그리 긴 경력도 아니고 4년 남짓의 경력일 뿐이고, 무엇보다 제가 해왔던 업무나 분야와 비슷한 직종은 찾기 힘들기에, 새로운 언어와 개발환경에서 일을 해야하는 것이 뻔했죠.

그러면 결국 엔트리레벨로 입사를 해야하는 상황일텐데, 엔트리레벨로 다른 경쟁자와 비교하자면 당장 컬리지 졸업도 안한 재학생인지라 처음 이력서를 작성하고 여기 저기 돌릴 때 부터 속으로 "안되겠지? 그래도 한 두번이라도 면접 걸리면 나중에 경험이 될테니 좀 해보자. 누가 알아? 이러다 덜컥 되버리면 좋은거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첫 구직에는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 때문에 제 스스로 방어기재가 작동해서 자기 방어와 최면을 거는 것일수도 있죠.

그러다 처음으로 면접 기회를 잡은 곳이 지금 회사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면접 당일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면접 전부터 지원 포지션 상세설명을 잘 읽지않고 잘못 지원했던 포지션이였고, 전화 통화로 진행했던 스크리닝 인터뷰 때 전혀 경력도 없는 Java쪽인 안드로이드 개발 포지션도 제안 받았으며, 막상 면접에 도착해서는 제가 안드로이드와 Java쪽으로는 정말 쑥맥이였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만 하고 나오는 면접이였습니다.

진짜 마지막 VP 면접에서 VP가 같이 일하자고 말하기 전까지는 속으로 계속 눈물만 흘리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이미 답은 다 정해진 것 같은데, 여기 더 이상 남아서 인터뷰 볼 필요가 있나? 
그래 맘을 비우자. 처음부터 경험삼아 해보는거였자나. 괜히 욕심 부려서 맘만 상하지 말자. 
경험삼아 보는거니까 일단 계속 남아있자... 
면접 할 때 물어보나 하나하나 다 기억해두고 적어두고 나중엔 이런거 다 공부 한 다음에 면접보자.
그런데 집에는 뭐라고 말해야하지???"

그렇게 너무나도 운이좋게 직장을 구해서 일을 시작했고, 처음 일을 시작하며 Java라는 언어와 요즘의 개발환경, 그리고 프로세스에 어색해 하며 모르는 것 하나하나 구글링 해가며 감을 잡아가던 시기에도 '그런데... 내가 왜 뽑힌거지?' 라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회사를 떠나게 될 때, 혹은 내 매니져가 나보다 먼저 회사를 떠나게 될 때, 한 번 물어보자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팀런치를 하러 밖에 나가게 되었고 어쩌다 이야기가 각자의 이민 이야기와 처음 직장을 구할 때 에피소드 등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저나 제 매니져가 회사를 떠나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저는 오래된 궁금증 하나가 다시 떠올라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내 오래된 궁금증 하나가 떠오르네?
알렉스, 기억 날 진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처음 죠인할 때 기억나?
너 왜 날 뽑았었니???
난 경력이 있긴 했지만, 이미 5년도 지난 오래전 경력이고, 그나마도 4년 남짓으로 짧았고, 안드로이드는 커녕, 자바도 제대로 된 경험이 없고, 시니어도 아닌데 원래 시니어 포지션 포스팅에 지원한 거자나. 
더구나 솔직히 인터뷰 과정도 난 완전 엉망이였다고 생각했거든. 
너 왜 날 뽑았었니?"

이미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지라 사실 매니져도 당시의 상황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제 인터뷰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팀과 Windows팀 양쪽에서 동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몇 가지 특이한 상황이 있었던지라 그와 관련해서 하나 둘 씩 어렴풋한 기억을 꺼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솔직함으로 기억하는 바를 털어 내더군요.

"먼저 이유가 어찌되었던, 당시 면접 전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라면 Junior 포지션으로 뽑기로 이야기 되었었어. 분명 선입견이긴 하지만, 한국사람이라 잘 따를꺼라 생각했고, 그래서 junior로는 적절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어."

"회사가 커지며 업무가 많아지니까 중급 아니면 고급 개발자가 필요한건 맞긴 했지만, 당시에 사람 찾기는 어려웠고,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나가고 있었지. 스티븐이랑 (윈도즈팀 매니져), HR이랑 이야기 하다가 그랙 괜찮다면 쥬니어로 받아보자 지금 당장 사람 필요한데 그렇게라도 사람 받아서 일해야지 라고 정했었어"

"네가 진행했던 기술 인터뷰 내용들은 내가 지금 기억이 안나. 얼마나 잘했었는지 못했었는지. 그런데 확실한건 기술 인터뷰들을 진행했던 interviewer들의 평가가 괜찮았다는거야.
처음부터 시니어 받는거라면 인터뷰 질문 과정들에 답변을 얼마나 잘하냐. 시니어로서 알아야만 할 만한 질문들에 다 대답을 하는지가 중요해. 그런데 넌 쥬니어 수준으로 면접 시작 한 거자나. 그러면 네가 얼마나 많이 정답을 맞췄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아, 그러고보니 몇가지 생각나는 피드백이 있었고 다들 그걸 좋게 생각했어. 어떤 질문들이 주어졌을때, 너는 '몰라' 라고 이야기 하면서, '예전에 이런거 했는데 그거 비슷한 것 같다. 이것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똑같은 개념은 아닌것 같은데 C에 있는 이런거랑 같은 방식으로 쓰이는거 아니야?' 등등, 몰라도 그냥 모르고 끝나거나, 모르는 것에 대한 변명을 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보는게 좋았다. 시니어 면접이였으면, 이것도 모르면서 시니어야? 했겠지만, 쥬니어이기에 이런 접근 방식들이 좋았다"

"그리고 오스카 (당시 CTO)가 면접 전에 네 이력서 보고 맘에 들어하더라. 개발과 PO경력 둘 다 있다고. 개발자로서 PO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고 우선순위에 대해 명확할 거라고. 그리고 개발자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나 우리 회사 제품에 익숙해지고, 만약 말도 좀 된다면, PO 포지션으로도 쓸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사실 위 이이야기는 면접 과정에서 오스카가 제게 '난 니가 개발과 PO경력 둘 다 있는 것이 맘에 들었다' 정도로 간략하게 말 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냥 립서비스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냥 솔직히 이야기 했던 거였네요.

어찌되었건 지금은 매니져가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기억을 못하지만, 정리해보니 역시나 저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실수로 시니어 포지션에 지원한 것이지만, 회사에서 마침 사람 부족한데 구하기는 힘들다보니 쥬니어라도 사람 괜찮아 보이면 채용 해보겠다고 매니져들이 결정한 것은 누가 뭐래도 100% 운이죠.

누가봐도 개발자로서 경력단절인 지원자였지만, 회사가 커지며 PO역량 또한 중요시 되고 있던 시점이였고, 당시 CTO가 PO와 개발을 모두 담당했었기에, VP가 보기엔 제가 오히려 괜찮을 수도 있는 멀티 플레이어 카드였습니다.

또한, 정말 고마운 분들은 저보다 먼저 제 회사를 거쳐갔던 많은 한국인, 혹은 한국 출신 선배들입니다. 그 분들 모두 남들과 다투기 보다는 따르는 편이였고, 일을 하면서 입으로 싸우기 보다는 코드로 싸웠고, 좋은 성과와 평가를 남기고 떠나셨기에 제 매니져에게 좋은 선입견을 심어준 것이죠. 만약 그 분들이 게으르고, 말만많고 결과는 없고, 분란을 조장하고 떠났다면 제 면접에 악재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역시도 제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저 운이라 할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예전에 유럽쪽의 소도시로 유학을 가셨던 어떤 분이, 외국에 나가서 한 사회에 정착하여 장기간 소수민족/소수인종으로 지내면서 겪게되는 어려움 중 하나는 나 하나라는 개인이 우리나라/우리민족/우리사회라는 대표성을 가지게 된다는 부담감이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식이건 선입견이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한 저를 경험했던 다른 사람들이 한국인, 한국출신 사람들에 대해 좋은 선입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학교 다닐 때 같이 입학했던 친구들이 이제 졸업한지 9-10달 정도 지났는데, 이제 제대로 된 개발자 포지션으로 구직 소식이 하나 둘 씩 페이스북을 통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소수의 학생들만 개발자 포지션을 구직 했지만, 첫 커리어를 구하는 것은 적어도 반년에서 일년은 보통 걸린다는 말이 진짜인 것 같긴 하네요.

2016년 9월 24일 토요일

구직활동 중단

이직을 위한 구직활동 선언을 한 지 한 달 반만에 다시 그 선언을 revoke 하려니 좀 민망하긴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에 구직활동 중단을 결심했습니다.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시간순으로 한 번 정리해보죠.

지난달 초 이직을 위한 구직 활동을 시작 해보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당장 급한 것이 있는 상황은 아니였던지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는 않았고, 지인 회사에서 제가 할 만한 포지션의 구인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거나,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보던 회사에서 LinkedIn을 통해 컨택을 해 온 경우에만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현 직장에서 근무조건 (연봉/베네핏 등등)에 대한 불만은 없었고 다른 이유에서 결심한 이직이기에, 연봉 인상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쁜 조건으로 옮길 이유 역시 없었죠.

그래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가면 내가 담당할 업무가 무엇인지와, 현 직장대비 출퇴근 시간, 그리고 연간 휴가기간이였습니다.

회사들의 분포상 어쩔 수 없지만, 인터뷰를 본 회사들은 모조리 토론토 다운타운에 위치한 회사들이였습니다.
출퇴근길 어마무시하게 막히는 토론토 시내와 비싼 주차비용으로 자가용 출퇴근은 상상할 수 없고, 버스+기차+지하철 혹은 자차+기차+지하철의 출근 동선이 생기는데, 출퇴근 시간 뿐 아니라 비용 역시 현재 대비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새로운 일을 한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모든 다른 조건이 현재와 동일하다면
출퇴근 비용/시간 증가로 오히려 제가 손해를 보는 일이 될 수 밖에 없겠더군요.

그래서 출퇴근 비용을 계산 해 보았습니다.
현재 자차 출퇴근 시 왕복 비용은 기름값 약 $4입니다.
토론토 다운타운 대중교통 출퇴근 시 왕복 비용은
(옥빌버스 $3.5 + 기차 $8.65 + TTC $3.25) X 2(왕복) = $30.8

허걱... 매일 $26.8이 더 들어갑니다.
연간 추가비용은 무려 $7,000에 육박하는 수치였습니다.
$26.8 X 5일 X 52주 = $6968

거기에 출퇴근 시간이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증가...

그래서 결정한 이직시 연봉 조건은, 주 3회 이상 재택근무 가능한 경우에는 현재와 동일 연봉 제시, 주 2회 재택근무 시에는 $2,000 올리고, 원칙적으로 재택근무를 지원하지 않는 회사라면 $6,000 올렸습니다. 실제 비용보다 싸게 올렸죠.

출처: http://www.gograph.com/illustration/the-negotiation-was-bearing-fruit-through-compromise-gg64250051.html


그런데 이렇게 연봉을 결정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인이나 각 회사 HR과 이야기를 할 때는 모르겠지만, 리크루팅 에이전시를 통해 이야기를 할 때엔 에이전트가 너무 연봉 조건이 쎈거 아니냐는 말을 했습니다.
그간 총 경력은 10년이 넘긴 한데... 개발 경력만 다 합치면 5년이고, 그나마 오~~~래된 경력을 제외하면 이제 1.5년의 경력인데, 너무 올리려는것 아니냐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받는 연봉 만큼만 요구하는거다. 조금 올리긴 했지만, 늘어나는 교통비 실비보다 오히려 낮게 올린것이라 이야기 했었죠.

그간 그렇게 지인추천, 회사 HR에서 직접 컨택, 에이전트를 통한 컨택으로 총 3건의 인터뷰를 진행 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종적으로 조건에 합의해서 오퍼를 받은 회사는 그 동안 없었습니다.

조건에 합의해서 오퍼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충분한 실력을 인터뷰 시에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겠고, 그 외에도 에이전트가 지적했던 것과 같이 연봉 수준이 부담되는 상황이였으며, 또 제 경력사항 역시 조금 문제가 되었습니다.

제 경력에 대한 문제를 되짚어 보자면, 사실 제가 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갖게 된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어느정도 일치합니다.

보통 회사들에서 Android 개발 일들은 서버에서 가공/처리한 데이터를 가져와 어떻게 예쁘게 뿌려주고 어떻게 사용자가 각 메뉴들에 접근하기 쉽게 해주느냐에 집중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부분 회사에서 Mobile 개발자에게 기대하는 능력은 App UI 구현 능력입니다.
하지만 지금 직장에서는 App에 UI가 거의 없습니다. 단말의 App은 사용자가 사용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고, 단말의 기능들과 설정들을 제어하기 위한 app이기에 지극하 단순한 UI만 있고, 모든 로직들은 백그라운드 서비스로 구현이 되어있죠.

지인을 통한 지원 시에도 지인을 통해 UI쪽 경력이 없는게 안타깝다는 말을 들었고, 직접 지원 한 케이스에도 면접 도중에 이에 대한 말을 직접 들었었죠.

또 다른 문제는 에이전트가 한 번 말한 적 있는 연봉 문제였습니다.
이 연봉 문제 부분에서는 현 직장에 상당한 고마움을 갖게 되었는데, 결국 다른 데서는 선뜻 내주기 힘든 수준의 돈을 지금 직장에서는 저에게 주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어떤 곳은 이미 사전 인터뷰 시에 제가 생각하는 base salary를 이야기 했음에도, 인터뷰 종료 후 그 보다 낮은 금액을 회사에서 제시 하더군요. 그 금액은 사실 현 직장에서 받고있는 금액보다도 낮은 액수였고, 증가된 교통비 7천불 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감액이였습니다. 가고싶은 회사이긴 했지만, 지금보다 낮은 처우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포기했습니다.

이직 결심 후 처음 1달 정도는 이렇게 저의 시장가치를 알아보는 실패의 경험만 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저와 궁합이 잘 맞는 직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좀 더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던 지난 금요일 매니져와 잠시 1:1 면담을 가진 이후 구직활동을 접기로 했습니다.

뜬금없이 1:1 면담을 요청하기에 회의실에 들어가 현 Scrum team운영상 문제점 등 이런저런 업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며 몇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제가 꺼낸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저희 팀 스크럼 마스터가 스크럼 마스터라는 롤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왠지 매니져가 다른 사람들에게 마스터 자리를 넘겨아보라는 제안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죠. 저는 스크럼 마스터같은 롤은 정말 싫거든요. 그래서 현재 문제점들과 제안을 하면서 항상 같이 섞어서 했던 이야기가 "나는 성향상 그런거 진짜 싫어서...", "난 전에도 해봤지만 정말 그게 싫어서 캐나다까지 이민온건데..." 이런 말들이였죠.

그렇게 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들을 주고받고나니 매니져가 뜬금없이 "Are you happy with your salary?"라고 묻더군요.

Happy라고 한다면, 지금보다 올라갈 여지를 잘라버리는 것이고, Not happy라고 한다면 실제 있지않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 보통 이런류의 질문에는 이중부정으로 대답을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습니다. 

"Not disappointed"

그러자 나는 매니져로서 팀원들이 일과 관련된 것은 happy하기를 바란다면서, 올 12월까지는 연봉을 또 다시 조정 해 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며 이런저런 부연설명을 하는데 결국 6-7천불 미만 수준에서 소폭 조정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조건을 제시했죠.
"기술이 발전해도 거기에 만족 안하고 더 발전시키는 것 처럼, 연봉은 그것이 얼마든 해피할 수 없는게 연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오를 땐 해피할 수 있어도 몇 달만 지나면 그 연봉은 당연히 자기가 받을 연봉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일것이다.
난 연봉 말고 진짜 불만은 따로있다. 여기 휴가 정책은 캐나다 법적 기준에는 만족한다. 아니 정확히 딱 법적 기준만큼만 만족한다. 캐나다 IT 회사들의 industry standard에서는 한참 부족하다. 만약 내가 지금 회사를 떠난다면 휴가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휴가 +1을 답변 받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정확한 조건은 추후 확인이 가능하지만 지금보다 향상된 benefit package 역시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로서 커리어와, 개발자 외에 다른 포지션이라도 커리어 변경에 대한 몇 가지 카드 역시 제 손에 쥐어줬죠.

'옴 마니 밧 메움 훔. 내가 보았노라. 관심법으로 보았노라. 네 이직을 원하느냐? 그럼 내가 못가게 붙잡겠노라'

매니져가 진짜 관심법을 쓰는지몰라도 제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시기에 적절한 조건들을 딱딱 제시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주 금요일에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풍성한 선물들을 받고나서는 당분간은 그냥 눌러앉기로 했습니다. 이 곳에서 제 실력과 경험을 좀 더 키우기로요.

하지만 이 매니져의 관심법은 어떻게 된 연유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목요일, 그 궁금증이 해소 되었습니다.

약 20여명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중에 2명이 퇴직을 한다고 하더군요. 지금 안드로이드 개발자 중엔 시니어가 6명인데, 시니어 중 33%가 퇴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퇴사자 중 한 명은 제가 속한 스크럼팀의 스크럼 마스터입니다.

현 스크럼팀에서 퇴직과 회사 내 팀 이동 등으로 인력이 연쇄적으로 빠져나가게 되었고, 안드로이드 개발자 역시 단순 2명이 아닌 시니어 2명 퇴사로 파급이 적지 않은상황이라 남은 사람들이라도 단속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저런 미끼를 던진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저에게는 좋은 일이죠.

솔직히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휴가 기간이 늘어난 것이고, 그 다음은 커리어에 대해 제가 다양한 카드를 쥐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서버쪽으로 업무를 확장하면서 '이 산이 아닌가벼...' 라고 느끼며 죠커 한 장을 버렸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다시 한 장의 죠커를 얻었네요. 이번 카드는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고 써야겠네요.

2016년 9월 6일 화요일

캐나다 이민에 대한 저의 시각

제 블로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이민 관련 문의나 상담을 하십니다. 적어도 매 주 한 통 이상의 메일이나 행아웃 메시지를 받는 것 같네요. 한국의 연휴 기간이 있는 주차에는 한 주에 서너통 이상 받기도 하고요.

제가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뵙고, 매번 비슷한 내용이지만 항상 답장을 드리며 소통하는 이유는 제가 이민을 준비할 때 느꼈던 정보와 채널 부족에 대한 갈증 때문입니다. 작지만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이지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요즘 이민관련 규정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보니, 긍정적인 메시지를 많이 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답변을 드리는 것은 넘쳐나는 이민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들 때문에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시각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의견 역시 객관적인 시각일 수 없습니다. 제가 경험한 캐나다는 수 없이 많은 캐나다의 작은 조각들 중 극히 일부일 뿐이며, 제가 아는 관련 지식 역시 그 중 일부일 뿐입니다.
제가 고민하고 경험했던 이민 프로세스/카테고리 외에는 제가 거의 알지 못한다고 봐야합니다. 또한, 경험했던 이민 프로세스라 하여도 이 역시 현재 기준으로 변경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그 변경사항을 알고있지도 못하고요.

저도 메일을 드릴 때 마다, 다른 분들의 꿈에 훼방을 놓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이민 업체들에서 보내는 메시지들과 조금은 다른 제 생각과 제가 알고있는 정보들을 그대로 전달해 드려서 정보를 받아들이시는 분들께서 본인의 생각을 기준삼아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갖추기를 희망하기에 그런 식의 답변을 드립니다.

제가 일명 '이민병'에 걸렸을 당시를 생각해보면, 이민에 대한 관심은 곧 꿈이되며, 그 꿈은 의지가 되고 , 곧 이민에 대한 갈망에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민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것은, "과연 내가 타지생활을 할 만큼 충분히 단단한가?" 정도의 불안함이였죠.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제도적으로 이민이 어렵다는 내용 보다는, 본인의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소개되며, 여러 성공사례들만 보여줍니다.
그렇다보니 이민병 초기/중기에 제가 생각했던 이민에 대한 어려움은 타지 생활과 언어, 그리고 문화적 불편함/갈등 정도이지, 실질적으로 영주권을 받고 생활하는 것은 일정 수준의 노력만 있다면, 마치 부동산 매매 시 인감도장을 만들고 인감 등록을 한 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것과 같이 단순히 하나씩 밟아 나아가는 행정적 절차일 뿐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저는 그나마 부모님께서 다른 나라로 은퇴이민을 떠나 생활하고 계신 상황이라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준비를 해 갈 수록 조금이나마 이민 제도/절차 그리고 현실적인 저의 이민 가능성에 대해 눈을 떴습니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 주변에 한인 사회들을 살펴보니 실제로 타지 생활에 대한 서러움과 어려움보다 영주권 취득을 위한 제도 자체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민 방식을 일단 출국 후 어떻게든 영주권을 받아보자 보다는 영주권을 먼저 받고, 출국을 하는 방식 위주로 바꾸게 되었고, 이민 제도/방식/절차에 대해서도 업체들의 홍보 자료들 보다는 각 국의 이민성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정확한 정보를 먼저 확인하여 현실적으로 내가 이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를 먼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캐나다에 이민을 노리시는 분들이 많이 생각하는 일명 "유학후 이민" 이라 부르는 방식의 경우 현재 Express Entry제도 하에서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영주권 신청 단계까지 이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나 일반적으로 30세가 지나 이민을 노리는 많은 한국의 개발자 분들의 경우 나이 감점으로 인해 더욱 더 그러하죠.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 라는 생각만으로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유학원의 말만 믿고, "졸업하고 회사 다니다 보면 어떻게든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과 굳은 의지만으로 오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내키지는 않지만 훼방꾼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지, "나는 했지만 넌 못할꺼야" 라는 식의 생각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분명 제도가 어찌되었건 매 년 약 25만명이 캐나다 영주권을 받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생업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건너오기 전에는 '나도 어떻게 하다보면 그 25만명 중 하나가 되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 보다는, 정확히 그들은 어떻게 온 것이고, 나는 어떤 이민 카테고리를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의 제도 기준으로 적어도 한 번 쯤은 검토를 해 보시라는 것이 제가 드리는 일관된 메시지입니다.

마지막으로 간혹 이민 카테고리 선택이나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전문적인 진로/이민 컨설턴트도 아니고, 관련 분야의 지식이나 경력을 갖춘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러니 상담이나 저의 추천 보다는 제가 캐나다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일 들에 대한 정보 확인 정도가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이며, 캐나다 이민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께서 저를 활용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8월 8일 월요일

다시 한 번 구직!?!

안녕하세요.

2 주간의 휴가에서 복귀한 후, 그 간 밀려있던 메일들 쳐내고,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2주간 밀려있던 가드닝을 하느라 조금은 정신없는 1주를 보냈습니다.

원래 휴가 복귀 후에 회사에서는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지지난 주에 완료되었어야 하는 프로젝트가, 검증 인력 부족으로 full regression testing이 2 주 지연되는 바람에 지난 주에야 끝이 났습니다.

이미 반년 전에 예고한 휴가였지만 개발 기간 중 가장 time critical하고 바쁜 순간에 휴가를 갈 수 있다는 것이 아직 한국물이 덜빠진 저로서는 조금 신기했는데, 휴가 복귀를 해 보니 팀 매니져 역시 휴가중이네요 ㅎㅎ.

휴가 직전에 연봉 협상도 순조롭게 마무리 했고, 회사 사람들과도 원만하게 잘 지내고 있고, 근무 강도가 너무 빡세서 work-life balance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회사 매출과 수익은 계속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라 월급 떼일 걱정도 없고, 이 회사에서 일한지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안되서 사실 이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제부터 천천히 이직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사실 휴가 직전 제 성과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협상을 할 때에도 이직에 대한 생각을 30% 정도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조건을 이야기 할 때 제 주장을 너무 앞세우지 않았고 적당히 acceptable한 선에서 멈췄지요. 아마 이직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어떻게든 3주 휴가를 받아 냈을 겁니다. 그리고 휴가 기간 중에 이런 저런생각들을 많이 정리하게 되었고, 이제는 이직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30%에서 70% 까지는 올라온 것 같네요.

지금 제 조건에서 이직을 해도 이런저런 조건이 크게 나아질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연봉 협상을 통해 오른 저의 지금 연봉 이상을 다른 직장에서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수준의 연봉을 그대로 받는 것 역시 부담스럽습니다. 오~~~래 전에 개발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하고있는 영역과는 조금 다른 영역이고, 지금 하고있는 일의 경력은 1년 반 밖에 되지 않기에, resume를 통해 저를 처음 알게되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이 눔 뭔 배짱으로 이 돈을 달라고 그러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언변이 뛰어나다던지, job 인터뷰용 구술 이론에 빠삭한 것도 아닌지라 면접을 치루는 동안 제가 그 만큼의 value가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역시 썩 자신있지는 않거든요.

캐나다의 법적 최소 휴가는 연간 2주이고, 지금 회사에서는 2주의 휴가를 주지만, 보통의 IT 기업들에서는 3주의 휴가를 주기에 휴가는 지금 보다 늘어 날 것 같습니다. 제가 3주 미만의 휴가만 가능한 경우 옮기지 않을 생각이기도 하고요.

그 외에 치과/안과/약값 등 benefit 부분에서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 본 결과 딱히 그 benefit을 제가 전부 챙겨서 쓰지도 못하다보니 이런 benefit에서 오는 실질적인 이득 역시 그다지 높지는 않더라고요.

출퇴근 시간 역시 지금보다 오히려 더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도시와 그 주변에도 몇몇 IT 회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딱히 갈 만한 곳은 없더군요. 아무래도 IT 회사의 분포상 토론토 다운타운으로 갈 확률이 높은데, 그렇게 된다면 자차 출퇴근도 어려워 기차를 타고 다녀야 해서 출퇴근 비용과 시간이 지금보다 2~3배 정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옮기려고 하냐고요?

조금은 우스운 말 일수도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이 역시나 직장 생활의 만족도에 있어서 critical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바로 "무료함" 때문입니다.

지금 회사에서는 scrum을 개발방법론으로 쓰고 있기에 매 스프린트는 2주 입니다.
그런데, 저는 매 스프린트의 첫 주 수~목요일 정도면 해당 스프린트의 개발 task를 모두 마치는 편이며, 이후에는 할 일이 없어 말 그대로 손가락을 빨고 살죠.

처음에는 그 다음 스프린트의 타스크들을 미리 땡겨서 구현하여 개인 브랜치에 꿈쳐두기도 해 봤지만, 이는 그 다음 스프린트, 다다음 스프린트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였습니다.

그 다음부터 저의 대응은 스프린트 회의 때, 다음 스프린트의 스토리 숫자를 늘리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제가 할 수 있다고 해도, 서버쪽 개발에서 손이 부족해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였죠. 그래서 결국 올해 초 부터는 저도 서버쪽 개발에 발을 담그기 시작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그 쪽 개발을 할 욕심이 없었지만, 무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매니져와 협의 후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분야로 발을 넓히긴 했지만, 아직도 매 2 주 마다, 3~4일 정도는 할 일이 없는 배고픈 하이에나 같은 신세로 어슬렁 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서버에서 agent까지 full stack으로 할 테니 스토리를 늘리자고 해도 QA에서 그 속도를 맞추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매니져의 판단이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은 각 제조사나 구글의 문서를 정독하고, 경쟁사 제품을 살펴보고, 현재 우리 제품을 비교한 후에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새로운 피쳐들을 제안하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팀 PM이 상당히 스마트한 편이라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들이였습니다. 단지, 고객 needs 기반 우선순위가 떨어져 구지 개발하지 않는 것일 뿐이였죠.

그렇다보니 매니져와 1:1 미팅을 할 때 마다 좀 심심하다는 것을 계속 어필했고, 그래서 다양한 고객 문제나 시장문제 긴급 대응, 혹은 오랜 기간동안 해결이 안되는 장기 미해결 문제들에 제가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타스크가 아닌지라 완전히 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몇 달 정도 혼자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나름 안드로이드 에이전트의 구조설계 부분에서 작지 않게 흔드는 큰 내용인데, 이를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였고, 팀의 역할상 제가 속한 팀 보다는 다른 팀에서 해야 할 업무인지라 결국 업무 이관을 했습니다. 막상 업무 이관을 한 후에 그 팀에서 구현한 내용을 보니 제가 생각해 두었던 것 보다 디자인과 구현을 훨씬 잘 했더군요. 아무래도 그 쪽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제가 손은 남들보다 빨라도 두뇌가 빠른 것 같지는 않은가봅니다.

삼성에서도 아주 잠깐... 제가 속해있던 부서가 해체되기 직전에 약 한 달 동안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오래간만에 느끼는 여유로 너무 행복했지만, 곧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오히려 더 심한 스트레스가 찾아오더군요.
지금은 매 2주마다 3~5일씩은 회사에 가면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할 일을 찾아낼 것인지 고민하는데, 이 상황이 거의 9달 째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만에하나 이번 연봉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당장 이직을 하려고 했는데, 대부분의 제 조건을 회사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덕분에 약간은 멍~한 상태로 마무리 짓고 휴가를 떠난 것이죠.

휴가 직전에 사인을 하고 바로 휴가를 떠날 때만 해도, 무언가 이룬것 같고,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2주의 휴가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제 스스로 "이건 진짜 아니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제가 느낀 것이 잠시잠깐 여유가 있을 때면 저는 인터넷이나 책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휴가 복귀 이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찾기 위해서였죠.

이렇게 자료를 찾아보면서 새로운 지식들도 얻게되고 유익한 면도 있지만, 이 상태를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에는 제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한 일이 없더라도 회사 시스템에는 매일 8시간씩 제가 한 업무의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아주 사소한 일들도 3~4시간씩 한 것 처럼 뻥튀기를 하거나, 이미 완료된 타스크들도 여러 날에 걸쳐서 로깅을 남기고, 스프린트 막판에 실제로 완료된 것 처럼 날짜 분배를 해야만 했습니다. 무료함과 심심함도 문제였지만, 저의 이러한 행위들로 인한 죄책감 역시 문제입니다.

휴가 복귀 이후에 지난 달 이직을 하며 연봉 협상에서 제가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친하게 지낸 전 직장동료의 집에 놀러갔습니다. 새로운 직장은 어떤지, 애들은 잘 크는지, 한국 여행은 어땠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저의 고민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 친구역시 저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더군요.

지난달에 저에게 이직 이야기를 꺼낼 당시만 해도, 새 직장에서 연봉은 큰 차이 없지만, 개인 휴가 외에 매년 연말 1주간 직장 shutdown을 하기에 실제 휴가 기간은 연 4주로 늘어나고, 또 예외적으로 주 4일 재택근무를 회사에서 제시하여 갓 태어난 둘째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직을 하려 한다고만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 역시도 별 생각없이 다른회사에서 온 컨택에 응한 이유가 결국은 무료함과 죄책감 두 가지였다며 저의 생각에 100% 동의를 했습니다.

정말 배부른 소리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의 무료함과 죄책감으로 인해 이제 저도 서서히 이직 준비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 성격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삼성에서 월화수목금금금에 추석/설에도 딱 1일만 쉬던 시절에 회계사인 제 형님이 감사팀에서 M&A로 팀을 옮기려고 한다는 이야기 했을 때, 저는 감사팀 업무가 너무 고되서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감사시즌만 되면 형이 하는 일은 저 보다도 훨씬 고되고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히려 정 반대였습니다. 감사담당 업무 성격상 회계 감사시즌이 되면 몇 달 동안은 밤잠 못자고, 휴일 없이 일을 하지만, 비시즌 기간 동안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데, 이 비시즌 기간동안 딱히 일이 없는 것이 힘들어 자기가 일만 잘 물어오면 일년 내내 일감이 있는 다른 분야로 옮기려 한다고 했었습니다. 저도 당시에는 이게 말인지 당나귀인지 모르겠다며 그런 형이 그저 부러웠을 뿐이였죠.

하지만 저도 한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였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삼성에서 그런 경험을 해 보니 바쁜 것 보다 더 힘든 것이 심심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헤드헌터들의 연락이 오면 지금 직장에 만족하여 옮길 생각이 없다고만 말 해왔는데,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그들의 컨택에 응답을 해보려 합니다.

처음 직장이 너무나 운이 좋아 큰 기대없이, 별다른 준비를 못하고 와버려 구직에 대한 노하우나 지식이 없으니, 이제 이력서 쓰는 법 부터 하나씩 공부를 해야겠네요.

작년 연초에 이 회사에 들어오면서 느꼈던 긴장감과 새로움에 대한 적절한 두려움과 신선함... 오늘부터는 내가 이 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가기 보다는 이러한 감정을 다시 찾기위해 나아갈 생각입니다. 기간이 얼마가 걸리건 간에, 뜻이 있다면 어딘가 길이 보이겠죠.


2016년 8월 1일 월요일

일상으로의 복귀

안녕하세요. 7월 중순부터 어제까지 약 2주 조금 넘게 휴가차 한국에 다녀 왔습니다.

사실 어지간해서는 구지 한국에 휴가로 가고싶지는 않았지만, 정리해야 할 것들도 있고, 장인어른/장모님이 아이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시기도 했고, 또 아이들이 커 갈수록 한국에 들르기 점점 더 힘들어 질 것 같아 기회가 되고, 아직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남아 있을 때 쓰자는 생각으로 약 3년만에 한국에 다녀 왔습니다.

전에는 출장으로 매 달 한번 이상 가던 인천공항인데, 휴가차 인천 공항에 내리니 뭔가 다르더군요. 그 전에는 "이제 집이다." 라는 생각에 마음도 편안하고 좋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편안함도 없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색다른 여행에 대한 설렘도 없어서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가족들을 본다는 기대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서 첫 번째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갓집에 짐을 풀고 평일이 찾아와, 급한 은행과 관공서 업무를 보기 위해 여기저기 바쁘게 발품을 팔고 다니며 좋았던 점들은,

  1. 택시비가 매우매우 저렴하다
  2. 버스/지하철 노선이 거미줄보다 더 촘촘하게 되어있음에도 정말정말정말정말 싸다
  3. 외식비가 매우매우매우 저렴하다
  4. 돌아다니다 목이 말라 주변을 돌아보면 지천에 널린 것이 편의점과 카페다
  5. 주점은 그 보다 더 많다!
  6. 사전 약속을 잡지 않고 갔음에도 은행과 관공서의 대기시간이 짧은 편이고 매우 친절하다
  7. 주민센터(구 동사무소) 건물이 무지하게 멋지고 크다!!!
  8. 주민센터 내에서 매우 다양한 무료 (혹은 저렴한) 강좌들이 매일 제공된다!



이렇게 다시 익숙한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다시 안좋은 일들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처갓집에서 주민센터까지 거리는 약 2Km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인데다, 하천변 산책로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기에, 휴가기간 중 부족한 운동량을 조금이라도 채워 볼 요량으로 도보로 다녀 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한바탕 싸움, 혹은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딱 위 사진의 지점이였는데요. 횡단보도 신호를 받아 길을 건넌 후 위 사진 왼쪽의 교통 섬에서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 길을 건너는 중이였습니다. 40~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우회전 차량이 다가오고 있었고, 안전을 위해 저는 건너기 전 그 운전자와 눈을 맞췄습니다. 분명 그 운전자도 저를 쳐다봤고요.
그래서 저는 이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고 1/3 정도 지점에 왔을 때 쯤, 가속 패달을 밟은 엔진 광음과 함께 크락션 소리를 듣고 우측을 쳐다 봤습니다. 그런데 저와 눈이 마주쳤던 그 액티온 차량 운전자가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죽고싶냐며 욕을 하며 달려오고 있더군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했습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그 차를 쫒아 뛰어갔지만 멀어져 가는 욕지거리 소리만 들릴 뿐 따라 잡을 수는 없었죠.

허허 참... 제가 무단횡단을 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보행자가 우선인 횡단보도에서 저를 보지 못한 것도 아니고, 분명 충분히 먼 거리에서부터 눈이 마주쳤으면서 저를 보자마자 오히려 가속패달을 밟으며 저 보다 먼저 지나가려 하다니...

휴가 시작부터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긴 했지만, 그 날 이후로 왠만해서는 도보 이동을 삼가하기 시작 했고, 아이들과 어디 나갈 때에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의를 하며 길을 건넜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런 보행 습관에 다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였죠.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전형적인 한국의 여름 날씨가 시작 되었습니다.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사우나가 된 것 처럼 습하고 끈끈하고 더운 날씨가 밤낮을 가리지 않았죠.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 남부가 호수들 때문에 습도가 높아 여름에 끈적끈적하다고들 말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매우 뽀송뽀송한 날씨죠.

며칠간 급한 일들을 먼저 정리한 후, 낮에는 아이들에게 한국 추억을 남기기 위한 수도권 인근 여행을 다녔고, 저녁에는 친구들, 옛 은사님, 친지 등을 만나러 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한국에 살 때에도 수도권에 살았지만, 성향상 서울로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오래간만에 서울 이곳 저곳을 누볐는데, 이제는 양평, 용문산, 춘천까지 지하철로 갈 수 있어서 참 편하고 또 놀랍더군요. 뭐... 차량 안에 승객들을 보니 8할 이상은 노년층 무임승차 대상자로 보여 아마도 적자노선일듯 했지만, 어쨋건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참 편했습니다.

또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전화가 필요해 선불유심을 구매 했는데, 정말 전화요금이 저렴하더군요. 캐나다 요금을 생각해서 선불유심을 살 때, 5만원 정도를 충전하고, 500MB 정도 선불 데이터를 별도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대리점 사장님이 일단 3만원만 충전해도 될 것이라고 말리더군요. 나중에 추가 충전도 가능하니 일단 그 말을 따랐는데, 결국 2주간 지내면서 3만원 중 1만원도 채 다 쓰지 않았습니다.
통화를 많이 하지 않기는 했지만, 나름 길을 찾고, 맛집 검색을 하고, 버스 노선을 찾는 등 적지않게 데이터를 쓴 것 같은데 실제사용 요금은 얼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편하고 좋은 한국이지만, 다음 휴가에는 다시 한국으로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에 가자고 말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지 않다면요.
귀향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막상 가보니 저의 일상이 있는 곳이 아닌지라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인천공항에서 캐나다로 가는 출국 비행기를 탔을 때 오히려 집에 간다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들었습니다. 또, 저에게는 이국적이거나 신비롭고 새로운 곳이 아닌지라 설레임이 없었구요. 그리고 분명 휴가 기간임에도, 제가 오랜 기간 살아온 곳이라서 그런지 제 자신이 나태하게 사는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매일 아침 한강 고수부지나 하천변 산책로에 러닝을 하러 갈 때 마다 출근길에 오르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나 길 막히기 전에 출근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래도 되나?" 같은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한국/한국인에 대한 소속감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기 위해서라도 5~6년에 한 번 정도는 한국 여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아니였지만 이번에 한국 여행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아이들과 함께 한글 공부를 하면서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들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국기'라는 단어가 나와 국기를 그리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태극기가 아닌 캐나다 국기를 바로 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뭔지 모를 서운함을 느낀 것도 한 몫을 했거든요.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나도 더웠고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제가 미리 국제운전면허증을 준비하지 못 해, 대중 교통으로만 이동한다는 제약이 있었기에, 고궁이나 민속촌, 박물관 같은 곳은 건너뛰었지만, 다음 번에는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철에 한국에 와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 한 곳과 함께 한국의 역사와 색깔을 보여주는 곳 들도 다녀오고 싶습니다.

2주라는 시간이 썩 길지 못해 만나고 싶은 모든 분들을 뵙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잡초제거/집안청소/잔디깎기 등 집안일들과 수백통의 회사 이메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운동부족 + 과식 + 과음이 데리고 온 새로운 살 3.2Kg이 "빨리 저를 빼 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있네요.

이번 한 주 동안은 밀린 집안일과 회사일을 처리하느라 바쁠 듯 하고, 8월 한 달(혹은 그 이상)은 의도하지 않게 구매한 3.2Kg의 새로운 뱃살들을 반품하느라 바쁘게 지낼 것 같습니다.

2016년 7월 19일 화요일

Salary Negotiation 준비편 - 올해의 업무 실적 정리 2편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올해 연봉 협상시 사용한 주요 실적 중 세번째 내용을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이 성과는 6월에 발생한 건으로 이번 연봉 협상에 제 실적으로 반영이 될 내용은 아니기에, 본인 스스로 작성하는 self evaluation에는 그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의 기억과 느낌은 아무래도 최근의 이벤트들이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연초 흥행작보다 연말 흥행작이 대종상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 처럼 말이죠. 그래서 제 스스로 문서상 기술을 하지는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몇 번 언급은 될 수 밖에 없었고 연봉 결정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6월 어느 날, 지난 삼성 이슈에서 같이 일했던 OEM Relationship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보안 이슈 때문에 MDM App의 인증 과정 중 크리티컬 한 프로세스 하나가 긴급히 변경 될 것이고, 변경될 모델 범위는 러프하게 잡아도 Galaxy S3 이후 모든 단말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였죠. 그리고 올 해 8월부터 시작될 펌웨어 변경 이후에는 기존 당사의 MDM 앱들은 업데이트 된 단말에서 사용 불가능하기에 재 발행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였습니다.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저희 같은 B2B 서비스 회사 입장에서는 5년 전 SW 버젼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도 있는 상황이기에 광범위하고 긴급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재발행 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간 저희 빌드 머신이 수차례 변경을 거치면서 솔직한 말로 3년 이전의 SW들을 현 머신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빌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도 없었고, 수백개의 버젼들을 8월까지 재 검증을 하기에도 역시나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으며, 삼성 펌웨어 업그레이드 이후 동작 상황에 대한 검증과 펌웨어 업글 이전에 우리의 사전대응으로 인한 새로 발행된 동일 버젼이 업글 이전 단말에서 동작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도 미지수였습니다.

삼성 입장에서 보안상 이슈로 상세한 이야기를 다 풀어놓지 못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파트너사의 입장에서는 대응 방안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어떻게 변경되는 것인지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데, 이를 알지 못해 오리무중에 빠진 안타까운 상황이였죠.

이슈 자체가 크리티컬 한 만큼, 당장 CEO 포함 주요 개발/검증 담당자에게 삼성의 공문을 첨부한 메일이 날아갔고, 각 시니어 개발자들은 문서 + 추정을 통한 분석을 내놓기 바빴습니다.

저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삼성에서 배운 기술을 써 먹었습니다.
개발을 떠나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면서 스스로 느낀 것은, 내가 무엇인가 알아야 할 신규 분야나 서비스가 있을 경우, 문서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 보다는 단 한 번이라도 직접 써봐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09년, 처음 개발에서 기획으로 직군을 옮기고 나서, SNS라는 것이 너무나도 생소 하고, 주변에 사용자가 아무도 없을 때, 페북이나 트위터, MySpace, LinkedIn 계정을 만들고 부서 사람들 끼리 각 SNS 채널을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과는 어떻게 다르고 이 기능들을 어떻게 폰과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지 연구 했었습니다.
 애플의 iTunes 서비스나, Netflix, Hulu, Spotify를 연구 할 때에도 구글링이나 컨설팅 자료만을 찾아보지 않고, 회사에서 별도의 지원은 없었지만 제 개인 해외 계정을 만들고 해외 VPN 서비스를 구매해서 직접 이런 저런 컨텐츠들을 구입해보고 이용 해 보면서 어떠한 장점과 단점들이 있고 우리는 어떻게 서비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용해 보았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고객이나 파트너사 미팅 시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고있는 그들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고, 또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우선 공문 내용과 각 시니어들의 의견들을 먼저 읽어 본 후에, 삼성에서 보내온 샘플 app 패키지들을 직접 단말에 설치해 보기도 하고, 패키지 압축을 풀어서 파일들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기도 하고, 바이너리 파일 비교, jar 파일 리버스 엔지니어링 등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비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비교를 해 보니 어느정도 답이 보였습니다.

그 날 저녁 퇴근 전에 현재까지 상황에 대한 내부 공유를 위해 메일로 제 분석 내용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어 알지 못하는 궁금증들에 대해 다시 한 번 '한국어 네이티브'라는 강점을 살려 한국에 전화하여 물어보기 시작 했습니다. 기획 일을 하면서 개발팀 책임/수석님들과 어떻게 일을 해야 할 지 종종 경험을 해 보았기에 삼성의 보안사항을 제외하고 기술적으로 어떤 변경이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알 수 있었죠.
밤 늦은 시간 수 차례 통화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제가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 해 보니, 우리 입장에서 현재 서비스에 어떤 영향이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각 영향 별로 어떤 대응방안 옵션들이 있는지, 그리고 각 옵션들의 장단점은 무었인지 얼추 그림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에서 기획할 때 했던대로, 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변경되었고, 각 변경사항 마다, 우리의 각 MDM 버젼별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적었고, 다음 열에는 각 영향들 마다 우리는 어떤 대응 옵션들이 있는지를 적고, 다시 그 다음 열에는 각 대응 옵션들 마다 장점과 단점은 무었인지 적었고,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의견상 어떤 옵션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를 기술 했습니다.

사실 튀기 위해서 이렇게 분석을 하고 메일을 작성한 것은 아니였고, 아무래도 수 년간 삼성에서 익혔던 근무 방식이 아직 남아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가장 크리티컬했던 반응은, CEO의 땡큐 레터였습니다. CEO는 땡큐 레터를 작성하면서 원래 mail thread에 없었던, 개발팀 시니어 메니져를 포함 시키더군요. 사실 제 팀 개발 매니져가 저의 연봉을 산정하여 상신을 하지만, 최종 결정은 개발팀의 시니어 매니져가 HR에서 사전에 정한 개발팀 내 총 샐러리캡과 가이드 내에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시니어 매니져가 담당하는 업무 영역이 안드로이드와는 크게 관련있지 않은 편이였고, 저와 직접적으로 같이 일 한 적 또한 없었죠. 그렇기에, 저와 메니져간 협의로 다시 한 번 조정된 연봉에 대해 시니어 매니져가 거절을 하거나, 2차/3차 조정이라는 단계를 거칠 수도 있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시니어 매니져의 머리 속에 제 이름 역시 남기게 되어, 이번 연봉 협상에서 저와 제 직속 매니져간 협의된 결과에 대해 단칼에 승인을 하는 쿨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직접 써보고 만져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은 문서 자체나, 영어로 작성된 웹 상의 다양한 컨텐츠들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그렇게 글로 배운 'OOO'은 제 머릿 속에 잘 저장되어 남아있지 않아 시작하게 된 버릇입니다. 하지만 수 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제 삶에 도움을 주는군요.

제가 개발을 떠나 적성에 맞지 않는 커리어로 너무나 큰 고민과 고뇌에 빠져있을 때, 제 와이프가 저에게 해 준 말이 있습니다.

"싫은 일을 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해. 돈은 나만 벌어도 되니까 벤쳐를 가건 중소기업을 가건 하고 싶은 일을 해. 하지만 지금 이 일이 너무 가치없다고는 생각하지는 마. 사람이 하는 모든 경험은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 마련이야."

당시에는 제가 하는 일이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모든 일 하나하나가 가치없고 그저 힘들기만 하다고 느꼈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해" 부분을 제외하면 와이프의 조언을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와이프의 말이 모두 맞았습니다.

자의건 타의건 당시에 갖게 된 '문서로만 배우지 말아라' 라는 습관과 비교/분석 표 작성, 그리고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의견 개진의 기술은 역시나 수 년이 지난 후 캐나다에서 빛을 발휘했습니다.

결국 모토로라와 삼성 x 2, 이 세 가지 이슈 덕분에 올 해 연봉협상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봉 협상이 끝난 후 매니져가 내년에 저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리드하는 롤을 기대한다며, 상품화 가능한 많은 의견과 기술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 해 보고, 서버 개발쪽에서도 올해 안드로이드에서 한 것과 동등한 수준의 역량을 기대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올 한 해 이 세 건의 사건 해결로 인해 올라간 저의 연봉 만큼이나 저에대한 회사의 기대치 역시 높여 놓았습니다.

내년 연봉 협상의 전략과 카드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부담감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2 주간의 휴가 기간 동안에는 이번에 마무리 된 성과 평가 및 연봉 협상 결과의 기쁨을 만끽하려 합니다.


2016년 7월 15일 금요일

Salary Negotiation 준비편 - 올해의 업무 실적 정리 1편

이민을 결정하고나서 제가 세운 단기 목표 중 직업과 관련된 주요 목표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1년 내에 최소한 개발자 은퇴하기 직전의 감과 실력을 되찾기
2) 2015년도 내에 SW 개발자로 취업하기
3) 취업 후 3년 내에 연봉 10만불 만들기

1번 목표의 경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전에 하지 않던 자바를 하며 새로운 기술도 많이 익혔지만, 이전에 비교적 이해도가 높았던 커널쪽이나 C/ASM쪽은 완전 잊은 상태인데다, SW 기본 이론중 상당 부분 역시 잊혀진지 오래 되었거든요.

2번은 정말 운이 좋게도 구직활동을 시작 하자마자 구직이 되서 의외로 손쉽게 달성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세 번째 단기 목표, 모든 직장인들의 궁극의 목적인... 연!봉!

작년에 한 차례 연봉 조정을 거치기는 했으나, 제 스스로도 자신감과 준비가 부족했던 터라,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을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덥석 물어버렸죠. 사실 제가 거부하고 버티고 협상을 돌입하기도 애매했던 것이 당시 저는 회사에 입사한지 반년밖에 안된 상태로, 회사 규정상 연봉 조정 대상자가 아니였습니다. *이전글 참고

그래도 당시의 제 연봉 인상은 제 스스로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이였습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말하기엔 제 경험이 너무 미천하여 마치 100일 휴가를 나온 신병이 아직 군대 안 간 친구들에게 군대란 어떤 곳인지 이야기를 하는 것일테지만, 제가 듣고 읽은 바에 의하면 북미 기업문화에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연봉 인상은 포지션 변경 시 외에는 없다고 알고 있고, 그래서 2~3년마다 잦은 이직을 하는 이유 중 큰 요인이 연봉 인상을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입사를 하고, 3개월 probationary period를 무사히 마친 다음부터는 세 번째 목표 달성을 위해 매 1년마다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먼저 연봉을 조정해 주는 것을보고, 유랑단 생활을 하지 않고도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꼭 돈만 보고 일을 하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사에서도 제 연봉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제가 일을 할 때 일종의 당근 역할을 하기도 했고,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더 지난 지금, 드디어, 마침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정식 연봉 협상을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3번 목표에는 조금 못미치는 연봉 + 직급 조정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한 이직 마지노선보다는 높게 받아내 만족합니다.

성과평가 기간은 전년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합니다.
성과 평가의 기본 자료는 임직원 개개인이 각 항목별로 자신의 어떤 성과때문에 이러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피력해야 합니다.
회사 시스템 상에도 제가 한 일들이 로그가 다 남긴 하지만, 성과평가에 자기 PR을 위해 저는 거의 매 주마다 제가 했던 일들 중 굵직한 일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따로 로그를 남겨둡니다.

사실 올 해 초 까지만 해도 제 업무일지를 들여다보면 전년대비 특별히 괄목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 해에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들 것 같았기에 1) 남들보다 문제 해결 속도가 빠르다. 2)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기능구현이나 버그 수정을 해왔다 정도를 강조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죠. 남들보다 손이 빠른 편이라 매 스프린트 중반이 넘어가면 일감이 없어 심심하다고 하여 서버쪽 개발에도 같이 참여를 시작했지만, 20년 넘게 묵은 서버 구조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고, 하는 일도 쥬니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걸음마 수준이라 이걸 자랑하기는 힘들었죠.

이전글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는데, 작년에 연봉 인상 제안을 받을 때에 몇 가지 운이 따랐었는데, 올 해에도 3월에 구 모토로라(현 지브라)에서 한 건, 5, 6 월 두 달동안 제 이전 직장인 삼성에서 두 건의 사건?을 터트려주며 이번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모토로라 사건은 올 3월에 포스팅을 이미 한 바 있으니 (링크 참조), 삼성발 이슈 두 건에 대해 한 번 적어보죠.

첫 번째 사건은 캐나다 공휴일인 Victoria Day 직전에 발생합니다.

Victoria Day로 연휴가 시작되기 3일 전 아침, 매니져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  매니져: "우승, 너 지금 스프린트 상황 어때? Blocker나 Critical task 있어?"
  •  나: "아니 나 지금 스프린트 타스크들은 다 끝내서 백엔드쪽 BDD 테스트용 시뮬레이터 구현하는거 하려고 하는데. 왜?"
  •  매니져: "그럼 급한 일 하나 처리해줘. 내가 메일 재전송 해줄테니 한 번 읽어보고, 폴한테 지금 상황 업데이트 받아."
  •  나: "폴? 시장문제야?"
  •  매니져: "그냥 문제가 아니고 좀 심각해. 전 세계에 걸쳐 10개 넘는 고객사 단말 총 8만대 정도가 갑자기 먹통이 되었어. 리포팅 된건 전부 삼성 단말인데, 삼성 특화 문제인지 아닌지도 정확하지는 않고"

안그래도 잘 알지도 못하는 시뮬레이터 만드느라 개고생 중이였는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던지라 휘리릭 메일을 읽고선 폴이 있는 5층으로 달려갔습니다.

문제 상황이나 문제 해결 스토리를 나열하면 아무래도 보안상 안될 것 같아 이후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힘들게 문제 재현을 했고, 생판 모르는 SE Linux 공부를 해가며 분석한 결과 삼성에서 무언가 문제를 야기시켰을 가능성이 보였고, 삼성에 리포팅하니 이미 문제 발생한 보안 정책을 서버에서 삭제하였다고 함.
이후 이슈 해결을 위해 삼성과 컨퍼런스 콜을 arrange 했지만, 본사 개발팀은 안나오고 중국 연구소 개발팀만 나옴. 그들은 이슈 히스토리도 모르고 해당 보안 정책 변경사항도 잘 모름.

깔끔하게 해결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삼성 문제라는 것 까지는 확인이 된 상황이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Factory Reset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역시 확인이 되었기에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하지만...제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삼성에서 일 할 때 버릇이라 나도 모르게 나온 것 같습니다. 8만대가 멈췄는데, 휴일이라고 팽팽 노는건 삼성에선 절대 허락되지 않는 일이였거든요 ^^;;

일요일 저녁이 되자, 한국은 이제 월요일 아침이라는 것이 생각나, 그간 주고받은 메일 루프에 있는 한국인 개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정확한 문제 원인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해당 문제 고객대응 담당과 tech support 담당에서 추가적인 문제 발생을 막기위한 방법을 먼저 메일로 보내고, 전체 이슈 메일 쓰레드에 문제 내역을 요약해 돌렸습니다.

그러고 캐나다에서는 휴일이였던 월요일 아침... 아직 한국은 저녁 8시 정도이니 아직 근무중이겠거니(???) 싶어서 다시 삼성 개발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미 8만대를 넘어 10만대에 육박하는 문제 발생 단말들이 있기에, 보안 정책을 내리기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문제 수정이 되는 새로운 정책이 당장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 했습니다.
삼성에서도 이 점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물리적인 한계점과 서버에서 기술적인 어려움 몇 가지를 이야기 해주며 저에게 테스트용 복구 파일을 보내 줬습니다.

삼성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파트너가 민첩하게 대응하길 원한다면, 너는 그 보다 몇 배 더 빨리 민첩하게 행동하라" 입니다. 직접적으로 압박을 할 수 없기에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행동한다면 상대도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깨닿고 기민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죠.

삼성에서 문제를 발생시켰고, 수정 역시 삼성에서만 가능한 상황이기에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해도 되지만, 어느덧 10만대에 이르게 된 벽돌이 된 단말들은 우리 고객들의 단말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수정이 필요했죠. 더구나 더 큰 문제는... 경쟁사 제품에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 상황이였기에...

휴일이지만 저는 사무실로 달려가 복구 파일 테스트를 해보고 삼성에 결과를 알려 주었습니다. 혹시나 모를 추가 확인을 위해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삼성 단말들을 최대한 긁어모아 집으로 가져왔죠.

그리고 월요일 아침... 어제 삼성에서 말 한 기술적 문제점들에 대해 근원적 해결은 아니지만, 가능한 방안이 생각나 캐나다는 휴일이지만 다시 삼성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 삼성에서 제가 제안한 방법에 추가 개선을 더 해서 기술적 제약에 대해 대응을 하기로 했지만, 다시 찾아온 문제는... 검증 기간...
저도 삼성에 다녀봐서 알지만, 아무래도 제조사다보니 삼성의 검증 프로세스는 일반 SW 프로세스보다 까다롭고 깁니다. 더구나 보안 정책의 경우 동일 OS버젼의 모든 모델들에 적용되는 것인데, 삼성 QA에서는 각 타깃 모델에서 full test를 해야만 하죠. 그렇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 제약이 발생합니다.

이 때, 삼성에서 기획자로 일 할 때의 경험이 빛을 발휘하게 됩니다.
보통 B2B 고객들의 경우 다양한 모델을 쓰지 않습니다. 폰/태블릿 구매가 필요할 때 마다 입찰을 통해 한 모델을 수백에서 수만대 한 번 구매를 하는 편이죠. 문제 발생 단말은 10만대가 조금 넘고, 파생모델을 포함해 삼성에서 일 년에 출시하는 모델 수는 수백 가지가 넘지만, 문제가 발생한 모델 수는 다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고객 담당에게 연락해서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고객사들에서 사용하는 단말들 모델명을 가능한 그 수량과 함께 취합해 달라고 했습니다.
 화요일 아침, 발빠른 고객 대응담당은 모델별 수량과 각 고객사별 우선순위까지 정리해서 보내 줬습니다.

 고객 담당자가 만들어준 고마운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측에 동일 OS 전 모델에 복구 정책을 동시에 보내지 말고, 해당 모델들을 기재된 우선순위에 따라 먼저 검증하여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1달, 최소 2.5주 후에나 배포 가능하다는 보안 정책은 그 후 3일만에 모델별로 배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문제 해결이 되는 와중에도 정확한 근본적 문제 원인에 대해서는 계속 묵묵부답이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customer/tech support 입장에서도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어느 정도는 파악이 필요했고, 저희 개발팀 입장에서도 향후 동일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알아야 했고, 또 개발자라면 누구나 있는 기술적 궁금증? 해소를 위해서도 알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SE Linux를 공부하면서 알게된 지식과 현 상황이 상충되는 것이 있었기에 기술적 궁금증이 더 컸죠. 그래서 계속 개별 연락을 지속한 끝에 근본적 문제 원인 또한 속 시원하게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제 개인적인 연락을 통하게 된 것이라 관련 개발팀에 메일을 통해 공유를 했고, 우리가 좀 더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사건이 해결된 후 저는 뜻하지 않게 생에 처음 Kudos라는 것을 안드로이드 시니어 개발자와 개발팀 VP에게 받게 되었습니다.

 휴일도 마다하고 하루 빨리 고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정과 root cause를 향한 기술적 집요함 등에 대해 kudos를 표하더군요.

 참 상황이 재미있는게 이 모든 것이, 삼성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삼성 보안 정책 오류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해결 과정에서 삼성에서 배운 다음 두가지, "고객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면 네 머리 위에는 운석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파트너가 민첩하게 대응하길 원한다면, 너는 그 보다 몇 배 더 빨리 민첩하게 행동하라", 덕분에 이렇게 해결을 하게 된 것이죠.

삼성에 있을 때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혼날만한 일이였건만, 여기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니 오히려 Kudos를 받는군요.

올 해 연봉협상에서 제가 쓸 카드 두 장이 생겼는데, 그 누구보다 기민한 대응과 될 때 까지 두들겨보는 집요함. 두 가지입니다.

2016년 6월 1일 수요일

목표를 꼭 다 이룰 필요는 없자나?, 조금은 다른 문화

오늘은 오래간만에 제 신변잡기적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매년 6월은 각 팀의 매니져들이 매우 바쁜 시기 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fiscal year (회계년도)는 매 년 9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8월 31일에 끝이 납니다. 즉 2016년 9월 1일은 2017 회계년도의 시작이죠. 그리고 이 회계년도에 맞추어 각 임직원 개개인의 평가와 연봉 협상이 이뤄지게 되다보니 6월에서 7월 사이에 각 팀의 매니져들은 각 팀원 개개인의 업무 평가와 함께 각 팀원과 평가 결과에 대한 미팅, 그리고 협상을 하게 되고, 7월 말 경에는 각 임직원들이 HR과 연봉 및 benefit 등에 대해 최종 담판을 짓게 됩니다.

평가는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가 있고, 개인 목표 달성도에 대한 평가가 있는데, 개인 목표 달성의 정도는 보너스에 연결이 됩니다.

저는 이 개인 목표 중 10%의 가중치로 사내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정했는데,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준비해 오던 강연 내용이 3차례 변경을 거치면서 due date인 5월 말일까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 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적 있듯, Victoria Day long weekend기간을 포함해 월말에 준비를 마무리 짓고, 5월 마지막 주차에 강연을 하려고 했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6월 1일 현재 저는 이 강연을 실행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도 업무목표의 일부를 달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어차피 다 부질없는 핑계이지만, long weekend 기간 몇 일 전에 대형 긴급 고객 이슈가 한 건이 유럽/아메리카/아시아 등 거의 전 세계에 걸쳐 터졌고,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weekend 직전인 금요일에 저도 하던 일을 중단하고 문제 분석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 담당자도 아니고, 저희 팀이 담당 팀도 아니였지만, 상황이 어찌어찌 제가 리드하는 것 처럼 흘러가버려 연휴 기간동안 회사에 와서 테스트 폰도 챙겨오고, 집에서 이런저런 테스트도 하고, 검증도 하고, 매일 저녁이면 삼성전자와 컨퍼런스 콜을 하느라고 연휴 기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고, 연휴 이후에도 며칠간 본 건에 대한 추가 분석과 리포팅을 하고, 고객 대응 매뉴얼 작성을 돕고, 또 매일 밤이면 한국과 컨퍼런스 콜을 하느라 개인 업무목표에는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 위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공식적인 개인 업무 목표의 일부임에도 이루지 못 하게 될 것 같아 속이 타들어 가던 중, 다른 팀원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저희 팀 대부분의 개발자들 역시 비중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사내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올 해 목표 중 일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하려 노력 해 보아도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지난 일년 동안 이를 수행한 기억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랑 같이 카풀을 하는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습니다.

"너 Lunch & Learn 강연 준비 다 했니?"

"나? 주제는 생각 했는데, 그냥 안하려고."

"너 그거 올 해 업무목표 아니야? 난 비중 10%인데... 보너스는 받아야지"

"나도 10%야. 근데 나머지 90% 달성하면 90%는 인정 받는거니까 보너스의 90%는 받는거지나. 그래서 보너스의 10%를 위해 내 시간을 낼 만한 가치가 없을 것 같아 안하려고."

"그런데... 말이 10%지, 안하면 보너스가 더 큰 가중치로 줄어들지 않겠어?"

"그러면 말이 안되지. 개인 목표는 전부 측정 가능한 (measurable) 목표로 정했고 각 목표마다 비중이 있는건데, 10%를 못 이루었다고 해서 나머지 90%가 영향을 받으면 부당한거지."

"I agree, but I am still concerning unaccomplished 10%. It's what I supposed to do."

"Feel free for minor things. You deserve to get another 90% bonus. And is's not what you should do. It's just optional for bonus."



흠...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제 마인드 셋에서는 선뜻 수긍이 가지않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사내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은 다른 팀원들에게도 시간이 날 때 마다 넌지시 질문을 던져 봤는데, 다들 비슷한 대답을 했습니다. 
회사 업무나 제품, 프로젝트와 연관된 것도 아니고, 필수적인 것도 아닌데, 그냥 10% 정도는 포기를 하겠다는 것이죠.

그 동안 한국에서 일하면서 체득하여 알고있는 바로는 몇몇 지시사항이나 설정된 목표에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 한 상황이 오는 경우, 특히나 이번 건 처럼 무언가 하기로 약속했지만 전혀 수행되지 못한 경우에는 연간 목표에서 가중치가 5%라도 저의 성과 평가와 역량 평가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쳐 상위 고과를 받는데 작지않은 걸림돌이 됩니다. 심지어 저의 정의된 R&R을 벗어나고, 평가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 범위에 속하지도 않지만, 상사의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에 진행하는 조사/수행/문서작성 등등에서 상사를 만족시키지 못 할 경우에는 오히려 더 큰 감점 요인이 되었죠. 심지어 신입 사원 때 부서 총무 역할을 하면서, 회식이나 단합대회를 재미있게 이끌지 못한 것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가끔 봤었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건, 사소한 일이건, 긴급한 일이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이건, 저에게 할당된 모든 일들은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해야만 한다고 믿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근무 문화는 확실히 한국과 다르긴 한 것 같습니다.

10% 정도의 비중을 가진 개인적인 목표라면, 자신의 개인적 삶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직원들이 많고, 또 회사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하지 않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10%에 대한 미달은 10% 한도 내에서만 평가를 하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문화는 기획/개발 단계에서도 많이 느낍니다.
한국에서 어떤 개발방법론을 쓰건, 사실상 water fall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습니다.
Agile을 한다고 하며 가장 중요한 steak holder인 '사장님'의 평가와 보고가 반복이 되고, 사장님 지시사항 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이 계속 추가가 됩니다. 그리고 당초 기획에서 생각하던 제품의 핵심 기능은 빠지게 되더라도, '사장님 지시사항'으로 설정된 요구사항은 강화되면 강화되지 약화되거나 삭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죠.
여기서도 major 버젼 발행 시 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key feature들이 있고, 여러 task들 중 해당 key feature관련 task들을 비교적 높은 우선순위로 설정하여 feature freeze 전에 위 조건을 만족 시키려고 노력을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scrum 방식으로 진행을 하면서 해당 key feature는 의미있는 작은 스토리로 분할이 되어 개발하다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나 지연이 발생 할 경우 지금까지 개발 된 스토리 까지만 릴리즈 됩니다. feature freeze를 1~2 스프린트 정도 남겨 둔 상황에서 개발팀에 푸시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경우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feature freeze 전 까지 마지막 한 두개 정도의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았고, 그 스토리들이 구현되지 않을 경우 해당 feature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경우 관련 기능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재시키고 릴리즈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고요.

모든 것을 다 붙잡고 나아길 수만 있다면 그래도 좋지만, 그러기 힘들다면 놓을 수 있는 것은 놓고가는 각 개개인들의 자세와 그러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근무 문화... 논리적으로 맞아 보이기도 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달성하지 못한 10%가 저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걱정되네요.

언제쯤 되면 저도 상대적으로 소소한 것 들에 대해서는 feel free 할 수 있을까요???

2016년 5월 20일 금요일

[자료] 국가별 캐나다 이민자 수, 영주권 신청 승인률 등

안녕하세요, 다시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그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쁜 것도 있었고, 6월 업무평가를 앞두고 그에 맞춰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느라 그다지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탓에 몇몇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6월 평가 결과는 보너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연봉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에, 바쁘지 않을 수 없었네요.

사실 제 올해 업무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된 사내 개발자 대상 강의 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긴 하지만, 다음 주 월요일이 Victoria Day로 long weekend가 되기에, 주말 중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기대로 일단 포스팅을 합니다.

오늘도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올려볼까 하는데요, CIC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가지 통계 자료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 중 국가별 거주 퍼밋 신청자 수, 그리고 출신 국가별 이민자 수에 관련된 내용을 포스팅 합니다.

이민에 대한 생각이 들면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먼저 하게되고, 딱히 조언을 구할 만한 창구가 없기에 이주공사나 유학원 (사실 유학원은 유학을 도와주는 곳이야 하는데...)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보통 그들의 대답은, "나는 너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많은 success story를 알고있다. 가서 열심히만 한다면 너도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 라며 여러 성공사례들을 말해주곤 하죠.

정확한 공식은 없는 이민이기에, 그들은 그들의 비지니스를 지속해야 하기에, 또한 문제 발생 시 무책임한 성공 보장에서도 자유로워야 하기에 당연한 답변일 수도 있지만, 이민 지원자 혹은 이민을 염두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한 답변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이끄는 답변이기도 합니다.

저도 역시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통계자료를 통해 현 상태에 대해 말씀드려보려 합니다.

먼저 출신 국가별 영주권 신청서 접수와 영주권 승인 통계를 보겠습니다.
접수 시점과 승인 시점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기에, 정확한 승인률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2~3년간 통계를 합쳐서 계산하면 대략적으로 추산이 가능할 것 같네요.

2015년 기준 한국인은 총 3,835명이 이민 신청 서류를 접수하여 출신국가 13위를 기록합니다.


위 수치는 연방 이민성 수치이므로, 연방정부에 영주권 신청이 들어간 경우만 포함 된 것입니다. 즉, 주정부 이민을 신청했으나 주정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여 연방접수가 되지 못한 경우나, 연방 CEC나 FSW등을 신청하기 위해 Express Entry Pool에 대기중인 지원서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출신 국가별 PR 비자 발행 통계입니다.
2015년도에 PR 비자를 받은 한국 국적자는 총 4,267 명으로 한국은 출신국가 10위에 위치하고 있네요.


15년도만 놓고 보면 신청자 대비 발급자가 더 많은데, 이는 Express Entry의 영향도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래도 2015년 부터 Express Entry가 시행 되었고, 그로 인해 이민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EE Pool을 통과하지 못하면 FSWP나 CEC 이민 접수를 하지 못하다보니, 신청자 수는 감소하였고, 이전에 기 접수되어 있던 이민자들이 15년도에 PR을 발급 받으며 발급자 수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데이터가 공개된 2010년에서 2015년 까지의 PR 지원자 수와 PR 발급 수를 모두 합하여 조합 해 보면 평균적인 승인률은 87%이며, 한국 국적자의 PR 승인률은 93.7% 입니다.



야구에서 타자의 타율은 30%만 넘겨도 훌륭한 타자가 되고, 농구에서 야투율은 50%를 넘기면 좋은 슈터로 인정받고, 축구에서 패널티 지역 내 슈팅 성공률이 20%를 넘기면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됩니다.
거의 득점으로 인정되는 패널티 킥의 유럽 빅리그 슈팅 성공률도 80% 미만이며, 농구 자유투의 NBA 성공률도 75%죠.

그러면 90%에 육박하는 승인률은 누워서 떡먹기 수준의 성공률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영주권 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 할 때에는 이미 이민성에서 요구하는 영주권 자격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상태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범죄기록/서류위조/허위신고/자료 불충분 등 특이 사항이 없다면 승인이 나는 것이기에 승인률은 높은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 한 가지 불확실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동반가족으로 영주권을 받는 경우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주권 신청 시 주 신청자가 있고, 동반 가족이 있습니다. 영주권 신청 Application은 동반가족을 모두 포함하여 하나의 신청 접수번호로 진행이 되지만, 영주권 비자를 받을 때에는 각각의 여권에 다른 비자 번호가 찍히기에, 위 데이터에서 Application의 수는 총 몇 가구가 신청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Issued Visa 수는 총 인원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Application 접수는 가구의 수, Issued Visa는 발급된 PR 카드의 장수라면, 한국의 평균 가구 당 인구 수는 3명 정도이기에 실제 성공률은 1/3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겠죠.


제가 이전부터 이민을 위한 최고의 길은 한국에서 미리 영주권을 신청하여 미리 영주권을 받고 오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이유 중 하나도, 서류 준비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기간이야 오래 걸릴 수 있어도 90%의 확률로 PR이라는 안정적인 거주 신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많이 시도하는 일단 입국(워홀/유학/워크퍼밋... 등등) 후 현지 경력을 만들어 영주권 자격 획득에 성공하는 비율은 어찌 될까요?

안타깝지만 이에 관련된 데이터는 없습니다.
스터디 퍼밋이나 워홀 퍼밋 등 임시 거주가 가능한 퍼밋을 발급받으신 분들이 100% 영주권을 노리고(?) 오시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각 개개인이 어떠한 목표로 퍼밋을 받는 것인지 또한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각 연도별 스터디퍼밋, 워크퍼밋, 워홀 등 임시 거주비자를 받은 국적자 수에 대한 자료는 있기에 대략적인 추산은 가능하여 일단은 자료를 올려봅니다.

연방 정부 경력 이민을 위한 기본 요구조건인 1년 이상의 Full time 근무 경력이나, 일부 주정부 이민의 조건인 6개월 이상의 경력을 만들 수 있는 퍼밋 종류는 임시 외국인 노동자 퍼밋이나 International Mobility Program(A.K.A. 워킹 홀리데이), 그리고 스터디 퍼밋 정도가 되며 제가 알기로도 영주권을 목표로 캐나다에 오시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워홀이나 스터디 퍼밋을 통해 캐나다에 입국을 합니다.

앞에 영주권 관련 항목에서 한국은 꾸준히 10~20위권 정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앞으로 보실 자료에서 대한민국은 상위권에 랭크되기 시작합니다.

2015년 기준 워킹 홀리데이 퍼밋으로 캐나다에 있는 한국인의 수는 전체 177,447 명 중에 7,619 명으로 4.3%의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 인도, 프랑스, 중국, 호주, 영국에 뒤를 이어 7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썩 놀라운 수치는 아니긴 합니다. 더욱 놀라운 수치는 바로 이거죠.



2015년 기준 한국인 유학생은 14,849명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국력과 경제력이 급성장한 시점 이전으로 시계를 돌려 2000년대로 가면 한국 줄곧 1위를 차지하였으나, 2008년에 중국인 유학생 수가 한국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인도가 다시 한국을 따라잡아 지금은 3위 입니다.

캐나다도 세계 100대 대학에 2~3개 정도의 학교를 꾸준히 올릴 정도로 좋은 학교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과연 한국인들 중에 캐나다 대학 이름 3개 이상 아시는 분이 몇이나 계실까요?
과연 이민과 완전히 별개로 순수하게 선진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로 유학을 오실 분들이 몇이나 계실까요?

일반적인 어학연수의 경우 6개월 미만으로 별도의 스터디 퍼밋을 받지 않기에, 14,849 명 중 다수는 졸업 후 PGWP를 받아 캐나다 이민을 노릴 수 있는 컬리지나 유니버시티, 혹은 대학원에 재학중인 분들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조기 유학을 온 친구들 역시 다수 포함되어 있겠지만, 솔직히 조기 유학을 오는 중고생들의 경우에도 역시 그 부모들이 장기적으로 캐나다에서의 정착을 생각하고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이기에, 잠재적 이민자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외에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임시 외국인 노동자 퍼밋의 경우 보통 맥시코 인들을 캐나다 농장에서 고용하기 위해 활용하는데, 한국인은 수백명 규모입니다.


자 그러면, 2015년 기준 CEC 요건이나 주정부 이민 요건을 준비할 수 있는 퍼밋을 보유한 한국인의 총 숫자는 23,349 명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모두 영주권을 노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으로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수는 23,349명이지만, 연간 영주권 신청 서류를 접수한 한국인은 3,800~4,800 명 수준입니다. 그리고 평균적인 승인률은 90% 정도입니다.
그나마 3,800~4,800여 명의 영주권 신청 서류를 접수하는 사람들 중에는 저와 같이 FSWP를 하시는 분이나 배우자 초청 아웃사이드 캐나다로 접수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그냥 한국이나 제3국에 거주하시면서 영주권을 먼저 받은 후 캐나다에 오시는 경우가 많기에 캐나다에 오신 이후 영주권을 신청하시는 분만 계산한다면 (inside/ouside 영주권 신청에 대한 자료가 있어서 할 수 있다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들겠죠.

지금보다 이민이 훨씬 수월했다고 하는 Express Entry 이전 시대로 돌아가서 보더라도 캐나다에서 컬리지만 졸업해도 PGWP가 나오고 PGWP로 1년만 경력을 쌓아도 이민이 된다고들 하는데, 이상하게 유학생 대비 영주권 신청자의 수는 상당히 적습니다. 또, 직전 포스팅인 2015 Express Entry Report에서도 말씀 드렸듯, 수 많은 한국인들이 CEC를 생각하고 캐나다 유학을 떠났지만, 정작 CEC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한국인의 숫자는 Express Entry 이전에도 600명 미만으로 추산되어 전체 유학인구 대비 소수입니다. PGWP 리포트를 다루었던 전전 포스팅에 나온 것 처럼 졸업 후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다른 건 몰라도 캐나다 컬리지로 오는 분들의 경우 90% 이상 이민을 생각하고 오신 것이라고 볼 수 있기에 만약 Study permit 중 컬리지/유니버시티/대학원/초중고교 학생의 비율을 알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자료는 없네요.

아직은 영주권 신청을 위한 조건에 부족함이 많이 있지만, 일단 나가보면 무언가 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분들이 많지 않거나 그 조건의 변경으로 인해 계획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죠.

특히나 영주권 신청을 위한 최소한의 어학 점수에서 발목을 잡히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캐나다 가서 어학원 다니고, 컬리지 다니고, 일도 하면서 2~3년 살면 그 정도는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가 나중에 점수가 안나와 고생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나가보자는 생각과 결심이 강하다면 적어도 어학 점수 확보는 하시고 오시길 바랍니다.
학교와 회사에서 익히는 생활영어와 시험 영어는 아무래도 조금 다르고, 과목을 불문하고 시험에 대한 대비는 한국의 학원들 만큼 많은 노하우를 가진 곳은 세계 어디를 가도 없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