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8일 토요일

캐나다에서 만난 통곡의 벽, 하지만 목표달성!!!

안녕하세요.

오늘은 며칠 전에 마무리 연봉 근무조건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제가 다니고있는 회사는  회계년도 2019년이 이미 시작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는 개인의 업무성과와 그에따른 보상에 대한 협상이 calendar year 아닌 fiscal year 맞춰 이뤄지기에 연말이 아닌 연중에 이렇게 평가와 협상이 이루어지죠.

예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저의 연봉협상에 대한 전략을 간단히 되짚어보자면 일단 지난 1년간 정말로 일을 했어야하고, 다음은 특히 협상기간 직전, 회계년도 막바지에 강한 임팩트가 있을만한 것들을 터트려주는게 더욱 좋으며, 보상을 받을만한 충분한 성과가 있었다면 미리 supervisor에게 정보를 흘려 내가 원하는 보상을 어느정도 눈치챌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전략은 실제 내가 일보다 보상을 이끌어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만큼의 보상을 받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해엔 저희팀 매니져가 계속 공석이였고, 위에 2단계의 보고체계도 비어있다보니 조직도상 저의 직속상관이 한동안은 회사 창업자 CEO였고, 조직 구성이 다소 변경 이후에도 제품개발 전체 책임자인 부사장이 직속상관이였습니다.
부사장과는 조직이 변경되었을 5-10 정도 서로 인사한 것이 전부였으며, 이전에는 이름도 몰랐던 사람이기에 제가 지난 1년간 어떤 일을 얼마나 어떻게 왔는지 도무지 없는 것이 자명했는데, 연봉협상을 앞두고 저는 점이 상당히 불편했죠. 딱히 인상이나 변경요인이 없었다면 모를까, 지난 1 정도는 능력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을 짜내어 많은 일들을 해왔고, 기간동안 적어도 저희 내에서 가장 많은 일을 수행 왔기에, 저는 그에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랬으니까요. 어차피 연봉은 오르더라도 절반은 세금으로 떨어져 나가고, 예전처럼 20, 30% 인상을 만큼의 룸도 없기에 크게 바라지 않았지만, 휴가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크게 늘리고 싶었죠.


대략 3-4 경부터 때면 짧게나마 생각을 해보기 시작 했습니다. 회사 내에 HR이나 다른 개발 부서 VP들과 이야기 때면 저희 부서의 조직이 어떻게 것인지 물어보며 안테나를 세우고 다니기도 했고요.

그러다 석달 전에 내년도 부서 비용관련 일부 내역에 대해 제가 자료를 만들어야 일이 생겼습니다. 원래 매니져가 일이지만 매니져는 공석이고 조직도상 매니져인 부사장이 개발부서의 상황을 아는 것도 아니다보니 어쩔 없이 제가 일부를 했었습니다공식적으로는 저희 매니져인 부사장의 명의로 재무팀에 요청이 나가는 것이기에 부사장의 컨펌이 필요했고, 그래서 저는 기회에 이런저런 것들을 이야기 보고자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메일을 보내도 읽는지 안읽는지 모르겠지만 답장이 없었고, 사무실에 찾아가도 항상 자리에 없었죠. 나중에 1주일 정도 후에 알게 사실인데 당시 2 가량 인도연구소에서 근무 중이였습니다. 부사장이 제품개발부서 전체 책임자이기에 인도와 캐나다 양국을 오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더군요. 그래서 HR 통해 출장기간을 확인한 본사 근무일에 맞춰 사무실에 찾아가 보았지만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결국 나중에 다른 개발팀 VP 통해 연락이 되어 부사장이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발팀 매니져와 VP 검토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재무팀에는 무리없이 기한 내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개인적으로는 부서 클라우드 서비스 예산보다 중요한 개인면담을 기회를 놓친것이 너무 아쉬웠죠.


부사장에게 따로 연락을 하여 적어도 휴가일수 증가에 대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풀어볼까도 싶었지만, 다른 동료가 이미 전부터 부사장에게 면담 요청을 했지만 한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방법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고요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평가 면담일에 그냥 부딛칠 수도 없는 노릇이였습니다저는 더욱 휴가일수가 너무나도 간절한 상태였기에, 그에대한 /부를 확실히 일고싶었고, 그에 따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미리 시작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다 전에 전년도 고과평가 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360 평가라고 하여 매니져는 다른 유관부서 직원에게 특정 팀원에 대해 평가를 요청할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저도 다른 매니져의 요청을 받아 팀의 팀원 명을 평가한 적이 있었죠부사장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직속 팀원들을 직접 평가하기보다는 평소보다 많은 수의 360평가를 수행해 얻은 피드백들을 조합해 고과 산정을 같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였지만,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사다리타기 식으로 고과를 주는 보다는 분명 나은 방법이니 그럴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그래서 부터 저는 다시 신발끈을 조였습니다. 공식적으로 6-7월달은 금번 업무평가 대상기간이 아닌 내년도 평가에 포함되는 기간이지만, 6월달부터 고과평가 시스템이 열려 각 개인별 평가갘 시작되니 지금이라도 360 평가에 대비를 하면 가능할 같았습니다.

저희 부서의 업무는 자체적인 목표에 따른 개발업무가 1/3, 다른 모든 개발부서에서 요청하여 개발하는 업무가 1/3, 나머지는 기존 서비스와 인프라스트럭쳐에 대한 유지보수나 개선 업무입니다.
일의 재미로 보자면 자체적인 needs 목표에 따라 하는 일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부서의 요청에 따른 개발의 경우, 개발환경이나 관련분야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구조나 설계에 대해 상호간 이해가 달라 다툼도 잦은 편이고, 때로는 사용하는 기술 스택이 정말 지루하기 짝이없고 정말 흥미가 안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일을 때에 자체적인 needs 가진 일들을 서로 맡고싶어합니다.
하지만 360 평가를 고려한다면 외부 요청 대응 업무는 상당히 매력적인 업무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관련 업무들을 저에게 할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종류 아니라 방식에도 살짝 변화를 줬습니다.
포함 저희 팀원 4명은 전체 수백명의 개발자들의 요청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시스템에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기본 설계나 개발 프로세스에 문제가 경우에 저희는 best practices 모아놓은 템플릿 문서들을 보내주고, 이러한 형태로 기존 프로세스와 코드 구조와 설계가 변경되지 않으면 요청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보내곤 합니다. 각각의 케이스들을 깊게 살펴보고 맞춤형의 피드백을 있다면 좋겠지만, 기본적인 이해가 아직 부족한 팀에게 A-Z까지 모두 설명하고 살득시키기에는 저희 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했으니까요.
하지만 6월부터 저는 이상적인 형태의 업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청사항에 대해 거절을 하더라도, 그들의 현재 코드와 설계, 프로세스 등을 하나하나씩 분석하고 찾아낸 문제점들을 정리해 각각의 문제점들에 대해 best practices 매칭을 시켜주거나, 없는경우 제가 생각할 있는 최대한의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제안 했습니다. 정말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저의 제안에 대해 '지금 도는데 구지 바꿔?' 라며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파일럿 형태로 제가 임의로 그들의 프로젝트를 개선하여 직접 개선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고요그렇다보니 외부 요청에 의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이전 대비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시간부족으로 원래 계획한 업무들 뒤로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올해 번아웃 이후 하지 않았던 야근도 다시 시작했고, 주말에도 집에서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제가 흥미가 있던 주제들이 많이 있었기에 재미있게 있었고,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설계를 했던 팀들이지만 덮어놓고 변화에 반대하지않고, 저의 제안들을 경청해주는 상대들을 만났기에 지치지 않고 일을 있었죠.

그러다 3 , 여느 처럼 집에와서 계속 일을하고있는 금요일 늦은 밤에 부사장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
다음 주에 30 정도 잠깐 이야기 있겠니?"

드디어 고과면담이 잡힌다고 생각한 저는 언제 언제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 가능하다며 곧바로 회신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월요일 밤까지 아무런 추가 회신이 없기에, 휴가에 마음이 급했던 저는 다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
네가 스케쥴링 하기엔 바쁜것 같으니 내가 해도 될까? 일정표에 시간 아무때나 잡으면 되니? 장소는 사무실로 하면 되지? 혹시 네가 괜찮은 시간대나 요일이 있으면 알려줘."

그리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회신도 없었죠. 그래서 메신져를 통해 quick chat 요청건 관련 내가 답장을 보냈으니 확인 달라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다음주가 되어 HR 통해 알게 일인데, 부사장은 이미 인도에 다시 나가있었습니다. 저에게 메일을 냈던 토요일에 비행기를 탔다고 하고, 일정상 2 후에나 본사 출근을 한다더군요.

"
뭐지? 인도에 있을꺼면서 그런 메일을 보냈을까?"
미스터리 메일을 뒤로한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 부사장에게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 지금 인도에 있는데 내일 캐나다로 간다. 주말에 고과평가 미팅을 잡을테니 다음주에 보자."
그리고 일요일에 미팅 초대 메일을 받고, 이번 수요일에 고과평가 미팅을 하며 서류상 저의 매니져를 두번째로 만나볼 있었습니다.
고과평가에 대한 저의 우려를 알았는지 그는 시작부터 이번 평가의 어려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평가를 수가 없었기에 다른 개발 매니져들에게 평가를 요청한 이를 취합해 평가에 반영했다며, 저의 self evaluation 대한 피드백은 모두 비워둘 것이며 평가 점수만 준다고 했습니다. 저의 지난 1년에 대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에대해 객관적인 평을 들을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예상대로 360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는 좋았습니다. 일장연설이 조금 지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번 평가의 어려움의 근본 원인과 문제로 저를 지목하기 시작합니다.

"평가를 하려면 너를 알아야하고, 네가 일을 알아야하고, 네가 일이 얼마나 것인지 알아야하는데, 너는 내가 너를 있는 기회를 전혀 만들지 않았어. 360 평가를 보니 지난 1년간 정말 일을 같은데, 너의 이런 자세는 문제야.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self evaluation에서 크게 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나와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때문에 관련 항목들은 내가 조정을 했어.


??? ......?

평가는 자발성, 창의성, customer-oriented, 적극성 등등 여러 항목별로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저의 고과권자인 자신에게 어필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적극성, 책임감, company culture, 자발성 등등 개의 항목의 점수는 "Need to improve" 평가를 하겠답니다.

"내가 바빠서 네가 나를 못만난 것일 수도 있는데, supervisor 누군지 아니? 그래, 우리회사 사장이야. 그는 나보다 15배는 바쁜 사람이야. 내가 어떻게든 그를 찾아가고, 기다리고, 쫒아가서 만나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아마 나랑 1 내내 얼굴도 못볼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사람 출장가면 공항에 쫒아가기도 하고, 비서에게 연락해서 일정 확인해 잠깐 사무실에 돌아올 때에 맞춰 기다리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나를 알리고 우리 제품 개발팀을 알리지. 그런데 나에게 너를 알리기 위해서 무엇을 했니?"
... 속으로 정말 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그와 지금까지 이야기하며 느낀 것은 본인 스스로 틀린 것을 알면서 우긴다기 보다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너는 부사장이기도 하지만, 우리 팀의 매니져고, 우리를 알고 이해하고 관리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너의 롤인데, 롤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니?' 라는 말을 수백번 했지만, 저와는 완전히 다른 마인드 셋을 가진 벽이라 느껴졌기에 부분적으로는 인정을 한다고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3주전에 왔었던 미스터리 메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예를 들어서 내가 지난번에 30 정도 이야기 있겠냐고 메일을 보냈는데,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어. 이것은 너의 책임감과 company culture 대한 자세가 발전해야한다는 이야기이지."

"아니야. 네가 금요일 밤에 메일 보냈을때, 바로 답장을 했고, 이후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기에 다시 추가로 메일도 보냈고 메시지도 보냈어."

" 그런 메일 받은 없는데?"

"메일 열어봐. 분명히 보냈어. 아니면 폰에서 내가 보낸 메일 보여줄까?"

"좋아, 그러면 메일을 보자. 메일에 읽지않은 메일이 4천개가 있어. 말이 맞다면 중에 네가 보낸 메일이 있겠지. 만약 없다면 실수를 한거야. 어디보자... , 네가 보낸 메일을 내가 읽지 않았구나."

"그래 내가 회신 했다니까."

"그런데, 내가 30분정도 이야기 하자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너는 네가 가능한 시간만 알려주고 끝났자나. 이건 바람직하지 않아. 적극성이 결여되어있다는 말이지. 만약 내가 이런 식으로 일을 했다면 사장은 나를 진작 짤랐을꺼야. 내가 말했자나. 사장은 나보다 15배는 바쁜 사람이라니까. 메일에 이런 식으로 답장을 하면 안되고, 네가 직접 스케쥴링을 하거나, 내가 메일을 보낸 후에 나에게 찾아 왔어야지."

"그래서 다음에 메일 보냈어. 내가 스케쥴링 하겠다고. 그런데 메일에도 답이 없었어. 그래서 Team 메신져로 메시지도 보냈고,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어. 여기 찾아오기도 했는데 항상 없더라고. 그래서 알아보니 인도에 출장갔다고 하더라고"

"정말? 그럼 확인해 볼까? ... 그렇군. 메일을 보냈구나. Team 메신져 안써서 그건 모르겠고. 그러면 Need to improve 아니고 satisfied 바꿀께. 네가 처음부터 직접 스케쥴링을 하고, 나를 찾아왔어야하지만, 뒤늦게라도 그렇게 점은 인정 할께."
사실... 인도에 출장가면서 이런 말도안된 메일을 보낸 저의가 무엇인지도 따지고 싶었고 스태프 조직 멤버도 아닌 개발자가 이런 식으로 윗사람 쫒아다니면서 만나야한다는 말도안되는 이야기도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상대는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고하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기에 이상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 그래. 우리 자주 만나자... 최대한..."

"그래. 얼마 전에 매니져 명을 채용해서 너희 팀에 것이고 앞으로는 사람과 일을 하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주 중요한거야. 앞으로 나를 자주 찾아오려고 노력해봐. 나한테 연락을 한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일일히 확인 본다거나, 연락을 받을 있는 것은 아니야. 아주 바쁘거든. 그래도 네가 어떻게든 나를 만나려고 노력을 해야해"

"... 그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년도 저의 compensation 조정에 대한 자신의 오퍼를 말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만리장성보다 거대한 벽이라 느껴졌기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다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휴가를 늘릴 있을지 고민만 가득했습니다. 심지어 지금보다 연봉을 조금 깎더라도 휴가를 달라고 해야 지도 생각 봤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벽과 이야기했던 느낌과는 달리 오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상이나 기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전부터는 예전처럼 자릿 수의 %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보너스까지 포함하면 10% 이상이였죠. 부터 다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 휴가는? 휴가 이야기는 어떻게 꺼내지? 오퍼는 고맙지만 돈은 조금 올리더라도 휴가 왕창 달라고 해야하나? 아님 그냥 휴가 이야기를 꺼내?

"... 어째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다? 정도에 만족을 못하는거야? 이상은 안되. 나같으면 오늘 집에가서 와이프랑 파티 같은데?"

"아니야.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나도 와이프에게 오늘 파티하자고 메시지 보낼꺼야."

"그러면 만족 한거지? 오케이? 그럼 ?"

". 그런데 한가지... 내가 전부터 이야기했던 것인데, 한번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도 없지만 최종 승인을 받은 적도 없는거야. 정말로 많은 휴가가 필요해. 휴가 1주일이라도 늘리고 싶어. 지금 상태라면 내가 언제 번아웃되어도 이상할게 없어. 경력에서 지금만큼 휴가가 짧았던 적이 한번도 없거든."
정말로 그랬습니다. 특히 올해엔 언제 번아웃이 와도 이상 것이 전혀 없었기에 저는 충전을 위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으니까요. 예상외의 인상 폭이였기에 보너스나 연봉 인상분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휴가를 받아내고 싶었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나한테 메일 보내줘. 메일 제목에 [Important]라고 태깅해서."
아직 HR 최종 승인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부사장은 휴가에 대해서도 요구대로 처리를 주었고, 어찌되었건 제가 목표 바는 모두 이룰 있을것 같습니다.
캐나다 회사에서 일을 하며 기술적인 고집이나 아집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며 벽을 만난 같은 느낌이 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정말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마인드 셋으로 무장된 이런 벽은 처음 만나봤습니다.


연봉협상 다음 다른 팀원들과 이야기 하면서 알게 것인데,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부사장에게 똑같은 미스터리 이메일을 받았었고, 똑같이 자신의 답장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으며, 똑같이 고과평가 적극성, 자발성 등등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들 일부는 그러한 부사장의 의견에 강하게 반발하여 고과평가 미팅을 2시간 넘게 끌고가며 논쟁을 펼친 친구도 있습니다. 20 초반의 젊은 친구인데, 역시도 친구의 의견에는 격하게 공감을 하지만, 너무 거대하고 단단한 벽을 만났을 때에는 부수려 들기 보다는 그냥 돌아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는 저의 꼰대 생각을 전해줬습니다.


휴가를 늘리기위해 6월달부터 지속해 왔던 야근과 주말 근무가 처음 목표했던 휴가 아니라 돈까지 올려주면서 다른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금 오른 연봉이 적정한 수준의 노동을 하며 얻은 성과이기 보다는 다소 무리해서 피땀을 흘려서 얻은 결과이기에 저의 자산이기 보다는 부채라는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지난 1년간 노력한 결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기는 하지만, 연봉에 따른 성과를 못내면 연봉을 깎기 보다는 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금처럼 숨가쁘게 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저의 체력과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들 때엔 자칫 잘못하면 저의 발목을 잡아채는 족쇄처럼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일단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하기 보다는 지난 1년간 저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즐겨야겠죠. 연봉 인상이라는 회사원의 마약을 다시 받았으니, 약빤 기분으로 다시 신나게 일을 해야겠죠.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저도 제가 부러워하는 '총기'라는 것이 조금 생겨서 짧은 시간을 일하면서 지금 수준의, 아니면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얻는 날이 있다고 믿으며 이번 주말을 즐겨보려 합니다.

영어를 못해서 대인배가 된 사연

안녕하세요.

영어를 못해서 조금 답답한 일들은 그간 많이 겪어봤지만, 영어를 못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저 외에 모든 팀원들이 out of office이기 때문인데, 한 명은 컨퍼런스 참석으로 자리를 비웠고, 다른 2명은 이번주 내내 휴가이고, 나머지 한 명은 섬머쟙으로 갓 들어온 인턴인데, 수요일부터 2주간 휴가입니다. 

그렇다보니 지난주부터 시작된 이번 스프린트를 계획할 때 평소대비 일의 양을 절반수준으로 잡아 계획된 업무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긴 했는데, 문제는 옆에서 치고들어오는 이슈들이였습니다. 각 유관부서에서 저희 팀에 요청을 한다거나, 저희 팀이 관리하는 서비스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불끄러 나가야 한다는 등의 일들을 저 혼자서 다 해야하다보니 이번 주 내내 이런 '잡무'들로 평소보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주 수요일에 제가 예전에 소속되었던 개발팀에서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어젯 밤 늦게 (메일 작성 기준) 릴리즈를 앞두고 300여개가 넘는 모든 variation들을 전부 빌드하는 full build job을 실행시켰는데, 저희 팀에서 관리하는 외부 서비스 미러링 서버에서 time out이 발생하는 바람에 총 7시간이 걸린 빌드가 막판에 fail이 나버렸다는 메일이였습니다.

그 당일에는 다른 불을 끄느라 바빠 미처 메일 확인을 하지 못했고, 다음 날인 지난주 목요일에 처음으로 메일을 읽었는데, 이미 이틀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려 저희가 관리하는 미러링 서비스에서는 일부 로그들이 자동으로 삭제가 된 상황이였죠
그래서 간략하게 문제 상황과 fail된 빌드의 로그 등등을 확인해 본 후에, 이런저런 상황 설명과 함께, 정황에 근거하여 문제가 발생했을 때 fail이 되지않고 자동 복구가 가능한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능 할 수도 있는) 방법 등을 설명하여 메일을 보냈고, 몇 시간 뒤 다시 그 팀의 개발자 중 한명인 OOO은 제가 제안한 방법들의 side effect들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은 time out이 발생하지 않는 reliable한 서비스가 필요하고, 현재의 서비스가 그렇지 못하다면 별도의 서비스 셋업을 고려해야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그 답장을 보기는 했지만, 저는 또 다른 불을 끄고있던 상황인지라 당장은 대응을 하지 않았고, 끄고있던 불을 다 해결 한 이후에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분석을 하다보니 저희가 제공하는 미러링 서버의 특성과 그들의 빌드 시스템의 특성 상 제가 제안한 대안 중 한 가지의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문제 케이스에서는 특히 그러했죠. 그래서 관련 로그와 분석내용, 관련 코드의 일부를 캡쳐한 부분 등을 정리하여 정확한 원인과 그 원인에 따른 대안 제시를 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짓고 그간 밀린 메일과 메신져 메시지들을 하나씩 열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수신함의 마지막 메일을 보니, 미러링 서비스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던 그 팀의 매니져에게 온 메일이였습니다. 메일 수신시간을 보니 제 분석 메일의 발신시간 직전이였죠.

혹시 제 문제분석에서 누락된 것이 있지않을까 생각해 메일을 열었는데, 수신인에 저만 단독으로 있었습니다. 

'문제 해결책 의견을 주고받는데 왜 나한테만 보냈지?' 

약간 의아한 생각을 가지고 메일을 읽지 시작했는데, 제 생각과는 달리 사과 편지였습니다.

우리 팀 OOO이 보낸 메일에 대해 사과한다. OOO이 너한테 따지거나 항의하거나 비난하려고 메일을 보낸 것도 아니고 너한테 화가 난 것도 아니다. 너한테 지금 화가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 자체에 대해 화가 난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표현이 잘못된 것 같다. 매니져로서 내가 대신 사과한다. 지금 OOO이 너한테 이거 고쳐달라고 떼쓰는게 아니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여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문제 분석의 도움을 받아보고자 하는 것이였지 절대로 너나 너희 팀을 공격하고자 한다거나 너에게 해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의도가 아니였다...

뭐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처음에 메일을 훑어보면서 잘못보낸 메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누구에게 비난을 받거나 공격을 당했다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메일 본문 아래로 이전 메일 thread가 있어 스크롤 해보니 제가 그 팀 개발자들과 주고받은 메일 내용이 맞았습니다.

'뭐지?'

'뭔 말이지??' 

'누가 나 공격했었어???' 

'나 맞은 적이 있던거야????'

'내가 정녕 사과받을 만한 일이 있기는 있는거야?????'

혹시나 제가 읽지않고 실수로 삭제한 메일이 있다거나, 업무 메신져에서 놓친 글이 있는지를 다시 찾아보았지만, 딱히 그럴만한 사건이 보이지 않았죠.

그 팀은 1년 반 전만 해도 제가 소속되었던 팀이라 대부분 다 친분이 있었기에 다른 팀원을 통해 제가 보낸 분석 내용에 대한 의견 확인을 하는 척 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은근슬쩍 떠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팀에서 마지막으로 OOO이 메일을 보낸 후 몇몇 사람들이 수근거렸다고 합니다. 너무 강압적이고 공격적으로 메일을 작성했다고요. 그래서 OOO과 팀리드, 매니져 등등이 관련해서 이야기도 몇 번 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다시 읽어봐도 저의 영어실력에는 그냥 7시간 걸린 빌드에서 막판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빨리 문제 수정을하자는 메일로만 보이고, 딱히 저를 비난한다거나 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원어민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봅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본인 같으면 성질나서라도 아무것도 안 해줄텐데 저보고 대인배라고 합니다.
진짜 대인배가 아니였고 그냥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이였던지라 생각나는대로 횡설수설 아무말이나 막 했습니다.

'OOO이 화가 날 만도 하지. 이해해. 7시간 넘게 걸리는거라 밤새 돌렸는데, 에러 떴고, 그거 다시 하려면 또 밤에 해야해서 다시 하루가 흘러가는 거고. 어찌되었건 우리팀 responsibility 아래있는 서비스에서 time out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현상이였고....'

제 횡설수설에 그 친구가 너무 쿨하다고 하네요.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한 후 다시 돌아와 메일을 보니, OOO이 수신인을 저로만 설정해서 지난번 자신이 보낸 메일에 대한 excuse와 함께 Sorry 레터를 보냈습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팀의 매니져가 다시 한 번 Thank you & Sorry 레터를 보내더군요.

허허허...

참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무언가 뿌듯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죠.

저의 일반적인 성질머리를 생각한다면, 메일을 읽고 원어민들이 느꼈던 그런 감정을 저도 느꼈더라면 결코 이번처럼 대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나 계속해서 외부 요청들이 저에게만 깔대기처럼 몰리고 있는 이번 주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화끈하게 맞대거리를 한다거나, 아니면 메일을 읽지도 못했고 뭔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무시를 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의 부족한 영어실력 덕분에 저는 대인배가 되어버렸습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절대적인 언어실력의 부족 때문인지, 문맥상 전해지는 감성을 캐치하는 언어적 센스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의 복합작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다시 OOO이 보냈던 원래 메일을 읽어보아도 도무지 제가 공격을 받았다거나, OOO이 저에게 화를 낸다거나 저를 비난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네요. 어쩌면 한국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다양한 방법의 갈굼들과 압박에 익숙해져 이 정도의 공격에는 흔들리지 않는 내구성과 면역력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요.

여하튼 영어를 잘 알지 못해서, 잘 하지 못해서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저의 유일한 경험 이야기입니다.

벋어나기 힘든 꼰대기질


안녕하세요.

요즘들어 부쩍 드는 생각이 한국에서 12년 공교육과 4년 대학생활, 2년 2개월의 군생활과 8년여의 직장생활을 겪으면서 저도 모르게 오지랖과 꼰대근성을 갖게된 것이 아닐까 싶다는 것입니다.

보통 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간혹 캐나다 회사에서 다른 팀 동료들과 생활을 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느끼곤 합니다. 한국과 캐나다의 직장생활에서 가장 차이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3가지 정도가 가장 많이 차이난다고 이야기 할 것 같습니다.

1. 짧은 근무시간
2. 연차없는 사회
3. 단순한 상하관계

근무시간의 경우에는 요즘 예전 한국 직장의 동기들이나 후배들을 통해 소식을 들으면 예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니고 한국 떠난지 고작 5년밖에 안되었지만, 간혹 동기들을 통해 전해듣는 이야기를 보면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더군요.

제가 한국에서 개발자라는 커리어를 버리게 된 이유가 한 달에 100시간 잔업에 토요일 일요일 중 바쁘지 않은 시기에도 토요일에 4시간 정도는 근무를 했어야만 했고, 릴리즈 기간 전후로 2-3달 동안은 주말에도 8시간 이상 씩 풀 근무를 하며 가정생활에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개발직을 떠난 이후에도 주당 68시간 근무라고 해도, 항상 주말에 잡히는 임원회의 때문에 회의 전 저희 팀 임원 회의준비로, 회의 후에는 회의 시 나온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토요일에 보통 출근을 해야했고, 주중 68시간 근무 역시 계산해보면 매일 5-6시간은 더 근무를 하는 것이였으니, 개발실에 있을 때 보다는 줄어들었어도 일몰 이후,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 퇴근한다는 것에서는 거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제가 이민을 위해 퇴직을 하던 시기에도 자율 출근제나 자율 출퇴근제가 회사에 도입이되어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는 말이 있긴 했어도 대부분 저의 동기들은 항상 입에 한약을 물고 살았고, 영양제 한두통은 항상 책상머리에 두고 상시섭취를 했는데, 요즘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당 52시간 근무 이야기가 나올 무렵부터 회사에서 미리부터 이에 대비하여 각종 정책과 방안들이 공지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52시간 근무제가 자리잡혀서 저녁 7시만 되면 사무실에서 사람 얼굴을 보기 힘들정도이고, 자율출퇴근제도 잘 자리잡혀 각 개인의 생활패턴에 따라 6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이나, 주초에 일을 몰아서 하고 금요일에는 오전근무만 하고 퇴근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더군요.

한국에서 한 번 개발자 커리어를 버렸던 이유도, 개발자로 돌아가고 싶었을 때 망설였던 이유도 모두 근무시간의 문제였기에 얼마 전 동기들과 단톡방에서 워라벨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농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나 그냥 돌아갈까? 너희 수석님께 사람 필요 없냐고 물어볼래?"

하지만 아무리 근무시간이 개선 되었어도 나머지 두가지 차이점 때문에라도 아직은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할 마음은 아직 없습니다. 근무시간의 차이점이 없어졌다 하더라도, 다른 두 가지 차이점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죠.

먼저 연차에 대한 문제는 제가 개발자 커리어 복귀를 위해 캐나다에 올 수 밖에 없었던 문제입니다. 개발자 복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근무시간에 대한 어려움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위해 과감히 포기했는데, 사실 이건 제 마음속에만 있던 문제였고,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개발자 복귀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연차 때문이였죠.

전체 커리어의 연차로는 8년 경력이지만, 개발자로의 연차는 4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도 커리어 초반 4년 경력이기에 4년 넘는 단절 기간이 있었죠. 캐나다라면 그냥 신입의 조건으로라도 다시 커리어를 시작하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죠.
8년 연차라는 것 때문에 연봉과 직급 등의 조건도 걸리고, 만에하나 신입의 조건으로 들어간다 하여도 이미 30대인 신입사원을 받고싶어하는 20대 대리는 없으니, 고용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인력이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는 그래도 대기업인지라 40-50대의 실무자도 있긴 했지만, 일반적인 IT기업에서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점점 실무에서 관리직이나 영업직으로 전환을 해야하는 것이 일반적인지라, 개발 실무로의 꿈을 갖고있는 제가 갈 수 있는 자리도 매우 한정적이였고요.

다시 커리어 복귀를 한 지금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여도 연차와 관련된 문제는 이래저래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연차가 쌓임에 따른 관리직이나 영업직 전환의 문제도 있고, 커리어 복귀는 했지만 이전의 개발과는 다른 분야 개발을 하기에 현 분야에서 연차는 그다지 높지도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연차와 어쩌면 상호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 문제가 복잡한 상하관계입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전혀 문제점이라고 느낀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한국 직장에서 상하관계는 캐나다의 그것에 비해 상당히 복잡하다는 느낌입니다. 나의 인사권과 지휘권을 가진 직속상관과의 관계 뿐 아니라 같은 부서 내에서 상위 직급과 하위 직급간에도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같은 직급 내에서도 윗 기수와 아랫 기수간에 상하관계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기수와 직급 사이에도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가 간혹 나타나기도 합니다.

처음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그러한 상하관계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의 직장문화도 모르고, 직장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하는지 잘 몰랐을 때에, 한국에서 사수나, 회사 선배가 없는 캐나다 직장에서 나침반 잃은 항해사처럼 표류하면서 선배하나 있었으면 싶었습니다.
한국 회사는 신입사원이나 연차가 썩 높지않은 경력 사원이 들어오면 보통 2-4년정도 차이나는 선배들을 사수로 붙여 사수의 업무를 쉐도잉 하거나, 사수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면서 일을 하나씩 배우고, 그 회사와 부서의 특성이나 업무 프로세스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하나씩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니, 회사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그저 메뉴얼 문서만 전달 될 뿐이고, 내가 해야 할 일도 시스템 내에서 스스로 찾아서 해야했고, 현재 회사 제품의 코드 구조와 설계에 대해서도 혼자 프로젝트를 열어보고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간혹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물론 친절하게 설명은 해 주었지만 그들의 시간을 빼았는 것이기에 사수들에게 그랬듯 세세한 것 하나하나 물어보고 지도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였죠.

그렇게 캐나다에서 '신입'? 기간을 거치고 어느덧 이러한 직장문화에도 적응이 된 이후에는 한국의 복잡한 다단계의 상하관계가 상당히 피곤한 구조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선배나, 상위직급의 팀원들에게 때로는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업무에 대한 간섭을 받기도하고, 때로는 업무지시를 받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제 직속상관의 지시와 선배다 다른 상급자의 말이 다른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또한 업무관련 회의를 할 때에 선배나 상급자가 제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논리를 펼친 상황이라면 제가 그에대한 반론을 함부로 펼치기 힘듭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잘 포장해서 그들의 심기를 건들이지 않도록 이야기 하거나, 공식회의 외에 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생각하는 방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하거나, 반론이 아닌 조금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반대 방향으로 끌고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직장에서 상하관계는 저의 인사권자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직급체계 자체도 한국보다 매우 단순하지만, 직급의 상하관계는 단순 그 사람의 직급일 뿐이지 저에대한 어떠한 권한도 없으며 일을 함에있어 저와 같은 1:1의 동등한 팀원 관계였습니다. 직급에 따른 차이가 없으니 당연히 기수나 나이에 따른 서열관계도 없을 수 밖에 없고요.

그렇다보니 일을 할 때 참 편합니다. 저만의 논리가 분명하다면 상대가 그 누구라고 해도 마음껏 저만의 생각을 펼칠 수 있고, 저의 업무에대한 판단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수평적 관계는 팀원들간 뿐 아니라 인사권자와 팀원 사이에도 보입니다.

한 팀을 이끄는 사람은 그 팀원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 팀원들의 연봉이나 복지수준을 조정 할 수 있는 권한도 있고, 새로운 팀원을 고용하거나 기존 팀원 중 누군가를 해고 할 권한도 가지고 있죠. 어찌보면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인사권자와 일반 팀원들 간의 관계도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요즘 이른바 '갑질' 이라고 불리는 것 만큼이나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제가 봐 온 인사권자들의 영향력은 캐나다에서의 그것보다 더 넓고 크고 깊었죠. 
일을 하다보면 누가 보더라도 방향이 한 가지로 귀결되는 당연한 일들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각 개인마다 다른 의견과 생각을 갖게하는 일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엔 보통 이련 경우에 그 인사권을 지닌 부서장이 혼자 생각하여 결정을 내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본 이후에 본인 생각에 따라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서장이 팀원들에게 토론의 장을 열어줬을 때에는 팀원들간 열띈 토론을 벌이기도 하지만, 일단 부서장이 방향을 정한 이후에는 그 결정에 토를 달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팀원들 간 몇 번 캐쥬얼하게 토론을 했고, A, B 두가지 중에 B쪽이 맞는 것 같다고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매니져는 A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팀원들이 매니져를 찾아가 성토대회를 연 것이였습니다.

또 한번은 A, B 두가지 중에 서로 장단점이 맞물리는 것이 많아 팀원들간 의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 때 매니져가 A를 선택했습니다. 그러자 B를 주장하던 팀원 뿐 아니라 A를 주장했던 팀원까지 매니져를 찾아 가서는 아직 우리가 기술적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무슨 정무적 판단에 의해 A로 결정된 것인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해보니 별다른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고, 매니져의 관점에서 A가 더 나은 것 같아 A로 추진을 하려던 것이였고, A와 B를 지지하던 팀원들이 모두 그에 반대를 했습니다. 실무 기술자의 검토와 의견을 들을 것이 아니라면 왜 내가 여기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친구도 있었고, 양쪽의 장단점을 계속 토론해서 어느 쪽이건 단점을 보완하는 대비를 해야하는데 그에대한 대비도 없이 결정하는건 문제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매니져가 technical decision에 정무적 판단 없이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반대하는 친구도 있었죠.

물론 캐나다에도 한국의 인사권자같은 스타일의 사람도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이 어떻건 자신이 방향을 정하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기도 하고, 그러다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가차없이 쳐내기도 하고요. 저희 회사에도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죠. 그런데 조금 다른 것이라면 한국에서 제가 그런 분들을 봤을 때엔 그다지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어찌되었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이라면 오히려 능력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여기에서는 모두들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며, 그 누구도 같이 일을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제 이전 직장동료도 팀이 이동하며 그 VP밑으로 들어가자 수 개월 내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저의 경험이 모든 한국의 직장과 모든 캐나다의 직장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8년간 일 한 회사는 단 하나의 회사였을 뿐이고, 캐나다에서도 지난 5년 간 일 한 회사도 단 하나의 회사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미 단순한 인간관계에 적응이 되어버려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복잡한 다단계의 상하관계 하에서 근무를 하고싶은 마음이 없네요.

그런데, 제가 오지랖과 꼰대정신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우습게도 바로 이 복잡한 상하관계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한 저의 모습 때문입니다.

회사에 졸업 후 이제 갓 회사생활을 시작한 동료가 있습니다. 이제 회사에 들어온지 1년정도 되었는데, 갓 졸업한 junior치고는 상당히 일을 잘 하는 편이며, 팀에 적지않은 기여를 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가 저희 팀 평균으로 보자면 상당히 자주 재택근무를 합니다. 보통 주당 2-3일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는데, 재택근무를 하겠다며 팀에 공지할 때 그 사유를 보면...

 "아마존에서 주문한게 있는데, 오늘 꼭 받아야 한다. 택배받아야하니 재택근무 할께"

 "어제 택배 온다고 했는데, 안왔다. 오늘 하루 더 재택근무 할께."

 "여자친구가 너무 외롭다고해서 오늘은 집에서 근무할께."

이런 사유들입니다.

사실 개발자라는 업무의 특성상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아무런 사유없이 재택근무를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저희 회사의 다른 팀의경우 총 10명이 조금 넘는 팀이지만, 그 중 3-4명은 거의 상시 재택근무중이며, 또 다른 2-3명 정도는 매우 자주 재택근무를 하는데, 재택근무를 할 때에 별도의 팀 공지도 하지않는 팀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공지를 하는 경우에는 팀원들이 모두 참석해야하는 회의가 있는 날 재택근무를 할때, '오늘 재택근무를 하니 회의는 skype voice call로 참석 예정이다.' 정도이죠.

하지만, 저희 팀 동료의 이런 재택근무 공지를 볼 때 마다 저의 오지랖과 꼰대정신에 의해 제 입이 근질근질 거리기 시작합니다. 이런 단순하고 하찮은 일들로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선배 대 후배의 관계에서 해 주고 싶어지죠. 특히나 이 친구가 전반적으로 하는 업무량은 junior로서 충분하기는 하지만, 매일매일의 업무성과만을 놓고 보았을 때, 출근일과 재택근무일의 업무량과 퀄리티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에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 차제가 저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고, 그 친구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고, 또 그 친구가 결국 해내는 일의 총량에는 문제가 없기에 문제없는 일에 트집잡고 이야기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아무말도 안하고 살았지만, 아직까지도 종종 그 친구를 보면...

 "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말이야...."

 "마치 나의 신입 때를 보는 것 같아서인데..."

 "지금 잘 하고는 있지만, 더 잘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어서 하는 말인데..."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고싶어 입이 근질근질거려 참기 힘들 때가 있네요.

이러한 단순한 상하관계에서 오는 장점을 누리고 살고있지만, 반대로 저에게 익숙해져버린 오지랖때문에 이런 단순한 상하관계가 불편하기도 하네요. 언어에 대한 문제와 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업무 때문에, 매니져라는 직책은 절대로 맡고싶은 생각이 없기는 하지만, 저의 이러한 오지랖과 꼰대기질 때문에라도 매니져 롤은 절대로 맡아서는 안될 것 같네요. 만약 제가 매니져가 된다면 캐나다 역사상 손에 꼽힐만큼 악랄한 매니져가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