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8일 토요일

캐나다에서 만난 통곡의 벽, 하지만 목표달성!!!

안녕하세요.

오늘은 며칠 전에 마무리 연봉 근무조건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제가 다니고있는 회사는  회계년도 2019년이 이미 시작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는 개인의 업무성과와 그에따른 보상에 대한 협상이 calendar year 아닌 fiscal year 맞춰 이뤄지기에 연말이 아닌 연중에 이렇게 평가와 협상이 이루어지죠.

예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저의 연봉협상에 대한 전략을 간단히 되짚어보자면 일단 지난 1년간 정말로 일을 했어야하고, 다음은 특히 협상기간 직전, 회계년도 막바지에 강한 임팩트가 있을만한 것들을 터트려주는게 더욱 좋으며, 보상을 받을만한 충분한 성과가 있었다면 미리 supervisor에게 정보를 흘려 내가 원하는 보상을 어느정도 눈치챌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전략은 실제 내가 일보다 보상을 이끌어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만큼의 보상을 받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해엔 저희팀 매니져가 계속 공석이였고, 위에 2단계의 보고체계도 비어있다보니 조직도상 저의 직속상관이 한동안은 회사 창업자 CEO였고, 조직 구성이 다소 변경 이후에도 제품개발 전체 책임자인 부사장이 직속상관이였습니다.
부사장과는 조직이 변경되었을 5-10 정도 서로 인사한 것이 전부였으며, 이전에는 이름도 몰랐던 사람이기에 제가 지난 1년간 어떤 일을 얼마나 어떻게 왔는지 도무지 없는 것이 자명했는데, 연봉협상을 앞두고 저는 점이 상당히 불편했죠. 딱히 인상이나 변경요인이 없었다면 모를까, 지난 1 정도는 능력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을 짜내어 많은 일들을 해왔고, 기간동안 적어도 저희 내에서 가장 많은 일을 수행 왔기에, 저는 그에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랬으니까요. 어차피 연봉은 오르더라도 절반은 세금으로 떨어져 나가고, 예전처럼 20, 30% 인상을 만큼의 룸도 없기에 크게 바라지 않았지만, 휴가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크게 늘리고 싶었죠.


대략 3-4 경부터 때면 짧게나마 생각을 해보기 시작 했습니다. 회사 내에 HR이나 다른 개발 부서 VP들과 이야기 때면 저희 부서의 조직이 어떻게 것인지 물어보며 안테나를 세우고 다니기도 했고요.

그러다 석달 전에 내년도 부서 비용관련 일부 내역에 대해 제가 자료를 만들어야 일이 생겼습니다. 원래 매니져가 일이지만 매니져는 공석이고 조직도상 매니져인 부사장이 개발부서의 상황을 아는 것도 아니다보니 어쩔 없이 제가 일부를 했었습니다공식적으로는 저희 매니져인 부사장의 명의로 재무팀에 요청이 나가는 것이기에 부사장의 컨펌이 필요했고, 그래서 저는 기회에 이런저런 것들을 이야기 보고자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메일을 보내도 읽는지 안읽는지 모르겠지만 답장이 없었고, 사무실에 찾아가도 항상 자리에 없었죠. 나중에 1주일 정도 후에 알게 사실인데 당시 2 가량 인도연구소에서 근무 중이였습니다. 부사장이 제품개발부서 전체 책임자이기에 인도와 캐나다 양국을 오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더군요. 그래서 HR 통해 출장기간을 확인한 본사 근무일에 맞춰 사무실에 찾아가 보았지만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결국 나중에 다른 개발팀 VP 통해 연락이 되어 부사장이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발팀 매니져와 VP 검토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재무팀에는 무리없이 기한 내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개인적으로는 부서 클라우드 서비스 예산보다 중요한 개인면담을 기회를 놓친것이 너무 아쉬웠죠.


부사장에게 따로 연락을 하여 적어도 휴가일수 증가에 대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풀어볼까도 싶었지만, 다른 동료가 이미 전부터 부사장에게 면담 요청을 했지만 한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방법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고요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평가 면담일에 그냥 부딛칠 수도 없는 노릇이였습니다저는 더욱 휴가일수가 너무나도 간절한 상태였기에, 그에대한 /부를 확실히 일고싶었고, 그에 따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미리 시작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다 전에 전년도 고과평가 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360 평가라고 하여 매니져는 다른 유관부서 직원에게 특정 팀원에 대해 평가를 요청할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저도 다른 매니져의 요청을 받아 팀의 팀원 명을 평가한 적이 있었죠부사장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직속 팀원들을 직접 평가하기보다는 평소보다 많은 수의 360평가를 수행해 얻은 피드백들을 조합해 고과 산정을 같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였지만,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사다리타기 식으로 고과를 주는 보다는 분명 나은 방법이니 그럴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그래서 부터 저는 다시 신발끈을 조였습니다. 공식적으로 6-7월달은 금번 업무평가 대상기간이 아닌 내년도 평가에 포함되는 기간이지만, 6월달부터 고과평가 시스템이 열려 각 개인별 평가갘 시작되니 지금이라도 360 평가에 대비를 하면 가능할 같았습니다.

저희 부서의 업무는 자체적인 목표에 따른 개발업무가 1/3, 다른 모든 개발부서에서 요청하여 개발하는 업무가 1/3, 나머지는 기존 서비스와 인프라스트럭쳐에 대한 유지보수나 개선 업무입니다.
일의 재미로 보자면 자체적인 needs 목표에 따라 하는 일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부서의 요청에 따른 개발의 경우, 개발환경이나 관련분야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구조나 설계에 대해 상호간 이해가 달라 다툼도 잦은 편이고, 때로는 사용하는 기술 스택이 정말 지루하기 짝이없고 정말 흥미가 안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일을 때에 자체적인 needs 가진 일들을 서로 맡고싶어합니다.
하지만 360 평가를 고려한다면 외부 요청 대응 업무는 상당히 매력적인 업무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관련 업무들을 저에게 할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종류 아니라 방식에도 살짝 변화를 줬습니다.
포함 저희 팀원 4명은 전체 수백명의 개발자들의 요청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시스템에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기본 설계나 개발 프로세스에 문제가 경우에 저희는 best practices 모아놓은 템플릿 문서들을 보내주고, 이러한 형태로 기존 프로세스와 코드 구조와 설계가 변경되지 않으면 요청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보내곤 합니다. 각각의 케이스들을 깊게 살펴보고 맞춤형의 피드백을 있다면 좋겠지만, 기본적인 이해가 아직 부족한 팀에게 A-Z까지 모두 설명하고 살득시키기에는 저희 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했으니까요.
하지만 6월부터 저는 이상적인 형태의 업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청사항에 대해 거절을 하더라도, 그들의 현재 코드와 설계, 프로세스 등을 하나하나씩 분석하고 찾아낸 문제점들을 정리해 각각의 문제점들에 대해 best practices 매칭을 시켜주거나, 없는경우 제가 생각할 있는 최대한의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제안 했습니다. 정말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저의 제안에 대해 '지금 도는데 구지 바꿔?' 라며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파일럿 형태로 제가 임의로 그들의 프로젝트를 개선하여 직접 개선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고요그렇다보니 외부 요청에 의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이전 대비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시간부족으로 원래 계획한 업무들 뒤로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올해 번아웃 이후 하지 않았던 야근도 다시 시작했고, 주말에도 집에서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제가 흥미가 있던 주제들이 많이 있었기에 재미있게 있었고,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설계를 했던 팀들이지만 덮어놓고 변화에 반대하지않고, 저의 제안들을 경청해주는 상대들을 만났기에 지치지 않고 일을 있었죠.

그러다 3 , 여느 처럼 집에와서 계속 일을하고있는 금요일 늦은 밤에 부사장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
다음 주에 30 정도 잠깐 이야기 있겠니?"

드디어 고과면담이 잡힌다고 생각한 저는 언제 언제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 가능하다며 곧바로 회신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월요일 밤까지 아무런 추가 회신이 없기에, 휴가에 마음이 급했던 저는 다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
네가 스케쥴링 하기엔 바쁜것 같으니 내가 해도 될까? 일정표에 시간 아무때나 잡으면 되니? 장소는 사무실로 하면 되지? 혹시 네가 괜찮은 시간대나 요일이 있으면 알려줘."

그리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회신도 없었죠. 그래서 메신져를 통해 quick chat 요청건 관련 내가 답장을 보냈으니 확인 달라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다음주가 되어 HR 통해 알게 일인데, 부사장은 이미 인도에 다시 나가있었습니다. 저에게 메일을 냈던 토요일에 비행기를 탔다고 하고, 일정상 2 후에나 본사 출근을 한다더군요.

"
뭐지? 인도에 있을꺼면서 그런 메일을 보냈을까?"
미스터리 메일을 뒤로한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 부사장에게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 지금 인도에 있는데 내일 캐나다로 간다. 주말에 고과평가 미팅을 잡을테니 다음주에 보자."
그리고 일요일에 미팅 초대 메일을 받고, 이번 수요일에 고과평가 미팅을 하며 서류상 저의 매니져를 두번째로 만나볼 있었습니다.
고과평가에 대한 저의 우려를 알았는지 그는 시작부터 이번 평가의 어려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평가를 수가 없었기에 다른 개발 매니져들에게 평가를 요청한 이를 취합해 평가에 반영했다며, 저의 self evaluation 대한 피드백은 모두 비워둘 것이며 평가 점수만 준다고 했습니다. 저의 지난 1년에 대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에대해 객관적인 평을 들을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예상대로 360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는 좋았습니다. 일장연설이 조금 지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번 평가의 어려움의 근본 원인과 문제로 저를 지목하기 시작합니다.

"평가를 하려면 너를 알아야하고, 네가 일을 알아야하고, 네가 일이 얼마나 것인지 알아야하는데, 너는 내가 너를 있는 기회를 전혀 만들지 않았어. 360 평가를 보니 지난 1년간 정말 일을 같은데, 너의 이런 자세는 문제야.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self evaluation에서 크게 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나와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때문에 관련 항목들은 내가 조정을 했어.


??? ......?

평가는 자발성, 창의성, customer-oriented, 적극성 등등 여러 항목별로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저의 고과권자인 자신에게 어필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적극성, 책임감, company culture, 자발성 등등 개의 항목의 점수는 "Need to improve" 평가를 하겠답니다.

"내가 바빠서 네가 나를 못만난 것일 수도 있는데, supervisor 누군지 아니? 그래, 우리회사 사장이야. 그는 나보다 15배는 바쁜 사람이야. 내가 어떻게든 그를 찾아가고, 기다리고, 쫒아가서 만나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아마 나랑 1 내내 얼굴도 못볼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사람 출장가면 공항에 쫒아가기도 하고, 비서에게 연락해서 일정 확인해 잠깐 사무실에 돌아올 때에 맞춰 기다리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나를 알리고 우리 제품 개발팀을 알리지. 그런데 나에게 너를 알리기 위해서 무엇을 했니?"
... 속으로 정말 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그와 지금까지 이야기하며 느낀 것은 본인 스스로 틀린 것을 알면서 우긴다기 보다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너는 부사장이기도 하지만, 우리 팀의 매니져고, 우리를 알고 이해하고 관리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너의 롤인데, 롤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니?' 라는 말을 수백번 했지만, 저와는 완전히 다른 마인드 셋을 가진 벽이라 느껴졌기에 부분적으로는 인정을 한다고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3주전에 왔었던 미스터리 메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예를 들어서 내가 지난번에 30 정도 이야기 있겠냐고 메일을 보냈는데,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어. 이것은 너의 책임감과 company culture 대한 자세가 발전해야한다는 이야기이지."

"아니야. 네가 금요일 밤에 메일 보냈을때, 바로 답장을 했고, 이후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기에 다시 추가로 메일도 보냈고 메시지도 보냈어."

" 그런 메일 받은 없는데?"

"메일 열어봐. 분명히 보냈어. 아니면 폰에서 내가 보낸 메일 보여줄까?"

"좋아, 그러면 메일을 보자. 메일에 읽지않은 메일이 4천개가 있어. 말이 맞다면 중에 네가 보낸 메일이 있겠지. 만약 없다면 실수를 한거야. 어디보자... , 네가 보낸 메일을 내가 읽지 않았구나."

"그래 내가 회신 했다니까."

"그런데, 내가 30분정도 이야기 하자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너는 네가 가능한 시간만 알려주고 끝났자나. 이건 바람직하지 않아. 적극성이 결여되어있다는 말이지. 만약 내가 이런 식으로 일을 했다면 사장은 나를 진작 짤랐을꺼야. 내가 말했자나. 사장은 나보다 15배는 바쁜 사람이라니까. 메일에 이런 식으로 답장을 하면 안되고, 네가 직접 스케쥴링을 하거나, 내가 메일을 보낸 후에 나에게 찾아 왔어야지."

"그래서 다음에 메일 보냈어. 내가 스케쥴링 하겠다고. 그런데 메일에도 답이 없었어. 그래서 Team 메신져로 메시지도 보냈고,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어. 여기 찾아오기도 했는데 항상 없더라고. 그래서 알아보니 인도에 출장갔다고 하더라고"

"정말? 그럼 확인해 볼까? ... 그렇군. 메일을 보냈구나. Team 메신져 안써서 그건 모르겠고. 그러면 Need to improve 아니고 satisfied 바꿀께. 네가 처음부터 직접 스케쥴링을 하고, 나를 찾아왔어야하지만, 뒤늦게라도 그렇게 점은 인정 할께."
사실... 인도에 출장가면서 이런 말도안된 메일을 보낸 저의가 무엇인지도 따지고 싶었고 스태프 조직 멤버도 아닌 개발자가 이런 식으로 윗사람 쫒아다니면서 만나야한다는 말도안되는 이야기도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상대는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고하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기에 이상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 그래. 우리 자주 만나자... 최대한..."

"그래. 얼마 전에 매니져 명을 채용해서 너희 팀에 것이고 앞으로는 사람과 일을 하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주 중요한거야. 앞으로 나를 자주 찾아오려고 노력해봐. 나한테 연락을 한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일일히 확인 본다거나, 연락을 받을 있는 것은 아니야. 아주 바쁘거든. 그래도 네가 어떻게든 나를 만나려고 노력을 해야해"

"... 그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년도 저의 compensation 조정에 대한 자신의 오퍼를 말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만리장성보다 거대한 벽이라 느껴졌기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다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휴가를 늘릴 있을지 고민만 가득했습니다. 심지어 지금보다 연봉을 조금 깎더라도 휴가를 달라고 해야 지도 생각 봤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벽과 이야기했던 느낌과는 달리 오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상이나 기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전부터는 예전처럼 자릿 수의 %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보너스까지 포함하면 10% 이상이였죠. 부터 다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 휴가는? 휴가 이야기는 어떻게 꺼내지? 오퍼는 고맙지만 돈은 조금 올리더라도 휴가 왕창 달라고 해야하나? 아님 그냥 휴가 이야기를 꺼내?

"... 어째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다? 정도에 만족을 못하는거야? 이상은 안되. 나같으면 오늘 집에가서 와이프랑 파티 같은데?"

"아니야.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나도 와이프에게 오늘 파티하자고 메시지 보낼꺼야."

"그러면 만족 한거지? 오케이? 그럼 ?"

". 그런데 한가지... 내가 전부터 이야기했던 것인데, 한번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도 없지만 최종 승인을 받은 적도 없는거야. 정말로 많은 휴가가 필요해. 휴가 1주일이라도 늘리고 싶어. 지금 상태라면 내가 언제 번아웃되어도 이상할게 없어. 경력에서 지금만큼 휴가가 짧았던 적이 한번도 없거든."
정말로 그랬습니다. 특히 올해엔 언제 번아웃이 와도 이상 것이 전혀 없었기에 저는 충전을 위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으니까요. 예상외의 인상 폭이였기에 보너스나 연봉 인상분의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휴가를 받아내고 싶었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나한테 메일 보내줘. 메일 제목에 [Important]라고 태깅해서."
아직 HR 최종 승인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부사장은 휴가에 대해서도 요구대로 처리를 주었고, 어찌되었건 제가 목표 바는 모두 이룰 있을것 같습니다.
캐나다 회사에서 일을 하며 기술적인 고집이나 아집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며 벽을 만난 같은 느낌이 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정말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마인드 셋으로 무장된 이런 벽은 처음 만나봤습니다.


연봉협상 다음 다른 팀원들과 이야기 하면서 알게 것인데,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부사장에게 똑같은 미스터리 이메일을 받았었고, 똑같이 자신의 답장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으며, 똑같이 고과평가 적극성, 자발성 등등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들 일부는 그러한 부사장의 의견에 강하게 반발하여 고과평가 미팅을 2시간 넘게 끌고가며 논쟁을 펼친 친구도 있습니다. 20 초반의 젊은 친구인데, 역시도 친구의 의견에는 격하게 공감을 하지만, 너무 거대하고 단단한 벽을 만났을 때에는 부수려 들기 보다는 그냥 돌아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는 저의 꼰대 생각을 전해줬습니다.


휴가를 늘리기위해 6월달부터 지속해 왔던 야근과 주말 근무가 처음 목표했던 휴가 아니라 돈까지 올려주면서 다른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금 오른 연봉이 적정한 수준의 노동을 하며 얻은 성과이기 보다는 다소 무리해서 피땀을 흘려서 얻은 결과이기에 저의 자산이기 보다는 부채라는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지난 1년간 노력한 결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기는 하지만, 연봉에 따른 성과를 못내면 연봉을 깎기 보다는 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금처럼 숨가쁘게 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저의 체력과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들 때엔 자칫 잘못하면 저의 발목을 잡아채는 족쇄처럼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일단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하기 보다는 지난 1년간 저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즐겨야겠죠. 연봉 인상이라는 회사원의 마약을 다시 받았으니, 약빤 기분으로 다시 신나게 일을 해야겠죠.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저도 제가 부러워하는 '총기'라는 것이 조금 생겨서 짧은 시간을 일하면서 지금 수준의, 아니면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얻는 날이 있다고 믿으며 이번 주말을 즐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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