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벌써 5년... 그 다음 5년을 향해.

요즘 제 삶에 새로운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지 못해 다소 목적의식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내던 중, 목표수립 이전까지 잠시 쉬어가는 코너로 수립한 저의 단기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외발 자전거 타기!

그래서 며칠 전 인터넷 쇼핑을 통해 외발 자전거 한 대를 주문 했습니다.



외발 자전거 타는 법 관련해 구글링을 하다보니 대략 15시간 정도 연습을 하면 어느정도 탈 수 있다고 해서, 눈/비 오는 날이나 어쩌다 연습을 거르는 날 등을 고려해 매일 30분씩 연습하여 올 해 말일까지는 외발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목표를 정해서 연습 중이죠. 물론 이 목표보다는 덜 재미있지만 훨씬 중요한 것은 연말까지 다음 5개년 계획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겠지요.

보통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일몰 이후에 집 앞 drive way에서 연습을 했는데, 지난 주말에는 한낮에 연습을 했습니다. 여느 때 처럼 열심히 구르고 넘어지고 까지며 연습을 하다 잠시 쉬고있는데, 차량 한 대가 저희 집앞에 멈췄습니다. 뭔가 싶어서 쳐다보니, 아이들이 외발자전거 타는거 보고싶다고 해서 잠시 보려고 멈췄답니다.

저는 이거 며칠 전에 사서 아직 못탄다는 말과 함께 미처 패달이 2바퀴도 돌기 전에 뒤로 나자빠짐을 시연해 보임으로서 제 말이 거짓이 아님을 과감히 증명해 보였죠.

"굳럭!"

이 말을 남기고 그 차는 떠나갔습니다.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그만둘지, 더 연습할지를 고민하던 찰나,

"띠링"

핸드폰에 알림이 떴습니다. 

구글 포토에서 5년전 오늘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알려주는데, 평소에 보이는 아아들 사진이 아닌, 건물 사진 한 장만 달랑 보이네요.


사진을 딱히 좋아하지 않기에 아이들 사진 외에는 잘 찍지도 않는 제가 건물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캘린더와 당시 저의 SNS를 찾아보니 5년 전 오늘이 한국에서 저의 사표 결재프로세스가 모두 완료되어 퇴직일이 확정이 되었던 날이며, 그간 같이 지냈던 다른 분들께 곧 퇴직한다는 인사를 뿌린 날이더군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8년을 보낸 곳이기에 괜시리 센치해져 사업장 밖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건물 사진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이 날로부터 8년 전, 신입사원 때만 해도 저는 이 회사에서 평생 일을 할 줄 알았습니다. 아니 신입사원 시절까지 시계를 돌리지 않더라도, 그 해 3월에도 제가 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안되는 것이지만 손에 쥔 것을 놓기 싫어 이직조차 마다했었고 강인한 성품을 지니지 못해 이것 저것 재고 또 비교하면서 타이밍을 놓치기에 도가 튼 제가 부서 이동도 아니고, 한국 내 이직도 아닌 이민을 결정에서 실행까지 단 반년만에 끝내버렸습니다. 4월달부터 시작된 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5월이 되자 이민으로 변했고, 6월에는 캐나다라는 대상 국가가 확정되었으며, 7-8월에는 이민을 위해 영어 공부했고 9월 IELTS를 3차례 연속으로 치뤘고, 필요한 성적이 나오자 11월에 퇴직을 한 후, 12월에 캐나다로 왔습니다.

이 때엔 

'한창 왕성한 경제활동이 필요한 지금 나이에...'

'혼자도 아닌 처자식을 데리고...'

'집도 절도 없는데...'

'말도 잘 안통하는데...'

'한국에서도 해내지 못했으면서 하물며 캐나다에 가서 5년간 손 놓았던 일을 다시 하는게 맞는 선택이기는 한 것인지...' 

등등 정말 수 많은 고민과 걱정과 근심들로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제 삶과 커리어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과 숙제들을 가지고 살지만, 이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고민들 뿐 이군요.

하지만, 이민 고민부터 실행까지 타임라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때에 저는 충분히 조사하고 준비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다소 무모한 돈키호테식 결정 덕분에 "무식하면 용감"해졌고, 그래서 캐나다까지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성향상, 제가 지금 알고있는 것들을 5년 전에도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냥 한국에서 계속 직장을 다녔을 것입니다. 
저의 지난 5년은 좋은 기회들과 행운들이 말 그대로 우연히 연속되면서. 자칫 한걸음만 삐끗 해도 떨어질 수 있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이민에서 실력/언어/재력/지식/경험 무엇하나 빼어난 것이 없는 제가 이만큼 전진할 수 있었는데, 이런 우연들이 언제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5년 전 계획들이 정말 많은 행운과 우연들로 인해 이뤄졌다면, 다음 5개년 계획들은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통해 저의 땀으로 이뤄내고 싶습니다. 지금 시도중인 외발자전거 타기는 어쩌면 그 과정 중에는 구르고 넘어지고 깨진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하는 노력은 결국에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제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은 증명이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댓글 4개:

  1. 옥둥이님 글 보며 늘 동기부여를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글들 많이 올려주시고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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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올려 주신 글을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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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제 막 캐나다에 와서... 좌충우돌 불안한 중이지만.. 쓰신 글들 보며 제 마음을 다잡아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과 정보 감사드립니다. 저는 분야는 다르지만 올해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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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네이버 카페에서 디지털 시티 사진을 보고 반가움에.. 쓰신 글 찾고 찾아서.. 블로그 완독 했습니다. ^^ 처음 질문 드리려던 것들도 다 읽고 나니 모두 해소 되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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