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5일 금요일

한국인이라 행복했던 하루

안녕하세요. 약 2달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분명히 7월 말에 연봉협상을 할 때만 해도 제 마음 속에 다음 한 해의 목표는 일을 조금만 하면서 남들만큼 여유롭게 살고, 기존의 성과는 어느정도 유지를 하는 것이였는데, 작심삼일이라고 벤쿠버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온갖 일들이 터지기도 했고 이것저것 제가 달려들 일들이 생겨버려 바쁘게 정말 바쁘게 살았네요.

어제는 팀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제가 한국인이라서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 하루였습니다.

첫번째 사건은 약 석달 전 기술이민으로 캐나다에 와서 저희 회사로 입사한 인도 친구와 대화 하면서 생겼습니다.  이 친구는 지난주에 하루 휴가를 내고 G1  라이센스 시험을 봤지만 탈락을 했었죠. 오전에 스프린트 스크럼 미팅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옥빌에 driving test는 어때? 미시사가보다 좀 더 편하다는 말이 있던데?"

저는 당연히 한국 면허증을 G1으로 교환했으니 캐나다 라이센스 시험과 절차에 대해서는 1도 모르니, 캐나다 면허시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대답 했습니다. 

"어 그래? 혹시 너 우버타고 다니니 너희 집에서 회사까지 대중교통 없자나."

이 친구 입장에서는 모국의 면허증을 캐나다 면허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상상도 못했으니 제가 면허가 없다고 생각을 해버린 것이죠. 한국 캐나다간 상호 운전면허증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주니 정말로 부러워했습니다.

그렇게 제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몇 년 전까지는 미국에 살았다는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아, 맞다. 너 근데 미국에 살때 면허 따지 않았어?"

"어 미국 면허 있지."

"그러면 미국 면허를 캐나다 면허로 교환하는 방법을 한 번 찾아봐. 아마 있을꺼야."

"근데 반년 전쯤에 만료됐어. 이럴 줄 알았으면 미국 떠나기 전에 갱신 해두고 떠나는거였는데."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려던 찰나, 다음주가 캐나다 Thanks Giving이라는 것이 생각나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 만료된 면허 갱신 방법 알아봐. 만료 된 면허라도 비교적 쉽게 갱신 될껄?"

"면허 갱신은 미국 내에서만 될꺼야.?"

"어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니까 캐나다 휴일에 미국은 평일이니 다음주 월요일에 잠깐 미국 가면 되자나."

"차라리 시험 서너본 보고말지 언제, 어떻게 미국 비자를 받아"

아... 이 친구가 캐나다 영주권은 있지만, 인도 여권이니 미국에 잠시 간다 하더라도 관광 비자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잠시 깜빡 했던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 갈때 ESTA 신청은 해도 비자 신청은 필요 없다는 것을 말해줄까 하다가 너무 부러워 할 것 같아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퇴근을 하려는데, 얼마 전 캐나다 시민권 신청서를 낸 우크라이나 친구가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물어보니 11월 초에 컨퍼런스가 있는데, 메일 확인을 지금에서야 해서 갈 수 없다고 안타까워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오전에 인도 친구와 에피소드가 있었건만 까맣게 잊고 다시 멍청한 소리를 꺼냈습니다.

"왜? 컨퍼런스 참가신청 마감됐어? 아직 남아있을 수도 있어. 마감이라고 떠도 나중에 다시 열리기도 하고"

"아니, 비자가 필요하자나 한달만에 비자받기 거의 불가능이자나"

"아... 넌 비자가 필요하겠구나..."

"너 벌써 시민권 받았어?"

"아니"

"한국도 미국 갈 때  비자 필요 없어?"

"어. 국경 검사에서 캐나다 여권만큼 쉽게 패스하는건 아니지만, 따로 비자 안받아도 되."

"헐... 넌 그럼 시민권 구지 받을 필요 없겠구나"

"어... 나만 생각하면 그렇긴 한데, 지금 캐나다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있는 아이들 생각하면 또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아마 애들 군대 문제때문에라도 시민권 신청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한 일들인지라 별다른 혜택이라고 느끼지도 못하고 지내지만, 가끔 다른 나라 출신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한국인이기에 참 많은 혜택을 받고 산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캐나다에 부모님이 처음 오셨을 때에도 당시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파키스탄인 가족이 (이미 시민권도 받았고, 캐나다에서 아내는 의사 신랑은 저와같은 SW 개발자입니다) 정말 부러워 했었습니다. 자기들도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부모님 비자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고요.

잠시 잊고 살았지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댓글 1개:

  1. 운전면허 교환과 무비자 입국을 부러워 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웃들을 보며 아내와 가끔 캐네다 무비자 입국과 운전면허 교환은 김영삼 대통령이 하신 일중 최고로 잘한 일이라며 얘기를 나누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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