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8일 월요일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제가 종종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에 어떤 회원께서 이 속담관련 글을 남기셨는데, 이를 읽고 갑자기 옛 학창시절 추억이 떠올라 제 추억 한자락을 풀어봅니다.

별 것 아닌 일들이긴 하지만 제 인생에 이런저런 영향을 준 사건들이지요.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저의 중고등 학생 시절로 돌아가 그 때의 저에게

"넌 나중에 캐나다에서 살게 될꺼야"

라고 말해 준다면 아마 저는 미래에서 온 저를 거짓말쟁이로 생각하고 하나도 믿지 않았을겁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영어는 완전히 손을 놓고 공부를 하지 않았거든요.
아마 저의 영어실력은 공부를 통해서 보다는 중학생 때 빼먹지 않고 매주 시청한 NBA농구 중계와 (저는 챨스 바클리 팬이였어요), 고등학생 때 매일같이 인터넷에 들어가 읽은 NBA기사들과 (갓 ADSL이 시작한 시기인지라 어마어마하게 느린 속도였기에, 이 때 인내심도 키운듯), 요즘은 거의 한국 방송만 보지만 대학생 때 적게는 서너번 많게는 수십번 씩 돌려본 미드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영어에 손을 놓은 계기는 학교 수업인데, 알파벳 대문자는 알지만 소문자는 전혀 모르고 입학한 중학교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정규교육을 통해 배우는 영어임에도 글자는 가르치지않고 갑자기 문법을 이야기하고, 그나마도 '이런 기본적인건 너희 다 알자나' 하면서 넘기는 모습에 먼저 질렸던 탓이 가장 큽니다. 그래도 그 때엔, 갓 중학생이 된 마당이라 의욕이 넘쳤기에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보려 했지만 이에 결정타를 날려 더 이상 영어공부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건이 있는데, 바로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사건입니다.

당시 영어 선생님은 수업시간 끝날 무렵마다, 숙어나 속담 한 문장씩 알려주며, 다음 수업 시작시간마다 단어 쪽지시험과 함께 이전 시간에 배운 숙어나 속담 시험을 봤는데, 어느 날 이 속담을 알려 준 것입니다.

당시에 선생님은 이 속담위 뜻은 부단히 노력하면 나태해지지 않고, 조약돌처럼 항상 반짝반짝 윤이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설명 하셨습니다.
저는 이 속담을 듣고 떠오른 생각이, 계속 정처없이 떠돌면, 아무런 노하우도 얻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 뜻이 아니냐고 물었고, 선생님은 단칼에 아니라고 잘라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수업은 끝이 났고, 저는 교탁으로 쪼로로 달려가 선생님에게 찾아가 그렇게 해석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계속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니다' 라고 한마디 하며 교무실로 향했고, 저는 계속해서 선생님을 쫒아가면서 왜 내가 생각 한 뜻이 될 수는 없는 것인지 물었고 결국 저는 교무실까지 끌려가 그 선생님 책상 앞에 서서 꾸중을 들었죠.

"야, 이끼가 좋아? 이끼가 좋은거냐고! 그게 뭐에 좋은데!" 

다음 수업시작 종이 울릴 때서야 저희 반 담임 선생님이 제가 교무실에서 혼나는 것을 보고 저를 빼내서 교실로 보내줬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영어공부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어린시절 저는 정말 멘탈도 약하면서 아이러니하게 고집은 또 엄청 셌어요) 당시엔 완전한 작별이라 생각 했는데, 나중에 캐나다에 오기위해 다시 공부를 했으니, 완전한은 아니였네요. ㅎㅎ

이와 비슷한 사건이 고등학생 때도 있었는데, 그 때엔 국어였습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비극으로 끝나는 단편소설 지문의 마지막에 "여전히 하늘은 푸르렀다" 라는 문장으로 끝이 났었죠.
그 때 이 문장에 대해 제가 부정적으로 해석을 했었는지, 선생님이 부정적으로 해석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명은 "한 개인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변화를 시키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대세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해석을 했고, 다른 한 명은 "이렇게 실패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여전히 푸른 하늘처럼 희망이 있다"는 작가가 던지는 마지막 긍정적 메시지로 해석을 했었죠.
선생님과 몇 번 왈가왈부를 하다가 저는 사진작가를 하시는 작은아버지께서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해도 그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나서

"예술은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요?"

라고 말했고, 선생님께서는

"그래, 그 나름에 따라 네 대입도 결정된다." 

라는 말과 함께 결국 지휘봉으로 머리 한 대를 쥐어박히고 끝이 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정말 혁신적인 '체벌 없는 학교' 였기에 정식 체벌도 아니였고, 반 장난식으로 쥐어박힌 거라 맞은것 자체는 크게 기분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원래도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이과를 어느정도 염두 해 두긴 했는데, 이 사건 이후 각 문장이나 단어의 뜻 하나하나도 모두 암기를 해야하는 인문계가 너무 싫어 이공계로 진로를 확정을 하게 되었죠. 적어도 고등학생 때 까지 배우는 수학이나 물리에서는 간단한 증명으로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정확한 답이 나오기에 내가 틀려도 얼마든 수긍 가능했고, 내가 맞다면 얼마든 증명이 가능했으며, 작은것 하나하나 외울 필요없이 기본적인 몇가지 툴 만으로도 풀이가 가능했으니까요.

한국의 교육이 나쁘다거나, 당시 선생님들이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학창시절 좋은 은사님들과 인연이 많이 있었고(신기하게도 다 수학/물리 쌤들...), 이민 온 이후에도 한국에 갈 때 마다 찾아뵙는 분들도 계세요. 

당시엔 그 선생님들이 이해도 안가고 솔직히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되었건 제가 더 높은 점수를 얻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고, 또 제가 문학적 클리셰나 그 해석을 뒷받침하는 복선들을 놓쳐서 엉뚱한 이야기를 한 것일 수도 있지요.

교사라는 직업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사건들에 대해 그 분들은 아무런 기억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저 처럼 학생 개인에게는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부모라는 역할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던지는 작은 말 한 마디와 생각없이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저는 나름 아이를 걱정해 던진 말들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하나의 큰 선입견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이들과 지난 4일간 같이 시간을 보내고, 글을 읽고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저를 반성해 보는 뜻깊은 롱 위켄드네요.

내일부터 다시 일상이 시작인데, 크리스마스 연휴 때 까지 다시 매일매일이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야겠네요.

그런데...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이 속담의 올바른 해석은 과연 무엇인가요???

댓글 1개:

  1.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찾아보니, 김성한 님의 바비도라는 작품이였네요. 문제가 되었던 문장은 "한 생명은 연기와 더불어 사라지고, 구경에 도취한 군중이 흩어진 뒤에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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