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입사 교육이 끝나고, 제 부서로 자리를 옮길 예정입니다. 일단 팀원이라고는 저 혼자 뿐이지만 새로운 팀 킥오프도 합니다. 제 팀에서 해야 할 일을 저 스스로 찾아가야 하기에 이전에 했던 일 보다 더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제가 가진 능력 중에 조금은 나은 분야의 일로 돌아가기에 즐겁네요.
사실 이 글은 현재 직장으로 이직을 생각하면서 올리려고 작성 해 두었던 글인데, 생각보다 인터뷰 스케쥴 잡히는 것 부터 채용까지 진행이 일사천리로 되어버려 미처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여 지금에서야 올리는 글입니다.
다름아닌 Job Interview에 대한 것인데, 제가 채용 인터뷰의 전문가도 아니고, 커뮤니케이션의 달인도 아니니, 거창하게 인터뷰 기술이나, 필승 공략법이라고 말 하기에는 힘들고, 예전부터 그냥 제 경험과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지식들을 섞어서 만든 조악한 팁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Interview의 형태와 내용은 지원 Position과 Job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모든 경우에 들어가는 인터뷰 프로세스가 Behavioural Interview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른바 인성면접이라고 통칭하는 면접과 비슷한 면접으로, 직무 기술보다는 Soft Skills를 검증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회사에 인터뷰에 대한 가이드가 체계적으로 잡힌 경우라면 Behavioural Interview에서 어떠한 항목에 비중을 더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최소한 어떠한 것들은 필수로 검증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Communication, Empathy, Self-Motivation, Teamwork는 필수로 보고, Personal Development, Creativity, Mentoring, Royalty, Pride등을 보는 것을 권장" 이런 식이죠.
별도의 인터뷰 가이드가 없다면 Interviewer의 재량에 따라 각자 알아서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Software Engineer라거나 그와 유사한 기술직들은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Technical Interview 단계가 있습니다.
Technical Interview의 경우 그 형태나 단계가 회사마다 다양한데, SW 쪽에서는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기업이고 IT 기업일 수록 좀 더 단계가 많고 좀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Technical Interview의 형태로는 채용을 진행하는 hiring team의 엔지니어들과 1-2시간 가량 질의응답 및 토론을 하는 것입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아직 이런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IT 공룡 기업들에서는 보통 hiring team 뿐만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팀의 엔지니어와 따로 기술 면접을 추가로 보거나, 그 사람이 기술면접 장소에 동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Hiring team에서는 당장 사람이 부족해 힘들다보니 어지간하면 통과시키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포지션에 걸맞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채용하지 아니하는 것 만 못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규모가 큰 IT 기업들은 이 말을 비교적 잘 따르는 편이죠. 그렇게 외부에서 온 엔지니어는 보통 지원자에 대한 평가권한은 없지만, 절대 거부권이 있습니다. 절대 거부권은 다른 모든 Interviewer들이 찬성을 해도 그 사람이 거부하면 절대 채용될 수 없는 권한입니다. 즉 합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지만, 탈락에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죠.
아무리 손이 부족해도 아무나 뽑지 않게 하기위한 장치로 활용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캐나다는 네트워크 사회라 네트워크 없으면 구직 못한다는 말도 많은데, 이런 채용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아무리 내 친구가 자기 팀으로 끌어준다 해도 전혀 모르던 다른부서 직원이 인터뷰에 동참하여 거부권을 행사 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네크워크가 넓으면 기회는 좀 더 많이 부여받을 수 있지만, 채용까지는 결국 본인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큰 회사들은 기술면접도 다단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질의응답 식의 일반적인 기술 면접,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 토론, 설계에 대한 토론, on site 코딩 혹은 디버깅 테스트 등등...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자의 기술을 확인 해 보죠.
이 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고 오랜 시간동안 지원자를 테스트 하다보면, 이른바 '입코딩'을 하는 말만 번지르르한 '저' 같은 지원자를 걸러내고 진짜 실력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찾아내기 수월한 점은 있지만, 사람 한 명 뽑을 때 마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 한 명당 수십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며칠간에 걸쳐 다단계로 진행되는 면접을 참고 기다릴 만큼 지원자에게 매력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용하기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저만 하여도 인터뷰가 하루종일 이뤄진다는 것 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는데, 여러 날에 걸쳐서 이뤄지는 경우 제 개인휴가를 여러 번 쓰기 아까워 망설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래서 정말 많은 메리트들이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1-2 시간 이내에 기술면접을 마치게 되는데, Interviewer로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1-2시간 이내에 지원자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차라리 신입 채용의 경우에는 워낙 확실하게 못하는 지원자들이 많아 처음 5분만 이야기해도
'아... 남은 55분은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군'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3-6년 정도의 경력자를 인터뷰 할 때에는 한치건 오징어건 다 비슷하게 보이는 경우가 정말 많죠.
그래서 이전 직장에서 제가 채용 시 마다 불만을 제기했던 이슈 중 하나가, 기술 면접으로 2시간이 아닌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점과, 인터뷰 이전에는 지원자의 온라인 코딩시험 점수를 알려주지도 않고, 코딩시험의 점수에 무관하게 모두에게 인터뷰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였습니다.
인터뷰 이전에 점수를 알면 일종의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1시간 내에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보니 사전에 어느정도 수준인지 온라인 시험 성적을 알고 그에 맞춰 질문을 준비하면 좋은데, 때로는 실력이 좋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데 초반 10-20분은 쓸데없는 기본 질문만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면접기회가 아까울 만큼 전혀 실력이 되지않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느라 1시간을 허비하기도 해서 이런 점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하나의 포지션에 여러 지원자들이 있었고, 압도적인 내공이 있음을 느낄만한 지원자도 없이 모두 다 고만고만 했다면 누구를 채용해야 할까요?
앞서 예를 들은 IT 공룡들은 이 경우 아무도 채용하지 않고 정말 느낌이 오는 사람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리지만, 제 이전 직장에서는 그럴만큼 여유가 없었습니다. 2-3 달은 공석으로 놔두고 있지만, 그 이상 지연이 될 경우 팀원들 모두가 힘들어 이후에 지원자들 중에 그냥 가장 느낌이 오는 사람을 고릅니다.
어떤 느낌이냐고요? 흠...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저의 팁은 이 느낌적인 느낌을 잘 주기위한 저만의 팁입니다. 체계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축적된 것은 아니고, 예전에 기술 영업 비슷한 일을 하면서 몸으로 배우고, 일부 여기저기 자료들을 보고 배운 것들이죠.
이 팁들을 잘 활용하여 캐나다에서 첫 직장을 구할 때에도 첫 면접에서 합격을 하여 취직을 했었고, 그 후에도 이번 이직을 포함하여 총 11번의 면접을 보았는데, 그 중 4번은 면접을 통과했죠. (4번 중 이번 이직을 제외한 3번은 이직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학습차원에서 본 면접이였거나, 이직 시 메리트가 전혀 없는 케이스라 제가 오퍼 거절을 했습니다)
자, 우선 저처럼 기존에 경력이 있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이민을 오신 분들의 경우,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는 것이 기술면접입니다. 자신의 기술에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지만, 이를 영어로 말하고/설명하고/설득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고, 이민을 위해 현업에서 손을 놓은 지난 2-3년 동안 변화된 기술들을 따라잡기 위해, 혹은 자신이 했던 일과 같은 분야가 없어 현재 캐나다 시장에서 인기있는 기술들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포트폴리오 만들고 좀 더 멋진 어휘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영어 공부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 처럼 1-2시간의 기술면접으로는 사실상 이 사람이 어느정도의 실력이 있는지 확실한 느낌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력직 이민자분들은 '무엇을' 말 할지에 너무 집중하게 된 나머지 '어떻게' 말 할지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느낌적인 느낌'은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사실 인터뷰 시에 질문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보기에 따라 뻔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질문을 하건 4-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지원자들의 답변에서 '무엇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어떻게'는 각자 다릅니다.
그래서 STAR method라는 것을 잠깐 소개드리려 합니다. STAR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구글링을 하시면 수 없이 많이 보실 수 있으니, 자세한 것은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STAR는 Situation/Task/Action/Result의 약자로, 인터뷰 질문에 대해 위 내용을 모두 넣어 체계적인 답변을 하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Interviewer 교육을 하는 경우에 interviewee들이 STAR에 맞춰서 답변하는지 확인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네가 기억하는 가장 성공적인 너의 업적이 무엇인지 말해줄래?” 라는 질문에 답변한다고 해보죠.
그러면 먼저 S, 상황을 말합니다.
얼마 전 일이였는데, 우리의 major 고객 중 하나가 일부 타블렛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부팅이 안된다는 티켓을 접수했어.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그 수가 늘어나서 24시간 이내에 총 8천대의 단말에서 문제가 발생했지. 그리고 똑같은 이슈가 다른 고객들에게서도 발견되었어.
그 다음 T, 무엇을 해야했는지 그 목적을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근본 원인을 빨리 수정하거나 최소한 문제가 더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했지
그 다음은 A, 내가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우선 부팅도 되지 않는 단말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추출할 수 없었기에, 어떤 단말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데이터를 뽑아 정리했어. 정리한 후 보니 발생 지역은 유럽뿐이고, 특정 제조사의 여러 모델, 하지만 특정 Android OS에서만 나왔지. 우리 서비스가 지역이나 모델별 차이는 없기에 제조사의 문제라고 생각되어 그 제조사의 유럽향 모델들을 모두 수집했어. 그 다음…
마지막으로 R,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는 겸손한 것이 미덕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너무 심하게 떠벌리거나 부풀리지만 않으면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결과를 냈고, 또,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앞으로 유사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이야기 하면 됩니다.
Behavioural Interview에서 자주 묻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너에 대해 말 해 볼래?
지금 (혹은 이전) 직장에서 네 롤이 뭔지 설명해줄래?
너는 왜 우리 회사를 선택했지? 수 없이 많은 회사들 중에서 말이야
왜, 어떻게 이 직업을 선택했니?
이전에 네가 한 일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이야기 해 줄래?
이전에 네가 실패한 일 중에 가장 치욕스러운 실패담을 들려줄래?
팀 내에 너랑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니?
너는 어떤 팀이 가장 이상적인 팀이라고 생각하니?
네 매니져 중에 가장 좋았던 매니져가 누구야? 어떤사람이야? 왜 좋았는지 설명 해 줄래?
네 동료들 중에 <이하동문>
너는 요즘 어떤 기술이 끌리니? 너에게 2주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뭐를 연구 해 보고 싶어? 왜?
구글링을 조금만 하셔도 찾으실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질문들은 인터뷰 전에 미리 STAR에 맞추어 생각을 해 두고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체계적인 답변을 하는 연습을 해 두어 습관이 되면, 기술면접에서도 유리합니다.
단답형으로 대답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을 주고 어떻게 설계할까? 혹은 어떻게 개선할래?와 같은 토론을 위한 문제가 주어졌을 때, 보다 체계적인 대답을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저는 보통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대답을 합니다.
우선 주어진 문제 상황을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Interviewer가 말 한 문제상황을 한 번 rephrase해서 말합니다. 그러는 사이 제가 생각 할 시간을 벌기도 하지만, 제가 영어가 약하다보니 간혹 잘못 알아듣거나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동문서답 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주로 말하는 것은, 주어진 문제상황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문제이고 어떤 것이 중요도가 낮은 문제인지 순서를 말하고, 그래서 나는 이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 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한 눈에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구지 말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수 백 가지의 수가 있지만, 이런 이유리 나는 지금 이 수를 쓰는 것이다' 라는 느낌을 풍기는 것이지요. 또 답변을 말할 때 까지 시간을 조금 더 끌면서 잠시라도 생각 할 시간을 다시한번 더 벌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말합니다.
제가 말한 해결방안과 똑같은 말을 한 다른 지원자가 있더라도, 사실 면접이 끝난 후에 복기를 하면 제가 한 답변이 뭔가 더 있어보이는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Interviewer로서 경험해본 적이 있는데, 결국 같은 답이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말 한 지원자가 좀 더 느낌이 좋습니다.
미리 달달 외워둬서 즉문즉답을 하는 것 같은 느낌 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결국 나와 Interviewer간 서로 대화가 오고가면서 일방향의 소통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기술영업 할 때 어디서 읽었던 내용인데, 사람간의 대화에서 티키타카가 활발하게 오간 경우 대화 후 호감도가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긴 질문과 긴 답변보다는 짧게짧게 끊어서 중간중간 상대의 피드백을 묻고 그 피드백에 대한 리액션을 해주며 대화를 끌고나가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자, 그러면 저처럼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한국분들이 자주하는 실수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저도 기술영업으로 첫 PT를 하러 외국에 나갈 때 똑같은 실수를 했었죠.
영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몰라도 각 예상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풀 스크립트로 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매우 지양합니다.
이전에도 영어 연설이나 PT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면 사실 문제가 아닌데 (그런데 그런 분들은 풀 스크립트 자체를 만들지 않습니다), 발표나 말하기 경험이 부족하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풀 스크립트를 만들지 않기를 권해드립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만든 스크립트를 외워서 말하는 것을 동영상 촬영을 하여 한 번만 돌려보면 스스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자주하는 실수는 어휘입니다. 한국에서 오래 영어교육을 받으신 분들의 강점은 문법과 어휘입니다. 워낙 쓰잘떼기 없는 단어들까지 줄줄 외웠고, 현대인들의 대화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문법들까지 다 외웠죠.
그래서인지, 글로 무언가를 쓰려고 하면 참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씁니다. 그 어려운 단어들이 본인의 입에 착착 감기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너무나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좀 더 고급어휘를 쓰겠다는 욕심에 원래 알지 못했던 단어들까지 사전을 찾아서 스크립트에 포함시키기도 하죠.
기술 관련 용어들은 영어로 미리 숙지하고 가야 하지만, 그 외에 어휘들은 이미 익숙하여 자기 입에 착착 붙는 단어들로 준비해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지금 참석 할 자리는 웅변대회나 UN연설이 아닌 Job Interview라는 것을요.
두 번째 자주하는 실수는 스크립트를 통채로 외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워낙 암기력이 좋아 스크립트 전체를 외우고 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모를까, 보통의 경우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경우 크게 당황하여 그 날 인터뷰 전체를 다 망칠 수도 있죠.
그래서 전체 스크립트를 외우기 보다는 자기가 말 할 이야기의 흐름을 외우는 것이 좋습니다. 각 문장 혹은 문단별로 키워드만 잘 알아두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만큼 가능한 쉬운 문장으로 만들어서 말을 하는 것이지요.
그 다음은 연기력에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미리 외워둔 내용을 말 할 때에는 상당히 부자연스럽지만, 흐름 정도만 외워둔 내용을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문장을 조합하여 말 할 경우에는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마지막 실수로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놓치는 경우가 자주 나오는 것으로 나의 질문을 준비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인터뷰는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Interviewer가
"너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
라고 말하면 머릿 속이 하얗게 됩니다. 보통 진짜로 지원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 (회사 복지, 분위기, 베네핏, 사장 착하냐?, 돈은 잘 주고? 등등…)은 이럴 때 질문하면 일반적으로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내용은 일단 합격을 하고 오퍼를 받았을 때 인사과 직원과 조율하면 되는 내용들이고, 보통은 인사과에서 전화로 컨택을 해 왔을 때, 연봉 외에는 인사과에서 미리 이야기 다 해 놓았을 내용이죠.
자신의 직무와 회사의 특성에 맞게 이 회사에 정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궁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질문은 behavioural interview시에 할 질문 2-3개, technical interview시에 할 질문 1-2개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인터뷰를 리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보통 그 사람이 더 대단하게 보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기술면접 때, “이런 이런 상황이야. 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오, 이런. 나 이거랑 거의 비슷한 문제가 있었어.
그 때, 나는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조렇게 해결했지. 그런데 그 때 보니까 우리가 이런저런 정책이나 방어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서 그런 것을 셋업 했었지.
그런데 너희는 어때? 이런 경우를 사전에 차단을 어떻게 하니? 나처럼 이런저런 툴을 셋업했니? 너희 시스템 중에 A가 그거랑 비슷한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니야?
그리고, 제 질문에 대한 Interviewer의 답변 내용에 맞추어 추가적인 질문들을 더 하면서 자신이 리드하는 시간을 좀 더 끄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자기가 답변을 생각하고 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특히나 저처럼 언어가 짧은 이민자들에겐 유리한 방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지려면 이 회사에 대해 미리 공부를 좀 해 두어야 하죠.
경우에 따라 이런 경우에 인터뷰가 끝나고 자신이 확인하고자 했던 질문들을 미처 다 하지 못해서 지원자의 실력을 알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뭔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 경험도 다양하고 뭔가 내공이 있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며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되는 편입니다.
특히나 언변이 좋은 인도 친구들이 이런 것들을 참 잘 써먹는데, 덕분에 채용 이후에 눈탱이 맞았다며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사에 따라서 인사팀에서 인터뷰 스케쥴링을 하면서 누구와 인터뷰를 보게 되는지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Interviewer가 나름 지명도가 있는 사람인 경우 신문 기사나 잡지 인터뷰, 그 사람이 작성한 테크 블로그 글 등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Interviewer 명단을 받은 경우엔 보통 그들에 대해 한번 씩은 구글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간혹 신문이나 잡지 인터뷰/기사를 보게되면 그들이 평소에 중요시하는 가치관이나 기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제 인터뷰 답변 내용도 최대한 그에 맞게 맞춰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력이 있는 이민자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Technical Interview를 챙기느라 Behavioural Interview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마세요. 잘 생각 해 보시면 보통 Technical Interview의 Interviewer들은 합격 할 경우 자신의 peer인 다른 개발자들입니다. 그리고 Behavioural Interview의 Interviewer들은 시니어 개발자들도 있지만, 보통 자신의 hiring manager입니다. 기술 면접의 평가결과에서 지원자 모두 비슷한 점수를 받았고, 그 중에 한 명을 꼭 뽑아야 한다면 누가 뽑힐까요? 기술 면접에서 0.1 점이라도 더 받은 사람? 아니면 매니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람? 누굴까요?
기술이 있어도 언어와 환경이 달라 처음에는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많이 겪게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분들께 저의 필승 공략법은 아니지만, 만약 비집고 들어 갈 작은 틈이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작은 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프로그래머 / 개발자의 캐나다 이민 및 취업 정착 이야기가 있는 블로그입니다. 블로그 커맨트나 구글 행아웃, 구글 이메일 (victor.ws.sim@gmail.com)을 통한 컨택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교육 3주차, 감정노동 체험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이제 새 회사 출근 3주차이군요.
아직 교육기간 중으로 서포트 팀에서 일하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은 9-5로 고정이지만, 이제 더 이상 강의식 교육은 남지 않았고, 이메일 응답만 하고있어 근무시간 중에는 제 마음대로 시간 조정이 되니 나름 전보다 편해졌습니다. 특히나 이제는 빔 프로젝트 화면을 보지 않아서 눈이 덜 피곤하여 좋네요.
저는 전화 응답 업무를 하지않는 관계로 같이 이직한 다른 친구들 보다 1주 먼저 제 소속 부서로 옮기게 되어서 이번 주 금요일이면 교육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다음 주 까지 교육이 지속됩니다.
저는 전화 응답 업무를 하지않는 관계로 같이 이직한 다른 친구들 보다 1주 먼저 제 소속 부서로 옮기게 되어서 이번 주 금요일이면 교육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다음 주 까지 교육이 지속됩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실제 고객들의 이메일을 받다보니, "탈퇴를 무기로 고객이 너를 겁 줄 수도 있지만, 두려워 말아라. 네 뒤엔 회사가 지키고 있고, 무슨 결정이든 우리는 너의 결정을 믿는다." 라는 말을 왜 해주는 것인지 이해되는 경우가 몇 번 생겼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서비스이지만, 20여년 전에 유니텔 콜센터에서 방학동안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젊고 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만 PC통신을 하던 시절이라그런지 딱히 기억나는 까다로운 혹은 난감한 콜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딱 1주일 정도 일하고 두 번이나 난감한 일이 생겼네요.
아무래도 취미/여가로 즐기던 PC통신과는 달리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비스이니 좀 더 민감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더구나 고객들 중 IT와는 거리가 먼 층의 고객 비율이 높고, 회계 지식도 부족한 1인 기업체가 대부분이다보니 기술적인 한계나 제약으로 인한 문제, 회계상 문제들에 대해 이해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일 수도 있겠죠.
이전 직장의 주요 고객들은 보통 수천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대기업이였지만, 이 회사는 개인 개발자, 디자이너, 사진작가, 마케터 등 크리에이터, 변호사 등등 1인 서비스 기업이 대상 고객이라 연매출 50만불 정도 규모만 되어도 상당한 VIP 고객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파레토의 법칙으로 저희회사 수익에서 80% 이상은 이 VIP 고객들에게서 나오는데 이런 고객의 수는 20% 미만이죠.
한 번은 이메일로 문의 온 내용에 답변을 달았습니다. 문의를 한 메일의 정보를 보니 free trial 사용자이기에 그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기능으로 안내를 했죠. 그랬더니 "너희들은 일부러 내 말을 안듣거나 내 글을 안 읽는거냐" 하면서 버럭 화를 냅니다. 내가 너희 FAQ에 나온 글 못읽어서 그러는 줄 아냐면서, 자기는 2011년부터 계속 써온 다른 계정이 있는데 거기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를 자기가 확인 해 보고자 임시로 무료계정을 하나 개설 한 것인데, 왜 내 무료계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냐며 화를 냅니다.
화들짝 놀라서 고객이 보낸 메일 원문을 다시 읽고, 고객의 문의 메일로 회사 시스템을 다 찾아 보았지만, 무료계정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당연하죠.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주민등록 번호같은 슈퍼 키가 있어서 사용자를 통합 조회할 수 없으니 다른 이메일 계정이면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지금 문의를 준 메일에는 무료계정만 연동되어있고, 네가 말 한 다른 계정은 찾을 수 없으며 다른 계정에서 문제라고 따로 언급이 없어서 무료 계정에서 문제로 생각해 안내를 한 것이라고 사과하고, 너의 다른 계정 정보를 알려주거나 그 계정 이메일로 메일을 다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퇴근즈음이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 불같이 화를내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가 분명히 어떤 문제인지 말을 했는데 왜 못알아먹냐? 지금까지 거의 10년간 매 달 몇 백 불씩 돈을 내 왔는데, 내 정보는 어디간 것이냐? 너 때문에 지금까지 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내 메일 잘 읽고 당장 해결해내!"
역시나 문제가 있다는 그 다른 메일 계정에 대한 정보는 없고 화의 크기만 더 커졌습니다.
역시나 문제가 있다는 그 다른 메일 계정에 대한 정보는 없고 화의 크기만 더 커졌습니다.
회사 서비스 특성 상 하나의 메일 주소에 두 가지 계정을 등록할 수 없으니, 검색 시스템 이상으로 누락된 것은 분명히 아니고 고객이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문제만 해결 해 내라고 덤비는 상황이니 제가 잘못 한 것은 없지만, 만약 진짜로 서비스 이용 요금으로만 매 달 수백불을 지불하는 고객이라면 분명 따로 관리되는 VIP일테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총액은 서비스 구독료보다 훨씬 더 클텐데,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 해 옵니다.
아마도 테스트를 위해 새로 만든 trial 계정으로 로그인 하여 몇가지 테스트를 한 후, 자신이 현재 trial 계정 로그인 상태라는 것은 모르고 이메일 문의를 보낸 후, 매 달 수백불 씩 내는 고객인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리버리한 서포트는 딴소리만 한다며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소심한지라 회사에서 겁먹지 말라는 그런 이야기를 사전에 해주지 않았다면 제 진짜 직무도 아닌, 교육 기간에 잠시 한 서포트 일 때문에 짤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끙끙 앓았을 것 같아요.
어찌되었건 다시 용기를 내어서 우리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당혹스럽겠지만, 문의를 준 계정이 free trial 계정이라 우리는 너의 원래 계정 정보를 알 수 없다. 너의 원래 계정으로 문의를 다시 주거나 전화를 해서 우리가 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 고객으로부터 다른 업데이트는 없습니다. 아마 다른 계정으로 새로 요청을 보냈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궁금증이나 화 둘 중에 하나를 풀었을 수도 있겠죠.
나머지 한 번은 사실 위 사건과 연관이 있긴한데, 제 과실이고 비교적 해피엔딩 이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두 번째 답장을 받기 직전, 저는 다른 고객에게 답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 말씀드린 두번째 메일을 받으니, 일단 이 문제부터 추가 답변을 해야할 것 같아 작성중인 메일을 임시저장하였죠.
부라부랴 불같이 화난 고객을 달랜 후, 임시 저장된 티켓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작성중이던 답변이 안보입니다. 아래로 내려보니... 아뿔싸!
제가 실수로 발송을 눌렀나봅니다. 이건 뭐 답을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이상한 상태에서 메일이 끊긴 채 발송되어버린 것입니다.
뭐, 요약하자면 이런 식으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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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서비스 이용해줘서 고마워. 네가 지금 그런 문제를 겪고 있구나. 내가 괜히 송구스럽네. 그런데, 이건 오류가 아니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해결되.
그러니까,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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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책은 있다고 말은 해두고 뭔지 설명은 전혀 안해준 것이지요. ㅠㅠ
그래서 얼른 이전 메일은 작성중 실수로 발송된 것이고 실수로 미완성 된 메일을 보낸 것 미안하고 진짜 답변은 이거야... 라고 제대로 답변을 달아 발송버튼을 누르자마자 그 고객에게서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그 사이 고객이 제 답장을 이미 읽고...
"지금까지 받아왔던 서포트 서비스들과는 너무 다르게 안좋네? 심지어 이건 내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다. 이런 서포트를 받는다면 내가 왜 너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해야 할까?"
라는 메일을 보냈더군요. ㅠㅠ
다행히 30분 즈음 지난 후 제 두 번째 메일을 읽고는 Okay, thanks라는 딱 한 줄 짜리 답장을 보내와 그나마 해피앤딩이긴 했지만.... 아, 이 날은 하루에 두 번 씩이나 이런 일들이 터져버렸네요.
이 일들이 모두 퇴근시간 직전인 4시 50분 경 발생하여 덕분에 5시 퇴근을 못하고 6시 넘어 퇴근을 하게 되었고 또, 그 덕분에 express train을 못타고 일반 완행편을 타고 퇴근하게 되어 평소보다 훨씬 늦은 퇴근을 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고객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 2 번의 문제 때문에, 아우... 저는 정말 소심해서 이런 대외적인 직무는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ㅠㅠ
조만간 교육이 종료되면 서포트 팀 업무도 끝이 날테니, 다시금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겠죠.
그 날 이후로 제가 답변을 한 후 고객에게 답장이 오면 심장이 콩알만큼 쪼그라듭니다. 이 2 번을 제외하면 모두 thank you 레터나 제 답변 관련 추가 문의사항이였는데도 말이죠.
저처럼 교육 차원에서 잠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일반 고객 대상 서포트 업무를 하시거나, 이른바 감정노동 직업군에 계신 분들께서 보시기엔 이 정도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영어마을 직업체험 학교에서 하는 것 처럼 어린아이 장난마냥 우스운 수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에겐 고작 1-2주 정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이 일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지금서야 알게 해 주었고 감정노동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메일에 이 정도면, 대면이나 전화는... OTL
감정 노동자들 모두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는 보기에 아주 사소한 우스운 일일 수 있지만, 가슴이 콩알만한 저에겐 큰 일이였기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당시가 다시 떠오르니 심박수가 조금 올라가네요. 아무래도 이번주 금요일엔 회사에서 열리는 명상 수업에 참석하여 마음을 조금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교육이 종료되고 원래 제 채용 부서로 이동할테니, 그 전에 이미 받은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고 가야죠. ㅎㅎ
이제 다음 주 부터는 진짜 제 업무로 돌입할텐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
2019년 3월 16일 토요일
새 직장 2주차 후기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새 직장에서 어느새 2주차를 보냈군요.
일단, Hooray!!! Pay day입니다!!!
이전 직장은 월급제라 매월 말일에 pay가 입금 되었는데, 여기는 by-weekly는 아니지만 매 월 15일/말일 두 번 입금이 되어 입사 2주만에 첫 임금을 받았습니다. Semi-Monthly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한 달에 두번이 나오니 이전에 받던 것에 비하면 금액은 적지만, 일명 직장인의 마약인 임금이 자주 나오는 것이니, 자주 약발 받아 잘 일할 수 있겠습니다.
첫 주에는 9-5로 빈틈없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삼성에서 교육 받았을 때 처럼 아침일찍 구보하는 것도 아니고, 밤 10시-11시 까지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니 버틸 만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라섹수술 이후, 제 눈이 빛에 상당히 민감한데, 하루종일 빔 프로젝터 화면을 보고있자니 눈이 너무 쑤시는군요.
빔 프로젝터 화면을 오래 봐도 눈이 피곤하지 않은 방법을 좀 익혀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이전에서 회사에서 컨퍼런스를 보내준다 해도, 이 눈이 피곤한 것 때문에 제가 꺼려했었거든요.
두번째 주 부터는 그래도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교육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온라인 교육을 통한 셀프 학습 및, 숙제 제출을 해서 그나마 눈이 덜 피곤해서 다행이네요.
지난 2주간 제품교육 및 서포트 팀으로서 고객응대 방법, 각종 취소/해지/변경 프로세스 등을 주로 교육받긴 했지만, 회사의 각종 정책들과 각 부서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는 자리가 종종 있었고, 이 자리들을 통해 대략적으로 회사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진급/연봉/보상/평가에 관련된 규정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내가 제시한 연봉보다 더 높은 오퍼금액을 받게 된 것인지 비밀이 풀렸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연봉을 줄 때, 각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금액을 결정하기 보다는, 각 직급과 레벨에 따른 기준 연봉을 정해서 그 연봉을 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별로 월급이 정해져 있는 한국의 시스템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SW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Job title은 SW Developer, Senior SW Developer, Principal SW Developer 총 3가지 이며, 각 타이틀 별로 레벨이 있어 (eg Senior SW Developer Level 2) SW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총 Job Title과 그에 따른 Level의 경우의 수는 7개가 되고, 이 7개의 Job Title-Level에 따라 사전에 정의된 연봉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S/W Engineer라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내부적으로는 위 직급-레벨 매트릭스에 매핑이 됩니다.
그리고 직급 및 Level에 따른 임금 수준은 HR에서 매 해 2차례 시장조사를 하여 업데이트 한다고 하며, 각 직급 및 Level에 따른 상세 Skills Matrix역시 미리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터뷰를 마친 후 Interviewer들이 생각하는 저의 Level이 정해졌고, 그 레벨에 따라 이미 정의된 연봉이 있기에, 그 만큼 지급이 된 것이였죠.
어찌보면 매 해 2차례 고과평가 시 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같기도 한데, 과연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제가 계약한 직급의 수준과 제 연봉을 통해 보건데, 시장가 대비 좋은 축으로 기준가를 잡아주고 있으니 시스템 자체에 불만은 아직 없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는 실제 고객들의 이메일 문의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죠.
정말로 다행인 것은 저는 고객들의 콜을 직접 받지 않아도 된다합니다. 불과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직급/직무 무관하게 모두 실제 고객의 콜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대외적인 업무가 적은 직군의 경우 이메일 문의에 대한 답변가지만 하고, 고객의 콜을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휴~ 한시름 놨습니다. 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저로서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 customer service에 전화를 거는 것도 부담이였는데, 전화를 받는다니... 정말 무시무시했거든요.
거의 20여년 전 일이긴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아주 잠깐 콜센터에서 알바를 했을 때 와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알바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때에는 회사에서 가장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같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해지/취소하는 고객을 잡지 못하면 회사에 혼나고, 항의하는 고객에게 혼나고, 항의하는 고객을 진정시키지 못했다고 회사에 또 혼나고, 해지/취소하려는 고객을 두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고객에게 또 혼나고... 하루종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앉아있으면서 목이 아프도록 종일 떠들어대면서도 그래도 나름 내근직이고 몸쓰는 알바가 아니라고 좋아했었지만,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꼭 몸쓰는 알바를 하고 돌아온 것 처럼 피곤했었죠.
그러나 짧지만 지난 2주간 서포트팀에 속해서 교육받고 일을 하다보니, 이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서포트 업무에 대한 respect가 있고, 서포트 팀 업무를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와 장치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장의 기본적인 생각에 Customer Support는 특정 부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라는 마인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급/직군에 무관하게 3-4주간 모두 고객들을 실제로 접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죠.
사실 이런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CEO인 창업주가 실제 하는 행위를 보면 100% 이해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회사 문화를 인정은 할 것입니다. 회사 내에 사장 책상이 딱히 없는데, 딱 하나 있다 한다면 서포트 팀 한 구석에 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면 사장이 서포트 팀으로 출근을 합니다. 뭔가 보고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히 서포트 팀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자기가 직접 고객의 전화와 이메일에 직접 받습니다. 현재 고객들이 처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죠. 덩치가 산 만한 사람인데, 금요일 근무가 끝나고 자기랑 콜이나 이메일을 주고받은 고객 중에 별점 다섯개 평가를 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툴툴대는게 웃깁니다.
또,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소한 것들에서 제 경험보다 환경이 좋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직무명이 Customer Support같은게 아니라, Support Rock Star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고객들이 자영업자로 영세하다보니 이런저런 사유로 한두달 간 서비스 중단이 필요하기도 한데, Support Rock Star는 고객들에게 일정 금액의 서비스 크레딧이나, 무료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문화가 그렇듯, 금액이나 기간의 제약이 없습니다. 그냥 네가 생각하기에 Reasonable한 만큼 하라고 하죠.
또한 고객을 붙잡아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떠나려는 고객이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를 경우 이유를 확인하고 고객이 가려운 부분을 우리가 해결 해 줄 수 있으면 해결하는 것이 업무인데, 만약 우리 제품이 그들의 needs에 맞지않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Good Bye를 외쳐도 됩니다. 경우에 따라 마지막 요금 결제는 취소 해줘도 문제 없고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포트 팀 직원으로서 교육을 받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우선' 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자신' 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무례하고, 비 이성적인 고객에게 처음에는 왜 그리 화가 났는지 차분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 노력하라고 하지만, 도무지 이성적이지 못한 이유로 그렇게 군다면, 그 고객의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서비스 탈퇴를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고객이 탈퇴를 무기로 위협을 한다고 해도 절대 겁먹지 말아라. 네 뒤에는 회사가 있다' 라고 말해주네요.
가장 최전방인 곳에서 일하는 그들이기에 어쩌면 가장 힘든 직업일 수 있는데, 한국의 콜 센터와는 다른 활기차고 자부심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마 IT회사 내에 직업군 중에 가장 페이가 낮은 직군 중 하나이겠지만, 회사 내에서 서포트 팀을 가장 중요시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자주 그들을 응원하고 연봉으로는 아니지만 몇몇 추가적인 복지 혜택들을 그들에게 주며, 단순 응답이 아닌 일부 권한까지 주어졌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실제 교육을 받는 것은 모두 끝났고, 남은 교육기간 동안에는 Support Rock Star로서 계속 근무를 해야합니다. 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지 기대되네요.
아, 그리고 지금까지는 어디 고객센터에 전화나 메일 문의 후 받게되는 고객응대 평가는 모두 무시하고 살았는데, 앞으로 나름 만족스러웠던 응대의 경우 꼭 평가를 해주려고 합니다.
사장도 별점 다섯개 못받아 속상해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딱히 별도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별 다섯개를 받으면 속으로 많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나름 정성들여 이메일을 작성하여 상세하게 잘 알려준 것 같은데, 아무런 평가가 없으면 괜히 토라지기도 하고요.
2019년 3월 7일 목요일
퇴직, 휴식, 그리고 이직
안녕하세요, 둥이네 아빠입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저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 중입니다.
Family day long weekend 직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첫 사흘 동안은 이리저리 바쁘게 끌려다녔던 것 같아요. 일단 제 매니져와 하루에 2번 정도는 면담을 했습니다. 왜 옮기려는지, 그 회사에서 오퍼는 어느정도인지, 우리가 어떤 리버스 오퍼를 주면 네가 남을지 등등에 대해 사실상 답이 안나오는 이야기만 계속 했습니다.
원래 연봉인상이 목적이 아니였기에, 연봉이나 benefit 조정 제안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심지어 새 직장에서 저에게 제안 한 연봉과 benefit보다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올 여름 evaluation 기간에 팀 budget이 더 늘어나면 어디까지 더 올려주겠다고 약속 한 금액은 그 보다 더 높긴 했지만, 이미 '고과평가 기간에 뭐뭐 해줄께'라는 말에 데인 적이 몇 번 있어서 이미 믿음이 가지 않았고요. 직급 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제 롤이 제가 컨트롤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데다 저에게 모든 일이 몰리는 팀 구조가 된 것이 부담이였기에 오히려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죠.
유일하게 조금은 솔깃한 이야기라면,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안정적인 나의 지위를 버리고 새 직장에 가서 다시 크레딧과 리스펙을 쌓으려면 어려울텐데, 왠만하면 남으라는 이야기였는데,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도전을 해야겠다고 말했죠.
매니져와 면담 이외에도, 저의 이전부서 매니져들과, 원래 친분이 있었던 다른 동료들이나 매니져들도 찾아와 이직 만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간 제가 해 왔던 업무들을 누구에게 할당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매니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몇몇 업무에 대해 매니져와 제 생각이 달라 밤 늦게까지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그 업무를 정말 하고싶어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직한지 반년 정도 된 친구입니다. 채용은 팀 리드라는 타이틀로 왔으나 (사실 이것도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나 일단 넘기고...), 실제 하는 일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거의 막내같이 하고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 친구가 새로운 기술이나 분야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주인의식은 다른 팀원들 보다 확실하지만, 그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들에 대한 경험이 입사 이전까지 전혀 없었고, 지난 반년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 속도가 빠르지도 않기에 새 기술을 익히기 보다는 그 친구의 지난 경력과 최대한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저는 생각했죠. 그래서 주인의식은 다소 미약하지만 두뇌회전이 빠르고 학습 능력과 응용 능력이 좋은 친구를 추천했는데, 매니져는 아무래도 주인의식이 없는 그 친구가 썩 미덥지 않은 것 같더군요. 뭐, 제가 나간 후에 일어날 일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았지만, 마지막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knowledge transfer 미팅을 수차례 가졌는데, 이미 이해도와 활용능력 면에서 차이기 많이 나기 시작했기에 아마 일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매니져도 어쩔 수 없이 그 친구에게 일을 맡길 것 같네요.
그리고 마지막 주차에는 저의 퇴직으로 공석이 된 포지션의 job posting 작성 및 해당 포지션을 위한 budget관련 매니져와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작년부터 이런저런 이직 포지션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현재 DevOps의 시장 가격을 알려주고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저 처럼 지식이 얕고 경험이 미천한 사람 보다는, 이 분야에 훨씬 많은 경험과 나은 실력을 가진 진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니, 이 정도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저를 잡을 때 제안한 연봉이 현재 팀 예산의 상한선인지 그 이상으로는 올리지 못하더군요. 아마 앞으로 계속 구인을 하다보면 예산을 올리지 않고는 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이 회사가 DevOps의 입장에서는 썩 매력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다 시장가 대비 높은 연봉도 아니기에 경험과 실력이 풍부하지만 직업 만족도를 포기하고라도 올 만한 포지션이 아니니까요.
결국 안그래도 업무 인수인계와 제가 해 오던 프로젝트들 마무리 때문에 여유가 없었는데, 이런저런 면담들 덕분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쁜 회사 일정을 보냈고, 심지어 마지막 주차 월요일에는 퇴직 전에 제가 셋업했던 일을 마무리짓고 인수인계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퀄리티로 올리기 위해 밤샘까지 한 번 하고, 마지막 출근일인 목요일 아침까지 코드 커밋을 올리고 퇴직했습니다.
마지막에 조금 쉬엄쉬엄 안식을 취해 에너지를 보충하고 출근을 하려던 계획은 결국 완전히 무너지고, 2월 말일 퇴직 후, 3월 1일 금요일 하루만 쉬고 이번 주 부터 새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새 회사는 바로 업무에 투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직급과 무관하게 첫 한달 간은 회사 서포트팀 (콜센터)에 배치받아 제품 교육 및 회사의 역사/핵심가치/문화/고객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서포트팀 업무를 한 이후에 자기 부서로 가는 시스템입니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업무 시작을 하기 전까지 약 한 달간 출퇴근 기차에서 이것저것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좌들을 폭풍 구매 해 놓고, 미리 다운로드를 받아놨죠.
기차에서 듣는 강좌인지라, 직접 실행을 해 보며 공부를 할 수는 없고, 단순히 동영상 강의만 듣고있어요. 원래는 퇴근 후에는 기차에서 들은 내용들을 직접 실핼 해 볼 생각이였는데, 평소와는 생활 패턴이 달라져서인지, 자차 출근하다 기차를 타서인지, 아니면 하루종일 교육을 받느라 지쳐서인지 집에오면 그대로 쓰러져 뻗어버리네요.
교육받는 기간 시간을 잘 활용해서 업무 시작 전에 최대한 제가 준비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듣는 것이 야속합니다.
아직 새 회사에서 교육만 받고있고 다니기 시작한지 나흘밖에 안되지만, 이 회사에서 확실히 좋게 느끼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이전 직장에서 우려된다고 할까? 아님,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이 바로 사라져버린 회사 문화였습니다. 삼성에서 서비스 담당을 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을 봤습니다. 페이스북처럼 처음 만났을 때엔 작은 회사였지만 어느순간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한 회사도 있었고, 성장의 끝이 어디일 지 모를 정도로 잘 나가다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기업도 봤습니다. 제가 밖에서 보기에 무너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창업주의 리더쉽 문제였는데, 창업주가 흔히 말하는 겉멋이 들기 시작했다거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며 창업주의 통솔능력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죠.
이 경우 제 경험상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점점 회사와 제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는데, 제 이전 직장에서 어느 순간부터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 시작 했습니다.
회사의 사업구조도 그렇고 그에 따른 수익구조 자체가 아주 탄탄한데다 일부 능력과 주인의식이 매우 빼어난 사람들이 아직 건재하여 쉽사리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회사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회사, 업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고민이였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300명 정도 규모에서 지금 800여명 정도로 성장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계속 남아있는 인력 100여명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직원들 사이에 업무에 대한 오너쉽이나 제품과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 등등 수준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사옥 건설이 계속 지연되며 여러개의 사무실로 뿔뿔이 흩어져 창업주와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는데다, 사장이 경영 일선 보다는 계속 외부행사 참가 빈도가 높아지다보니 경영진과 직원간 스킨쉽이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나 2-3년 즈음 전에 창업주와 함께 오랜기간 회사를 이끌던 COO가 퇴임한 후 새로 임명된 COO의 리더쉽 스타일이 스킨쉽 보다는 불도져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성과는 잘 나오지만 직원과 임원진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으며, 임원진에 대한 신뢰나 respect는 점점 사라져 최근 1-2년 내에 들어온 직원들은 정말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하나도 없었죠.
반대로 이직 후 느끼는 것이, 이 회사에는 확실한 기업문화가 있고 모두들 회사의 문화를 존중하고 최대한 따르며 제품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뭐, 일명 푸른피 세뇌교육이라 하는 삼성 신입사원 연수도 받아봤기에 교육기간 중 이야기 하는 것 들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 중에는 당연히 좋은 이야기만 하니까요.
회사 문화가 직원들끼리 서로 알고 인사하며, 낮선 얼굴을 보면 새로온 직원이라 생각하고 인사하고 말을 거는 문화가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 며칠간 많은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했는데, 놀란 점은 다들 회사와 제품, 일에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다는 것이죠. 아마 지금 재직중인 사람들은 스스로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는데, 다른 환경에 있다가 와서인지 확연히 다른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새로 온 직원임을 알기에 구지 나쁜 이야기는 피해서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전 회사에서는 적어도 최근 몇년간 잘 느껴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직원들 뿐 아니라 회사 공동 창업주들도 마찬가지여서 지나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스스럼없이 스몰 토크를 이어갔죠.
인터뷰 프로세스에서도 느꼈는데 5단계 프로세스 중 4단계가 기술이 아닌 회사와 cultural fit을 보는 것이였습니다. 안좋게 보자면 성격 좋으면 일단 채용 해 보고 일 못하면 자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회사 인력들의 절반 이상은 referral로 채용되는 상황이라 실력에 대해서는 추천인의 추천을 믿고, 우리와 함께 잘 맞춰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를 더 오래 다녀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 것들이긴 하겠지만, 회사의 각종 정책들 역시 회사에서 내세우는 우리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점은 회사에 employee handbook이 없고, 출장 숙박비나 식비 등에 제한규정이 없다는 것이에요. 창업자의 마인드가 각 직원을 믿고, 각자 알아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되지, 뭐뭐는 안되고 뭐뭐는 어디까지 된다는 쓸데없는 규정집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워낙 제 역량보다는 더 큰 기대를 받으며 온 자리이기에 부담이 큰 것과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빼면 여러모로 참 만족스럽습니다. 짧은 나흘간 느낀 감정으로는 이 곳에서 잘 버티고 자리잡으면 정말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교육기간 동안 실제 업무에서 할 일들에 대해 따로 잘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계속 성장을 해 나아가면서 지금의 회사 문화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막 DevOps로서 첫 발을 내딛은 신생아인데, 경력이 제 커리어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테니 이전보다 좀 더 집중해서 달려야 할 것 같네요. 이 회사 제품의 주요 언어도 저에게는 생소한 Python인데다, CI/CD 측면에서도 제 기존 경험보더 더 진보된 곳인데, 제가 특정 부서에 배치되어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현재의 문제점을 찾고 개선안을 만들어서 이후 팀을 꾸려서 일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려서요. (사실 이건 첨엔 몰랐고, 첫 출근을 하고 제 디렉터와 같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에요. 그 전까지는 내 기대보다 롤이 더 크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냥 어느 부서에 들어가 일을 할 줄 알았지 이런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ㅠㅠ)
앞으로 한달여 간 교육을 받고 이후 3개월간 이어질 probation을 잘 마친다면 매 6개월마다 있는 고과평가 기간에 첫 반년간 제가 얼마나 잘 자리잡았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겠죠. 부디 이전 회사에서 처럼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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