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Thank you Samsung. You guided me to here, Canada.

 요즘 포스팅을 자주 하네요.

 회사에서 신규 버젼 출시를 앞두고 개발쪽엔 신규 타스크를 주지 않고, QA에 집중하고 있고, 심지어 개발자들도 QA 테스트를 분담하고 있다보니 입사 후 처음으로 회사에서 시간이 남아 여유가 생겨 그런 것 같네요.

 어제 고등학교 때 은사님과 메신져로 채팅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선생님께서, "그런데 넌 왜 갑자기 좋은 직장 그만두고 캐나다로 떠나간거니?"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일상적으로 하던 답을 드리고, 대화를 종료한 후에 다시 한 번 그 질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 땅으로 오도록 인도한거지? 내가 캐나다로 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뭘까?"

 그래서 제 PC에 간간히 정리해 오던 일기장을 들춰 보며 최근 몇 년간 제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고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을 찾아내게 되었죠.

 이전 직장에 다닐 때, 회사에서는 주기적으로 직원 교육을 시켰습니다.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참석 가능한 교육도 다양했지만, 모든 임직원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의무 교육들이 있었고, 보통 직원들을 그것을 '혈관 속에 점점 희미해지는 파란피를 다시 수혈하는 세뇌 교육'이라 불렀습니다.

 입사를 하면 그룹 연수로 4주간 합숙 교육을 받았고, 이후 각 계열사 교육을 2주 정도 합숙으로 받고, 이후에는 각 총괄별 교육을 2주간 출퇴근 교육으로 받으며 회사에 입사한 신입 사원들에게 파란 피를 주입시키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신입사원 교육 성적이 회사 생활에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누군가에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받으면서 쉬고 노는 자리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이런 식의 교육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와 입사 하자마자 다른 일자리를 찾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터인지 알게 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 2년 마다 다시 1일짜리 교육을 받게 되며, 매 진급 시 마다 2박 3일간의 합숙 교육을 받으며, 임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로 인해 몸에서 빠져나간 파란 피를 다시 주입시켜 주죠.

 전 이런식의 정신교육을 4번 정도 받은 것 같은데, 저에게 처음 3 번의 경우 회사 입장에서 매우 성공적인 교육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으쌰으쌰 힘을 내어 좀 더 열심히 달려보자는 의지를 갖을 수도 있었고, 또 하루 전일 교육을 받으며 잠시나마 제 육신의 피로도 풀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 4번째 교육을 받고 나서, 저는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 결심은 이민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교육 내용 중 하나는 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교육이였습니다. 교육 내용을 되새겨 보니, 의도한 내용은 "Life도 중요하지만 Life를 위해서는 Work가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므로 Work도 열심히 해야 한다" 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간단한 게임을 했는데, 먼저 각자 개인이 생각하는 주요 가치 십여 가지를 카드에 적고, 그 중에 5가지만 골라 풍선에 넣고 풍선을 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5개의 풍선 중에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핵심 가치 3가지만 남기고 나머지 2개는 터트려 본인의 핵심 가치를 찾아가는 교육 이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재미있게 교육을 받고 다시 되새겨 보니 최종 3개의 핵심 가치에도, 5개의 주요 가치에도, 심지어 처음 작성한 총 12개의 가치 중에 업무와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개발자에서 기획자로 전업 이후 근무 시간은 나아졌지만, 업무 만족도가 떨어져 고민을 하던 찰나인지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현재 제가 하고있는 일이 이 정도로 저에게 의미없는 것 인지는 몰랐거든요.

결국 그 날 저녁 저는 진심으로 개발자 복귀를 해야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질적인 액션을 하나씩 취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개발자 복귀를 위한 목적지가 캐나다가 되어 버렸고요.

아마 회사에서 이런 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연봉, 재미는 없지만 안정적인 직장,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가는 삶을 지금도 살고 있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캐나다에 오게 된 궁극적이자 절대적인 이유인 개발자 복귀를 이룬 지금, 저에게는 또 어떠한 핵심 가치들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핵심 가치들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댓글 9개:

  1. 옥빌보다 더 시골(?) 워터루 사는 개발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개발자가 목푠데 트랜드만 쫓는 개발자로 전락중입니다. ㅋ 둥이님 글보다 다시 초심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블로그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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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공부하고있는 대학원생입니다. 글 읽다가 답글 보게 되어 여쭤봅니다. 혹시 워터루에서 어떤 개발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다름이 아니라 사용하고 있는 장비가 northern digital instrument 회사 것인데 워터루에 본사가 있길레, 워터루라는 곳이 궁금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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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말씀하신 회사가 ndigital.com 라면 워터루에 있는 것 맞습니다. 워터루 북쪽에 백신 회사로 유명한 Intel Security McAfee 캐나다 지사 부근에 있습니다. 워터루지역은 워터루 공대 졸업생과 블랙베리 퇴직자들덕에 최근 캐나다 IT 창업 메카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로 예전부터 기술기업들과 금융보험기업 본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저는 워터루에 있는 전자제품 설계하는 회사에 있고요. 임베디드 장비와 통신하는 서버쪽 모듈 개발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참여중인 프로젝트에서 고속 통신 데몬은 C 로, RESTful 웹서비스는 PHP 와 자바스크립트로 작업중입니다. 안드로이드용 클라이언트 지원을 위해 가끔 자바 코드를 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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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반갑습니다. 월털루면 키치너랑 같이 엮어서 계산 해야하지 않나요? ㅎㅎ 그럼 옥빌보다 더 크자나요.
    저도 주어진 타스크와 일정에만 쫒기는 것이 싫고, 개선된 기능을 개발하고 제안을 해도 마케팅 기획과 지리한 공방과 보고로 이어지는게 싫어 차라리 직접 설계하자는 마음으로 기획자로 변신했더니 오히려 그 지리함이 제 주업무가 되버리더군요.
    그래도 여기서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작아서인지, 이 나라 문화인지 몰라도 프로세스도 심플하고 새로운 제안에 유연한 편이라 아직까진 만족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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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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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우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저는 삼성전자 무선사에서 LTE 모뎀개발(Low Power SoC)7년 개발 후 해외영업 1.5년, 그리고 지금은 기술전략팀에 있어요. 기술이민을 준비중인데요. 요즘 삼성이 야근도 많이 줄이고 주말출근도 거의 없어요. 물론 부서마다 다르겠지만요. 저는 지금 회사가 싫기보다는 아이(8살 아들)의 미래를 위해 준비중인데요. 호주 기술이민을 위해 IELTS 공부중인데, 한 유학원에서 퀘백 주정부이민으로 갈 경우, 이미 점수가 기준을 넘어서 바로 신청가능하다해서 캐나다는 어떤지 궁금해서요.
    예전 개발경력을 살려서 박사과정 진행하며 취업을 알아봐야 할 지, 아니면 MBA하면서 it analyst나 manager쪽으로 알아봐야 할 지.
    캐나다 통신쪽 잡 시장은 요즘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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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한국에서도 근무 환경이 점점 나아진다고 하니 정말 기쁜 소식이네요.
      제가 Wireless건 Wired건 Networking쪽은 사실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indeed.ca나 monster.ca에서 관련 키워드로 직접 검색 해 보시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 네트워크 관련 인맥이 없어서 학교 다닐 때 만났던 네트워크 학과 친구들이 거의 전부인데, 단순하게 주변을 둘러봤을 경우에는 아무래도 software developer보다는 상대적으로 job을 구하기에 수월치 않다고 느껴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컬리지 졸업생이라, 아무래도 구하게 되는 직종 자체가 대부분 전화/인터넷 설치기사나 사내 네트워크 관리자와 같은 직종이라 David Bae님께서 찾으시는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고, 워낙 경력이 좋이시기에 언어의 문제만 없다면 어떤 포지션이건 꿰찰 수 있을것 같네요.
      주정부 이민의 경우 저는 고려하지 않았고, 더구나 퀘벡은 영어와 불어가 모두 공용어로 사용 되지만, 불어가 메인 언어고 영어가 서브입니다. 그렇다보니 저 개인적으로는 영어도 어려운데 불어까지 감당 할 능력이 되지 못하여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지요.

      그리고 career는 저의 경우 워낙 다시 개발을 하고 싶어서 개발을 하기도 했지만, manager쪽으로는 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기에 고려하고 있는 롤은 아니였고 지금도 아닙니다. 하지만 언어 능력이 충분하고, 실력이 된다면 얼마든 도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저희 회사만 해도 기술 분야의 메니져들은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라 회의 때 보면 참 다양한 세계 각지의 악센트들이 서로 뒤섞여 있죠.

      호주는 제 친구들이 이미 이민을 가서 살고 있기도 하고, 캐나다 보다 기후도 좋고,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뉴질랜드와도 가까워 저 역시도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썩 내키는 카드는 아니였습니다.
      일종의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여행 갔을 때 교외 소도시에서 길을 걸어가는데 난데없이 지나가던 트럭에서 욕지거리를 하며 저에게 돌맹이를 던져 맞은 경험이 있어 저와 제 가족이 평생 살아가기에 인종 차별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가 또한 호주 대도시 물가가 워낙 살인적이라서요. 최저임금이 캐나다 대비 30-40% 높아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캐나다 보다 실질 구매력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IT Job의 경우 연봉이 캐나다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수준이라 물가/연봉 면에서도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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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거주중이고 웹개발 3년정도 모바일어플 andorid/iOS 4년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로 가고 싶어서 일을 찾아도 요즘 LMIA발급이 조건이 까다롭게 되서 캐나다 회사가
    찾기가 힘드네요.
    몇몇 회사는 제가 경력은 마음에 드는데 비자 없으니 힘들겠다는 말이 많이 들어서요
    어떤식으로 캐나다를 갈수 있었는지 알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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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캐나다에서 일을 시작 할 수 있게 된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술이민(FSWP)을 통해 영주권 먼저 받고 캐나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한국에서 일 그만드고 스터디 퍼밋(학생비자)을 받고 캐나다에 들어와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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